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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king에 해당되는 글 249건
- 2011.03.19 얼른 과제를 하고 병원에 가야 하는데
- 2011.03.13 생일이다
- 2011.03.09 오늘
- 2011.03.02 전공은 뭘까?
- 2011.02.28 어느 감독의 상업영화 은퇴 선언
- 2011.02.27 0227
- 2011.02.25 착하다 할 수 있지
- 2011.02.01 이준익을 공격한다.
- 2011.02.01 문제는
- 2011.01.31 꿈
글
얼른 과제를 하고 병원에 가야 하는데
Walking
2011. 3. 19. 13:10
잘 안 풀리기도 하고 어차피 병원 점심시간 피하려면 한시간 정도 남기도 해서 막간 잡담
- 어제는 애매하게 일코를 했다. 인터넷 신분 도용 얘기를 하다가 '그 어...게임회사 있잖아 어 이름 많이 들어 봤는데? 어. 그래. 넥슨 맞지? 뭐 거기가 그렇게 큰 회사야? 우와 우리 나라 게임시장 되게 크구나' 하는 식. 네. 이러는 저는 마비노기를 2년 정도 했고 마영전 리시타는 56렙에서 발컨을 못 이기고 멈춰있.... 발컨때문에 더 못 키웠지만 아이온도 캐릭터 둘 20대 후반렙까지는 키워봤고 와우도 솔플로 할 수 있는 한도까지는 어케 어케 해봤고 패키지로 나오는 rpg 존나 좋아하고 .... 아루온즈의 고전 게임 결재 서비스를 사랑하고...
내가 생각해도 가증스럽다. 일코 그게 뭔데! 왜 좋아한다고 말하면 안되는데! 라고 했던 내가... 놀라워라 이런 내가 ....
- 그제는 김애란 강연회에 다녀왔다. 김애란이 애만 덕이라니... 작가님 카레카노를 본 사람은 많아도 아리마 소우이치로 풀네임을 기억하는 애는 얼마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더군다나 대사를 외우시고...
아니 걍 이 바닥엔 역시 덕이 많구나 싶었고요 역시 일코는 무의미한 거 같기도 해 ....
- 요새 식사 일기를 수첩에 적고 있는데 이 편이 더 확실한 것 같음. 블로그에 적어 놓을 때는 컴퓨터 켰을 때 한꺼번에 적느라 내가 제대로 기억하는 게 맞는지 머리를 싸맸는데 수첩에 바로 바로 적으니 편함. 뭐 내가 그새 칼로리 계산하는 거에 많이 익숙해지기도 했고.
예전에는 고구마류를 간식으로 했는데 요샌 방울 토마토로 갈아 탔음. 딸기도 엄청 먹고. 금귤도 먹고 싶은데 이건 칼로리가 딸기의 두 배 토마토의 네 배임. ... 언젠가 큰 맘 먹고 먹어 봐... 야지....
1300칼로리까지는 먹어 줘야 요요가 안 온다고 해서 그렇게 먹으려고 하고 있음. 실제로 그거 이상 먹는 날도 많음. 영양도 나름 신경써서 매일 닭가슴살 아니면 계란 흰자 아니면 단백질 제도 먹고 있고.
근데 1100 정도까지만 먹으면 머리에서 비상비상 빨간 불이 들어와서 계속 신경이 쓰임. 조난 스트레스 폭발이라기 보단 안심이 안된다고 해야 하나... 아니 그게 결국 같은 말인건가. 아무튼 1100 정도에서 유지해야 마음이 편하다. 더군다나 아무리 계산해봐도 내가 정말 1100 대로 유지했는지 확신이 안 들어... 난 이렇게나 배부르게 많이 먹었는데 사실 1100 대는 진작 넘은 게 아닐까. 인터넷에 나와 있는 칼로리가 구라가 아닐까 싶은...... 음... 넹. 평범한 강박이군요.
9개월 전에만 해도 매일 에이스나 새우깡, 자갈치 한 봉지씩 해치웠었는데... 내가 1년만에 이 꼴이 날 줄 누가 알았으랴.
- 배영으로 25m 나아가는 데 성공했음. 우왕 굳. 근데 도대체 제모가 잘 안되어서 존나 부끄러움. 음.... 대체 다들 어떻게 저렇게 말끔하게 제모를 하는 걸까. 난 왜 온 몸에 털이 나는 걸까....
+ 수영복이 확실히 커졌다. 아직은 괜찮은데 이대로 계속 수영 한다면 새로 사야할 거 같다.
- 명작과 미인의 재발견. 팜 시리즈가 너무 좋다. 카터가 너무 미인이라 살 수가 없다. 예전에도 둘 다 좋아하긴 했는데, 그때에는 카터가 이렇게 미인인 줄 몰랐다.(그때도 알긴 했지만 책장을 못 넘기고 감상할 정도는 아니었음)
예나 지금이나 카터와 프로이드가 제일 좋다. 뭐. 프로이드랑 와이에스 구분도 못했으면서 어떻게 그런 말을 하냐고? ㅈㅅ 이게 제 퀄리티입니다. 정확히는 프로이드를 기억 못한 게 아니라 와이에스를 기억 못한 거였죠. 와이에스를 보며 얘 이런 캐릭터였나? 하고 의아해했었으니. ... 그래봤자 기억 못한 건 못한 거지만.
예나 지금이나 별로인 캐릭터는 앤디. 그래도 예전보다는 호감. 이쁘게 생기긴 했구나 인정. 역시 여전히, 이 시리즈 유일무이하게 싫어하는 캐릭터는 시드 캐롤. 난 그냥 제임스 주변에 카터 외의 다른 사람이 있는 게 싫은 건가? 어 솔직히 그런 거 같다..... 어쨌든 시드는 초반부 캐릭터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별 문제 없는데 묘하게 팜 시리즈에서 엄청 겉돈다. (내 느낌에는) 덧붙여 캐릭터 일관성도, 원하는 게 뭔지도 잘 모르겠고. 작가가 표현을 안한 건 아닌 거 같은데 왜 난 이렇게 얘만 보면 깝깝하고 짜증이 나지? 어 그냥 제임스가 여자 사람을 사귀어서인가? 그런 건가?
하지만 이 만화에서 가장 아름다운 키스씬은 제임스가 카터 머리카락에 키스하는 씬 아닌가요? 응? 그렇잖아요?
그리고 카터는 존나 미인이야.
카터 얘기만 해서 좀 부끄러운데. 팜 시리즈를 다시 읽은 소감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나도 이런 글 쓰고 싶다. 이런 소재도 이런 스타일도 이런 주제의 이야기도 아니고. 이렇게 자기 세계관 확고하게 - 자기 하고 싶은 얘기를 쭉 - 굳건하게 밀고 나가는, 스케일 큰 작품.
글
생일이다
Walking
2011. 3. 13. 00:39
일단은 닥치고 스물일곱번 째 생일 축하. 이제 만 스물여섯.
기분이 참 묘하다. 죽겠다 죽겠다 지랄을 하다 생일을 맞은 탓이다. 결국 산다. 살게 되었다. 애초부터 안 죽을 거란 거 알고 있었으니 딱히 새로울 건 없는데. 그냥 또 빚이 는 것 같아서 그렇다. 일주일 전 상태에서 했던 생각대로 표현하자면, 사는 게 더 무거워졌다. 사는 쪽으로 더 무게가 실린다. 하루 더 살고 일주일 더 살고 한 달 더 살고 그걸 열두번 반복해서 일년을 채우고 살아 있는 만큼 빚이 는다.
죽으려면 한 살이라도 더 먹기 전에 죽어야겠다 싶었는데 결국 한 살 더 먹었다. 어 이런 중이암 말기 잠꼬대를 일일이 써놓는 건 나 보라고.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나 똑바로 보라고 써놓는 거다. - 라는 말도 일부러 써놔야 할 정도로 부끄럽다. - 그런데 그때 기분에는 꼭 그랬다. 어차피 못 갚을 돈이면 한 푼이라도 덜 빌려야 한다는 거랑 비슷....... 근데 또 살다보니 살게 되고 살 이유도 생기고 살만 하기도 해서 또 하루 하루 살았다. 어쨌든 지금은 살 만 하다.
생일이니까 나한테 뭘 해줄까 고민해보다가, 요 며칠 깨달은 것 몇 가지, 고민 몇 가지나 정리해 보기로 했음. 달리 뭐 질러주거나 할 건 없더라. 필요한 게 없는 건 아닌데 다 생활 상의 필요인거지 기념은 아니라서.
깨달은 것 몇 가지
1. 난 나 자신과 대화를 더럽게 안한다. 나 자신과 꼭 대화를 해야 할 때 다른 사람에게로 가버리는 식.
근데 사실 나는 이 문제에 대해 나 자신과 얘기를 해야 하는 상황인거지. 남한테 털어 놓으려는 게 아니라. 그냥 나랑 대화를 못 견디니까 나 대신 남을 데려오는 거다. 그리고 나 스스로랑 하고 싶은 의논을 그 사람과 실컷 한다. 남은 남대로 당황스럽고, 나는 나대로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해 서로 손해본다. 남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내 자신이 깊은 생각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남이 기껏 내게 가장 적절한 조언을 해줘도 난 나 자신을 깊게 보지 못하니까(날 봐야 할 눈을 다른 이에게 돌려 버리므로) 이게 정말 내게 필요한 것인지 캐치하지 못한다. 내지는 일부러 캐치하지 않는다.
요는 누군가를 붙잡고 막 하소연이 하고 싶을 때는 참고 혼자서 생각을 계속 해보는 편이 좋다...는 거. 하소연하고 싶을 때의 난 종종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도 모르는 것 같다. 그냥 내가 뭔가 존나게 불안하다고 비상벨을 신나게 눌러대는 거지. 남들이 밤 중에 놀라 깨서 달려오면 글쎄요.... 늑대가... 왔...나? 늑대가 오긴 왔는데........ 하고 말이 중언부언 늘어지고. 일단 억지로라도 혼자 생각하는 습관을 들일 필요가 있다. 남에게 달려가는 건 좀 나중에 해도 된다.
2. 의외지만 몸 움직이는 걸 좋아한다. 잘 하지 못할 뿐이다..... 의외지만 2222 몸 움직이는 건 내 문제 해결에 꽤 도움이 된다. 특히 집중하지 못할 때. 정신없이 어푸푸푸 거리다보면 생각이 튈 겨를이 없다. 물론 어푸푸푸 거리면서 해야 할 일을 못하지만 그래도 온갖 잡념이 휘모리장단을 치는 것보다는 낫다. 잡념으로 두뇌가 만석 되느니 차라리 텅 비어 있는 편이 기분 개선에도 도움이 되고....
3. 내가 엄청 눈에 띈댄다. ... 솔직히 말해 좋은 의미의 말은 아닌 것 같다. 그만큼 내가 때와 장소에 맞춘 행동을 못 한다는 뜻인 거 같고. 뭐 이건 전부터 알고 있긴 했으니..... 전부터 생각에 빠지면 남들 눈 신경 못 쓰기도 했고. 이와는 살짝 다른 차원의 문제로는 교수 코 앞에서 한 손으로 계속 낙서를 해댄다든가, 자세가 흐트러진다든가, 자기 발표하는 날 격하게 늦는다든가....... 전반적 불성실한 자세. 이런 행동들을 하면서 난 내가 눈에 안 띈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어디까지나 내 희망 사항일 뿐이지 살과 피로 된 인간이 공기가 될 수는 없는 거거든. 남들은 내게 큰 관심도 없지만 볼 건 다 본다는 거죠.
요는 그냥 사나 벌벌 떨면서 사나 눈에 띄는 건 마찬가지니까 마음이나 편하자는 거. 내 이런 면을 바꿀 생각은 별로 안 든다. 사람은 걍 생긴 대로 사는 거고. 불성실한 결 숨기기보다는 성실해지는 게 낫지.
4. 이대로라면 연애 못할 거 같아..... 역시 상담을 한 번 더 받아 봐야 할 거 같아.......... 근데 이거 상담 받는다고 해결될까? 아 뭐 이래 쫌 확실하게 뭐때문인지나 좀 알면 좋겠군.
5. 내 주변의, 나와 비슷한 나이 대의, 내가 소속된 집단의 사람들은 다들 나랑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더라. 그놈이나 저놈이나 도찐개찐. 난 나 혼자만 찌질한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 심지어 교수님마저 찌질찌질해질 때라고, 많이 찌질찌질하게 될 거라고 하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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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고민리스트
1. 글이 안 는다. 안 써지는 것도 안 써지는 거고. 쓴 것도 좋은 평을 못 받았다. 퇴고 한 차례 보지 않은 것이 이젠 스스로에 대한 변명같다. 한번이라도 시간에 쫓기지 않고 천천히 써볼 필요가 있다.
사실은 늘었을지도 모르는데... 그런데 어느 부분이 는 건지, 늘려야 할지 모르겠단 말이지. 날 잘 아는 사람들에게만 읽히는 글만 쓸 생각은 없으니 뭔가 좀 어떻게 해 봐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 그렇게 하면 정말 문제가 해결이 되나? 글이 늘까? 내가 재주가 있냐랑은 별개로, 이렇게 하면 글이 늘 것이다 -- 라는 방향이 전혀 안 잡힌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
2. 장편 구상 해야 하는데 쥐뿔 안 나온다.
3. 논문 계획서 갱신 해야 하는데 쥐뿔 안 나온다. - 방학 동안 관련 작품들을 읽어 보긴 했는데 답이 안 보인다. 망했다.
4. 비교 비평+발표할 작품들을 선정해야 하는데 당최 감이 안온다.
5. 2~4번의 문제들을 해결하기에 레알 시간이 촉박하다.
6. 일주일 전 상태+개찌질찌질이 언제 또 되풀이 될지 무섭다. 내가 헤어나올 수 있을지도 무섭다. 일주일 쯤 지나 생각해보니 '인정'한 덕분에 돌아온 것 같기도하고. 그런데 그 인정이라는 게 그래 나 이런 사람이야 ㅇㅇ 한다고 순식간에 될 거였으면 내가 이렇게 고민 길게 안하지.
7. 책 읽는 속도가 너무 느리다. 읽어야 할 게 너무 많은데...... 원인1. 머리가 나쁘다. 2. 집중을 더럽게 못한다. 3. 난독이다.
어느 게 가장 심각한 문제인걸까. 아무래도 2번이 제일 큰 것 같은데. 근데 왜 난 이렇게 집중을 못 하나. ㅇ<-< 이젠 이런 나한테 내가 지친다고.
8. 살이 안 빠진다. 아니 존나 느리게 아주 천천히 빠지고 있긴 하다. 근데 이게 뭐 뺀 게 뺀 거 같지가 않고 그래. 무릎도 나아지긴 했는데 여전히 조심해야 하고...
9. 여전히 내가 뭐가 문제인 건지 왜 자꾸 그러는지 잘 모르겠다 ㅇ<-<
10. 아씨발 올 해에 깔끔하게 졸업은 글렀고 근데 졸업시험은 봐야겠고 논문 준비도 해야겠고 글도 써야겠는데 취업 준비도 이젠 해야 하겠고 근데 일 하면서 글 쓸 수 있는 직업이 대체 뭐가 있을까 생각하면 웜매 눈 앞이 그냥 캄캄해져 버리는 것이고 아놔 나 어케 하지... ㅇ<-<
글
오늘
Walking
2011. 3. 9. 21:48
- 28인치 바지가 맞는다. 만세
- 학교 사람들이랑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다. 이런 얘기를 해도 된다는 것에 놀랐다. 더 놀라운 건 학교 사람들이 이미 내가 어떤 인간인지 파악하고 있었다는 거다. 딱히 이미지 메이킹을 열심히 한 건 아니었지만, 다들 '날 알고 있다는 게' 너무 신기하다. 어떻게 알았지? 나 공기같은 존재감 아니었나?;; 정확히 말하면 공기같은 존재감 워너비였던 거지만.......
뭐라고 해야 할까. 음. 물론 사람들에게 좋은 이미지만 남긴 건 아니었는데. 그렇게 들킬까봐 전전긍긍 자학해 왔는데 사실은 이미 들켰었다는 게 너무 웃겨서. 그렇게 열심히 고개 처박고 나 안 보이지? 안 보이지? 안 보일 거야 했는데 등짝에 나 여기 있음 이라고 써붙어 있었다니..... 난 대체 뭣때문에 그렇게 삽질을 했단 말인가????????????????????????????
아. 그냥 괜찮은 거였구나. 별 거 아니었구나. 싶어서 걍 헛웃음이 나오고 그래. 어차피 들킬 거 그냥 내멋대로 할걸. 그랬어도 죽지 않았는데.
- 역시 트위터에도 써놓은 거지만, 눈에 띄게 부지런해 졌다는 얘길 들었다. 기쁘다. 3월 3일에는 죽을 뻔 했는데 일주일 후에는 또 살살 행복해 지고 있다. 사약을 퍼마셨던 입에 알사탕을 한 알씩 물고 완전히 녹아 사라질 때까지 천천히 굴리는 것 같다. 사약을 먹은 덕분에 산 것 같기도 하고.
글
어느 감독의 상업영화 은퇴 선언
Walking
2011. 2. 28. 12:22
영화를 만든 사람도, 그의 영화를 본 사람도 원하지 않았던 은퇴 선언이 진짜 은퇴로 이어졌다. 영화 개봉과 함께 나온 선언이었고, 개봉 기간 내내 말은 조용히 현실화되고 있었다. 설마, 진짜 그러겠어? 어, 진짜 그렇게 되었네? 말한 대로 T.
섭섭하고 충격적이긴 하지만 넋이라도 있고 없는 상태가 된 건 아니다. 지난 한달간, 쭉 봐온 일이니까. 물론 속이 많이 허하긴 하다. 빈 지갑을 털어가며 극장에 네 차례 갔던 건 내가 네 번 다섯 번 보면 그가 은퇴를 안할 거라 믿어서가 아니라, 하지 않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네 번을 보든 사십번을 보든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내가 재벌 총수쯤 되어서 전국에 표 80만장을 뿌린다면 모를까.
이제와서 그 시간이 아깝다는 건 아니다. 시간이 아깝기는 무슨. 누가 내 목에 올가미 매고 영화관으로 끌고 가기라도 했나? 나는 이 영화가, 이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바와 그 대화 방법이 몹시 좋았다. 지난 한달간 나는 이 영화를 내가 할 수 있는 한 꼼꼼히 씹으며 즐겼다. 영화는 영화로서 막을 내린 것이고, 좋은 영화를 보여준 감독에게는 감사할 일이다. 그걸로 된 거다.
감독 죽었다는 소식도 아닌데 시일야 방성대곡은 주책일 뿐이지. 감독이 감독 그만 두겠다고 한 게 이니니까, 그저 '상업영화'를 찍지 않을 뿐이니까. 그러니까 호들갑은 떨고 싶지 않다. 나는 이 감독이 어떤 형태로든 창작 활동을 계속 해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가 멈춰서지 않을 거라는 걸 아니까, 아직은 괜찮다. 사람은 살아만 있으면 어떻게든 되는 거다. 그러니까 현재 이준익을 두고 슬퍼할 건 없는 거다. 이건 패스.
하지만 이준익이 은퇴하겠다고 한 세상에는 좀 슬퍼해야겠다. 250만은 아무것도 아니다. 아니, 250만이 전부다. 수치가 말한다. '나는 너의 영화에 관심이 없다.' '너의 영화에는소소비가치가 없다' 즉 ''너의 영화는 있을 자리가 없어.' '만들어질 수가 없어.'
모 기사에서는 '스스로 한 말을 지키기 위한 내키지 않는 은퇴'라는 표현을 썼으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번 영화와 250만 수치는 감독에게 명백한 하한선이었다. 그게 백오십만이든 십오만이었든 마찬가지였다. 신은 의인 열명만 있어도 소돔과 고모라 멸망 안 시킨다고 아브라함이랑 손도장 찍었지만 결국 소돔과 고모라는 좆망했다. - 에이 혹시 아홉명 쯤, 여덟명 쯤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좀 봐주지 그랬어. 지금은 없어도 앞으로 의인이 될 싹수가 보이는 사람이 두 셋 쯤 더 있을지도 모르잖아. 신 이 자비없는 새끼야.- 라고 할 수는 없는 거다. 의인 열명은 그 도시가 존재할 수 있는 최소 수치였으니까.
얘기하다보니 성경 얘기로 빠졌지만 뭐 이준익 영화 안봤다고 타죽어 마땅한 소돔인이라고 우기려는 건 아니다. 이준익 영화 안봤다는 게 이준익에 대한 거부도 아니고, 안 땡기면 안 보는 거고 돈 없으면 안 보는 거고 시간 없으면 안 보는 거지 뭘.
요는 감독은 신이 아니라는 거다. 신은 자기를 못 알아보는 놈들을 세상에서 아웃시키지만 감독은 자신에게 관심없는 세상에서 자기를 아웃시킨다. 감독의 상업영화 은퇴 선언은 감독으로서 살기 위한 탈출이지 지가 누운 관에 지가 못을 박는 생쇼는 아니다.(물론 원해서 즐거이 나가는 건 아니다.) 까놓고 말해서, 이 바닥이 내 영화 안보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영화를 보게 만드나. 이게 무슨 공익영화도 아니고, 정말로 표를 억지로 쥐어주고 2시간동안 극장에 몰아 넣을 수도 없는 것 아닌가.
사실 슬허하고 분노하는 건 지난 한달간 차고 넘치게 했다. 영화 만드는 사람 보는 사람 보지 않는 사람 하나 잡고 탓하기는 쉽고, 후자 쪽 둘에게는 이미 퍼부을 만큼 퍼부었다.(사석에서) 감독이 영화를 못 찍었네 관객이 머저리네 따지기 전에, 나는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되지 않은 것이, 사람들이 이러한 이야기에 관심이 없는 것이, 충분히 즐기지 못하는 것이 슬프다. 세상이 이렇게 되어 버린 게 슬프다. 그냥 영화 한 편 재밌게 본 1인일 뿐인데 왜 이렇게 오버하는지 나 스스로도 부끄럽다. 그런데 꼭 세상 수백억 사람 중에 250만명도 나랑 안 놀아준다는 걸 직접 봐버린 것처럼 슬프다. 지구가 온통 사막이 아니란 건 알지만 나는 사막에 떨어져 있는 기분이다. 정작 준익이는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찾아 가는데, 같은 바닥도 아니고 처지도 다른 20대 햇병아리가 이러고 있으니 더 웃긴다. 차라리 내가 친인척이나 지인이나 하다못해 같은 촬영장에서 얼굴 한 번 스치고 지나간 사이라면 모를까.
그리고 그냥 의문이 남는 거지. 난 뭘 해야 하나. 준익이는 250만 250만 하지만, 나는 15명에게라도 읽힐 수 있는 사람인가? 내가 세상에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쓰기도 전에 그게 무서워서 덜덜 떨고만 있겠다는 건 아니다. 다만요즘 세상에서는 나도, 너도, 아무도 이해받지 못하는 것 같아서, 우매한 누구누구들이 고매한 누구를 따시키는 게 아니라 모두가 모두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걱정이다.
이쪽이 나를 이해하지 못하면 나를 이해하는 저쪽으로 가면 된다. 이쪽과 저쪽이 모두 날 이해하지 못한다면 혼자서라도 그들이 없는 쪽으로 방향을 틀면 되겠지. 그런데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마저 어디에 섰는지 알 수 없고, 나 역시 그들을 이해못한다면 나는 어느 쪽으로 가야 하는 걸까.
읭 아니 어쩌다 얘기가 말하는 나도 못 알아 듣게 흘러가나.
간단한 두 문단 요약:
아이고 난 준익이 영화가 열라 취향인데 매소성 이제 물건너 가나 아이고 씨발 아이고 안돼 엉엉
+ 창작의 목표는 소통이라고 생각해 왔다. 무엇을 말하려 하든, 남에게 전달해줄 수 없다면 그건 틀린 거라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소통이 아닌 타협이 되고 나는 벙어리 뻐꾸기만 되어 버리는 상황이 되면 그때에도 이 방법을 고수해야 하는 걸까. 다른 방법이 없는 걸까. 지금 난 누구에게 보여줄만한 작품 하나 쥔 게 없지만, 이런 고민은 때 닥치면 하라고 미뤄둬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뭐 대강 이렇게 되네요. 넹. 그래서 심란하다는.'ㅠ' ㅇㅇ
글
0227
Walking
2011. 2. 27. 03:11
나는 내가 될 거다. 아무도 부정할 수 없는, 아니 누가 부정한다고 해도 떳떳한 내가 될 거다.
- 라는 말을 어딘가에는 적어 놔야겠는데. 트위터는 적당한 곳이 아닌 것 같아서 일단 블로그에 걸어 놓음.
결국 중요한 것은 내 세계의 확장이다. 나는 아주 어렴풋하게, 그럴 수 밖에 없다 - 라고 애둘러 생각하던 것을 누군가는 또렷하게 새겨 놓은 걸 보니 기분이 묘해졌다. 시큼하기도 하고 따끔따끔하기도 하고.
- 겨울 내내 상태가 좋지 않았다. 몸도 마음도 비실댔다. 많이도 넘어지고 늘어졌다. 오늘 친구가 와서 울었다. 내가 정신을 못 차리는 게 이 친구까지 힘들게 했다. 올 것이 왔구나 싶고, 내가 무슨 짓을 했나 모골이 송연해지고, 어떻게 앉아있어야 할지 모르도록 부끄러워지고, 내가 누군가에게 이런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게 기쁘기도 했다. (마지막 줄은 내가 썅년이다.)
결국 손을 붙잡고 미안하다 어떻게 하나란 말 밖에 못했다. 그 후에 여러가지 얘기를 했지만. 이 친구가 날 잡아서 이런 얘기를 하기까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내가 얼마나 상처를 준건가, 내가 어떻게 하길 바란걸까. 이런 생각을 하면 역시 멍해지고.
네. 저는 전후좌우로 또 20년치 하이킥 감을 쌓고 있습니다. 아이고. 그러니까 20년어치 민폐질을 한 만큼 잘 할게요. 친구야 미안해 정신차릴게 ㅇ<-<
- 3월을 앞두고 조금씩 정신줄이 돌아오는 건 좋은 일이다. 정신줄 맛이 참 떫떠름하다. 아마 제대로 미각이 돌아오면 겁나 씁쓰레하지 싶다. 나는 뭘하고 싶은가. 내가 해야 할 일은 뭔가. 그걸 위해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정신이 들고 제일 먼저 든 생각은 너무 약하고 모자라다는 거다. 속 텅 빈 마른 갈대줄기다. 수수깡 인형이다. 지금까지 내가 행하던 방식대로라면 그렇다. 이제부터는 무엇이 될지 모르겠다. 또 얼마 시간이 지나서, 다른 방식으로 누적물을 쌓은 다음 다시 거울 앞에 서면 그때 답이 나오겠지. 일단은 마음껏 하고 힘껏 살자.
글
착하다 할 수 있지
Walking
2011. 2. 25. 17:37
이것만 하면 할 수 있는 일
- 멤버들이랑 놀 수 있다.
-> s랑 밥을 먹을 수 있다.
-> e랑 황산벌을 볼 수 있다.
- 평양성 팬픽을 쓸 수 있다.
- 모 망썰 본편을 쓸 수 있다.
- 창세기전2를 마저 할 수 있다.
- 악튜러스를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거 cd 인식 되려나.)
- 빌린 책을 모조리 다 읽을 수 있다. 더 빌릴 수도 있다. (이젠 소설의 이론마저 너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 일요일 소모임에 비교적 당당히 갈 수 있다.
- 잘 수 있다.
- 나갈 수 있다.
- 카레, 카레를 먹자. 나는 카레라든가를 원한다. 카레. 카레. 아니면 일본 라멘.
이걸 안하면 생기는 일
- 저 위의 모든 걸 지금 당장 할 수 있다.
- 대신 소모임에서는 석고대죄해야 한다.
- 고자도가 올라간다.
그러니까 제발 쓰자. 잘 쓰지 않아도 되니까 꼭 200자 원고지 80매 안 채워도 되고 블로그에나 올릴 설정나부랭이여도 좋고 구상 그딴 거 없고 중이병맛 유치뽕빨 병크여도 되니까 쓰자고. 어? 써, 쓰라니께? 아 좀 쓰라고????????????????
좋아. 불가능하니까 붙이는 조건인데. 1. 이거 오늘 밤 12시까지 쓰면 2월 다 가기 전에 카레를 먹으러 가겠어.
2. 12시 전에 다 못 쓴다고 해도 다 쓸 때까지 웹서핑+게임+책 읽기+메신져 등등 딴 짓을 안하면 2월 가기 전에 라멘.
2번 어기면 3월 다 갈 때까지 카레+라멘은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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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익을 공격한다.
Walking
2011. 2. 1. 22:38
- 그럼 돼.ㅇㅇ
- 뭐 이렇게 매력적인 노친네가 다 있지? 이런 씨발.
- 남브라더스가 발려서 살 수가 없네
- 기대는 했지만, 절대 황산벌보다는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아마도 황산벌의 78% 쯤일테고, 50%만 쳐줘도 볼만할 거라고 생각했지. 그리고 150% 발렸음. 다시 황산벌 보면 또 어떨지 모르겠지만.
- 곱씹는 모든 장면이 발린다. 아 개발려.
- 이준익은 언제 무릎을 꿇려야 하는지 아는 감독이다. 그것만으로 훌륭하다.
- 남건 뇌는 근육이야. 레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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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Walking
2011. 1. 31. 08:53
역시 꿈은 강하다. 잡소리 안하고 한번에 핵심을 찌른다.
내가 s네 학교 연극부에서 올리는 레베카(쿤체, 르바이 작사 작곡) 주연을 하게 되었다. 다짜고짜 첫 공연 직전 리허설부터 시작했다. 솔로곡을 불렀다. 일어나서 생각해보니 레베카 속 노래가 아니었던 것도 같지만 비중은 대략 '병 속의 시간'이나 '오늘 밤 난 세상에 마법을 걸거임'같은 주인공 솔로곡이나 '내가 미세스 드 윈터야!' 급으로 주인공 강세 곡 정도였다. 초중반부는 어떻게 불렀다. 후반부에서 한 두 마디가 기억나지 않아 뭉겠다. 다행히 후반부는 조연들의 코러스가 들어갔기 때문에 반주 끝까지 넘어갈 수는 있었다.
그 다음 바로 본 공연 시작이었다. a, s와 함께 관객석 뒤쪽 1열 왼쪽 가장자리에 나란히 앉았다. (이쯤에서 다시 생각해보면 s네 학교 공연장 관객배치가 아니다.) 공연 참가자들은 모두 앞쪽에 있었다. 고등학교 때 같은 동아리였던 k와 비툴 커뮤니티하면서 만난 l님도 참가 중이었다. 관객석은 어둡고 이미 관객들이 들어와 자리를 잡기 시작하고 있었다. 내 자리에 짐을 내려놓고 일어나는데, 주인공 첫 노래 가사가 기억나지 않았다. 당연하지. 독일어로는 들어봤고 읽어봤지만(독일어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게 아니라, 독일어 표기를 읽어 봤다는 뜻임) 한국어로는 h님 번역 외에는 접한 적이 없는데. 뮤덕질 시들해진 후 한번도 음반을 듣거나 가사를 확인해본 적도 없고, 내가 지금 기억하는 건 어렴풋이 떠오르는 독일어 발음과 h님 번역 상 어느 마디 내용이 대강 이렇다는 것 뿐이라.
당황해서 앞에 있는 l님께 가서 대본집을 빌렸다. l님은 대본집은 본인도 써야 하니까, 가사만 따로 적어 컨닝페이퍼처럼 만든 쪽지를 주었다. 급하게 훑었지만 당연히 한 소절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더군다나 l님 등장하는 부분 가사가 쓰여있지 내가 필요한 부분 가사는 없었고. 다시 가서 대본집을 빌릴 수 없을까 물었다. 아무래도 그건 어렵다는 것이었다. 가사가 실려있을지도 몰라서 프로그램북을 펼쳐봤다. 그런데 프로그램북 4/5~5/6지점까지 반지의 제왕 동인지 원고만 실려 있었다. 가사는 30p에 있다는데, 페이지 순서도 엉망진창이어서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결국 더 늦기 전에 못하겠다, 언더라도 올리라고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연출(?)에게 갔다. 가사가 갑자기 기억나지 않는다.(갑자기는 얼어죽을, 이라고 생각했지만.) 도저히 무대에 설 수가 없다. 연출은 어쩐지 가사 표현에 문제가 있더라, 그래도 되는 데까지 해보라고 권했고 난 했던 말을 반복했다. 그러자 의외로 쉽게 그러마, 하고 응낙이 나왔다. 응낙하면서도 연출은 몹시 태연했다. 얼굴을 정면으로 마주 보고 있었는데 표정이 전혀 변하지 않았다. 깨고 나서도 얼굴 생김새가 다 기억난다. 약간 마른 체형에 큰 키, 하지만 프로포션이 좋은 건 아니고, 좀 멋이 없는 편이었다. 올백 포니테일에 자두같은 얼굴형, 붉은 기가 살짝 도는 갈색 피부, 실눈, 그에 못지 않게 소박하게 생긴 코와 입, 주근깨. 날 내려다보며 '다음 해에 다시 한 번 해보세요. 여기에서 같은 극을 올릴 경우에 연락을 할 수도 있어요.' 라고 대단히 침착하게 말했다. '같은 극을 올릴 리도 없고 1년이나 지난 시점에 초연날 펑크낸 사람을 부를 리가 있냐.' 라고 생각했지만 알겠다고 하고 물러났다. 돌아서는데 기분이 참 시원찜찜 서운털털했다. 손등에 실험용 알코올 바른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 싸-한 느낌.
관객석 뒤쪽의 내 자리로 돌아오니 a가 어떻게 했냐고 물었다. 한대로 대답했다. 그리고는 역시 한 번 연습도 같이 하지 않은 사람들이랑 어떻게 뮤지컬을 하냐고 부연 설명했다. a가 놀라며 주연이면 당연히 연습을 해야지, 왜 하지 않았냐고 한마디 했다. 그러게, 왜 하지 않았지? 뭐 하다가 오늘이 된 거지? 가사 정도는 외울 수도 있었잖아. 주연이 되고 오늘 리허설을 하기까지 시간이, 꼭 어두운 관객석처럼 흐릿했다. 무릎이며 학교 과제 얘기를 하려다가 그거 다 뻔한 핑계라는 생각이 나서 관뒀다. 그리고 깼다.
뭐 해석이 필요 없는 것 같은데. 깨고 나서 '그러게, 왜 하지 않았지? 뭐 하다가 오늘이 된 거지? 가사 정도는 외울 수도 있었잖아. 무릎은 다 핑계야.' 하는 생각을 몇초 정도 더 하고서야 현실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더 멍해졌다. 아니 시발 내가 얼마나 삽질을 했기로서니 꿈까지 날더러 현실을 보라고 하지?
전반적으로 강했지만 몇가지 인상적인 부분이 있다. 극장에서 내 자리 위치라든가, 공연 참가자 중에 l님과 k가 있다든가. 프로그램북의 상태라든가. 못하겠다고 말할 때의 내 말투라든가. (가사를 못 외웠다고 하는 게 아니라 잊어버렸다고 했다.) 내가 못하겠다고 했을 때 연출-주변인의 반응이나, 그런 것들.
아마 내가 한번도 배우들 대기실 같은 곳에 들어가 본 적이 없으니 객석 형태로 상상한 게 아닐까 싶은데. 아무튼 뒷자리 1열이라는 게 웃긴다. 공연 참가자 지인들은 무슨 기준으로 선발된건지는 모르겠는데, 글쎄. 아마 내가 열등감을 느끼는 상대가 아니었을까. 둘 다 길고 하얗고 예쁘다. 내가 아무리 살이 빠지고 존나 잘 꾸며도 저렇게는 못 되겠지 - 라고 생각하는 부류로 이쁘다. 감자를 깎아 놓는다고 사과가 되는 건 아니니까요. 그리고 존잘이고. 자기 능력 살려서 밥 벌어 먹고 있고. l님의 경우에는 나보다 다섯살 쯤 연하인데다 사실 내가 이분이 뭘 하는지 구체적으로 모르기는 한데.(그렇게 따지면 k도 모르지만.) 어, 그분이 속해 있는 집단 전반에 있는 진지한 자세때문에 나온 것도 같다. 아무튼 나랑은 다른 거다. 나랑은. 내가 되고 싶다고 생각해도 될 수 없는, 하지만 참 긍정적으로는 생각하는 모델?
프로그램북 상태...는 아무래도 걍 내 머릿속인 것 같은데. 사실 이것보다 더 찔리는 건 내가 다른 사람에게 대본집을 빌리려 했다는 거다. 문제를 자체적 능력으로 해결할 마음이 업ㅂ는 거지 이건. 내가 하는 게 늘상 이런 식이라고. 어. 그런데 내게 호의있는 상대에게 어떻게 빌린다고 해도 결국 그건 내 답안지는 아니라는 거. 어찌어찌 대백과사전을 찾아 연다고 해도 내 항목은 죄 페이지가 뒤집어져 있고 내용물은 취미일색고..... 넹 그냥 한마디로 준비가 전혀 안되어 있다는 거야. ㅇ<-<
그래서 꿈님은 말했슴미다 너님 이대로라면 딱 이러케 망함미다. 주연을 맡는다 해도, 아무것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준비도 연습도 하지 않은 채, 대본도 읽지 않고 무대에 오르려다가 물러나게 될 거라고. ㅇㅇ. 무대를 밟을 기회가 언젠가 여건이 다 맞추어진다면 다시 불러질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바라는 게 웃긴 기회 정도로 격하된다. 핵심은 개간단해. 왜 연습 안했어?
... 내가 오죽이나 답답했으면 꿈이 이렇게 친절가이드를 하지.... 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