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다음에는 당연히 워스트지. 




제일 흔하게 나오고 제일 밋밋한 차림인 화가(1) 표정은 참 좋은데..... 



신나게 업보 올리고 기대했다가 할 말을 잃은 마왕(5) 요기가 넘친다는 점에서는 마왕 답긴 한데..... 그래 척 봐도 세상의 적으로 보이긴 하는데.....


많이 도는 짤 불량배 (9) 이 짤을 잊고 있다가 엔딩샷보고 아 맞다 이게 너였냐 ... 대놓고 노린 자세인 건 알지만 너무 억지스러움.



...저런 호박은 용서가 안돼. 벗어 버려 딸. 어차피 도덕심 모자라서 배드엔딩 뜬 거...기사(49) 따위 안해도 그만 아닌가. 



용사(55) - 나쁘진 않지만 이거보다는 좀 더 멋있길 바랐음. 




주점주인(25) 역시 나쁘진 않지만 이거보다는 좀 더 요염하길 바랐음. 얼굴이 확대되어 있는데 하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이미지가 도드라짐. 



뭐 병사(46)다운 병사 엔딩... 억울할 건 없지만 별로 재미도 없다. 그래도 투구 디테일은 마음에 들지만. 



순서는 내가 보기에 가장 예쁜 그림 순 



미장이 - 엔딩 본 건 34번째 

직업엔딩은 아무래도 수수할 것 같아 별 기대를 안했는데 의외로 가장 재미있음. 개중 표정 포즈 분위기 다 제일 마음에 든 게 미장이. 표정 레알 평화롭다. 





가장 여성스럽게 예쁜 국왕의 첩(11). 이것도 별 기대 안했는데 (쭈구렁 할배 첩이나 되고...) 엔딩샷 = 여신. 내 딸이 이렇게 이뻤다니 국왕 이 새기. 그건 그렇고 왕궁과 엮이는 엔딩이 나올 때마다 국왕이 참 병신으로 묘사되어서 웃김. 딸내미 발목을 붙잡고 늘어지며 이 왕국의 여왕(왕비, 재상, 장군, 주교, 재판관, 용사 등등) 감은 너밖에 없다고 아주 사정 사정... 특히 딸에게 눈독을 들일 때는 나는 이제 늙었다고 다 죽는 소리를 해대는데, 곧 죽는다면서 젊은 애는 왜 부인(내지 첩)으로 들이는가? 에라이... 




유능계 엔딩 중 가장 마음에 든 재상(53). 왜 항상 계열 최고 엔딩보다 세컨드 엔딩이 더 멋있는 건지 의문. (그래도 프메2 여왕 엔딩이 프메3보다는 낫지. 프메3의 그 담요 두른 꼴보다야... ) 모자의 테두리 장식 부분이 좋네요.'//' 전체적으로는 이런 풍 저런 풍 짬뽕같지만 표정도 의기양양하고 분위기 good. 





백작부인(13)

역시 왕비 엔딩보다 훨씬 이쁨. 머리스타일이랑 목 장식 독특하다.'//' 화려하면서도 깔끔하다. 





묘지기(23)

저 램프 불빛이 너무 마음에 들어...! 바지는 몸빼에 들고 있는 소품은 삽이지만 전반적인 분위기 최고. 얼굴 반편에 그림자 드리운 거 좀 봐/// 처음 스르륵 이미지 뜰 때 정말 놀람. 

그러고보면 프메2 엔딩샷이 정말 엄청 정성들인 듯. 한 캐릭터로 굉장히 다양한 이미지를 잡는다. 볼수록 빠져 드네. 




비슷한 이유로 감동한 사냥꾼(26) 우와 포즈다 표정 봐 그런데 둘러맨 짐승은 대체 뭐지? 맷돼지인가 사슴류인가?




왕궁마법사(44) 프메2에서 가장 매력을 느끼는 부분이 마법. (무사수행은 솔직히 돌다보면 귀찮아.) 엔딩샷도 무사 계열보다 훨씬 나음. 포스 넘치잖아. 뭐 있어 보이잖아. 너무 한 가지 스타일 (문신. 강렬한 머리숱. 강한 표정. 이색적인 액세서리)로 밀어붙여서 좀 지겹긴 하지만. 

그나마 계열 최고 엔딩 중 가장 괜찮다.




 

현상금사냥꾼(47) 무사계열 엔딩 중 제일 괜찮다. 시원쌈박한 표정. 만만찮게 시원한 하의페션. 용사, 기사 엔딩이 매우 불만족스러워서 상대적으로 점수가 올라감. 무사 계열 중 제일 재미있게 사는 것도 같음. 

이기적 유전자에 소개된 일화. 어떤 개미 종은 일벌레라는 존재가 아예 없다. 개미가 홀몸으로 다른 개미 굴에 들어가면 그 굴의 일개미들이 돌변해서 자기들 여왕개미의 머리를 잘라버리고 침입자를 여왕으로 섬긴다. 이런 행동은 침입자 개미의 다른 개미들에 대한 강력한 최면으로 일어난다고 함. 

이번에 엠나비 보는 내내 이기적 유전자에 소개된 이런 일화들이 계속 생각났음. 포인트는 침입자-사기꾼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사기꾼에게 속는 피해자의 상태. 스스로 제 생명줄(일개미에게 알 낳는 여왕 개미란 자기가 살아가는 이유인 거니까)을 끊어 버리는 일개미와 (연극 관점에서-프랑스에서 15년간 생활하는 동안에는) 제 사회적 생명줄을 갉아먹어버린 르네 갈리마르가 상당히 겹쳤다는 거.ㅇㅇ


요는 '속박 상태'에 한 번 이르면 이건 의식적으로 끊을 수 없다는 거임. 한 번 불러일으켜진 환상은 대상을 떠나서까지도 피해자를 조종하는 거임. 그래서 르네 갈리마르가 마지막에 남기는 말은 '직시할 수 없었다.'인 거지. 직시하기 싫어. 가 아닌 것이다. 송이 제시한 환영을 받아들인 순간부터 갈리마르는 이 환영의 숙주가 된 거니까. 마지막 자살씬이 순교자 분위기가 나는 건 바로 이 때문. 광기때문에 죽는다면 저런 분위기는 나지 않을 거야.  








5월 1일, 5월 17일 관람. 세종문화회관. 르네 갈리마르 역에 김영민 릴링 역에 정동화 / 김다현 


- 사랑하던 여자의 실체를 알았을 때 그저 한 남자에 불과하다는 사실, 그것만은 직시할 수 없습니다. 


이 극은 과연 권력에 대한 이야기인가, 사랑에 대한 이야기인가. 한 남자의 환상을 유지시킨 것은 송의 지독한 속임수였나, 그의 집요한 욕망이었나? 시커먼 열등감과 불안하게 흔들리는 정신, 무너지는 현실. 갇힌 몸. 작은 창으로 햇살처럼 쏟아져 들어오는 비웃음. 그 와중 홀로 선명한 그의 나비. 



무대는 몽환적이다. 시작은 몸은 감옥에, 정신은 제가 만든 새장에 갇힌 르네 갈리마르의 자기 소개. 그의 좁은 행동반경 안에는 온갖 환상들이 겹겹이 일어나고 뒤섞인다. 극에 대해 기본적인 소재 '남자가 남자를 속이고 20년간 아내 노릇을 했는데 알고 보니 스파이. 프랑스인과 동양인' 밖에 모르고 갔기 때문에 르네를 보고 꽤 놀랐더랬다. 난 르네가 훨씬 멋지고 탐미적이고 여유있는 고위층 서양 남자일 줄 알았거든. 

  그런데 이 르네는 처음부터 적나라했다. 결정적인 실패를 겪기 전부터 그는 왕따였고 하급공무원이었고 발기부진이었다. 공연 처음부터 끝까지 약자이자 배신당한 편이었다. 심지어 극 후반부 변신(...)한 릴링의 환상을 쫓아낼 때에도 그는 주도권을 쥐지 못하는 듯 하다. 

반전은 없었다. 파멸은 송과 만났을 때부터 이미 정해진 길이었다. 다가오는 끝을 치명적인 환상으로 덮어쒸우려던 한 남자의 몸부림만 있을뿐.


 초반 이야기 전환은 좀 당황스러울 만큼 빠르게 진행된다. 어린 시절에서 르네가 중국으로 갈 때까지의 과정과 오페라 나비부인에 대한 환상이 번갈아 튀어나온다. 모두 필요한 이야기꼭지들이고 재미있는 연출이 많다. 르네의 나비부인 연기를 무대 오른쪽 위에 나비부인으로 분한 송이 따라하는 게 특히 좋았음. 

  하지만 역시 어린 시절 르네랑 대학 시절 르네랑 나비부인이랑 청년 시절 르네 얘기 오가는 사이의 텀이 너무 짧다. 나비부인 이야기에 좀 집중을 하려다 보면 쑥 르네 본인의 회상으로 점프를 하는데 그 회상시점이 아까 나온 회상시점하고도 또 다르고. 배우가 말그대로 여기저기로 점프를 하면서 진행하는데 약간 따라가기 힘든 게 사실임. 


아. 난해한 건 아니다. 급박한 거지. 르네의 기본 욕망을 설명하지 않고는 극을 끌어나갈 수 없으니까 어쩔 수 없지 싶지만서두.'ㅠ' ㅇㅇ 



하지만 송이 등장하면서 이야기가 본 궤도에 오르고 그 후부터는 쭉 집중하게 된다. 그들의 만남이 몇십년에 걸쳐 일어났기 때문인지 전환도 여유로운 편. 르네는 송을 아름답게 회상하지만 공연은 아름답지 않다. 르네가 주인공이니까.ㅇㅇ 르네는 아름답지 않거등. 추하거등. 르네 왈 가장 추하고 별 볼 거 없는 놈들이 가장 아름다운 걸 원한댔거등. 관객이 몰입하게 되는 건 아름다운 송이 아니라 송을 두고 벌이는 르네의 추태니까. 송은 그 추태에 이쁘게 두른 붉은 리본이지.


아무튼 김영민씨가 워낙 단단하게 르네를 꽉 잡고 있어서, 어느 릴링으로 보든 극 완성도나 안정감은 아주 좋다. 르네는 처음부터 끝까지 찌질하고 처절하다. 그의 나약한 정신은 자그마한 자극에 금방 굴복하고 거만하게 부풀어 올랐다가 마구 쪼그라든다. 송이 변신한 후 르네의 연기는 레알 무대를 쥐락펴락하는데. 그 힘이 죄다 외부가 아니라  제 내부를 붕괴시키면서 나오는 힘이라는 거. 매번 무대때마다 저걸 해낸다니 김영민씨 정말 대단하다... 저렇게 무너진 다음 자살씬 마무리는 폐허 위에 부는 바람 한줄기 같이 헛헛해서 참...'ㅠ' 네 좋다고요 ㅠㅠㅠ// 


릴링은 배우마다 성격 차가 좀 있는데, 정동화는 좀 더 고고하고 김다현은 아름답고 순순하다.(흑흑 비쥬얼적 현실이란 것이 한몫을 안한다고 할 수가 업 ㅅ는 것이... 정동화의 어깨란 것이...) 재미있는 건 변신 이후인데, 정동화의 송은 나비일 때 내내 도도하고 냉정하고 흐트러지지 않다가 변신 후 오히려 매달리고 유혹하려 든다. 김다현의 송은 변신을 하고 나면 내내 굉장히 쿨다운. 르네를 덮(...)칠 때도 '진짜 힘을 가진 사람'이 야단을 치는 것 처럼 보임. 잘못을 일일이 지적해서 르네 눈에 들이대주는 듯 함. 두 릴링이 변신 후 르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다른 듯 하다. 개인적으로는 정동화 송 쪽이 마음에 든다. 움직임 완성도도 정동화씨 쪽이 좀 더 잡혀 있는 듯 하고. 색이 짙음. 두 공연 모두 좋았지만 김다현을 보고 나니 정동화 공연이 많이 고프더라는. 뭐 그런 이야기. 


아. 그러고보니 어제(17일 공연)는 로비에서 싸인회가 있었음. 김영민씨 정말 맑게 생기셨더라.ㅠㅠㅠㅠ 아니 공연 보러 가기 전 트위터에서 한참 제레미 아이언스 보기 황송한 남자라고 핥았는데 그런 사람을 또 보다니 뭐지 사실 '보기 황송한' 인종이 생각보다 흔했던 거냐 아님 내가 싼 여자인 거냐 //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는 갑자기 닥쳐온 상실로부터 시작해서 그 상실을 관통해 나가는 이야기다.

토마스와 엘빈, 두 사람의 이야기의 시발점은 엘빈어머니의 죽음이다. 아직 학교에 입학하지도 않은 여섯살 아이에게 어머니의 죽음은 어처구니없는 재앙이다. 

이후 그들을 만나게 해준 선생님의 죽음, 오랜 시간이 흘러 마법의 책방을 운영하던 앨빈 아버지의 죽음. 그리고 앨빈의 죽음까지. 이들 어린 시절의 아름다운 추억과 이별은 모두 이 죽음이라는 큰 계곡 사이를 흘러가는 시냇물인 셈이다. 토마스는 내내 앨빈과 자신의 이야기에서 놓친 게 무엇일까 고민하지만. 글쎄. 앨빈 말대로 그가 놓쳐버린 그 순간은 도저히 찾을 수 없고, 찾는 다 해도 토마스가 책임질 수도 없다. 틈새는 그들이 스쳐 지나간 죽음 그 모두니까. 앨빈은 그 계곡 틈새에 남았고 토마스는 바다로 갔다. 


친구의 인생이 바뀐 순간을 놓친 게 토마스의 죄는 아니다. 죄라 해도 토마스만의 죄는 아니다. 그뿐 아니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그 짧은 순간을 붙잡지 못한다. 산다는 건 죽음과 마주하는 것을 계속 미루는 것이다. 남은 사람이 할 수 있는 건 그저 살아남아서, 살아남아 있는 동안 송덕문을 쓰는 것뿐이다. 언젠가 자신의 꽉 막힌 인생이 끝나는 때에는 또 뒤에 남은 누군가가 그의 빈 책장을 송덕문으로 채워주기를. 톰과 조지. 영원히 함께. 수천 쌍의 천사들과. 


한 번 만들어진 이야기는 절대 사라지지 않아.

ㅅ 스타벅이 꿍시렁대면서도 갈등을 대놓고 드러내진 못해서

     별로 어 어 하고 걱정되지 않는

     총 꺼내 들었을 때 오히려 놀란 <-


D  숟가락을 꺼내면 이상하잖어


ㅅ 숟가락으로 때려 ㅋㅋㅋㅋ

    쫓아다니면서 ㅋㅋㅋㅋ

     ...어울린다 젠장 ㅋㅋㅋㅋ


D  죽을때까짘ㅋㅋㅋㅋ

    난 왜 그림이 안되나

    야 그려줘



그래서 쓰던 모비딕 감상은 마저 안 쓰고 이런 걸 그리고 있는 나란 인간 








1000年女王 극장판 주제가 

lyrics 


floating down from the sky
lovely angel queen it's you. 
shaken from her long sleep 
lovely angel queen it's you

when we will say goodbye
there'll be no tears from me

time passes by so fast
i love you
i'll remember you
forever

one thousand years she rules the earth
lovely angel queen it's you
lighting flashes cold as ice 
changing everything she sees
touching others like a child
loving others for a while

come and take my hand, my heart
in time we will be together

when we will say goodbye
there'll be no tears from me

time passes by so fast
i love you 
i'll remember you
forever

when we will say goodbye
there'll be no tears from me

time passes by so fast
i love you 
i'll remember you
forever


i can find you anywhere
where do you come from
where are you going back 


중학생 때 투니버스에서 뮤직비디오를 본 후 잊을 수가 없었음.
소름이 오싹 돋고 되게 가슴 어디가 메여왔다. 지금은 그때만큼 세진 않지만 여전히 너무 좋다.
어렸을 때는 예쁜 메텔 옆에 철이같은 감자덩어리가 붙어 다니는 게 참 마음에 안 들었음. 그런데 정작 저 뮤직비디오 볼 때는 또 왜 메텔 옆에 철이가 없는 건지 섭섭했더랬다.  


다음 웹툰 리그 1부 연재작 카산드라  (http://cartoon.media.daum.net/league/view/1219
)
작가 이하진 



- 카산드라 49화 중 일부- 위 카산드라 아래 헬레네.
아 새삼 ... 독보적으로 아름다운 헬레네다.

  리뷰를 길게 썼지만, 이 긴 글은 그저 내가 카산드라에 하고 싶었던 찬사를 늘어 놓은 것뿐이다. 이 작품에 대한 추천사라면 한 마디면 족하다. '가서 봐.'3'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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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웹툰의 가장 큰 장점이자 특징은 접속하기 쉽고 빠르게 넘어간다는 거다. 그래서 그만큼 자주 클릭하지만 또 그런 만큼 큰 기대는 하지 않게 되는 게 보통이다. 연극이나 영화를 보러 외출하는 과정, 책 한 권을 고르고 첫 장을 읽어나가며 내용을 점치는 과정이 웹툰에는 없으니까. 지금부터 즐길 작품을 뜸들여 '특별한 것'으로 내면화하기에 마우스 클릭 속도는 너무 빠르니까 말이다. 

  그런데 가끔 이런 장르 특성을 사뿐히 즈려밟고 우뚝 서는 작품이 나온다. 분명히 이 작품이 이 장르 특성을 가장 잘 살린 작품은 아닌데, 그 어떤 작품 못지 않게 재미있다. 이런 작품들은 도저히 별점으로는 점수를 매길 수가 없다. 별점제는 작품을 개시한 사이트에서 제시한 기준인데, 내가 이 작품에서 받은 건  이 기준 안에서는 도저히 다 표현할 수가 없으니까. 

  최근 다음 웹툰 리그에서 55화까지 연재된 카산드라는 그야말로 '추천 한 번 꾹' 누르고 만족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작품이다. 원래 재미있는 이야기란 게 한 번 정주행 시작하면 끝까지 가게 마련이긴 하다. 하지만 읽는 내내 이 작품을 읽는 시간이 하나도 아깝지 않은 건 물론이거니와 특별해지기까지 하다면 그건 단순히 재미만 있는 수준이 아닌 거다. 위에서도 얘기했듯이 웹툰이란 건 바쁜 일상 중에 틈틈이 넘겨 보게 마련이지, 각잡고 보게 되는 게 아니니까. 
  그런데 나는 이 작품을 작품의 원안인 고대 서사시 읽듯, 그만한 무게감을 받으며 읽었다. (아까부터 의도적으로 읽었다-라는 말을 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뒤에서 더...)  웹툰에서 이만큼 출중한 스토리를 뽑아내는 작가는 본 적이 없다. 게다가 이 작품의 원작이 워낙 유명한 이야기 트로이 전쟁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원본 신화와 호메로스의 서사시들. 이야기가 레벨이 높은 게 당연한 게 아니냐고? 저렇게 유명하니까 오히려 제대로 된 이야기를 만드는 건 훨씬 어렵다. 원래의 이야기 자체가 힘이 세니까 그걸 다시 입맛대로 요리 조리 굴리려면 내 혀 힘이 엄청나야 하는 거다. 게다가 이게 대체 언제적 얘기냐고. 트로이 전쟁이 추정 BC 13~12세기에 일어났던 일이고 호메로스가 일리야드를 쓴 것도 BC 9~8세기다. 아무리 유명하고 수없이 리메이크된 일화라 해도 '원래 있었던 일' '그 당시 자료'까지 닿는 데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그만큼 단순한 호기심, 현대적 감성만 가지고는 제대로된 이야기를 만들 수 없다. 아. 이런걸 무시하고 대충 이야기 만들면 어떻게 되는지는 그냥 요새 메이저 방송사에서 매주 잘 보여주고 있으니까 더 짚을 필요도 없겠다. 

  아무튼 카산드라의 작가는 저 난제들을 해결하는 정도가 아니라 구워삶아가며 이야기를 끌어가고 있다. 트로이 전쟁에 대한 작가의 해석은 독특하다기 보다는 견고하다. 그리고 그 견고함이 다른 흔히 볼 수 없는 독특함으로 치환된다. 독자에게는 생각도 못한 진수성찬이다. 편의점 문 열고 들어갔는데 갑자기 9첩 반상이 펼쳐져 있는 격이다. 

  그렇다면 이 특별한 상의 상차림은 어떨까. 
  이야기는 저주받은 무녀, 트로이의 공주 카산드라와 아프로디테가 인정한 세계 최고 미녀 헬레네의 각축전이다. 지성의 신 아폴론의 무녀와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무녀가 맞선다. 그러나 두 여인에게 깃든 건 신이 아니다. 신보다도 날카로운 지성과 섬뜩한 권력에의 욕망, 그리고 확고한 의지다. 두 여인의 긴장관계는 그들을 둘러싼 엄혹한 환경에 의해 더욱 굴곡지고 뒤엉킨다. 작가는 두 여인에게 신적인 능력을 부여하지만 결코 그들이 신처럼 마음껏 움직이게 하지 않는다. 저 세계는 여자라면 얌전히 남자의 전유물이 되어야 하는 고대 왕국이고, 하물며 전쟁 중이다. 두 여인의 앞뒤로 만만치 않은 수많은 전쟁 영웅들이 포진해 있다. 그들은 그녀들을 원하고, 증오하고, 경원하면서도 소유하려 한다. 카산드라는 이 모든 이야기들을 짜임새 있게 찬찬히 쌓아 올린다. 이들 모두가 부각되면서도 절대 번잡스럽지 않다. 굵직한 이야기가 조급하지도 느리지도 않게 흘러가면서 당대의 쟁쟁한 영웅들을 받아낸다. 카산드라는 커다란 선박들이 떠 있는 거대한 강과 같은 작품이다. 작품의 두 여주인공은 이 강에 번갈아 드리우는 해와 달같다. 
  그야말로 대서사시다.  

  당연하게도, 클릭질 한 번 뚝 해서 스크롤 한 번 쭉 내리는 것만으로는 저 매력을 다 감지할 수 없다. 게다가 이 작품, 어딜 봐도 절대 '이미지 중심의 연출'이 아니다. 작가는 이미 경력이 있는 스토리 작가로 만화 공부를 정식으로 하긴 했으나 그림 전공이 아니다. 몇 번 '타블렛으로 컷 만화를 그려봤던 글쟁이'라면 박수 치면서 알아보게 되는 특징들이 회수 초반에 여기저기 눈에 띈다. 분명 이미지 파일 크기 자체는 큰데 어쩐지 납작해 보이는 공간이라든가, 주요 진행이 대사에 치중해 있다든가.
  아니 이런 저런 말 할 거 없이 그냥 카산드라 초기 작은 요새 감성 만화가 아니다. 배경에 주는 빛 효과, 인물 자세 컷 등등. 원로 순정만화가들마저 기피하는 효과들이 그것도 어설프게 배치되어 있다. 제목에도 썸네일에도 으리번쩍한 게 안 보인다. 
  그런데 지금 이 만화가 다음 웹툰 리그 1부 1위다. 이야기가 쉬운 것도 아니고 등장인물들이 시각적으로 예쁘장하지도 않은데, 개그가 빵빵 터지는 것도 아닌데 사람들이 꾸준히 찾는다. 이런 작품이 아직 정식 책으로 엮이지 않은 게 안타깝고, 나와줬다는 것 자체가 반갑기도 하다. 웹툰 카산드라는 다루기 까다로운 원재료를,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다듬지 않았는데도 이야기와 재미를 충분히 전달해낸다. 사람들로 하여금 다음 주까지 이 작품을 기억하게 만든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일부러 다음 웹툰 코너에 가게 만든다.

  독자는 골치 아프게 이 작품이 웹툰이냐, 잘 그린 웹툰이냐, 이야기 분량이 길냐 짧냐 따질 필요가 없다. 이 작품은 독자한테 그런 군소리 할 거 없이 그냥 작품을 즐기게 해준다. 이야말로 '좋은 웹툰'을 넘어선, 좋은 작품 아닌가. 위에서 그림 깠는데, 이거 뒤로 갈수록 연출 쩔어간다. 여전히 글쟁이 감성의 연출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게 중요한가? 아무튼 자기가 표현하고 싶은 걸 전달해내면 그만 아닌가.

  그리고 여기에 작품 카산드라의 강점이 있다. 작가가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잘 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해' 뽑아내는 거다. '최선'에는 곧 '철저한 준비'가 수반된다. 단순히 자료 고증이나 재해석 문제가 아니다. 작가가 이야기를 할 때 가장 성심껏 준비해야 하는 건 작가 자신 아니겠는가. 이야기를 풀어가는 동안 흔들리지 않도록, 잃지 않도록.   
  카산드라는 이 기본에 충실한 작품이다. 리그전을 기회로, 웹툰을 형식으로 나왔을 뿐 거기에 휘둘리는 작품이 아니다. 휘둘리지 않으니까 오히려 효과는 가장 잘 이용한다. 이야기가 독자에게 전달된다. 물론 그걸 보며 느끼는 건 모두 다를 테지만. 작가도 이런 저런 제약에 시달리며 그리고 있을 테지만... (분명히 그림 전공이 아니기 때문에 느끼는 불편이 많을 거다. 또 어떤 환경이든 현실이란 게 백퍼센트 내 작품 활동에 맞춰지는 것도 아니고)
  결국 재미있는 건 깊이 있는 것과 연결되게 마련이다. 지름길이란 건 절대 없다. 지름길처럼 보이는 것마저 독자의 눈에 그렇게 뵈는 것일뿐. 그 지름길을 뚫기 위해 작가는 정도를 걸어야 한다. 할 수 있는 일에 충실하기, 그게 가장 의미있는 거다. 이미 다 아는 뻔한 얘기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뜻도 모르고 있었다는 걸 이제서야 깨달았다. 그래서 작가에게 더 고맙기도 하다. 음. 작가 본인이이런 얘기 들으면 참 당연한 얘기를 새삼스럽게 한다고 생각할 것 같지만..... 

  작가는 출판사에 '연재 완결해 낼 수 있다는 걸 증명해 보이고자' 연재를 시작했다고 한다. 55화까지 줄기차게 달려온 이야기, 어떤 방향이든 작가가 정한 목표들을 모두 완수해내길 바란다. 나도 마지막까지  이 이야기를 맛나게 즐기기를. 


ps> 이 작품의 가장 깨알같은 부분은 오디세우스와 헬레네 관계의 재해석인 듯. 아. 현명한 오디세우스 오디세우스 했는데 저런 동인으로 움직이는 오디세우스는 처음 봤어. 어 그런데 왜 지금껏 저런 생각을 못했나 신기하다니까.  혹시 작가와 이 야기할 기회가 있다면 오디세우스 캐릭터를 어떻게 짜게 되었는지 물어보고 싶다. 헬레네에 대해서도 얘기 나눠보고 싶음.'///'


  간만에 즐긴 뮤지컬. 우리는 왜 이야기를 만들고 뽑아내는지, 어째서 이야기는 그토록 싱그럽고 매력적인지 한시간 반 남짓 절절하게 느끼게 해준 좋은 공연이었다. 어깨에 힘 주지도 않고 개폼 잡지도 않고 그렇다고 삽질하지도 않고. 달콤한 추억 속에 잠겨서 하나씩 하나씩 풀어 나가는 이야기. 하지만 그 이야기를 하게 된 동기는 철저하게 잔인하고 쓰라리다. 유년기의 죽음과 추도. 남은 자의 홀로 서기. 내 머릿 속 친구와 나누는 고독한 대화. 두 친구의 어린 시절이 행복하면 할수록 파국은 섬뜩하다. 그리고 바로 그래서 우리는 글을 쓴다. 우리의 유년기가 죽었기 때문에, 이제 가까이 다가갈 수 없기 때문에, 왜 죽었는지 우리는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종국에는 백지를 들고 헤매기 때문에 우리는 쓴다. 노래한다. 춤 춘다. 우리는 엘빈을 추도한다. 엘빈을 떠나보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우리는 엘빈이 될 수 없으니까.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걸 굳이 또 말하자니 새삼스럽지만, 우리는 사는 한 계속 이야기를 만들 수 밖에 없다. 우리의 삶에서 이야기를 분리한다는 건 삶에서 호흡을 분리한다는 것만큼이나 불가능하다. 우리 앞에 펼쳐져 있는 수천개의 이야기들. 바람 한 번 훅 불면 스러져 버릴 나비같은 현실들. 우리는 그걸 기어이 붙잡아 우리의 백지에 꼬박 꼬박 스크랩 해 놓는다. 내게 세상이 이랬다고 말하려 한다. 날갯짓 하려 한다. 백지. 그리고 또 백지.

  작품은 토마스와 엘빈 모두에게 잔인한다. 예쁜 만큼 잔인하고 시큼하다. 그중 가장 잔인한 건엘빈이 자기 아버지의 추도문을 발표하는 걸 토마스가 바라보는 장면이다. 자신의 분신이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걸 멀찌감치 떨어져서 보고 있는 거. 상상만 해도 너무 무섭다. 소름끼친다. 내가 작중 토마스가 되어 내가 썼어, 내가 썼다고 하고 지랄을 치고 싶어진다. 엘빈이 왜 아버지의 장례식 직후 죽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추도문 발표가 모든 것의 끝이었다는 건 확실하다. 그 후 엘빈은 더 이상 토마스와 함께 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더 이상 토마스의 영감이 아니니까.

  좋은 작품은 간단한 이야기 몇개로 수만 겹의 환상을 만들어 낸다는 걸 배웠다. 1에 1이 더해져서 2로 끝나도 안되고 20이나 200으로 끝나도 안된다. 1에 1을 더해. 글쎄. 한숨을 쉬면서 먹먹하고 만족스럽다고 할 수 있어야 좋은 작품인 거겠지. 


  + 그런데 작중에서 계속 송덕문이라고 번역한 거. 추도문이 더 낫지 않나? 음...  


4일 저녁 8시 동숭아트센터

  햄릿으로 뭘 하는 걸까 궁금했는데 일단 호기심과 기대치는 모두 충족. 열정이 느껴지는 좋은 공연이었다.  연극판에서의 애환이 극과 현실 사이의 경계에서 잘 풀려나옴. 경계에 서서 하는 이야기는 언제나 좀 더 날카로워진다. 무대는 분장실과 배우들의 리허설(?)에서 진행되는 가상의 극, 그리고 다시 햄릿 공연까지 삼중으로 구성되어 있다. 극에서 극중극, 다시 또 다른 극중극으로 튀어가는 게 좀 산만한 감은 있지만 따라가는 데 무리는 없다. 극중 배우와 극중극 역할들도 매력적이고....

  다만 역시 이야기가 잘 맞물려 있다고는 못하겠음. 여러가지 '연극 인생의 노고'가 펼쳐지긴 하지만 그냥 단편적인 이야기로 그쳐버렸다는 느낌. 특히 결말부가 되면 앞에서 보여줬던 갈등의 폭이 너무 쉽게 매워진다. 덕분에 시작 부분에서는 별 것 아닌 상황에서도 바싹 긴장하곤 했는데 후반부에는 넋부자가 되어 버림. 예를 들어 무대감독에게 일방적으로 까이는 호레이쇼 배우가 성질을 부리는 장면이라든가 잘 나가는 왕비 역 배우가 온갖 잡다한 배역으로 부업을 하는 왕역 배우를 깔보는 장면에선 정말 찌릿찌릿 했는데 말이지. 그냥 손을 확 치켜 드는 거나 별 생각없는 안부 인사같은 한 마디에도 말이다.'ㅠ' 그런데 후반부에는 막 누구 아내는 임신하고 누구 아내는 죽었다는데 그게 그냥 다 피식 피식 김 상해 버리더라. 햄릿과 레어티스 배우의 갈등 역시 비온 뒤에 땅 굳는다 한마디로 부연될 것 같은 장면으로 다 해결되어 버리고... 이건 분명히 이 극 메인 갈등일텐데 왜 이렇게 썰렁하게 끝나.; 저렇게 쉽게 처리되어 버릴거면 뭣때문에 앞에서 그렇게 팽팽

  특히 아내 사망 드립에서 김이 훅 빠져 버리는 건 아슬아슬하게 이어온 현실과 극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경계가 죄다 말려 버리는 탓이 아닌가 싶음. 그 전까지 눈 앞에서 진행되는 이야기에 코를 들이밀고 있었는데 그 이야기가 나오는 순간 아, 이건 연극이지.. 하고 쑥 물러나 앉게 되더라. 게다가 되게 뻔한 이야기를 뻔하게 늘어놓고(제발 그 대사만은 치지 말아줘 한 대사 다 쳤긔...) 그에 대한 다른 역할들의 반응도 뻔하고... 음. 

  + 햄릿 극과 햄릿 극에 대한 해석극과 배우들의 갈등이 좀 더 유기적으로 연결되면 좋을 텐데 뭔가 관련은 있는 것 같으면서도 딱 맞물리지는 않는 듯 하여 그것도 좀 아쉽고.... 

  그래도 좋은 극이었다는 건 부정할 수 없음. 몇몇 배우들이 연기력 차이가 많이 나는 게 보이는데도 넘겨가며 볼 수 있었다. 풍자와 패러디도 깨알같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일단 거침없이 전개해 나가는 것도 시원한 맛이 있었긔. 


+  그런데 레어티스 배우 아무리 봐도 연기 잘하는 오지호같앜ㅋㅋㅋㅋㅋ 
   
+ 레어티스 배우와 햄릿 배우의 나이 차가 꽤 나서 애매했다. 둘이 어딜봐서 동기야.ㅋㅋㅋ 오필리어랑 연인이 아니라 삼촌조카라고 해도 될 것 같은 간지. 분명히 지금 막 뜨는 청춘스타일텐데 느껴지는 건 한창 잘나가다 잠시 잠적, 중년 TV 안방 스타로 컴백한 배우를 보는 기분. 

저번에 갈매기를 보러 갔을 때도 느꼈지만 배우들은 나이를 먹진 않지만 자기 세대별로 연기하는 풍은 갈리는 것 같다. 40대가 20대 연기를 하면 20대로 보이긴 하지만 30대의 20대 연기, 20대의 20대 연기와 표현하는 방식이 다르다. 그런 게 나이 차 많이 나는 배우들이 같이 연기하면 두드러지게 보여서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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