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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동귀비와 그의 아비 동승이 조조를 도모하려다 살해당한 날 밤
조조에게 육체로 서열 확인을 당한 헌제.
그 현장을 목격한 소년 환관을 벙어리로 만들어 곁에 두면서 헌제는 묵묵히 세월을 버텨나간다.
14년 후 복황후의 밀서가 발견되면서 조조의 아들 조비에 의해 악몽이 재연되고
복황후의 밀서를 고발한 이는 바로....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시작은 떡 망상이었으나 결과는 헌제를 많이 괴롭히게 된 책입니다. 적은 분량이지만 씬이 있습니다. 허무하지만 19금입니다.
예상 사양: A5 / 64~68페이지 / 떡제본 / 온리 소설본 / 19금
예상 가격: 5000원
부스위치: 지 05. 계륵계륵 꿈에드립
표지샘플:
_19금 표시는 앞부분 상단에 탈부착 스티커로 들어갑니다._
샘플 01.
어린 환관은 동그란 눈을 굴려 감히 소년의 얼굴을 힐끔거렸다. 그 젖은 눈을 보자 소년은 어렴풋 기억이 살아났다. 그는 이 아이를 본 적이 있었다. 보름 전 쯤 환관이 턱없이 부족하다 하여 새로이 들여온 코흘리개 아이들 중 하나였다. 지엄한 내궁이라는 것도 잊고 그들끼리 짓고 까불며 노는 것을 붙잡았다가 귀뚜라미 하나를 진상 받았더랬다. 우는 소리도 뜀뛰기도 제법 훌륭해서 한 마리 더 잡아오라고 시키고는 새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아이는 하필 오늘 약속을 지키려 한 모양이었다. 하필 오늘. 눈치도 없이.
운도 없는 것.
“다 보았겠구나.”
“예?”
아이가 무심결에 되물었다가 얼른 다시 고개를 숙였다. 아이는 언제부터 여기에 있었을까. 얼마나 보았을까. 장막 너머의 일을 모두 이해했을까? 거기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알고 있을까? 아니 모른다 해도.
“내가 부르는 소리를 다 들었겠구나.”
소년의 안색이 파랗게 변해가는 것은 흐린 등잔불빛만으로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조조는 여전히 한손에 검을 든 채 아이의 목 언저리를 겨누고 있었다. 소년이 명했다.
“죽이시오.”
“지금, 이 자리에서 말입니까?”
“동틀 때까지 미룰 필요도 없지 않소?”
소년의 목에서 쉿 쉿 바람소리가 섞여 나왔다. 그가 침전으로 한 발 물러나자 용포가 길게 끌리며 비늘 덮인 동물의 소리를 냈다. - 허어. - 조조가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더니 검을 높이 치켜들었다. 그때 아이가 앞으로 내달렸다.
“소…소인은 아무 것도 못 보았습니다. 못 보았습니다!”
고사리 손이 더러운 용포에 매달렸다. 아이의 짧은 팔이 가는 종아리와 허벅지를 끌어안았다. 늦었다 -. 너는 저 자의 손에 끌려나오는 순간 눈을 찔렀어야 했어. 저 자가 내 위에 올라타 있을 때 도망쳤어야 했어. 내가 제발 누구든 도와 달라 간절히 찾았을 때 귀를 지졌어야 했어. 그랬다면…….
소년의 눈에 냉기가 돌았다. 그는 다리를 흔들어 아이를 떼어내려 했다. 그러나 아이는 차여 나가떨어질 때마다 다시 달라붙었다.
“폐하! 살려주세요! 폐하!”
다급히 삶만 구하는 청원이 애절했다. 변성기가 오지 않은 어린 아이의 목소리는 울음도 소녀처럼 맑고 고왔다. 조조가 아이의 머리를 잡아채자 아이는 새된 비명을 질렀다. 꼭 한나절 전 동귀비처럼. - 폐하. 천첩을 버리지 마세요. 폐하. 살려주세요. -
“살려주세요!”
샘플 02.
“이는 폐하만이 쏘실 수 있는 보궁이온데 어찌 신이 감히!”
“짐이 내리는 것이오. 받으시오.”
“그럴 수 없습니다.”
“이제 경의 누이 셋이 짐의 부인이잖소. 오늘 같은 날 첫째 처남이 공을 세워야지. 시간이 없소. 어서!”
그래서 더욱 천부당만부당한 하명이라는 거다. 조조의 여식이 셋이나 황제의 귀비로 들어간 지금, 그 장남마저 황제의 화살을 빼앗아 쏜다면 너무나 노골적인 행동이 될 터.
털썩 - 조비가 아예 말에서 내려 무릎을 꿇었다. 십년도 더 훌쩍 지났던가. 아직 아버지가 대권을 다 장악하지 못했을 때 황제의 활을 한 번 쏘았다가 한의 구신들을 한바탕 뒤집어놓았던 일은 그도 잘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 들고 일어난 구신들 사이에 헌제의 귀비와 그 아비도 끼어있었다. 그런데 하필 혼인 축하 자리에서 조조의 아들이 황제의 권위에 손을 댄다면?
아버지의 위공 취임을 반대하던 순욱이 죽고 두 해, 순가의 또다른 귀재 순유가 찬성하면서 퍽 수그러들었지만 여전히 ‘찬탈자 조조’에 대한 사인들의 경각심은 잔가시처럼 남아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지금 여기서 사인들에게 밉보인다면 아버지는 위왕이 될 수 있어도 조비는 후계에서 멀어질 것이다. 앞뒤가 탁탁 맞아 떨어지자 숨이 턱 막혔다. 이제야 황제가 굳이 군장도 제대로 하지 않았으면서 활을 가지고 온 의도를 알 것 같았다.
“어차피 이 활도 화살도 경의 아버지가 만들어준 것 아니오. 경은 아비에게서 얻는 의식도 일일이 거절하는가?”
황제는 조비가 바닥에 무릎을 꿇자 저도 덩달아 말에서 내려왔다. 벙어리 상시가 화살을 내밀자 그는 그 중 세 발을 뽑아 조비에게 내밀었다.
“이게 그나마 낫겠군. 금촉은 영 무뎌서 말이오.”
“신은 감히 폐하를 모욕하고 아비에게 누를 끼칠 수 없습니다.”
“황제가 하사하는 걸 받지 않는 건 모욕이 아니오? 그대는 잘 모를 수도 있겠지만, 그대의 부친도 내 활을 쏜 적이 있소. 내 그때도 기꺼이 허락하였는데 그의 아들에게라고 못하겠는가.”
“물려주십시오. 신은 아비가 아닙니다.”
그러나 황제는 조비의 말은 아랑곳 하지 않았다. 차가운 손가락이 조비의 턱을 받쳐올렸다. 손을 타고 넘어온 달큰한 향이 정수리까지 찌르고 들어왔다.
“그럴 리가.”
조비는 엉겁결에 황제의 손목을 잡았다. 분명 밀어낼 생각이었는데, 왜 붙잡게 되었는지 모를 일이다. 황제와 등 뒤로 벙어리 상시가 뻣뻣하게 긴장한 채 도사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조그마한 변고라도 난다면 달려들 모양이다. 하지만 제가 달려들어서 무얼 어쩔 수 있단 말인가? 고작해야 내관인 것을. 무얼 믿고 이러는지 모르겠는 것은 저놈의 주인도 마찬가지다. 그 역시 고작해야.
상해탄 (1996)은 '남자들의 세계'에서 정석적인 여캐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아무리 작품을 잘 만들고 캐릭터가 매력적이어도 분명 한계가 온다. 남자가 아니라 계승권이 없기 때문에, 그녀의 이야기는 절대 메인 서사가 될 수 없다.
이야기 배경은 1919년 상해. 여주인공 풍정정은 이 영화 최종 보스 풍선생의 딸이다. 대개의 픽션 악당답게 풍선생도 제 딸을 세상 때는 하나도 묻지 않게 곱게 싸서 애지중지 기른다. 덕분에 풍정정은 남자 주인공들의 사랑을 독차지할 자격 요건을 두루 갖추게 된다. 그녀는 순수한 영혼을 가지고 있고 아름답고 순결한데다 풍선생의 하나뿐인 무남독녀다. 대략 이 영화 풍선생의 힘은 이미 지참금이 어쩌고 할 급이 아니다. 그냥 상해=풍선생 ㅇㅇ 풍선생을 계승한다는 건 상해를 손에 쥔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정정은 '상해에서 가장 소중한 것' 이라 불릴만 하다. 하지만 여기에 정정의 한계가 있다. 그녀는 가장 소중한 '것'이지 소중한 것의 '주인'이 될 수는 없다.
정정은 아버지와 그 수하들이 얼마나 지독한 악당인지, 그들의 그물망이 얼마나 넓게 펼쳐져 있는지 잘 안다. 그녀는 여러 차례 일탈을 시도하지만 그때마다 '세상 어디에 가도 아버지가 있음'을 깨닫는다. '딸을 소중히 소유하려는' 아버지에대한 반발때문에 자신의 존재 자체를 원망할 정도로 괴로움에 빠진 풍정정. 그녀가 시도한 일탈 중 성공한 것은 단 하나, 아버지 외의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것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여자에게 사회적 자리를 내주지 않는 세계에서 그녀는 어딜 가나 '보호받는 존재'니까. 그녀에게 허락된 것은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 뿐이기에.
그녀는 자신이 온전히 사랑하는 남자 허문강과 자신을 온전히 사랑하는 남자 정력 사이에 놓인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녀가 둘 중 어느 남자와 함께 할지 선택하는 건 그녀가 아니다. 둘 중 어느 쪽이 그녀와 함께 할지는 친구이자 연적, 허문강과 정력 두 남자가 결정한다. 이건 그녀가 허문강을 얼마나 사랑하느냐보다, 정력이 얼마나 허문강에게 아량을 베푸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다. 분명 사랑을 한 건 그녀인데 결정권은 정력에게 넘어가 있는 것이다. 그녀는 거기에서 자신을 변호할 기회도 없었다. 정력이 워낙 아량이 넓어서 모든 걸 받아들이고 이해해주는 바람에.
재미있게도 정력과 허문강은 각자의 방식으로 '풍선생의 사위 노릇'을 수행한다. 허문강은 풍선생을 살해하고 정력은 풍선생을 계승한다. 아버지의 유일한 혈육이면서 아버지에게 반발하는 정정의 할 일을 대신 수행해줬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거기에서 정정의 이야기는 끝난다. 그녀는 제 눈 앞에서 아비를 살해하는 허문강에게 총을 쏘지만 치명상을 입히지 못한다. 이후 그녀는 식음을 전폐하고 폐인이 되어 정력의 도움을 받는다. 상해의 모든 것은 정력이 물려받고 그녀는 완전히 영화 뒤로 사라져 보이지 않는다. 그녀의 마지막 모습은 절망에 빠져 속옷 차림으로 욕실 바닥에 늘어져있는, 누군가 도와줘야만 하는 나약한 여성이다.
만약 그녀가 자신의 권력을 쥐고 발언할 수 있었다면 그런 모습으로 엔딩을 맞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두 남자 주인공을 중심으로 하기에 그녀에게 내줄 자리가 없다. 그녀는 마땅히 두 남자에게 자리를 마련해주고 물러나야 하는 캐릭터인 것이다.
그럼 이 세계에서 여자가 권력을 쥐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가? 이 영화에는 이미 그런 '금기'를 범하고 있는 여캐가 등장한다. 그 풍선생마저도 '동업자'라고 표현하는 여 보스. 초반에 허문강을 위협하고 그 동지들을 모조리 사살해 버린 여자다. 그녀는 이 영화에서 무려 허문강과 정력 둘을 성추행하는 여자 강간범이기도 하다. 그녀의 이미지를 보자마자 '아 이게 남자들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무서운 강간 공포로구나' 하고 팍 깨달음이 올 정도다. 이게 그냥 여자 강간범이 아니라 '남자들이 상상하는 강간 공포'라는 삘이 오는 데는 근거가 있다. 일단 그녀가 정력을 덮치는 장면은 그녀가 정력을 따먹으려는 건지 거세하려는 건지 헷갈릴 정도다. 그녀가 키우는 거대 뱀이 정력의 사타구니를 물어뜯으려고 시도하는 장면이 나온다거나, 곳곳에 비치된 칼 이미지라거나... 그녀가 허문강을 위협하는 장면에서도 마음대로 허문강의 샅에 손을 넣는 장면이 나온다. -그 전까지 참고 있던 허문강이 그 직후에 반항한다 -
남자 못지 않는 권력과 힘을 가지고 제 욕망대로 행동하는 여자는 남자들에게 저렇게나 공포스러운 존재인 것이다. (최소한 극중 배경인 1919년 당시) 여자가 그런 힘을 가지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던 만큼 그녀는 더욱 환상 속 괴물이 된다. 그리고 남자들이 생각하기에 '위협적인 여자'는 자신의 남성성을 노리고 파괴하려 드는 게 당연한 것이다. 왜? 그녀는 남자가 아니니까. 정상적인 권력의 대물림 루트 안에 들어올 수 없는 기형아이므로.
아마 풍정정이 권력을 가졌다면 그녀 역시 남자를 위협하는 여자로 그려지거나 / 남성화되었을 것이다. 어쨌든 이 영화는 '상해탄을 배경으로 남자 둘의 운명적 만남과 엇갈림, 영혼 결혼식'을 그리고 있는 작품이니 이런 가정은 불필요하지만. 그리고 이 서사에서 풍정정이 '소위 현대적 / 주체적 여성'으로 행동했다면 매력도 고뇌도 느껴지지 않았을 것이다. 상해탄은 자기가 갖고 있는 서사에 걸맞게 캐릭터 매이킹을 해냈다. 다른 여캐를 보고 싶다면 다른 서사가 필요하다
어벤져스1 감상 후 상태: 헐크가 이쁘다ㅏㅏㅏㅏㅏㅏㅏㅏ 헐크가 이쁘다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넘사벽>>>>>> 어휴 얘네 진짜 답없다 >>>> 잘 만든 영화군요'ㅅ'-3 비중 분배가 잘 되었네요
어벤져스2 감상 후 상태: ... 어... 열라 잘 만들었어 영화... 어케 저 인간들 다 써서 이렇게 뽑아냈지... 어...버버.. >>>>>> 아 헐크 이뻤다 >>> 어벤져스들 귀엽다 ...
3. 이번 영화에 점수가 무한 상승치 찍는 건 제가 히어로물을 멀리 한 바로 그 부분을 건드려 줬기 때문에. 히어로들이 세계에 어떤 작용을 미치고 있는지 _ 그들이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 다뤄서 좋았음
이게 불편했던 히어로물 대표적으로 아이언맨. 미국 출신 무기상 토니 스타크가 아랍 어딘가쯤에 출동해서 테러범들에게서 한 가족을 구해내는 장면이요. 아랍권 어린아이의 눈에 토니 스타크가 '아버지를 구한' 영웅으로 비치는 게 정말 거슬렸어요. '저기는 그냥 미국 아닌 미국이다'라기에는 스크린에 흩뿌려지고 있는 세계 이미지가 너무 현재성이 강했음.
이외에도 아이언맨에서는 온갖 반미권 문화 코드가 뒤섞여서 테러범 역할을 함. 테러범들 언어 자막처리 같은 데서도 그런 게 느껴져서... 새로운 편견을 조장하는 건 아니지만 기존의 이미지를 무한히 재생산은 함. 음... 아. 그런 의미에서 굉장히 현실반영적이라고도 생각하지만... ㅇ<-<
아무튼 아이언맨의 포인트는 이게 아닐텐데. 남들 이런 거 생각 못하는 거 아닐텐데 내가 포인트를 못 잡고 유난 떠는구나 _ 싶으니 히어로물을 자동 멀리하게 되었다. 원탑 히어로물의 주제는 세계를 구하는 거지 세계를 보여주는 건 아니니까.
네 저는 이번 어벤져스에서 막시모프 남매를 만들어낸게 스타크 인더스트리라는 것만으로 점수를 팡팡 쏟아붓게 되었던 거시다
4. 게다가 잘 만들었어 ㅠㅠㅠㅠ
5. 어벤 1편에서 캐릭터간 시간 분배를 잘했다면 2편은 캐릭터 각자의 입장 / 그 입장과 능력 차이를 이용한 갈등 진행 / 그 갈등의 결과 만들어진 것들까지. 정말 이야기 잘 쌓았다 싶었다. 다시 보면 또 어떨지 모르겟으나...''
6. 막시노프 쌍둥이 너무 예쁨. 나 원래 저런 이미지 둘이 너무 견고한 사이인 쌍둥이 별로 관심 없는데 얘네는 레알 사랑스러움.
7. 헐크는 이번 편에도 사랑스러웠고, 랩브로는 귀여웠고, 토르랑 캡아가 의외로 쿵짝이 잘 맞아서 재미있었다. 어벤져스 보기 전에 기대한 건 캡아와 아이언맨이었는데 정작 영화를 보니 별 케미가 느껴지지 않아서 이건 이거대로 당혹. 한차 둘이 대치하는 걸로 온갖 짤을 다 보면서 기대했던 거에 비하면...밋밋무감각할 정도?
8. 1편부터 느끼기에. 토니는 캡아 말을 들을 맘이 없고 캡아는 토니 말을 못 알아 들음. 말이 안 통해도 티격태격하는 커플들 많지만... 뭐랄까. 내 시각에서는 둘 사이에 별 화학 작용이 없다. 토르 망치 놓고 비전 깔 때 빼고.
본래대로라면 원칙주의자vs박애ㅋ주의자는 케미가 안 터질래야 안 터질 수가 없을 터인데...
9. 말많고 탈많으나 나타샤 취급이 1편보다 좋아진 것 같다. 1편에서는 단체 회의 장면에 나타샤가 잡히는 일이 거의 없었다. 얘가 이 자리에 없다_발언을 안한다 자체에 신경 안쓴다는 삘. 그 와중에 헐크에게 쫓기는 미녀 이미지는 삽입하고, 또 위기의 순간에 캡아가 방패로 가려줘서 보호하기도 함 (블위와 비슷하게 아무 보호능력이 없는 호크아이는 그냥 차를 엄폐물 삼아 숨었음)
그런데 이번 편에서는 일단 급작스러운 러브라인이긴 하지만 그걸 나타샤 입장에서 설명한다. 헐크 입장에서 나타샤가 어떻다가 아니라, 나타샤 입장에서 헐크를 향한 마음을 표현. 전투 외 사석에서도 다른 어벤져스들 사이에 있음.
이 정도면 나타샤와 배너간의 러브 라인은 여캐에게 러브러브를 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타샤와 배너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풀기 위해 넣은 것 같다. 나타샤가 배너에게 대쉬 하는 과정에서 자기 과거를 이야기하고 배너가 거기에 응하는 과정에서 그가 어떤 인물인지 나온다. 러닝타임 안에 주연들 이야기를 풀기에 바쁜 제작진 입장에서는 굉장히 효율적인 관계설정이지 않은가.
10. 그런 의미에서 진정 취급이 나쁜 건 호크아이. 급 유부남 설정이 끼얹어진 것이 얘한테 캐붕인지 아닌지 그거부터 감이 안오더라. 1편에서도 호크아이가 자기를 설명하는 장면은 거의 없었다. 호크아이는 나타샤가 언급할 때만 설정이 있는 인물이었음.
2편에서는 아무 설명 없던 주제에 갑자기 애가 셋. 그리고 나타샤도 그걸 이미 다 알고 있었던 것으로 나옴. 이러니 관객 입장에서는 황당할 수밖에.
11. 그건 그렇고 왜 서울을 뽀개지 않는 거냐 ;ㅁ; ㅠㅠㅠㅠㅠㅠ 흑흑 적어도 세빚둥둥섬은 뽀가주지 좀!!!!!!!!1 게다가 서울시민 중에 셀카봉을 들고 저들을 찍는 이가 아무도 없음. 아. 수치다. 서울러들아 ㅇ<-<
- 이번 출전을 막지 못하였으니 내 형의 얼굴을 보기 민망하군요. 나를 천거한 보람이 없겠 습니다.
희지재는 짐짓 무안한 척 어깨를 움츠렸다. 순욱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 무슨 말을. 지재 자네 아니면 내 누구에게 주공을 맡기겠나.
- 지금의 주공께 보좌가 필요하겠습니까? 아비의 원수를 갚겠다는 효자가 어찌 남의 충고에 칼을 내려놓겠습니까?
- 주공께서 필요로 하지 않으시기에 더욱 곁을 지킬 사람이 필요해.
굳이 두 번 칼을 뽑는 이상 쉬이 물러날 리 없다. 그 칼끝은 훨씬 집요하고 냉정할 터.
- 이제와 효자 노릇을 그만 둘 수도 없으니 더욱 그악해지시겠지요. 아무도 주공의 본심을 읽지 못하니 죽이라면 죽이고 태우라면 태울 수밖에요. 조맹덕의 악명이 더욱 올라가겠습니다.
- 하여 서주에서의 충원은 바랄 수도 없는 일 아닌가. 이번 출정에는 통상 몇 배의 군량이 필요할 거야. 더 큰 문제는 서주 전역과 불구대천의 원수가 되었다는 거지. 서주 목 역시 이점을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지 않은가. 도겸 그 자는 이번에도 교묘히 후퇴만 하며 결코 항복하지 않을 거야. 이제 우리는 숙적과 울타리를 나란히 하는 처지일세.
- 그래서 형도 주공을 말리지 않은 것 아닙니까. 이제 주공에게는 두 가지 길만이 남았지요. 서주를 완전히 집어삼키느냐, 약이 받쳐 백정 노릇을 하다 기력을 다하든가.
후우 - 순욱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 이 일을 어찌하면 좋겠는가?
- 형도 알고 있다시피, 길은 단 하나이지요.
- …….
- 하루 빨리 도 공조가 죽는 것.
- ……과연.
- 기왕이면 후사를 정하지 못하고 눈을 감는 것이 좋겠지만, 그것은 정녕 천운이 따라주어야겠지요?
희지재가 슬핏 웃었다. 그의 창백한 얼굴에 희미한 달무리가 끼었다.
- 문약 형. 지재가 이번 서주 행에 천운을 빌어 볼까 합니다.
sample 2 _ 조조를 배웅하는 진궁과 순욱
“혹여나 싶어 묻는 것인데. 순 사마.”
“말씀하십시오. 진 대인.”
- 맹덕이 혹 이번 원정에서는 인정을 베풀 가망은 없나?
허나 어리석은 기대는 차마 목구멍을 넘어오지 못했다. 그는 눈짓으로 저 편 성벽을 가리켰다.
“……변양 일가의 처분에 대해서는, 다른 말씀이 없으셨는가?”
일곱 구의 시신은 그들과 함께 묵묵히 조조를 전송하고 있었다. 순욱의 시선이 잠시 맞은 편 성벽에 닿았다가, 도로 진궁을 향했다.
“예. 없었습니다.”
“혹여 아이의 시신이라도……. 아닐세. 되었네. 관두세.”
변양은 연주의 명망 높은 유자였다. 연주 곳곳에 두 번째 서주 행을 위한 방문이 붙자 그는 곧장 소복 차림으로 복양성 한복판으로 나와 곡을 하기 시작했다. 서주의 죄 없는 백성들을 위한 곡이었다. 조조에 대한 비난은 서주의 원혼들이 직접 옮겨 붙은 듯 살벌했다.
- 평생 효도 인도 의도 모르던 자가 제가 미욱한 탓으로 아비를 길에서 비명횡사시키고는 남의 가문의 제사를 끊는구나! 애초에 마주치는 사람 반절이 도적인 땅에 보란 듯 금은보화를 백여 승씩 싣고 지나가는 꼴이 백정 앞에 나가 살집 자랑하는 돼지 꼴 아니냐! 하기야 왕실의 구정물을 먹고 자란 씨 없는 돼지 집안이니 그 본성이 어디 가랴! -
“유자가 어찌 무당 노릇을 하더란 말이냐? 요망하구나.”
코웃음을 치던 조조가 그 꼴을 직접 구경하러 나가면서 변씨 가문은 참화를 면치 못했다. 변양은 손목과 발목이 끊어지고 혀가 조각나도 굴복하지 않았다. 그의 집을 드나들던 식객들, 선처를 비는 자들이 모두 그의 눈앞에서 결딴났다. 노부모와 처자가 하나씩 목이 매달리는 꼴을 본 후에야 변양은 목을 베일 수 있었다. 그가 원성을 쏟다 피거품을 물 때까지 일부러 천천히 형을 집행했다고 한다. 그리고 가장 어린 핏덩어리 하나도 곱게 땅에 묻히지 못하게 하라는 특명까지. 시신들은 일부러 동쪽 성벽에 매달렸다. 서주로 출병하는 날 모든 군사들이 똑똑히 볼 수 있도록.
“이것이 결코 의義는 아닐세.”
진궁이 힘주어 말했다. 순욱은 입을 꾹 다물고 가타부타 답이 없었다. 두 사람의 어깨 위로 부연 하늘이 끝없이 펼쳐졌다. 우우우 - 천지를 진동시키던 진군나팔 소리가 어느새 꽤 멀어졌다. 최선두의 대장기는 아예 보이지 않는다. 배웅은 끝났다. 이제 이 성루를 내려가면 각자의 임무에 전념해야 할 것이다. 진궁은 성루를 내려가기도 전에 지쳐있었다. 지긋지긋한 전투 한 국면을 치르자 곧장 다음 적군, 또 다음 적군이 꾸역꾸역 밀려오는 듯한 기분이었다.
“진 대인.”
그가 무거운 발걸음을 막 옮기려는 순간, 순욱이 그를 불러세웠다.
“무슨 일이오?”
“오늘 밤 사마부로 들러주시겠습니까?”
“동군 각지를 돌아보는 것이 내 일임을 잘 알지 않소? 나는 일찌감치 돈구로 출발할 참이었는데. 사마 역시 곧 견성으로 출발해야 하지 않소.”
“허나 제가 대인과 마무리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대인께서도 기꺼이 여길 일입니다.”
그리고 가벼운 손짓. 도대체 무슨 일이기에 이러는가? 진궁은 가만히 순욱 쪽으로 고개를 기울였다. 순욱이 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오늘 밤 변양의 시신을 거둘 참입니다.”
그 어조는 평탄했고 목소리에는 탁함이 없었다. 처음부터 예정된 식순을 알리는 듯 심상한 투다. 진궁은 슬쩍 성벽 너머를 돌아보았다. 대군은 끊임없이 움칫움칫 나아가고 있다. 조조의 뜻일까? 아니. 그 조조가 이런 지시를 내렸을 리 없다. 그렇다면 순욱의 독단일까? 아무리 총애를 받는 모사라 하나 이런 행동을 마음대로 하고 무사할 리 있을까? 문득 조조를 반절 쯤 가리웠던 순욱의 뒷모습이 떠올랐다. 이 젊은이는 정녕 담이 큰 겐가, 아니면 진노를 사지 않을 자신이 있는 겐가?
“좋네. 내, 오늘 밤 가도록 하지.”
“자시子時에 오십시오. 기다리겠습니다.”
자시에 맞추어 순욱의 처소에 가려면 일정이 조금 더 촉박해진다. 진궁은 아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잰걸음으로 성루를 내려갔다. 그의 모습은 곧 복양 성내 샛길 사이로 사라졌다. 순욱 역시 관저로 발걸음을 옮겼다. 계단을 내려서기 직전 그는 한 번 더 동편을 돌아보았다. 들새 몇 마리가 빈 들과 하늘을 가로질렀다. 거센 바람에 성루에 세운 깃발들이, 성벽에 매달린 변양 일가의 팔다리가 일시에 펄럭였다. 순욱의 입에서 짧은 한탄이 잔가지처럼 툭 비져 나왔다.
“진 대인의 말씀이 옳습니다. 이는 의가 아닙니다.”
시신과 사람 사이의 거리가 제법 멀었다. 그러나 먼발치의 순욱에게도 변양의 치뜬 눈은 똑똑히 보였다. 차마 저 눈을 못 본 척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눈을 직시할 염치도 없다. 허공에 대고 되풀이하는 약조는 순욱 자신이 듣기에도 너무나 무의미했다.
“내 언젠가 자네에게 반드시 다시 술을 올리겠네. 그때에는 빈 잔에 내 마음만 채울 걸세.”
방구석에서 뒹굴며 잉여하던 와중 한 대인이 나타나 화봉요원 46권 짤을 보내주며 곽가의 사망 소식을 전해주었습니다. 이미지를 여니 첫 등장 때 암흑병법봉효살육 운운했던 자가 성불하여 순욱과 피에타 재현을 하고 있지 않겠습니까.
어이가 광탈하여 넋이라도 있고 없고 진모의 상도덕 없음에 호흡이 곤란해 지는데 알고보니 오환전마저 스킵했다니 곽가 최애 삼덕 작가가 이럴 수 있습니까.
떨칠 수 없는 의구심과 원한으로 기어이 책을 찍게 되었으니, 이는 모두 진모의 죄입니다. <-
저랑 비슷한 빡침을 느끼신 여러분 롸잇나우 구매결심... ㅇ<-<
세 줄 요약:
오환전 냅니다! 진모가 스킵해 버린 오환 제가 냅니다 ! 으아아아아 진모오오오오!!!
* 본문 샘플
“허면 이제 우리 군은 어디로 나아가야 하겠나?”
조조의 물음에 곽가가 답했다.
“유성까지 진군합니다.”
순우현의 해적은 무난히 정벌되자 기주 땅은 거진 안정되었다. 조조가 순우현으로 군을 돌리니 장수들은 논공행상의 기대에 들떴고 병사들은 고향으로 돌아갈 날만 손꼽았다. ‘승전 직후의 고단함’이 군 전체에 맴돌았다. 조조의 장막에 앉아서도‘귀향’노래를 부르는 졸병들의 노래가 들릴 정도였다. 하여 전장에서 뼈를 삭힌 장수들에게도 곽가의 답은 선뜻 반갑게 들리지 않았다. 몇몇 장수들은 아예 말을 못 알아 들은 듯 곽가를 돌아보았다. 조조가 되물었다.
“유성?”
“노룡새 바깥에서 우리 군이 지리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곳입니다. 신속히 군을 정비해 이곳을 점거하면 능히 유주를 평정할 수 있습니다. 원희와 원상이 만이(蠻夷)를 얼마나 불러오더라도 무용지물일 것입니다.” 마침내 곽가의 말을 알아들은 장수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이전이 곽가의 말에 반박했다.
“군좨주. 그곳은 허도에서 업 사이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멀고 거친 땅 아닙니까. 지금 막 전투를 마친 군대를 이끌고 오환을 평정하는 건 무리입니다.”
다른 장수들도 맞장구쳤다.
“오환족들은 근처 산과 들에 뿔뿔이 흩어져 있어 그 수를 헤아리는 것조차 어렵습니다. 게다가 그 땅은 그들을 전부 솎아낼 만큼 오래 진군해 있을 곳이 못됩니다.” “원가 형제의 머리가 그런 값을 치를 만하겠습니까? 원소나 원방이 있을 때도 위협이 못되던 자들입니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단 반발이었다. 내버려두어도 그만인 땅, 취하지 않아도 되는 승리를 위해 뼈를 깎는 고생을 하자 나서는 자는 드물기 마련이니. 작은 승리 하나에도 연연하고 큰 패배에도 굴하지 않는 자나 이런 제안을 즐겨 듣는 것이다. 곽가는 조조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조조는 초조한 듯 몇 번 턱수염을 쓰다듬었다. 그러나 수염 아래 입꼬리가 씨익 올라가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필경 노리는 것이 더 있군. 봉효.” “군을 일으키는 것은 재정을 들어 쏟는 것인데 어찌 한 가지만 노릴 수 있겠습니까?” “적이 방심하는 곳을 치는 게 병법의 기본이니, 늑대는 뒤를 돌아보며 앞을 물어뜯는다지. 그래. 자네가 노리는 건 뭔가.” “북쪽으로 치달아 남쪽을 넘볼까 합니다.”
- 남정이라니? - 성동격서를 노리신다는 것인가? 여기저기서 질문과 탄식이 쏟아졌다. 그러나 곽가는 제 답에 한 마디도 보태지 않았다. 더 없이 명쾌하다는 듯, 의심도 의문거리도 없다는 투였다. 정욱이 말했다.
“지금이 북을 평정할 절기임을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허나 기책이란 실제 운용할 수 있어야 의미 있는 것이니……, 유주 땅을 횡행하는 오환 기마병의 발을 묶기가 쉽지 않습니다. 또한 치송의 어려움을 어찌 해결할 수 있겠습니까? 두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이 정벌은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그때 막사 앞에 두 인영이 드리웠다.
“그 두 가지는 쉬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니, 정공은 염려 놓으십시오.”
장막 안에 빼곡히 둘러선 장수들을 밀치고 순욱이 들어섰다. 커다란 두루마리 두 개를 든든 채 반보 뒤에서 그를 따르는 이는 사마의였다. 평소 순욱이 사마의를 못마땅히 여긴다는 것을 훤히 아는 장수들이 의아한 눈초리로 순욱을 바라보았다. “기책을 성공시킬 기책 역시 준비되어 있습니다.” 순욱이 사마의로부터 두루마리를 넘겨받아 조조에게 바쳤다. 조조마저도 눈을 크게 뜨고 둘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 중략---
“오늘은 자네의 의외의 면모만 보는군. 문약. 나는 그대가 당연히 요새 수비를 굳건히 하고 머무르자 할 줄 알았는데.” “주공 역시 흥미로우십니까? 저도 그러합니다.” “그대가 어쩐 일로 봉효의 계책에 찬동하는가?” “곽가의 계책에 따르는 것이 아닙니다.”
설령 무도한 장수가 휩쓸고 간 후에도 농부는 다음해 경작을 위해 밭이랑을 돋우니, 같은 땅에 선다 하여 장수와 농부가 같은 이겠는가.
“곽가는 이것이 제 마지막 기회임을 압니다.”
순욱은 곽가를 돌아보았다. 지난 밤 이후 여전히 그는 안개 너머에 선 듯 뿌옇게 빛나고 있었다. 분명 회광반조였다. 그 빛이 쉬이 꺼지지 않길 바라는 것은 빛이 요사한 탓인가. 아니면 나그네가 그 빛에 의지하기 때문인가.
“소인 역시, 이를 마지막 기회라 여기고 있습니다.”
주공을 네 발톱에서 되 앗아 능신으로 돌려놓을 - 혹은 네가 틀렸다는 것을 똑똑히 알려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
“넷째의 상태는 좀 어떻지?”
순욱의 질문에 집사는 난처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잠을 깊이 이루지 못한 게 여러 날이요, 오늘 저녁도 죽 두어 숟갈 밖에 뜨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스승께서 명의 화타를 부르셨으니 이 밤이 가기 전에 진료를 하게 되리라고도 했다. 화타라면 순욱 역시 알고 있었다. 빛바랜 머리칼에 혈관이 또렷한 기인인데, 다른 의원들은 감히 사용할 엄두도 내지 못하는 대침을 썼다. 그라면 능히 아이를 일으켜 세울 것이다. 순욱은 애써 심란한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러나 아무리 명상을 해보아도 영 기분이 좋아지지 않았다. 수경부 전체가 병실이 된 것만 같았다.
부 내 하인들은 넷째의 몸에 맡는 약을 구하느라 바빴다. 스승님과 사형제들 역시 넷째를 염려하고 있었다. 가후는 매일 곽가의 용태를 직접 살피고 있었다. 원방도 두어 차례 방문해 위로를 한 모양이었다. 순욱만이 여직 넷째의 방문턱을 넘지 않았다. 순욱은 요 며칠간 밤늦도록 침상 위에서 뒤척이며 잠을 설쳤다.‘내가 이토록 속이 좁았던가?’순가를 떠나기 전 아버지와 숙부들의 가르침을 떠올려도 보았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넷째에게로 선뜻 걸음이 옮겨지지는 않았다. 어쨌든 이제 화 선생이 오는 이상 걱정할 일은 없다고, 순욱은 그리 생각하며 억지로 눈을 붙였다.
그러나 순욱은 그날 밤도 깊이 잠들지 못했다. 문밖에서 계속 부산한 사람 기척이 들린 탓이었다. 무슨 일인가 바깥을 내다보니, 화타 선생이 와 있었다. 그런데 그 기세가 심상치 않았다.
“어찌 오각을 달여 먹였단 말인가! 환자의 체질에 상극인 것을!”
기를 보할 때 흔히 먹이는 약재이기에 넣었노라 집사가 어물어물 해명했다. 화타는 한숨을 쉬더니 급히 몇몇 약재를 적어 집사에게 건넸다. 잠시 후에는 자기도 직접 나서 어디론가 달려갔다. 순식간에 숙소에서 사람들이 쑥 밀려나갔다.
“스승님! 사형?”
순욱은 한 걸음 한 걸음 마당으로 내려섰다. 마당 건너편에는 넷째의 방이 있었다. 불빛이 새어나오고는 있지만, 문지방으로 아무 그림자도 비치지 않았다. 넷째의 상태가 그리 위중한가? 다들 환자를 내버려두고 어디 간 거지? 자꾸 두근거리는 가슴을 내리누르며 문 안쪽의 기척에 귀를 기울였지만, 열에 들뜬 신음성 외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정말 아무도 없는 거야? 순욱의 두 손이 문을 밀어젖혔다. 뜨뜻한 공기가 확 퍼져 나왔다.
“넷째?”
아이는 이불을 겹겹 덮은 채 침상에 누워있었다. 이불 밖으로 삐죽 나온 손 하나가 보였다. 손등 처음 이곳에 온 날보다 더 말라 있는 게 한눈에 보였다. 순욱은 아이의 손을 들어 가만가만 이불 안에 넣어 주었다.
“언제까지 서 있나 했어.”
아이가 눈을 감은 채 말했다. 순욱은 침상 옆의 물수건으로 아이의 바짝 마른 입술을 축여주었다. 아이가 시원한 기운을 느꼈는지 눈을 떴다. 고통에 울었는가, 눈물자욱이 길게 남은 눈이 충혈되어 있었다. 순욱은 다시 물수건을 들어 아이의 눈가를 닦아 주었다. 잘못 힘을 주면 아이가 그대로 부서질 것만 같아서 손에 조금도 힘을 줄 수 없었다.
“어찌 이리 낫지 않는 거야?” “걱정했어?”
아이가 말했다. 순간 그 얼굴에 순욱이 첫째날 보았던 수줍은 미소가 돌아온 것 같았다. 순욱은 마주 웃어주다가, 문득 아이가 저에게 반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이가 순욱의 심기를 눈치 채고는 살살 웃었다. 순욱은 뾰루퉁하니 고개를 돌려 버렸다.
“내가 수업에 나가길 기다리고 있다는 거 알아. 나한테 답을 하지 못했잖아.” “왜 내가 네 헛소리에 일일이 답하리라 생각하는 거지?” “형은 다른 사람에게 성실하니까.”
아이의 눈이 뿌옇게 흐려졌다. 순욱은 이대로 아이가 숨을 놓을까 걱정되었다. 그는 아이가 더 편히 숨을 쉬도록 베개를 고쳐 주었다.
“…더 기다릴 수 없다면 지금 답해줘도 돼. 사형의 고견을 감사히 듣지.” “허튼 소리를. 감히 뻔뻔히 누워 사형에게 가르침을 청하다니.” “…내가 본시……. 예에 어두워.”
더 이야기를 이어나갈 수 없어……. 순욱은 제 도톰한 손을 들어 아이의 눈을 덮었다.
“답은 네가 바르게 앉아 똑똑히 정신을 차리고 있을 때 해줄게. 수업은 서탁 앞에서, 침상에서는 잠을 자는 거야.” 아이는 몇 번 입술을 달싹였지만 더 대꾸하지 않았다. 잠시 후, 규칙적으로 숨 들이내쉬는 소리만 병실에 가득 찼다. 순욱은 아이의 눈꺼풀이 꼭 닫혀 있다는 걸 알면서도 한동안 손을 얹고 있었다. 아이의 이마에서 오르는 열이 제 손바닥에 옮겨 올 때까지 내내…….
순우현의 해적은 무난히 정벌되자 기주 땅은 거진 안정되었다. 조조가 순우현으로 군을 돌리니 장수들은 논공행상의 기대에 들떴고 병사들은 고향으로 돌아갈 날만 손꼽았다. ‘승전 직후의 고단함’이 군 전체에 맴돌았다. 조조의 장막에 앉아서도‘귀향’노래를 부르는 졸병들의 노래가 들릴 정도였다. 하여 전장에서 뼈를 삭힌 장수들에게도 곽가의 답은 선뜻 반갑게 들리지 않았다. 몇몇 장수들은 아예 말을 못 알아 들은 듯 곽가를 돌아보았다. 조조가 되물었다.
“유성?”
“노룡새 바깥에서 우리 군이 지리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곳입니다. 신속히 군을 정비해 이곳을 점거하면 능히 유주를 평정할 수 있습니다. 원희와 원상이 만이(蠻夷)를 얼마나 불러오더라도 무용지물일 것입니다.” 마침내 곽가의 말을 알아들은 장수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이전이 곽가의 말에 반박했다.
“군좨주. 그곳은 허도에서 업 사이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멀고 거친 땅 아닙니까. 지금 막 전투를 마친 군대를 이끌고 오환을 평정하는 건 무리입니다.”
다른 장수들도 맞장구쳤다.
“오환족들은 근처 산과 들에 뿔뿔이 흩어져 있어 그 수를 헤아리는 것조차 어렵습니다. 게다가 그 땅은 그들을 전부 솎아낼 만큼 오래 진군해 있을 곳이 못됩니다.” “원가 형제의 머리가 그런 값을 치를 만하겠습니까? 원소나 원방이 있을 때도 위협이 못되던 자들입니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단 반발이었다. 내버려두어도 그만인 땅, 취하지 않아도 되는 승리를 위해 뼈를 깎는 고생을 하자 나서는 자는 드물기 마련이니. 작은 승리 하나에도 연연하고 큰 패배에도 굴하지 않는 자나 이런 제안을 즐겨 듣는 것이다. 곽가는 조조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조조는 초조한 듯 몇 번 턱수염을 쓰다듬었다. 그러나 수염 아래 입꼬리가 씨익 올라가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필경 노리는 것이 더 있군. 봉효.” “군을 일으키는 것은 재정을 들어 쏟는 것인데 어찌 한 가지만 노릴 수 있겠습니까?” “적이 방심하는 곳을 치는 게 병법의 기본이니, 늑대는 뒤를 돌아보며 앞을 물어뜯는다지. 그래. 자네가 노리는 건 뭔가.” “북쪽으로 치달아 남쪽을 넘볼까 합니다.”
- 남정이라니? - 성동격서를 노리신다는 것인가? 여기저기서 질문과 탄식이 쏟아졌다. 그러나 곽가는 제 답에 한 마디도 보태지 않았다. 더 없이 명쾌하다는 듯, 의심도 의문거리도 없다는 투였다. 정욱이 말했다.
“지금이 북을 평정할 절기임을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허나 기책이란 실제 운용할 수 있어야 의미 있는 것이니……, 유주 땅을 횡행하는 오환 기마병의 발을 묶기가 쉽지 않습니다. 또한 치송의 어려움을 어찌 해결할 수 있겠습니까? 두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이 정벌은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그때 막사 앞에 두 인영이 드리웠다.
“그 두 가지는 쉬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니, 정공은 염려 놓으십시오.”
장막 안에 빼곡히 둘러선 장수들을 밀치고 순욱이 들어섰다. 커다란 두루마리 두 개를 든든 채 반보 뒤에서 그를 따르는 이는 사마의였다. 평소 순욱이 사마의를 못마땅히 여긴다는 것을 훤히 아는 장수들이 의아한 눈초리로 순욱을 바라보았다. “기책을 성공시킬 기책 역시 준비되어 있습니다.” 순욱이 사마의로부터 두루마리를 넘겨받아 조조에게 바쳤다. 조조마저도 눈을 크게 뜨고 둘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 중략---
“오늘은 자네의 의외의 면모만 보는군. 문약. 나는 그대가 당연히 요새 수비를 굳건히 하고 머무르자 할 줄 알았는데.” “주공 역시 흥미로우십니까? 저도 그러합니다.” “그대가 어쩐 일로 봉효의 계책에 찬동하는가?” “곽가의 계책에 따르는 것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