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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레다님

Singing 2013. 8. 3.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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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ging 2013. 7. 20. 13:44


귀환기념 박선생에게 드리는 글+
모처에 올린 애들 기반...의 패러디...의 번데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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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내는 후덥지근했다. 준일은 쥐고 있던 손수건으로 연신 관자놀이 언저리를 닦았다. 판사와 검사, 서기 까지도 틈틈이 땀을 찍어내고 있었다. 준일의 반대편에 앉아있던 기자는 숫제 목 언저리 단추를 풀어버리고는 물통을 입에 처박았다. 준일은 그 모습을 곁눈질하다가 벽으로 시선을 돌렸다. 열어놓은 창으로 작은 무당벌레 한마리가 기어들고 있었다. 누런 껍질에 점이 한쌍 박혀 있는, 아주 작은 놈이었다. 놈은 꾸물꾸물 하얗게 바른 벽을 타고 내려오다 문득 사라져 버렸다. 
  준일은 다시 사방을 곁눈질하기 시작했다. 이 방 안은 지나치게 단조로웠다. 시선을 고정해 둘 곳이 마땅치 않았다. 하얀 벽, 탁자, 의자와 타자기, 판사, 다시 검사, 서기, 경비와 기자. 한준일 자신. 그리고 그들 사이에 앉아 미동도 하지 않는 피고 네 사람. 그들 사이에 앉아 있는 채윤서 뿐. 
  말랐다. 준일은 윤서의 뒷모습을 보고는 그리 생각했다. 원래도 살집이 없는 사람이었지만 더 야위고 작아졌다. 본래 어두운 편이던 낯색이 아주 거무죽죽하게 죽어 있었다. 예전에는 저 옆얼굴을 보며 신경질적으로 보인다고 종종 생각하고는 했었는데, 왜 깡마른 지금 보니 그런 느낌이 들지 않는지 모를 일이었다. 아무튼 윤서는 한 시간 째 앞으로 시선을 고정한 채 뻣뻣하게 앉아 있었다. 준일에게 다행한 일이었다. 일부러 피고들이 착석한 후 입실한 보람이 있었다. 

  “이미 다 결판 난 거나 마찬가지 재판이오. 형량이나 더해지면 모를까.”
  재판 소식을 알려준 경감이 함께 찔러준 말이었다. 과연 그의 말대로였다. 끌고 온 죄수들을 방치한 채, 재판은 검사와 판사 사이에서만 진행되고 있었다. 항의도 소요도 없었다. 어차피 보석금을 낼 처지가 못 되는 조선 불순분자들은 판결을 받는 것 외에 아무 할 일이 없었다. 죄수들은 지금 여기서 진행되는 일과 가장 상관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형이 얼마나 내리든, 교도소를 어디로 옮겨야 하든 어차피 제국의 사정에 따라 결정될 일이었으니까. 
  더욱이 신문에 한 줄 언급되기도 애매한 고만고만한 독립운동가들이라면. 어디서나 골칫거리일 뿐.  
  “가본댔자 한 사장님께 좋을 일은 없을 텐데요. 죄인들과 면식이 있는 사이라면 괜히 귀찮은 일에 말려들 수도 있고.”
  돕고 싶은 이가 있다면 차라리 죄인의 가족들을 돌봐주는 게 낫다고 경감은 말했다. 혹여 준일이 보석금이라도 내겠다고 나설까봐 경계하는 눈치였다. 경감은 준일의 아버지가 두번째 광산에 손을 댔을 때부터 서로 가려운 곳을 긁어주던 처지였다. 그는 정말로 준일을 조카대하듯 했고, 앞으로도 죽 ‘함께’ 무탈하기를 바랐다. 이런 혼란스러운 시기에는 그저 무탈한 게 상수인 것이다.   
  게다가 당신처럼 ‘젊은 시절 치기’로 엉뚱한 곳을 갸웃거렸던 사람은, 그런 곳에 가까이 가지 않는 게 좋다-. 그리 신호를 보내는 경감에게 준일은 웃어 보였다.
  - 그러나 경감. 채 형에게는 대신 돌봐줄 가족이 없습니다.
  같은 말은 굳이 입 밖에 내지 않았다.
   

  경감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굳이 이 더위에 환기도 잘 되지 않는 재판정까지 행차한 건, 글쎄. 그냥 회의감때문이라고 해두자. 
  준일은 꽤 오래전부터 회의감을 핸들 삼아 살아왔다. 처음 그것을 느꼈던 것은 아마 큰할아버지의 제삿날이었을 것이다. 큰할아버지가 대한제국의 마지막 관료들 중 하나였다는 이야기는 준일이 어린 시절 내내 집안의 자랑거리였다. 준일의 할아버지가 본토 상인들과 쌀거래를 하고 아버지가 뇌물을 퍼올려 채굴 사업에 한 자리 끼어든 이후까지도 말이다. 큰할아버지의 제사 때마다 상 위에는 온갖 제수들이 푸짐하게 벌려졌다. 큰할머니는 아직도 죽은 남편의 옷가지며 갓끈을 어루만지며 그의 절개를 기렸다. 당숙은 아버지와 준일이 들르면 까딱 한 번 인사를 하고는 고개를 돌렸다. 준일은 어쩐지 그 당숙을 대하는 게 무서웠다. 해서 당숙 뒤에 세워진 신위를 똑바로 보지 못했다.
 그가 어떤 씁쓸한 액체가 갈빗대 사이로 쑥 흘러 나가는 기분을 느낀 건 막 중학교에 입학한 해였다. 그 해에도 어김없이 큰할아버지의 제삿날이 돌아왔다. 집안 어른들이 모여 있는 큰 마루 끝에 앉아 잠깐 졸았던가. 문득 고개를 들자 신위가 눈에 들어왔다. 잔뜩 차려진 접시 뒤에 세워져있는 종이 한 장. 그게 그 순간 왜 그리도 괴상해 보였을까. 결국 준일은 그날 제수는 먹는 둥 마는 둥 돌아왔다. 그리고 다음 해부터 큰할아버지 댁에 가지 않았다. 
  정신을 차려보니 본토 유학을 거부하는, 집안의 골칫거리가 되어 있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제국대학 건축학과에 가기로 결정되어 있었다. 갑작스러운 그의 변화를 좋아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아버지는 그만 보면 한숨을 푹푹 쉬었다. 여동생은 오라비가 괜히 집안 분위기만 굳히는 것이 반갑잖은 모양이었다. 어머니만은 예전과 똑같이 그의 밥그릇에 밥을 꾹꾹 눌러 담아주었다. 그가 집에서 밥을 먹는 일이 몹시 드물었지만 말이다. 
  “대체 어쩔 셈이냐?”
  다그치는 아버지에게 그는 막연히 미국에 가겠노라 했다. 술에 벌겋게 달은 아버지의 얼굴을 보니 또 쓴 물이 속에서 솟아나는 것 같았다. 미국행은 그저 그런 아버지의 얼굴을 더 대하지 않기 위해 갖다 붙인 말이었다.
  그런데도 아버지는 꽤 안심한 것 같았다. 그날부터 집에서는 그의 미국 유학을 준비했다. 물론 유학생 본인이 별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진행은 더디었다. 그는 이런 저런 준비를 한다는 명목으로 서울 시내 이 곳 저 곳을 쏘다녔다. 중학교 때 동기들과 고등학교 때 선배를 만난 것도 ‘준비 중’이던 어느 날이었다. 그들 대부분도 준일처럼 길 여기저기를 헤매는 것으로 소일하고 있었다. 그들은 준일과 달리 가고자 하는 곳이 뚜렷했으나 갈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은 술을 매우 좋아했지만 술을 마실 돈은 없었다. 준일은 술을 즐기지는 않았지만 지갑이 항상 두둑했다. 그는 기꺼이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 지갑을 열었다. 오뎅탕에 싸구려 정종이면 네다섯 입 정도는 감당할 만 했다. 덕분에 그와 친구들은 지붕 있는 술집에 앉아 여유롭게 비 내리는 바깥을 구경할 수 있었다. 
  그리고 거기서 윤서와 마주쳤다. 
  

  윤서는 그보다 세 살 쯤 많았다. 성은 채 씨. 경성제대 중퇴생. 준일이 그에 대해 아는 것 전부였다. 그는 분명 좋은 술친구였다. 그가 끼어든 날에는 비우는 술병도 오가는 이야기도 늘곤 했다. 하지만 그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일은 거의 없었다. 어쩌다 이야기 차례라도 돌아가면 그는 어깨를 으쓱해 보이는 것으로 눙치곤 했다.
  준일은 그와 술집에서 여러번 마주쳤지만, 그의 주량이 어느 정도인지도 가늠하지 못했다. 그 주변에 널려 있는 술병 중 그가 비운 게 얼마나 될까. 준일은 어쩐지 그가 술을 마시는 모습이 낯설었다. 그가 낀 술상의 잔은 거의 다 그가 돌리다시피 했는데도, 정작 잔을 입에 대고 고개를 젖히는 모습은 잘 떠오르지 않았다. 
  그건 아마 처음 만난 날 받은 인상 때문이리라. 비 내리는 소리가 하 요란한 밤이었다. 준일 일행은 비를 피해 아무 술집 문이고 밀어젖히고 들어선 판이었다. 지붕 낮은 술집 안에는 손님이 몇 없었다. 내부는 문을 닫았는데도 바깥 빗소리가 그대로 들릴 만큼 조용했다. 
  “어째 으스스한데.”
  일행 중 하나가 우스갯소리를 하며 가운데 자리를 잡았다. 준일은 고개를 끄덕이며 사방을 둘러보았다. 다른 집이라면 문간부터 달려 나와야 할 여종업원이 어디에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혹여 폐점이 아닌가,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구석에 한 테이블 차지한 사람이 보였다. 이쪽으로는 등을 돌린 채 앉아 있었지만, 준일 또래의 젊은이인 게 틀림없었다. 그의 앞에는 가득 찬 술잔과 딱 한 잔 만큼 빈 술병이 놓여 있었다. 어째서일까. 그가 그렇게 술잔을 건드리지도 않은 채 몇 시간이고 앉아 있는 걸 내내 지켜 본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뭘 그리 보는 거야?” 
  동기가 준일의 어깨를 툭 치며 시선을 맞춰왔다. 
  “별 거 아니야.”
  준일은 고개를 저으며 구석 자리를 가리켰다. 준일의 일행들이 다 같이 고개를 구석자리로 돌렸다. 선배 하나가 고개를 이리 갸웃 저리 갸웃 거리더니 벌떡 일어났다.
  “어이, 채윤서?”
  “……응?”
  구석 자리의 사내는 잠에서 깬 것처럼 느릿느릿 답했다. 선배는 그가 고개를 돌리기도 전에 성큼성큼 그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사내의 마른 어깨를 덥석 끌어안아 일으켰다.
  “이야, 이게 얼마만이야! 대체 어디에 박혀있나 했더니 다 망한 술집 손님 노릇이나 해주고 있었나?”
  “뭐야. 오 군이었어? 난 또 누구라고.”
  사내는 방금 전까지 딱딱하니 굳어있던 자세를 일시에 허물고는 선배와 마주 어깨동무를 했다. 준일은 이제 그의 얼굴을 정면에서 볼 수 있었다. 중키, 마른 몸, 까칠한 낯, 경성시내 대학생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인상이었다. 사내가 허물없이 웃으며 합석해왔다. 
  “자네는 여전히 패거리로 몰려다니나 보군. 여기 이 준재들은 또 어떻게 꼬여 낸 건가? 자네 같은 사상범과 붙어 다니기에는 다들 너무 순수해 뵈는데.”
  “내 후배들을 모욕하지 말게. 다들 이 시대를 살기엔 너무 영민한 친구들이라고.”
  선배는 낄낄거리며 일행을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준일을 가리키자, 윤서가 툭 한마디 했다.
  “아, 아까부터 나를 빤히 바라보던 친구로군.”
  “아…….”
  “이크. 말하지 말걸 그랬네.”
  준일은 낯이 확 붉어지는 걸 느꼈다. 사과를 해야 하나, 농담을 해야 하나. 혀가 꼬여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사내 쪽에서 외려 사과를 건넸다. 이어 소개 받은 이름 석자, 출신 대학, 친구들이 당겨 앉아 마련해준 제일 끝자리. 가득 찬 술잔과 꼭 술 한 잔 만큼 빈 술병. 그게 한준일이 아는 윤서의 전부가 되었다. 그날 이후 한동안 윤서가 준일에게 특별히 말을 건 일은 없었다. 
   

  “그럼 15분간 휴정하겠습니다.”
  해가 제법 기울었다. 여전히 실내는 찜통이었다. 준일은 축축 처지는 몸을 억지로 세웠다. 경비가 죄인들을 툭툭 쳐 일으켰다. 죄인들이 일어나자 죄수복에 땀자국이 흥건히 남은 게 보였다. 그들도 땀을 무진 흘린 모양이었다. 
  ‘살아는 있는 모양이구나.’
  준일은 새삼스럽게 그리 생각하고는 재판실을 빠져나갔다. 문 앞에는 간이의자와 물주전자가 비치되어 있었다. 주전자속 물은 미지근한데다 냄새가 났다. 준일은 주전자가 텅 빌 때까지 그 물을 다 마셔 버렸다. 그래도 모자라 시원한 냉차나 사 마실까 하다가 관두었다. 이 근처에는 냉차 따위를 파는 곳은 없다. 어차피 곧 돌아와야 하는데 멀리까지 나가기 싫었다.
  - 곧 돌아온다라.   
  그는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식구들을 생각했다. 가족들은 모두 ‘그가 곧 돌아올 것을’ 믿고 편안히 지내고 있을 것이다. 아버지도, 어머니와 여동생도, 아내와 어린 아들까지. 그들에게 그는 언제나 ‘곧 돌아오는’ 사람이었다. 실제로 ‘젊은 시절 방랑’에서도 곧 돌아와 주었으니까. 언제나 믿음직한 장자, 신뢰를 주는 사업가였으니 말이다. 
  준일은 여기서 재판정 앞 도로까지의 거리를 가늠해 보았다. 여기서 몇 발짝 걸어 나가기만 한다면 인력거꾼들이 줄을 서 있을 것이다. 그들 중 아무나 잡아타면 여기보다 훨씬 쾌적한 곳으로 단박에 준일을 데려다 줄 것이다. 그리고 다시는 이 곳에 올 필요가 없겠지.  
  - 나는 왜 아직도 여기 있는 거지. 
  준일 스스로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는 한 시간이 넘게 채윤서의 뒷등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저, 지켜보고 있을 뿐. 그 이상 참견할 마음은 없었다. 그를 위해 보석금을 내주거나 사식을 넣어줄 마음도 없었다. 사상범 채윤서의 형량은 건축업계의 큰 손 한 사장과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 아무도, 아마 채윤서마저도 채윤서와 한준일 사이에 무슨 연고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그건 한준일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왜 그는 여기에 온 것일까. 왜 떠나지 않는 걸까? 왜 그는 채윤서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걸까. 이럴 때면 언제나 솟구치던 역한 느낌, 뒷목과 옆구리에 구멍이 뚫려 헛바람이 새는 듯하고 목구멍으로는 쓴물이 올라오는 듯한 그 느낌이 왜 밀려오지 않는 걸까. 그 기분만 든다면 그는 언제나 그랬듯 주저 없이 등을 돌렸을 것인데.
  그러나 아무리 오장육부를 되짚어봐도 그 씁쓸한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다. 경비가 재판이 곧 다시 시작될 것을 알려왔다. 준일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주전자를 한 번 더 기울였다. 주둥이 끝에 맺혀 있던 물 한 방울이 그의 입술로 떨어졌다.


  “채 형.” 
  뒤에서 와르르-무너지는 소리가 났다. 제 발이 뭔가 걷어찬 모양이었다. 아마도 병이 든 상자나, 상자 무더기?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지금 자신은 뒤를 돌아보고 제가 찬 게 뭔지 분별할 수도 없었으니까. 
  윤서가 준일의 옆구리에 손을 밀어 넣었다. 부축하지 않으면 안되겠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비록 키는 비슷하지만 윤서는 준일보다 한참 말랐다. 그는 준일의 몸무게를 지탱하지 못할 것이다. 준일은 허우적거리며 다리에 힘을 주었다. 하지만 아무리 해도 몸이 가눠지질 않았다. 
  “그러게 왜 그리 마셨나. 한 군 답지 않게.”
  윤서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뭉개진 것처럼 들려왔다. 자기가 술에 취한 탓인지, 윤서가 입속말을 하는 것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준일은 몇걸음 걷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뱃속 깊은 곳에서부터 역한 기운이 올라와 숨을 쉴 수가 없었다. 할 수 있다면 모조리 뱉어 버리고 싶었다. 요 이 년간 친구들과 어울리며 먹은 그 싸구려 술과 안주들, 모두. 왁 다 쏟아 버리고 남이 뱉어 놓은 오물 보듯 미간을 찌푸린 채 지나갈 수 있다면. 그럴 수 있다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애초에 이 모든 게 다 뜻 없는 짓이었어. 다 꼭두각시 놀음에 불과했다고! 채 형, 채 형은 알고 있었지요? 제국이 독립운동가들을 잡아넣는 건 그들이 본토의 위협이 되기 때문이 아니야. 죄다 쓰레기 처치지! 저런 쓰레기들 아니면 조선  독립 따위 외치는 놈들이 없기 때문이야!”
  그는 뱃속 대신 머릿속에 있던 것들을 토해놓았다. 한 번 혀가 뒤틀리자 마구 튀어나오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우정이며 어줍잖은 정의감으로 꽉 막아놨던 목구멍 안쪽에서부터 쇠꼬챙이가 솟아오르는 것 같았다. 
  “채 형은 알고 있었지요? 알고 있었어. 알고 있었을 거야.”
  그는 자꾸 윤서를 불러댔다. 윤서가 제 머리를 발로 차고 입을 틀어막아 주길 바랐다. 그 손으로 제 토사물들을 쓸어 담아 주길 바란 것도 같았다. 아무튼 그는 윤서가 뭔가 어떻게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해줘야 했다. 그는 결국 어설프고 순진한, 그리고 너무나 약한 젊은이들이 어찌 될지 알고 있었을 테니까. 어설프고 순진하고, 너무 약한 한준일이 결국 어떻게 할지도 짐작하고 있을 테니까. 그래서 항상 술잔을 가득 채운 채 넘기지는 못하고 있었던 거니까.
  왜 처음 만났을 때 순순히 그는 준일이 있던 자리로 합석해 왔을까. 그가 그 자리에서 한준일을 쫓아내 주었다면 좋았을 텐데. 더러운 부르주아 자식이 돈으로 너희와의 술자리를 샀다고. 그리고 얼마간 놀다가 너희를 팔아 버리고는 자기는 몸 편히 유학을 떠날 거라고 폭로해 주었다면 모든 게 간단했을 텐데. 
  뜨뜻한 손이 준일의 등을 쓸어내렸다. 준일은 그 손길마저 원망스러웠다. 밀쳐내고 싶은데, 지금은 몸이 말을 듣질 않았다. 그는 윤서가 쓸어주는 대로 몇번 더 헛구역질을 해보았다. 하지만 나오는 게 없었다. 
  “너무 속상해 하지 말게.” 
  마르고 쉰 목소리가 뒷목에 닿았다. 지쳤지만 한결같고, 자기만큼 젊은 남자의 목소리였다. 윤서는 준일의 등을 쓸어내리면서 몇 번이고 그 말을 반복했다. 속상해 하지 마. 속상해 하지 마. 준일은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조금 술이 깨는 것도 같았다. 그는 비칠비칠 몸을 뒤집었다. 윤서는 여전히 그의 곁에 서 있었다. 그는 준일의 등을 쓸어내리던 손을 엉거주춤 뻗은 채 피식 웃어 보였다. 준일은 그 손에 제 손가락을 얽었다. 손가락마디가 울퉁불퉁한, 별로 곱지도 단단하지도 않은 손이었다. 
  “채 형 보기에는 내가 짐승 같지 않은 가요?” 
  “흐음. 글쎄?”
  윤서가 고개를 젖히고 준일을 내려다보았다. 가로등 빛이 그의 마른 뺨과 목을 비추었다. 품평하듯 가늘게 뜬 눈에도 빛이 도는 것 같았다. 
  “한 군.”
  그는 준일의 손을 끌어당겨 천천히 살피더니, 불쑥 얼굴을 들이밀었다. 코앞까지 다가온 얼굴에는 농기라고는 전혀 없었다. 
  “한 군은 짐승이라기에는 너무 잘생기지 않았소?”


  윤서는 농담을 퍽 잘했다. 그는 언제 어느 자리에서든 항상 뜻 없고 가벼운 농담을 던져댔다. 맛없는 맥주를 안주 없이 먹더라도 그와의 술자리는 즐거운 데가 있었다. 그러나 준일이 기억하는 채윤서의 농담은 그날 밤의 저 품평뿐이었다. 저것보다는 쓸 만한 농담이 훨씬 많았는데도 말이다. 그 날 기어이 그는 정신을 잃었던가. 어찌나 술에 취했던지 이틀간 기억이 흐릿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가족들이 그의 곁에 둘러앉은 채 그간 어디에 있었느냐 묻고 있었다. 그는 머리에 손을 얹고 기억을 가다듬었지만 결국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생각나는 거라곤 제가 밀고한 사상범에게 받은 외모 품평뿐인걸 어쩌랴.
  그 후 준일은 바로 미국으로 떠났다. 가족들도 준일에게 ‘어떤 일’이 있었다는 걸 잊어버렸다. 그들 중 준일이 오늘 엉뚱한 재판에 참관했다는 걸 아는 이는 없었다. 아마 알더라도 별 걱정하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저녁식사까지는 집에 돌아갈 테니까. 

  재판은 마무리 단계에 이르자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형의 확정, 교도소 이전. 수없이 많은 젊은이들을 쓸어 담은 판결문이 몇 몇 단어만 바뀐 채 번복되었다. 아마도 이 자리의 죄수들은 여러 번 들어봤을 말이었다. 준일은 다리를 꼰 채 판결문을 듣고 있었다. 판사의 망치를 두드릴 때에는 순간 무릎이 움찔거렸다. 그게 전부였다.  
  그렇게 채윤서를 포함한 세 사람의 재판이 끝났다. 판사와 검사가 순서대로 퇴장하고, 경비가 죄수들의 수갑을 일일이 확인했다. 네 사람의 수갑은 하나로 이어져 있었다. 그들은 경비가 시키는 대로 나란히 재판정을 빠져 나갔다. 십여분 전부터 졸던 기자는 허둥지둥 필기구를 챙기며 부산을 떨었다. 준일은 그 기자가 나갈 때까지도 멍하니 의자에 앉아 있었다. 씁쓸한 기분과 불쾌감은 아직도 그를 찾아오지 않고 있었다. 그는 죄수들 중 두번째에 선 이를 돌려 세워 보는 상상을 했다. 마지막으로 봤을 때보다 한층 마르고 죽은 얼굴이 피식 웃는 것을 그려보았다. 가득 찬 술잔을 떠올리고, 얽은 손가락을 떠올렸다. 길에 주저앉은 채 토악질을 하던 자신을 세워놔 보았다. 그런데도 역한 기분이 느껴지지 않았다. 참 이상한 일이었다. 왜, 나는 내가 역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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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저 대사 나온 맥락 까먹어썽

일제시대 버전 애들 설정도 까먹어썽

존나 고증 안했어 저게 일제 촌지 중지 후기인지도 몰게씀 대강 뭐 그 어딘가 ... 려니? 일제시대 재판 어떤지 알게 뭐야 저기 법정이 어딘지도 모르게씀 난 대강 지방 어디라고 상상했는데 

암튼 윤서는 저러고 북쪽 어디로 옮겨간다고 망상함 


암튼 수고많아씀 잘 다녀와씀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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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자캐문답

Singing 2013. 3. 23. 16:29

J에게 받았음.



1. 본인-자캐소개


  나: 잉여.키보드 두들기는 인간. 자캐들에게는 대략 유치원 보모 정도 입장...이라 쓰니 손가락이 경련을 일으키는데.

  중요한 건 애들 에미가 내가 아니라는 겁니다. 무슨 일이 일어났든 저는 깃털에 불과해요! 기껏해야 옆에서 애들 간식이나 챙겨주고 장난감 선물이나 해준 정도랄까. '아 그런데 이런 건 어때' 하고 저고리 한 벌 더 해준 게 제가 한 전붑니다. 아니 거기 비웃는 사람들. 진짜 내가 끼었을 때 애들은 이미 만들어져 있었다고요. 난 이미 있는 애들을 데리고 쎄쎄쎄 만 했다니까. 그러니 얘들아 민나 나를 원망하지...음...


어쨌든 애들 설명하는 것만으로도 기운 빠질 테니 대략 줄임. 


  자캐들: ... 대략 09년 겨울 즈음에 만들어져서 2010년 내내 화려하게 굴렀던 놈들. 이름은 알파벳 순(A~F)대로 첫글자 정해서 지었음. 고로 여기서는 이니셜로만 표기. 

꿈에 쫓아와서 우릴 죽이려고 하지 않는 걸 보면 다들 성인군자임. 껄껄. 아니면 이미 시도해봤는데 불행히도 모두 실패했든가. 


알파벳 순으로 하면 관계 설명이 잘 안되는 고로 중요인물 순으로 설명. 

- 아. 그런데 내 기억이 알랄랄라라 설정 헷갈리는 부분들이 많을 거임. 발견하신 분들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음.ㄲㄲ-



A: 주인수. 이 말 하나로 모든 게 결정났다고 봄. 이 이상 설명 하지 않는 게 애에 대한 도리일 것도 같지만. 

  그럭저럭 힘있는 백작가와 자작가 간의 사생아. 아버지가 인지해준 덕분에 아버지 댁에서 성장. 성도 아버지 성을 물려받음. 적당한 보호와 서자 대우를 받으며, 수도사를 희망하는 무난한 서자로 성장. 

  그러나 어른들의 사정에 의해 마찬가지로 출신이 불량한 세자 보좌관이 되면서 인생이 본격적으로 꼬임. 원래는 서로 성격 더럽게 안 맞았는데 서자 설움(?)으로 대동단결한 이후로는 오히려 그 엇박자마저도 서로한테 집착할 이유가 됨. A의 집착 형식은 어디까지나 충성이지만, 문제는 그 충성을 너무 질기게 해서... 얘의 인생을...버려놨습니다. 버렸어요. 어. 인생을 버렸어. 

  온갖 구설수, 더러운 짓에 손 담궈야 하는 건 기본, 친구도 등돌리고 (살갑지는 않으나마) 가족도 날아가고 목에 칼도 들어오고 격무에 시달리고. 결정적으로 왕이 내쳐지는데도 그놈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는 것이었다. 온 세상이 지 왕에게 왕 아니라고 손가락질해도 얘한테는 지 왕은 왕인 것이다. 세상이 다 뭐야. 설령 왕 자신이 나 왕 아니라고 해도 끝내 무릎 꿇고 전하라고 부를 놈임.

   구부러지지 않는 막대는 부러진다든가. 그런데 이놈은 부러지지조차 않음. 아 쓰다보니 망스멜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물론 저 망한 성격이 핵심에 키포인트. 주인수의 영광의 홀. 놈의 망한 성격을 빌미로 우리는 기꺼이 놈을 굴려댄 것이었고..... 차라리 멘탈이 바스러졌다면 팔자가 덜 사나웠을 것이나..

  아. 나이는 대략 22세. 갈색 머리, 회색 암록색 눈. 중키. 학자와 관료 중간 분위기. 




E: 주인공(?) A의 주군. 

  병약. 퇴폐미. 유리몸 유리심장 유리로 만든 사람!

  선왕의 망나니 동생이 거리 창부에게서 만들어온 아들. 한마디로 혈통 자체가 보증이 안 되는 입장이시다. 망나니 동생이 망나니짓 하다 죽은 후 왕궁에서 자랐으나 꽤 오랫동안 보살핌을 받지 못했다. 데려다 놓기만 하고 방치플 하다 갑자기 세자로 책봉됨. 궁정을 혼돈에 카오스로 몰고 간 주범. 그 이전까지 후계 자리를 노리고 있던 대공파가 이를 득득 갈게 됨.

  대반전으로 세자가 되긴 했으나 너무나 지지기반이 없던 데다 본인이 이미지 개선 의욕도 없음. 게다가 세자 책봉 후 선왕이 정치적 안배를 쩔게 해준 것도 아님.(사실 해주던 중이었으나 아직 티가 안나는 단계) 덕분에 지지기반은 쥐뿔 그런 거 없는 상태. 그런 상황에서 점차 대공파가 불온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

  ...던 어느 날, 선왕이 죽으면서 덜컥 왕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누가 봐도 얘는 왕 감이 아닌 것이다. 어렸을 적부터 애정도 돌봄도 받지 못했던 환경이 그대로 애 성격을 굳혀버림. 가뜩이나 예민하고 불안정한 애가 열등감(날 쳐다보는 건 내 출생때문이냐?ㄲ)도 심함. 그 열등감을 매우려다 보니  이상에 대한 열망은 그것대로 극렬. 손대면 바로 깨지는 유리세공 그 자체. 그런데 그 세공이 너무 아름다워서 혹한 사람은 또 아주 장님이 됨.(...그 피해자가 A)

  누군가에게 온전한 애정과 신뢰를 받아본 일이 하도 없어서 자신에게 충성을 다 하는 A에게 몹시 집착함. 온갖 더러운 감정을 피력하지만 한 단어로 줄이면 독점욕. 얘 내 거. 이 세상에 딱 하나뿐인 진짜 내 거. 눈이 높으셔서 이거 외에는 필요 없음. 결국 A가 위험에 처하자 제 옆에 불러앉히고 몸도 취해 버림. 빼박 구설수 감. 그럼에도 나를 버리지 않을 너라는 걸 알기에~'ㅠ'...(우웩...) 

 A는 E한테 줄 수 있는 모든 걸 주는데 E는 그걸로도 만족을 못함. 절대 배신 당하지도 않지만 충족되지도 않음. 그럴 거란걸 지도 너무 잘 암. 

  아 디러. 

  나이는 A보다 한두살 어림. 키는 조금 더 큼. 푸스스 백금발 벽안, 창백한 얼굴, 마른 몸,  




F: 최종보스(?) 

  젊은 대공. 선왕 누이의 아들. 즉 E랑은 사촌. 물론 E따위 버러지와 자기 피가 이어져 있다고 생각할 리 없지만^ㅁ^

  잘났음. 금숟갈 물고 태어났는데 그 금숟갈에 전혀 밀리지 않을 만큼 잘났음. 얼굴, 능력, 지도자로서의 통솔력, 결단력,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음. 누가 봐도 이쪽이 왕 감임.ㅇㅇ. 

  문제는 선왕이 얘를 선택 안했다는 거지.

  저 버러지 창녀 자식이 지를 제치고 세자가 되었다는 걸 이해를 못함. 분노 이전에 정말 이해가 안되는 일임. 태어나서 내내 승자이던 애가 순식간에 부조리극 조연이 되었음. 

  그래도 타고난 지도자 감 답게 패닉 비분강개에 빠지기보다는 차분하게 공작 시작. 왕위를 되찾는 건 순전히 원래 제 것을 되찾는 것이라서, 한치 거리낌 없음. 거리낌 좋아하네. 내가 왕위에 오르는 게 하루빨리 세상을 정위치로 돌려 놓는 길인 걸. 

  그래서 공사가 다망하신 와중, 버러지 E를 싸고 돌며 이쪽 암수를 차단해 버리는 A가 눈에 들어옴. 처음에는 -뭐 이런 성가신 게 다 있어?- 하고 정리하려고 했는데 이게 의외로 끈덕지게 버티는 거다. -호오라, 버러지 주제에 쓸만한 걸 가지고 있네?- 조금씩 흥미가 생기기 시작하고..... 하필 A의 포인트(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내 왕은 니가 아니거든)이 대공의 역린을 건드릴 뿐이고...... 

  나이 대략 스물넷 다섯? 짙은 금발에 남색에 가까운 푸른 녹색 눈. 훤칠한 체격. 남자답되 화려한 얼굴. 아무튼 잘남. 척 봐도 잘남. 내부도 생긴 대로임. 




B: 서브공

  A의 친구. 사실 하나뿐인 친구. 후작가 장남. 영지도 빵빵하고 본인은 사관학교 수석 출신에 근위대 장교. 이쪽도 뭐 하나 빠지지 않는 매우 준수한 프로필 되시겠음. 젊은 사람 답지않게 침착하고 겸손하다. 매우 성실하고 진중, 과묵함. 얼굴만 보면 쿨한 냉미남인데 정작 까보면 성격은 순순한 편. 다만 말이 없어서 여자들에게는 아직 도도한 성격으로 오해 받는 일 잦음. 

  그리고 그 성격대로 매우 조용하고 성실하고 길게 A 짝사랑 중. 어렸을 때 어쩌다 입술 잠깐 부딪고는 그 길로 사관학교로 줄행랑을 쳐버리는 바람에 둘의 진도는 거기에서 끝남. A쪽에서 먼저 '친구'로서 편지 보낸 이후에야 간신히 다시 연락. 이후 친구 스텐스 유지 중. 

  저렇게 줄행랑을 놔버리는 바람에 정작 A가 궁정 사정에 휩쓸릴 때 도와주지 못함. 그 땜빵을 위해 E의 밑으로 순순히 들어옴. 세력 빵빵한 후작가인데다 본인이 유능한 군인. 두루 써먹기 좋은 인재인지라 E 쪽 진영이 확 살아남. 그리고 A도 충실히 B를 써먹음. B가 자걸 어떤 눈으로 보고 있는지 대강 알고 미안하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그래도 써먹음. 본인도 잘 부려 먹힘. B돌쇠. 

  하지만 E와 A에 관한 더러운 소문이 돌기 시작하고 정국은 점점 불리해져간다. 게다가 후작가를 이끌어야 하는 사람으로서 언제까지 개인플레이를 할 수도 없는 일. A를 위해 E에게 날아온 독화살을 맞아 줄 수는 있어도 A가 E 아래서 파삭파삭 말라가는 건 못 보는 B는 A가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되고...ㄲㄲㄲ 오냐 너도 망했다.

 25세. 검은 머리. 눈색은 아이스블루. 장신. 무인다운 체격. 위의 F가 잘 빠졌다면 이쪽은 단련된 몸이라는 게 포인트. 



C: 서브커플(?) 공 ㄲ

  B의 사관학교 친구. 백작가 삼남. 집안부터 대공파. 본인도 대공을 매우 존경함.

  작은 키에 동안. 발랄한데다 개구져서 소년같아 보임. 세검으로 빠른 검법 구사. 그런데 이게 그다지 실전용은 못됨. 실력은 좋은데 실전용은 아니란 말이지...ㄲㄲ 

  남자애의 허세 만땅. 어른스러움과 공 올리기에 집착함. B가 딱 자기 이상형 이미지. 정의로움, 공명정대함에 대한 환상이 있음. 자신이 존경하는 대공이 그런 인물이라 믿어 의심치 않음. 대의는 이 편에 있다! 고귀한 혈통과 나라와 정의가 얘 머리에서는 하나로 돌아감.  아니면 不. 그 중간은 없다고 생각하는 단순 외곬수. 

  한마디로 풋사과. 때문에 섬세한 정치판 수 싸움에는 적합한 인물이 아님. 실제로 대공이 만나는 많은 인물들 중 악인이나 천한 인물들을 몹시 싫어함. 왜 나의 대공님이 저런 놈들과 면상을 터야 하는가 분노가 차오름. 

 그중 가장 짜증나는 인물이 대공의 숨은 책략가 D. D는 한때 C네 집 서기였음. C네 아버지 옆에서 일하는 거 보고 F가 스카웃한 것. 물론 C는 D가 실제 얼마나 대공의 러닝메이트인지 잘 모름. 지네 집에 있을 때도 마음에 안 들었는데 대공 주변에서 얼쩡거리는 쥐새끼 정도로 봄. 쥐새끼 주제에 묘하게 자신을 무시하는 것 같아서 더 괘씸.

  대략 23? 24세. 아무튼 얼굴에 비해서는 좀 나이 있는 편. 밝은 적발. 황금색 눈. 작은 키. 작은 몸. ㄲㄲㄲㄲㄲ.



D: 서브커플(?) 수 ㄲ

  F의 숨겨놓은 모략가. 외부에서 보기에는 평민 주제에 귀족가와 연이 닿고도 만족을 못하고 자꾸 대공 근처를 얼쩡거리는 간 부은 놈. F 대우도 딱 그정도. 그런데 뒤로는 F네 거의 모든 암수 지휘를 맡고 있음. F가 할 수 없는 더러운 일은 다 이 사람 손에서 해결. 

  로레알 평민.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 고학생. 체제에 반항감 쌓일 법도 한데 오히려 역방향으로 신분차별을 공고화하는 대공을 밀고 있음. 그러면서도 부귀영화를 누리려고도 하지 않음. 평민과 귀족 모두에게 벽을 치고 있다. 평민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 몹시 회의적인데 귀족에 대한 증오심도 그에 못지 않음. ... 얜 다른 인물하고 엮을 것도 없이 여기까지만 썼어도 망스멜 작렬이네. 참고로 여섯 명 중 내 최애임. 

  그런데 얘가 C를 좋아함. 지가 제일 싫어하는 멍청한 젊은 귀족임. 그런데도 그 발랄단순한 면이 눈에 밟힘. 다른 귀족들에게는 '자기 역할'에 맞게 굽히는 척 하는데, C만은 한번씩 속 뒤집어놓고야 맘. 남들이 보면 둘이 참 안 맞음. 물론 둘도 서로에 대해 그렇게 생각함. 

  커플이라고 써놓고 그래서 얘네가 언제 커플질을 하냐면... 아니 그런데 고백은 함.^ㅁ^ 고백만 하고 지는 훌쩍 날라서 C는 넋부가 되고...낄낄낄. 

   나이가 아마 26? 27?... 원래는 이거보다 낮았는데 난 좀 올리고 싶어. 아무튼 지금은 아마 이쯤 되는 설정일거야. F보다는 많은 거 맞을 거거든. 회색 눈 회색 머리카락. 몹시 장신. 아마 B랑 비슷하든가 더 크던가 했을 거임. 딱 꺽다리학삐리인거지. 겁나 딱딱하고 맛없어 보임. 




2. 자캐 커뮤니티 소속 여부 

  이런걸 어디 외부로 돌리란 말임? 안되지 말임?




3. 캐릭터와 본인 닮은 점

  ... 어떻게 쟤네랑 내가 닮았음? 닮은 데 없습니다. 레알 여섯 놈 다 합쳐 한 군데도 없어. 




4. 다른 점 

  ... 굳이 어디가 다르다고 말하는 것도 웃기게 다름. 일치점이 없음. 아마 3.4번 질문 넣은 게 자캐는 어느 정도 나를 반영해 넣기 마련이라고 생각해서인가 본데... 아쉽게도 나는 일치점이 없습니다. 아마 다른 님들도 못 찾을 거라고 보는데.ㅇㅇ 



5. 좋은 점

  여섯 놈 다 망한다^ㅁ^/ 가장 마음에 드는 망은 역시 D. 그 다음이 F.



6. 싫은 점

  A랑 E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편. A의 무조건적 충성이 도가 지나치면... 자캐지만 참 이해가 안된달까. 아니 설정은 좋은데 굴리는 시츄에 따라 가끔 비인간적으로 느껴져서 말이지. 음. 왜 저렇게까지 버텨? 왜 안 죽지?; 


  E는 내가 잘 굴릴 수 있는 애가 아님. 예민한 예술가형 천재. 실제에서도 꺼리는 유형이라. 난 이렇게 깐깐하고 예민한 사람 안 좋아하거든. 

  게다가 픽션에서도 난 저런 예술가형 천재 못 굴려. 내 글에는 기본적으로 반작반짝하는 부분이 없다고 생각함. 그래서 일순간 팍 빛났다가 꺼지는 타입 매력을 살리질 못 함. 공감포인트를 아직 못 잡기도 했고. 게다가 자연인 E에 대해서는 쉽게 쓸 수 있지만 왕관을 올리고 나면 얘를 더더욱 어떻게 굴려야 할지 애매함. 얘의 타고난 성격이 왕좌 위에 올라가면 어떻게 발현되는 건가. 연산군이나 네로나 참고해볼까. 허허. 




7. 캐릭터의 어두운 과거썰


  F. B. C는 순탄하게 살아 왔으니까. 기껏해야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왕좌 스틸 당했다, 동성 친구에게 뽀뽀했다 정도.

  나머지 셋도 위에서 풀만큼 풀었지만 반복해 보자면. 


  A- 서자. 학대 당한 건 아니지만 인정 못 받음. 특히 백작부인에게서 냉대가 심했음. 아버지가 그나마 정을 간간히 주긴 했는데 마누라 심기와 명예에 흠집 안날 정도로 가끔. 언제나 집 안에서 붕 뜨고 공허. 아버지가 얘 건드렸다는 설정이 있든가 없든가 했음. E와 만나고부터는 E도 건사하느라 아주 시망. 나중 일이지만 어머니와 아버지 집안이 싸우는 바람에 두 집안 다 잿더미 되면서 레알 사고무친 됨. 


  E- 어머니에게서 자랄 때는 말그대로 학대. 아버지 측에 넘겨진 이후에도 손가락질과 학대. 왕궁에 온 이후에도 그림자 처지 방치플레이. 목숨만 붙여주긴 하는데 아무도 얘가 오래 살기는 바라지 않음. 일단 왕족이라고 인정은 받았지만 차라리 처지가 궁의 고아 시종보다 못함. A랑 만나고 처음으로 인정을 받아 봄. 본편 1부 진행 중에는 대공 측 언플로 가짜 어머니가 튀어나와 멘탈 뒤집힘.


  D- 집안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홀로 공부. 그러나 집안에서 얘에게 바란 건 딱 어느 물류창고 회계나 서기 이상이 아니었음. 문맹 벗어나고 셈이나 할 수 있으면 되는 거임. 얘의 능력을 알아본 교회 신부의 도움으로 공부를 계속하긴 했지만 매우 고생함. 어찌 어찌 귀족가와 연이 닿아 C네 들어간 후에는 아마 C네 아빠한테 당했었음. C는 물론 모름.



8. 가족설정

  A- 백작 아버지 자작부인 어머니 - 백작부인 의붓어머니/의붓형 하나

  B- 아버지(본편 중반 사망) 어머니, 동생이 남녀 둘 정도 있었던 것 같음. 육촌여동생(2부에 F의 정비 됨)

  C- 아버지, 어머니, 형 둘. 

  D- 나이 차 많이 나는 누님. 조카들 여섯. 

  E- ...(1부 시작 시점에 사망하는) 숙부? (이쪽을 버러지 취급하는)사촌? ㄲ 

  F- 어머니, 여동생(2부에 B와 결혼)



9. 애인설정

애 ㅋ 인 ㅋ 이 세계에 그런 건 있을 수가 없어 ㅋㅋㅋㅋㅋㅋㅋ

사랑의 아름다움을 모르는 얘네는 망했어요!? ㄲㄲㄲ


답변은 레ㄷ님이 오래전에 만든 관계도로 대신함. 대략 무인도 모래사장에서 보물지도 파내는 기분으로 찾아옴. 


1부






2부



그런데 이제보니 2부에서 E가 빠져 있네. 뭐 죽은 건 아님. 대략 살아 있음. 그리고 살아서 할 만한 짓을 함. 딱히 A와의 관계가 달라지는 건 없음.ㄲㄲ


10. 바톤 돌릴 다섯 분

먹고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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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잎 _ 비번 green

Singing 2013. 1. 30.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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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ver2

Singing 2012. 6. 14.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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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

Singing 2012. 5. 24. 20:00


갑자기 발이 땅에 닿지 않았다. 얼레? 땅을 향해 다리를 쭉 뻗어 봤지만 웬걸. 헐렁한 운동화가 허공에서 덜렁거릴 뿐이었다. 어―― 어? 여기저기서 멀건 신음성이 새어나왔다. 누군가는 날갯짓하듯 팔을 휘저었고 또 다른 누군가는 벽을 붙잡고 늘어졌다. 얍! 묵직한 과일박스를 옆구리에 끼고 있던 배달부가 기합을 내지르며 몸을 쓰러뜨렸다. 땅에 부딪힌 박스가 터지고 배달부는 반동을 받아 더 높이 떠올랐다. 박스에서 튀어나온 노란 참외들이 순식간에 하늘 저편으로 사라져 버렸다. 아무것도 붙잡지 못한 사람들이 그 뒤를 따랐다.

영문을 모를 일이었지만, 모두가 점점 땅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빌딩 옥상과 산머리를 넘어 구름을 뚫고, 머리부터 허공으로, 허공으로…….

허공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비명이 끊이지 않았다. 한계까지 질러대는 고함 소리에 목이, 귀가, 온 몸이 아파왔다. 운 좋게 다른 사람을 붙든 이들은 서로를 꼭 부둥켜안았다. 어떤 이들은 벌벌 떨리는 손으로 휴대전화기를 볼에 가져다 붙였다. 하늘 위에서는 눈보라와 비바람이 동시에 몰아쳤다. 몸은 얼었다 녹기를 반복했다. 숨을 들이키려 입을 벌리면 혀부터 굳어버렸다.

그리고 그 즈음부터 사람들은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어찌 된 일일까요. 갑자기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요. 땅이 우릴 버린 걸까? 난 벌 받은 거예요. 아니, 난 벌 받을 만한 일은 하지 않았어. 휴거란 게 이런 거라고는 말 안했잖아요. 목사님! 양이여. 선택 받았다는 것에 감사하세요. 신의 계획을 어찌 우리가 다 알 수 있겠어요. 당신 같은 불평꾼을 선택 하신 것만 봐도 말입니다. 아, 하지만 계시하셨던 그 날 오지 않으신 건 저도 조금 유감스럽군요. 아, 땅이 점점 멀어져 가요. 내가 하던 일, 내가 먹던 음식, 내가 살던 집. 우리가 남겨 놓은 것들은 어떻게 될까요. 오븐에 케잌을 꺼내야 할텐데. 이럴 줄 알았으면 일기를 마저 쓰고 나올 걸. 누가 우리 집 새를 풀어 줘야 할텐데. 집 안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우리들은? 난 평생 이 마을에서 떠나 본 적이 없었어요. 이건 너무 끔찍해. 난 한 마을에서 반년 넘게 살아본 적이 없는데, 나도 지금 이 상황이 너무 끔찍해요. 이런 여행 방법이 있을 줄은 몰랐어. 당신은 뭘 하고 있었나요? 무얼 하던 사람이었죠? 지금 기분이 어때요?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나요? 맨몸으로 이렇게 높은 곳에 와 있는데 죽지 않다니. 그런데 우린 여기 올라온 건가요, 내려 온 건가요?

우린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사람들은 서로 멀어져 갔다. 우리는 모두 다른 방향으로 떨어지고 있어요. 땅을 등진 채 점점 멀리. 공기가 희박해지는 것을 느꼈지만 아무도 대화를 멈추려 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손나팔을 하고, 몸짓을 하고, 눈물을 흘렸다. 비록 보이지 않아도 모두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우린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추락 속도는 점점 빨라졌다. 마침내 첫 번째 추락물이 - 참외, 아니면 배달부가 ? - 대기권을 벗어났다. 사방은 완전히 어두워졌고 허공에 갑자기 돌밭이 펼쳐졌다. 그리고 어느 샌가 사람들은 자신들이 하얗게 빛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들의 빛으로 한순간 지구에 거대한 빛무리가 생겼다. 모두가 감동으로 몸을 떨자 빛무리가 일렁였다. 그리고 모두는 제 몸이 향하는 대로, 이미 사방을 매우고 있는 빛 사이로 흩어져 갔다.

빛 덩어리들은 계속 떨어져 내렸다. 끝도 없이. 펄럭 펄럭 사지를 흔들며. 그들이 먹던 음식, 하던 일, 살던 집, 마지막에 눈에 박은 사람의 얼굴, 거대한 빛무리마저 잊을 때까지. 추락을 멈춘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은하수 수십 개를 거스르고, 뜨거운 가스 뭉치 수만 개를 뚫고 나가도 여행은 끝나지 않았다. 빛 덩어리들은 서로 완전히 멀어졌다. 이따금 거대한 빛 무더기 너머로 반짝 흐르는 작은 빛을 볼 수 있을 뿐이었다. 그마저도 그들의 긴 추락에 비하면 찰나에 불과했다.

그러나 추락이 한없이 이어지면서, 운 좋게 서로 부딪는 빛 덩어리들이 있었다. 은하계를 수백 개 쯤 뚫고 지나가면 한 번 쯤. 만에 하나 그렇게 부딪힐 때면 빛 덩어리들은 반드시 서로를 알아보았다. 오랫동안 혼자 빛 무더기를 담아온 그들의 눈은 다른 빛 부스러기와는 완전히 달랐다. 비록 각자가 떨어져 내리는 방향이 달라 손을 붙잡을 수도 끌어안을 수도 없었지만. 한 빛 덩어리가 말했다.

어디로 간다 해도 너를 잊지 않을 거야.

처음 우리가 빛이 되었을 때, 내 곁에 있던 이가 한 부탁이야. 자기 애인을 만나면 꼭 전해 달라는데. 당신이 그 이의 애인인지 아닌지 알아 볼 수는 없지만. 다른 빛을 만난다면 꼭 이 말을 전해줘.

나도 내가 그 애인인지 아닌지 모르겠어. 어쩌면 내가 부탁한 그 사람일지도 몰라. 그래도 네 부탁을 들어줄게. 대신 너도 내 답을 전해 줘.

어디로 간다 해도 너를 잊지 않을 거야.

그렇게 다시 아주 긴 시간이 흘렀다. 빛들은 여전히 떨어지고 있다. 그들은 여전히 형체를 유지한 채 빛나고 있다. 사지를 펄럭이며. 작은 빛 무더기들이 서로 부딪는 일은 이제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이 흩어지고 있는 저 허공에는 그들의 이야기가 맴돌고 있다. 이제 은하 어디에서나 그들의 메아리를 들을 수 있다. 반사되던 빛, 바람, 마른 빵 한 조각, 나를 품어주던 가슴, 꿈, 그리고 너. 나와 함께 빛나고 있는 너.

그들의 이야기가 사방에 가득 차올랐다. 그들은 이야기 속에서 여행을 계속 하고 있다. 





--------------



오래 전부터 머릿 속에 돌던 이미지인데 역시 이미지... 이미지로 만들어야 하는데 시부엉. 콘티는 짤 수 있어도 이미지를 못 만드네. 'ㅠ' 시점이 거지야. 으헤헤. 분위기도 뭔가 반짝반짝하지 않고. 문장 크헤헤. 이거 뭔 소린지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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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생 보시게

Singing 2011. 10. 24.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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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ging 2011. 8. 15.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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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쟁이문답

Singing 2011. 6. 23. 21:09
s가 넘겨준 글쟁이문답 / 질문만 뽑은 건 http://einmal.tistory.com/506 이 쪽에 있음. 


 0. 글을 쓰고 계십니까?

썼고 쓸 예정. 오늘은 쉬고 있음.  


1. 글을 쓸 때, 먼저 정하고 쓰는 것은?
①사건 ②인물 ③배경(지리, 문화, 역사 등등) ④기타 

거의 언제나 1. 그 다음 2와 3을 적절히 왔다 갔다. 3 쪽의 비중이 좀 더 크고 그 다음 2쪽이 좀 더 세밀하게 잡히는 식. 



2. 글을 쓸 때의 버릇이 있습니까? 

두 줄 쓰고 딴짓 하는 거?
어두운 방에서 허리춤에 이불을 커다란 스커트처럼 두른 채 쓰는 걸 좋아함. 브금 하나 적당한 거 깔아 두고. 아. 비만 심하게 들이치지 않는다면 창문도 열어 놓는 편이고. 지금도 열려 있다.  



3. 글을 쓸 때, 주로 사용하는 도구는? 
①워드프로세서 ②인터넷 게시판 ③타자기 ④원고지, 노트 ⑤기타 

1번. 예전에는 첫 스타트는 2에서 해야 했는데 지금은 그냥 쭉 1번에서 하고 2번은 설정 정리 용으로 쓴다. 4번은 내 글씨체가 워낙 더러운데다 손 속도가 머리 속도를 못 쫓아가는 걸 못 견뎌서 별로 좋아하지 않음. 3번에는 로망이 있어서 한 번 해보고 싶다. 

하지만 과연 1번이나 2번 / 그러니까 컴퓨터 작업을 할 수 없는 상황을 생각하면 눈 앞이 캄캄하긴 함. 도구 선정 기준이 '언제든지 수정할 수 있는' 이거든. 첫줄을 아무리 망쳐도 언제든 지우고 수정할 수 있다는 전제가 있어서 좀 마음이 놓인달까. 
만약 컴퓨터로 작업할 수 없게 되면 글쓰는 방법을 처음부터 다시 훈련해야 할 것 같다. 적어도 첫 문장을 지금보다는 훨씬 심각하게 고민할 테고, 시작할 때의 용기도 지금보다 세 배는 되어야 할 것 같음. 


 
4. 글의 분량은 대충? 
①주로 단편 ②주로 장편 ③쓰다보면 대책 없이 길어진다. ④그때그때 달라요 ⑤기타

주로 단편. 그런데 내 머릿 속에서 다섯 페이지나 나오려나 하다보면 10페이지 쯤 되어 있음. 장편은 이번에 경장편 정도로 한 번 시도를 해 보긴 했는데, 이야기 자체는 딱 단편용이었다. 그래서 그걸 장편으로 쳐줘야 할지는 잘 모르겠음. 



5. 글을 쓸 때, 설정은 언제 합니까? 
①쓰기 전에 완벽하게 ②쓰면서 ③내 사전에 설정이란 없다!! ④기타 

2. 물론 쓰기 전에 기본 얼개를 다 잡지만 써나가면서 바뀌는 부분이 크다. 쓰기 전에 확정되는 건 들어가는 문과 나가는 문의 방향, 벽재와 기둥의 수, 층 수 정도일까? 나머지 세밀한 부분은 써나가면서 많이 바뀐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 부분에 대해 생각이 전혀 없어서는 시작도 안되지만. 시멘트를 어느 정도 묽기로 할지 그때 그때 달라진다고 해서 시멘트 재료를 준비하지 않을 수는 없잖아. 



6. 설정을 글로 써 둡니까? 

노노. 솔직히 말하면 예전에 했던 설정은 잘 쓰지 않는다. 설정이 만들어진 그 시점에서 글로 나오지 않은 것들은... 머릿 속에 저장은 되어 있어서 두고 두고 생각은 하는데 정작 새 글을 써야 할 때는 전혀 땡기지 않더라. 심지어 지금 뭘 써야 할지 모르겠는 순간에도 안 땡긴다. 
 


7. 글을 왜 쓰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자기위안?  1차적인 마스터베이션은 아님. '이런 상황이라면 어쩔래'하고 역할극을 해보는 것에 가깝다고 해야 하나. '괜찮지 않다'고 말하고 싶어서 쓰는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도 '살아 있을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달지..... 살아 있어야 한다든가 살아 있다니 굉장하다가 아니라 '살아 있을 수 있다'고.
음. 그러니까 교도소에 들어가 있는 사람이 나 아직 숨 쉬고 있다고 써놓는 거랑 비슷한 것 같...다? 어째 말이 이상...하...다? 질문의 의도에서 빗겨 나간 것 같...다?


 
8. 자신이 목표로 하고 있는 작가가 있습니까? 

작가 이름과 소설 제목을 잘 외우지 못하는데다, 각 작가에 대해 이러이러한 점을 좋아한다고 말할 만한 지식도 없어서 이 질문은 패스.
좋아하는 방향같은 걸 말해보자면 글 안에서나 밖에서나 줏대있는 작가. 자기 세계관이 확고한 작가.(리얼할 필요는 별로 없다.) 그 확고한 자기 세계관을 남에게 잘 설명하려 하는 작가. 기왕이면 개드립 잘 치는 작가. 역시 작가라면 뻔뻔해야지. 자기 자신에게마저. ㅇㅇ. 



9. 주로 쓰게 되는 장르가 있습니까? 

루저물일까?.. 루저물일까나?... 
환상적인 경향이 좀 있음. 가상 설정 좋아함. 그런데 이게 판타지라고 하기는 좀 어려운 것 같고....... 

 

10. 자신의 첫 작품을 기억하고 계십니까? 

ㅇㅇ. 아홉살 때 썼던 동화. 봄에 나비를 본 은행잎이 자기도 노랗게 되고 싶어서 절치부심 하다가 노랗게 말라 죽은 나무를 봄. 그걸 보고 나도 마르면 되겠다/ 하고 삐들삐들 말라감. 바람과 햇빛이 말려도 귀 막고 무시. 그렇게 거의 죽어갈 판에 이르러 정줄을 쥐고 보니 어느새 가을이 되어서 옆의 친구들이 모두 알아서 노랗게 물들어 날아가고 있음. 

지금이라면 여기에서 현시창이 된 은행잎이 OTL하고 누렇게 말라 죽어 떨어지는 엔딩을 냈을 텐데 그래도 아홉살 때는 아직 그렇게 삭막하지는 않았다. 막판에 힘내서 간신히 노랗게 물들어 바람 결에 날아갔다는 식으로 끝냈음. 그때 쓰면서도 솔까 나뭇잎이 말라죽는 게 빠르지 가을이 오는 게 빠르진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넘어가자. 애가 쓰는 동화잖아. 
 


11. 첫 작품의 분량은 어느 정도 였나요? 

... 그거 아직도 집에 있긴 할텐데 꺼내보기는 귀찮다. 200매 원고지 아홉장~열댓장 그 사이를 왔다 갔다 한 것 같다.  



12. 첫 작품의 장르는? 

동화잖아.ㅇㅇ
 


13. 첫 작품과 지금의 것을 비교 했을 때, 자신이 성장했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니... ㅋ
 
 

14. 글을 쓸 때, 자신도 모르게 사로잡히는 강박관념이 있습니까?

글 쓸 때 마다 조금씩 다르긴 한데, 비슷한 문장과 단어를 자꾸 반복한다.  아. 쉼표도 자주 쓴다. 
그 외에는 뚜렷한 강박은 없는 것 같음.  



15. 자신의 글의 주인공을 더 좋아하십니까? 조연을 더 좋아하십니까? 

주연이나 조연이나 비슷함. 역할이 다른 거지. 아. 어느 부분을 쓰느냐에 따라 관심도는 좀 달라지겠음. 

 

16. 글의 등장인물은 남자가 더 많습니까? 여자가 더 많습니까? 

남자. 굳이 여자여야 할 필요를 못 느끼겠다. 음... 딱히 남자같지도 여자같지도 않은데, 'man'도 인간과 남성 둘 다를 지칭하잖아? 별 생각없이 사람을 만들고 그러다보면 남자인 경우가 대개. 여자를 만들려면 뭔가 설정을 붙여줘야 하는데 ... 음. 솔직히 나 여캐 잘 못 만드는 거 같아. 



17. 가장 길게 써 본 글의 분량은? 

이번에 200자 원고지 500매 과제. 마지막 16시간 동안 200매 쓰면서 레알 뒈지는 줄 알았음. 그건 썼다기 보다는 쌌다고 해야 하는 경지지. 키보드를 쳤다기 보다는 키보드 위에서 뒹군 경지고. 
 


18. (개인 홈피라도) 연재중인 글이 있습니까? 없습니까? 

지금은 없음.



19. 누군가 당신의 글에 출판 의뢰를 해온다면?

와 나 드디어 프로 등단이구나 완전 신나!



20. 특별히 글이 잘 써지는 시간이 있습니까?

방해만 없고 아프지만 않다면 별 상관없는 것 같음. 



21. 자신의 글에 나타내고자 하는 주제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주제는 있음. 그런데 내가 초벌 표제 이상 나아가질 못한다. 내 내면 세계 폭이 그만큼 좁은 거지. 물렁한 거고. 
 


22. 한 번에 쓰는 글의 분량은? 
①한 번에 몰아 쓴다. ②짧게 끊어 쓴다. ③기타 

1. 습관과 상황 기타 등등 때문에. 하지만 2로 가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이번에느 반드시 2 쪽으로 가도록 습관을 들이려고 함.  



23. 지금까지 써온 글의 개수는? 

몰라...;; 

 

24. 그 중에 완결작의 비율은? 글을 완결내지 못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한 20%...? 
끈기 부족. 근성 부족. 그게 그거같지만 조금 다름.


 
25. 자신이 좋아하는 시점이 있습니까? 

3인칭 제한 시점? 으로 쓰려고 한다. 주로. 그런데 쓰다보면 자꾸 절대 시점이 되어 있더라. 



26. 자신이 자신의 글의 등장인물이 될 수 있다면 어느 것이 좋습니까? 
①주인공 ②조연 ③엑스트라 ④전능한 방관자(나레이션) ⑤기타

5. 그냥 안 들어가면 좋겠습니다. 딱히 들어가서 좋을 세계관이 없네. 나쁠 것도 없고. 


 
27. 자신의 글을 다른 매체로 바꾼다면 무엇이 가장 적합합니까? 

그냥 소설 아닐까? 별로 응용이 잘 될 것 같지는 않음. 아. 애초에 시로 쓰거나 희곡으로 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은 함. 그런데 그게 또 다른 매체로 바뀔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음. 



28. 등장인물이나 지명을 포함한 모든 이름은 어떻게 짓습니까? 

안 지음... 할 수만 있다면 안 지음. 
그래도 필요하다면 생각나는 대로 막. 글 분위기에 맞춰서.
좀 더 성의 있게 해야 하긴 하는데..... 
 
 

29. 글을 구상하거나 쓸 때는 어디를 자주 이용하십니까? 

아무데서나 삘 닫는 대로 착상. / 우리는 느리게, 걷자 걷자 걷자. 길 걸으며 좀 더 구상. / 주로 쓰는 건 우리 집 내 방에서. 
 


30. 자신이 쓰는 글의 삽화를 그려본 적이 있습니까? 

쓰고 싶은 글의 삽화를 그려 본 적은 있습니다.
네. 망했어요. 



31. 글쓰기가 아닌 것으로 시간을 보낸다면? 

그림 그리고 게임 하고 영화 보고 노래 부르고 놈. 
응. 이런 식으로 안 쓰고 있지. 안 쓰고 있었지. 



32. 퇴고에 신경 쓰는 편입니까? 

신경 써야 한다고 신경 쓰고 있는데 실제로는......
물론 볼 때마다 고치기는 하는데, 각잡은 퇴고는 잘 하지 못하는 편. 역시 근성 부족때문에.  



33.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문답 받았을 때부터 이미 다 하고 나면 짭짤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역시 짭짤함. 대체 저게 어딜 봐서 진지한 글쟁이 태도얔ㅋㅋㅋㅋㅋㅋㅋ 아마추어 태도지 ㅋㅋㅋㅋ
부끄러운 걸 알아라.  


34. 다음 바톤은? 

일단 달차양에게 넘깁니다. 그 외에도 하시고 싶은 분은 언제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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