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01. 04. 리턴 투 햄릿

Swimming/etc 2012. 1. 6. 08:12


4일 저녁 8시 동숭아트센터

  햄릿으로 뭘 하는 걸까 궁금했는데 일단 호기심과 기대치는 모두 충족. 열정이 느껴지는 좋은 공연이었다.  연극판에서의 애환이 극과 현실 사이의 경계에서 잘 풀려나옴. 경계에 서서 하는 이야기는 언제나 좀 더 날카로워진다. 무대는 분장실과 배우들의 리허설(?)에서 진행되는 가상의 극, 그리고 다시 햄릿 공연까지 삼중으로 구성되어 있다. 극에서 극중극, 다시 또 다른 극중극으로 튀어가는 게 좀 산만한 감은 있지만 따라가는 데 무리는 없다. 극중 배우와 극중극 역할들도 매력적이고....

  다만 역시 이야기가 잘 맞물려 있다고는 못하겠음. 여러가지 '연극 인생의 노고'가 펼쳐지긴 하지만 그냥 단편적인 이야기로 그쳐버렸다는 느낌. 특히 결말부가 되면 앞에서 보여줬던 갈등의 폭이 너무 쉽게 매워진다. 덕분에 시작 부분에서는 별 것 아닌 상황에서도 바싹 긴장하곤 했는데 후반부에는 넋부자가 되어 버림. 예를 들어 무대감독에게 일방적으로 까이는 호레이쇼 배우가 성질을 부리는 장면이라든가 잘 나가는 왕비 역 배우가 온갖 잡다한 배역으로 부업을 하는 왕역 배우를 깔보는 장면에선 정말 찌릿찌릿 했는데 말이지. 그냥 손을 확 치켜 드는 거나 별 생각없는 안부 인사같은 한 마디에도 말이다.'ㅠ' 그런데 후반부에는 막 누구 아내는 임신하고 누구 아내는 죽었다는데 그게 그냥 다 피식 피식 김 상해 버리더라. 햄릿과 레어티스 배우의 갈등 역시 비온 뒤에 땅 굳는다 한마디로 부연될 것 같은 장면으로 다 해결되어 버리고... 이건 분명히 이 극 메인 갈등일텐데 왜 이렇게 썰렁하게 끝나.; 저렇게 쉽게 처리되어 버릴거면 뭣때문에 앞에서 그렇게 팽팽

  특히 아내 사망 드립에서 김이 훅 빠져 버리는 건 아슬아슬하게 이어온 현실과 극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경계가 죄다 말려 버리는 탓이 아닌가 싶음. 그 전까지 눈 앞에서 진행되는 이야기에 코를 들이밀고 있었는데 그 이야기가 나오는 순간 아, 이건 연극이지.. 하고 쑥 물러나 앉게 되더라. 게다가 되게 뻔한 이야기를 뻔하게 늘어놓고(제발 그 대사만은 치지 말아줘 한 대사 다 쳤긔...) 그에 대한 다른 역할들의 반응도 뻔하고... 음. 

  + 햄릿 극과 햄릿 극에 대한 해석극과 배우들의 갈등이 좀 더 유기적으로 연결되면 좋을 텐데 뭔가 관련은 있는 것 같으면서도 딱 맞물리지는 않는 듯 하여 그것도 좀 아쉽고.... 

  그래도 좋은 극이었다는 건 부정할 수 없음. 몇몇 배우들이 연기력 차이가 많이 나는 게 보이는데도 넘겨가며 볼 수 있었다. 풍자와 패러디도 깨알같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일단 거침없이 전개해 나가는 것도 시원한 맛이 있었긔. 


+  그런데 레어티스 배우 아무리 봐도 연기 잘하는 오지호같앜ㅋㅋㅋㅋㅋ 
   
+ 레어티스 배우와 햄릿 배우의 나이 차가 꽤 나서 애매했다. 둘이 어딜봐서 동기야.ㅋㅋㅋ 오필리어랑 연인이 아니라 삼촌조카라고 해도 될 것 같은 간지. 분명히 지금 막 뜨는 청춘스타일텐데 느껴지는 건 한창 잘나가다 잠시 잠적, 중년 TV 안방 스타로 컴백한 배우를 보는 기분. 

저번에 갈매기를 보러 갔을 때도 느꼈지만 배우들은 나이를 먹진 않지만 자기 세대별로 연기하는 풍은 갈리는 것 같다. 40대가 20대 연기를 하면 20대로 보이긴 하지만 30대의 20대 연기, 20대의 20대 연기와 표현하는 방식이 다르다. 그런 게 나이 차 많이 나는 배우들이 같이 연기하면 두드러지게 보여서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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