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해야 할지를 모르겠어서

Walking 2013. 7. 27. 22:56

예전 과외선생님은 말씀하셨지. 너 그러다 딱 수다 떠는 아줌마로 늙을 거라고. 

 

요새들어서 그게 무슨 의미인건지 깨달음. 수다 떠는 아줌마들은 왜 수다를 떨게 되는지 말이야. 음. 뭔가 자극이 오면, 그걸 뇌 깊이까지 가지고있지 못하고 그대로 바로 방출하는 거야. 뭐 방출 사유야 여러가지겠지만. 내 경우에는 불안이 큰 것 같아. 말을 걸고 반응을 받고 싶은, 피드백을 주고 받으면서 팽창하고 싶은 욕구도 있겠고. 


아무튼 난 아주 꽉 찬 쓰레기통 같아서. 빈 캔 하나만 던져져도 안에서 벌레들이 와르르르 몰려나와서 웅웅 거리는 것 같은 상태야. 그리고 난 뭔가, 뭐든, 좀 얘기를 하고 싶어. 그런데 나 혼자 떠들려니 재미가 없잖아. 혼자 떠들려니 자극이 안되어서 뭘로 떠들어야 할지조차 모르겠어. 게다가 내 관심사를 가지고 덕질하는 사람들을 보니까 무지하게 신경쓰여. 아 나도 떠들고 싶다. 입이 근질근질근질근질. 나같은 인간만 출연하는 연극에는 독백이 없을 거야. 모든 인간들이 다 같이 떠들고 싶어할 테니까. 누가 조금만 혼자 중얼거리면 바로 쫓아가서 어머 그건 무슨 이야기인가요 쫑쫑/ 그럼 중얼거리던 애도 아 사실 내가 말이야 중얼중얼/ ... 독백이 가능하겠어?



뭐 내가 이영도도 아닌데 가상의 나만 출연하는 연극은 그만 막 내리고. 다시 문제로 돌아와서. 그런데 그렇게 수다를 떨면서도 뭔가 막히고... 수다를 못 떨고... 아 이미 트윗에서는 어마무지하게 떠들어대고 있는 것처럼 보일...려...나... 아무튼 나는 불만족을 느끼니까 내가 하고 싶은 걸 못 하고 있다고 치자. 그래서 왜 이러고 자빠졌느냐. 왜 뭔가 원하는 걸 하지 못하고 벌벌벌벌 떨어대고 있느냐. 여기서 문제가 의식 위로 표출되는데.


그러니까 근본적으론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모르는 사람한테 말을 못 걸겠단 말이지. 존나 모르는 사람한테 말을 어떻게 걸었는지 기억이 안나. 아예 기억이 안난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존나 관심있는 장르 썰 푸는 사람이 있길래 덕계 비공 풀고 말을 걸어볼까 했는데... 존나 비공 설정만 네 번인가 바꿈 오락가락오락가락 근데 못하겠는 거야 말을 못 걸겠어 식은땀이 줄줄 나 


아니, 나도 이게 뭐 천년지대계 이딴 거 아니란 거 알고요. 그냥 말을 거는 것 뿐이죠 아이고 내가 앞으로 당신 팔로를 하겠습니다~ 이후에는 뭐 멘션을 걸든 말든 신경 전혀 쓸 일도 없을 거라고. 그냥 나는 지나가는 트잉여요 저쪽도 지나가는 트잉여일 뿐. 존나 아무 것도 아니라고. 나도 안다고. 아무 일도 안 일어날 거라는 거. 간장종지에 물 받으면서 노아의 홍수 걱정하는 인간은 없잖아. 나도 그렇다고. 내가 막 엄청난 거절, 절망, 저 사람과의 운명적 랑데뷰 - 이런 걸 상상하면서 덜덜 거리는 건 아니라고. 


그런데 왜 나는 이게 존나 무서운 걸까. 왜 식은땀을 질질질질 흘리면서 공개설정을 세 번 네 번 바꾸는가. 왜 나는 내가 공개되는 게 무서운가. 남한테 아주 조금, 찰나라도 '인식'되는 게 무서운가. 누군가 나한테 조금이라도 부정적 인상을 가질 수 있다는 게 왜 이리 무서운가. 아 존나 정상적인 반응이 안된다니까? 내가 이래서 사회생활이 안돼. 앟홋시발 


...뭐 이 문제가 사실 일이년 문제도 아니고. 적어도 초등학교 들어간 이후에는 죽 따라왔던 문제같으니까. 뭐. 엄청 새삼스러운 거지. 이제와서 이거 가지고 오버 치는 것도 새삼스럽다. 야.


 그래서 내 문제 2는 이거야. 왜 문제 1을 덮어두지 않는가. 


솔까 사람 대하는게 어려우면 그냥 스토킹을 하고 냅두면 되잖아. 왜 뭐 왜. 스토킹이 뭐 어때서. 나도 스토킹 좋아해. 게다가 저 사람 개인과 꼭 관계를 맺고 싶은 것도 아니거든. 이런 조건에서는 스토킹이 제격이지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런데 어... 나는 일단 나 혼자서는 수다를 못 떨어. 난 나 '혼자' 막 의미있는 걸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이 아닌 것 같아. 외부 반응이 필요합니다. 외부 반응이. 아주, 아주 즉각적이고 확실한 피드백. 내가 참 이럴 때마다 변변찮은 인간이라는 걸 느끼면서 좌절치긴 하는데 그게 사실이야. 한 줄, 한 명에게라도 반응이 와야 한다고. 공치사라도 들어야 움직인다고. 오 이건 물론 저만의 특징은 아니야. 모든 인간들이 공유하는 성향이죠. . 그러니까 나도 그렇다고 말하겠어. 나한테는 피드백이 필요하다고. 


아. 말하다 보니 느낀건데.1. 나는 피드백이 필요하구나. 이거 뭐 아주 오래전부터 몇번이나 나온 얘기인건데. 그래.피드백이 필요한 거였어. 피드백 해줄 사람이 필요한 거였어. 그래서 사람 대하는 게 무섭다고 생각하면서도 피드백 받으러 나가고 싶은 거였어.



그리고 혼자 수다를 못 떨겠는 이유 2. 이건 좀 부가적인 문제야.  수다의...저작권? ㅋㅋㅋㅋ 아니 이게 말이 되나? 음... 화제의 주도권? 화제를 처음 꺼낸 사람이 누구냐 하는 문제. 자. 내가 누군가를 스토킹한다고 쳐봐. 아주 재미있는 소재를 보았어. 오. 재미있네? 난 그걸 내 개인 비공계 계정에서 수다 떨어대. 그런데 내가 자극을 받은 정보 출처나, 링크나, 뭐 그걸 끌고 오기가 그런 거야. 내가 정보를 봤던 쪽도 정보 원 출처는 아니며, 더욱이 내가 그걸 보고 여기서 떠든다는 건 전혀 모른다고 해도 왠지 ... 음... 

마치 뭔가 훔친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드는 것이다? 저 사람이랑 내가 그걸로 대화를 한다면 상관이 없는데, 그러니까 내가 저 사람의 정보를 열람했다는 걸 저 사람이 인지하고 있다면 말이지. 근데 왠지 그걸 감추고 있는 상태에서 떠드는 건 좀... 어차피 이게 어마무지하게 흥행한 영화 배우 트윗 얘기라 도대체 누구 트윗 보고 파생 얘기 하는 건지 아무도 모르겠는, 심지어 나도 모르겠는 상황인데도 좀... 음 좀 찝찝한 거야. 

난 좀 이런데서 강박이 있는데. '화제' , '정보'혹은 '아이디어'가 '내 것'이냐 '아니냐'에 되게 민감함. 내 것을 남이 쓰는 건 좋음. 얼마든지. 그런데 내가 남의 것을 쓰는 건 안됨. 저 화제나 정보가 내 머리에서 나온 게 아니라면 그건 내 것이 아님. 앞으로 활용한다 해도 원 출처는 분명히 해야 한다는 거지. 내가 생각해 낸 게 아니니까. 원래 내 지식이 아니니까. 그걸 내가 알고 있었던 것 처럼 말해선 안됨. 그건 남을 따라하는 거잖아. 내 아이덴티티가 없는 거라고? 


아. 말하다 보니 느낀건데.2. 난 다른 사람한테 말하는 것 보다(물론 이것도 부담스럽지만) 다른 사람한테 영향을 받는 걸 부담스러워 하나 보다. 이게 웃기는 게, 난 내 화제나 정보, 아이디어를 남한테 제시하는 건 전혀 거리끼리 않거든. 오히려 막 퍼줌. 제발 가져가 주세요 하고 막 가는 길에 뿌려줌. 특히 아이디어 부분에서 그럼. 생각해내는 게 너무 너무 재밌어서. 이것도 생각나고 저것도 생각나니까 자 이 중에서 골라봐요~~~ 야호 신난다. 얼마든지 가져가세요 써주세요 출처 표기도 필요 없어요 저게 내가 생각해 낸 거라는 걸 나는 알고 있으니까 그걸로 됐어>~<///// 인데...왜...


... 아. 그렇군. '내 것이라는 걸 내가 알면 되기 때문에' 오히려 까탈스러운 거였어. 즉 내가 '내 것이라는 걸 아는 것'이 최소한 조건인거지. 이게 남에게도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래야 나도 존중 받을 수 있을 테니까. 


... 아니. 솔까말 하자면 그냥 잘난 척 하고 싶어해서가 맞음. 존나 부자가 다른 사람한테 공짜로 뭔가 얻으면 기분이 이상할 거 아냐. 그러니까 이 부분에서 자존심이 세기 때문에 ... 상당히... 어마무지하게 세기 때문에...사실은 ㅈ도 없으면서 꼭 빌 게이츠나 된 것처럼 세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남을 따라하는 것처럼 보이는 건 못 견디는 게 맞는 것 같아. 어....음.....  




한참 떠들었는데 결론은 나 수다 떨고 싶다고. 누군가한테서 피드백 좀 받았음 좋겠다고. 누군가한테 내 말을 공개하고 싶다고. 그런데 사람간의 관계에서 파생되는 이런 저런 문제때문에 그게 너무 어렵다고. 결국은 문제 1로 다시 넘어가네. 왜 그게 무서운지. 뭐가 무서운지. 무서운 게 대부분 그렇듯 분류가 안된다. 그냥 위가 멈추는 것 같고 턱이 굳어버리는 것 같음. 음... 뭐가 무서운 걸까? 뭐지... 으... 아니 다시 집중해 보자고 기왕 여기까지 온 김에 뭐가 무서운지나 알자. 무시 당하는 게 무서운 건가? 나한테 화낼까 봐 무서운 건가? 내가 실수해서 남의 공격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무서운 건가? 거절 당하는 게 무서운 건가? 참견 당하는 게 무서운 건가? 내가 남과 비교해 보고 스스로 열등하다고 느끼는 게 무서운 걸까? 

물론 다 엿같긴 한데 이 중에서 제일 무서운 게 있을 거 아냐. 이제와서 성향이 바뀔 것 같지는 않은데. 좀 알고 싶음. 답답하다. 대체 뭐때문에?


아무튼 피드백을 받고 싶으니 계속 나가고는 싶어 할 거 아냐. 언젠간 이거 좀 고쳐야 하는데. 이거 어떻게 고쳐...





는 결국 나 모르는 사람한테 말 거는 거 무서워요. 아... 난 뭐 이 소리 하려고 이렇게 미친듯이 수다를 떨어대냐?... 이럴 시간에 글 좀 써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오 이게 다 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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