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가 여태까지는 그냥 착한 학생들이었어요. - 오마이뉴스 기사-

Walking 2011. 10. 20. 22:41


자세히 읽어보고 싶은데 기사 옆의 광고짤이 너무 토 나와서 기사 통째로 퍼왔음.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641313


5달동안 대학생 4명 자살...대체 무슨 일?
'최고은 후배'들의 잔인한 가을 계속된다
[대학잔혹사②] 추계예술대학교·한국예술종합학교
11.10.19 12:53 ㅣ최종 업데이트 11.10.19 15:45 홍현진 (hong698)



 
추계예대, 예술대, 최고은, 한예종, 부실대학
"사모님, 안녕하세요. 1층 방입니다. 죄송해서 몇 번을 망설였는데… 저 쌀이나 김치를 조금만 더 얻을 수 없을까요… 번번이 정말 죄송합니다. 2월 중하순에는 밀린 돈들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전기세 꼭 정산해 드릴 수 있게 하겠습니다. 기다리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항상 도와주셔서 정말 면목 없고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지난 1월, 국제영화제에서 수상까지 했던 유망한 32살의 예술인이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그가 집 주인 문 앞에 써 붙인 메모는 예술인의 열악한 현실을 대변했고, 곧 여야는 물론이고 정병국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까지 나서서 '예술인 복지법' 통과를 촉구했다. 예술인 복지법은 예술인들에게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을 적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로부터 9개월여가 지난 10월. '최고은의 후배'라고 할 수 있는 예술대학생들은 '잔인한 가을'을 보내고 있다. 추계예술대학교는 '취업률'이 낮다는 이유로 '부실대학'에 지정되었고,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는 지난 5월부터 9월까지, 다섯 달 사이 무려 4명의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여야가 함께 발의했던 예술인 복지법은 법제사법위 논의 과정에서 청와대와 정부, 한나라당의 반대에 부딪혀 현재 유보된 상태다.
 
[추계예술대학] '부실대학' 선정 한 달... '모래알' 같은 예술대생들
 

'연어구이 페스티벌'이 열리는 지난 7일,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추계예술대학교(이하 추계예대) 캠퍼스는 한산했다. 학교 정문 앞에 붙어있는 '추계 지금 야단났어'라는 발랄한 문구의 포스터가 무색했다.
 
'연어구이 페스티벌'은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 9월 5일 추계예대를 '부실대학'으로 선정하자 이에 반발한 추계예대 졸업생들이 준비한 축제. '집나간 연어(졸업생)들도 돌아오게 만드는 교과부'라는 부제를 갖고 있다. 캠퍼스 곳곳에는 졸업생들과 재학생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운동장에 있는 농구대 앞에는 교과부 장관 명의로 '청년인력의 정신에 획일적 사회구조와 무관한 이념을 심어준 불순함이 인정되어 철거를 결정한다'는 내용의 '퇴출공고'가 붙어 있었다. 교과부가 취업률이라는 획일적인 잣대로 '순수예술대학'을 구조조정 대상으로 지정한 것을 비꼰 것이다. 
 
'집나간 연어'들은 돌아왔지만 정작 재학생들은 조용했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뿔난 추계인들(뿔추)'에서 활동하고 있는 학생들의 수. 판화과 4학년 이현정씨에 따르면 현재 15명 정도가 '뿔추'에 속해 있고, 이 가운데 언제든 활동 가능한 학생은 5~6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추계예대생은 1200명이다. 이씨가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예술가들이 원래 좀 모래알 같아요. 자기 성향이 강하고 활동이 개별활동이다 보니까 .이 와중에도 '내 살길이 더 힘들어졌구나. 내 그림 더 열심히 그려야지. 학교가 내 인생 책임져줄 것도 아니고 내가 잘 되자'라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부실대학'으로 선정된 지 한 달, 대학 본부 측은 '전국 1위'였던 등록금을 2012년부터 10% 인하하고, 재학생에게 주는 장학금은 2학기부터 15% 늘리기로 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추계예대는 2014년까지 장학금 확충과 전임교원 확보 등 직접 교육비로 80억 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씨를 비롯한 '뿔추'들은 이러한 자구책이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고 본다. 예술대를 '취업률'로 평가하는 기준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지난 한 달간 '뿔추'들은 '예술대 평가기준 수정'을 요구하면서 서울역, 광화문, 인사동 등에서 퍼포먼스와 함께 서명운동을 벌였다. 이렇게 해서 모은 서명지는 9월 30일 현재 2300여 장. 목표치는 1만 장이다. 이씨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순수예술이 뭔지, 실용예술, 응용예술이 뭔지도 모르는, 그런 무지한 사람들이 교과부에 앉아서 대학구조조정을 하고 있어요. 지금 다른 학교들 보면 '경쟁력'이 없다는 이유로 순수예술학과가 사라지고 있어요. 순수예술학과가 학교 점수를 깎아먹는 골칫거리가 된 거죠. 이런 식으로 가게 되면 순수예술학과가 다 없어질지도 몰라요."
 
또 다른 '뿔추' 이가은(서양화과 4)씨 역시 "정부가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다고 해서 예술을 쓸모없는 것처럼 취급하고 있다. 예술을 도대체 어떤 식으로 보고 있기에…"라고 한숨을 쉬었다.
 
한 선배의 직설 "먹고 살려면 그림 그리지 마세요"
 

  ▲ 추계예술대 재학생 이현정씨가 서울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뿔난 추계인들
 추계예술대
물론, '순수예술'을 전공하는 이들에게도 '먹고 사는 문제'는 중요하다. 이현정씨는 그래서 더욱더 '직장보험 가입여부'로 자신들을 평가하는 정부가 야속하다.
 
"좋아하지만, 섣부르게 선택할 수 없는 게 이 길이에요.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도 아니고 적게 벌어서도 아니고 먹고 못 살까 봐 못해요. 내 밥은 내가 책임질 수 있어야 하는데…. 요즘 '88만 원 세대, 88만원 세대'하지만 88만 원도 못 벌까 봐 못해요. 제 동생이 홍대 미대를 나왔는데 한 달 실수령금이 100만 원도 안 돼요. 2년차 됐는데 연봉이 1500만 원도 안 돼요.
 
그런데 저는 4학년이 되어서야 '그래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젊으니까 3년만 해보자. 3년은 어떻게든 해보자고 결심을 했는데, 그걸 힘들게 결심하게 만드는 이 나라가, 그런 꿈을 펼치기 무섭고 두렵게 만든 것도 부족해서, 괴롭히지나 말라는 거예요. 예술가들은 자기 자신감, 프라이드로 사는데 그것마저 짓밟으니까… 100원 한 장 보태준 것 없으면서 이제는 부실이라고 수치, 모욕감까지 주니까…."
 
이날 오후 4시 30분께 추계예대에서는 '졸업 후 진로와 미술현장'이라는 제목의 '특강'이 진행됐다. 추계예대 출신인 홍경한 미술평론가(월간 <퍼블릭 아트> 편집장)는 후배들에게 진심어린 충고를 전했다.
 
"여러분들, 취업 목적으로 대학 온 거 아니잖아요. 그냥 그림이 좋아서 온 거 아니에요? 반 고흐가 되려고, 박수근이 되려고. 그런데 살아생전 반 고흐, 박수근은 안 원하더라고요. 앤디 워홀을 원하지. 여러분, 먹고 살려면 작가하려고 생각하지 마세요. 한 해 여러분 같은 예술전공하시는 분들 3만 명 정도가 배출돼요. 그림, 처음에는 많이 그려요. 그런데 나중에는 손가락에 꼽아요. 왜? 돈 때문에. 생활고 때문에. 물감, 요즘 비싸요. 하나에 3~4만 원씩 해요. 그런데 예술가가 수입을 얻을 수 있는 구조는 너무 빤해요. 그림 파는 게 목돈이 돼요. 그런데 지금처럼 경기가 안 좋으면 그림 안 사요. 그렇기 때문에 살아남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그럼 뭘로 살아야 하나. 하나밖에 없어요. 자존감. 굶어죽어도 마음은 지켜야 해요. 그러니까 먹고 살려면 그림 그리지 마세요."
 
홍 평론가의 '충고'에 강의실에 있던 30여 명의 학생들은 이내 숙연해졌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쉬쉬하는 사이 재발, 삼발"... 다섯 달 새 4명 자살 
 
지난 12일 오후, 서울 성북구에 있는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 영상원에서는 '교수협의회' 주최로 학내 현안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논의된 '학내 현안'은 학생들의 잇따른 자살. 두 명의 학생은 미술원 2학년, 또 다른 두 명의 학생은 각각 영상원 3학년, 4학년이었다고 한다. 앞서 지난 6일 한예종 캠퍼스에서는 세상을 떠난 네 명의 학생들의 넋을 기리는 추모식이 진행되기도 했다. 한예종 캠퍼스 곳곳에는 총학생회와 교수협의회 명의의 추도문이 붙어 있었다.
 
지난 5월 첫 사망자가 발생했을 때만 해도 한예종은 쉬쉬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숨진 2명의 학생이 속해 있는 영상원의 전규찬 교수는 "첫 사건이 저희 학과에서 있었을 때 주변의 고통과 불편에 움찔하면서 말을 아꼈고 결국 사건은 재발, 삼발, 사발했다"고 개탄했다.
 
윤상정 총학생회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많은 기자분들이 개별적인 이유를 궁금해하시는데, 개별적인 이유는 개별적인 이유이고 거기에 대해서는 애도가 필요할 뿐"이라고 말을 아꼈다. 그는 "학생들의 학생회 차원에서 비상대책회의를 한 결과,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 공통적인 고민이 있는 것 같다"면서 말을 이어갔다.
 
"내가 '예술을 해서 밥 먹고 살 수 있나'라는 고민이 있다. 굉장한 경쟁구도 안에서 서로가 좁을 문을 뚫으려다 보니까 '내가 하는 작업이 과연 예술이 맞는 건가'라는 근본적인 고민이 드는 거다.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 예술이라는 게 A라는 인풋(Input)을 넣는다고 B라는 아웃풋(Output)이 나오는 게 아닌데 정부나 학교는 당장 콩쿨 수상 실적을 요구한다. 그런 작업을 하지 않는 학생들이 대부분인데 거기에서 생기는 열패감이 있다."
 
윤 회장은 '추계예대 사태' 역시 이러한 구조적 문제와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추계예대 사태만 보더라도 정부에서 예술대학을 취업률로 평가하는 것은 예술가를 노동자로 본다는 거다. 연초에 최고은 선배의 죽음으로 인해 예술인 복지법이 환기됐지만, 결국 정부와 여당의 반대로 물건너 간 상황이다. 예술인은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예술인 복지법을 시행할 수 없다는 거다. 이는 모순된다. 문화예술을 보는 척박한 시선이 느껴지는 것 같아서 가슴이 아프다."  
 
"개인 작업에만 몰두... 경쟁만 하고 서로에게 무관심"
 

  ▲ 한국예술종합학교 등 예술계열 대학생들이 2009년 6월 서울광장에서 "이명박 정부가 국민들의 말할 권리를 막아 나선데 이어 문화예술에 이념의 잣대를 들이대며 문화예술을 정권의 도구화하려 하고 있다"며 시국선언을 발표했다(자료사진).
ⓒ 이경태
 한국예술종합학교
이어 윤 회장은 '감사사태' 이후 이러한 '성과주의'가 더욱 더 강화됐다며 이렇게 지적했다.
 
"예전에는 학교에 대안학교적인 성격이 있었다. 모여서 파티하거나 서로 작업 보여주고 비평하는 시간 갖거나. 그런데 이제는 그런 것이 전혀 없다. 다 개인 작업에만 몰두하게 됐다. 그러면서 경쟁만 하고 서로에게 무관심해진 것 같다. 감사사태 이후 학교가 경직화됐다."
 
지난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는 한예종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를 실시한 후 통섭교육 중지, 이론과 축소·폐지 등과 함께 교수징계를 요구했다. 이에 황지우 당시 총장은 "한예종 감사는 진보성향 문화예술 인사에 대한 전형적인 표적감사"라며 유인촌 장관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이후 한예종에는 뉴라이트 성향의 박종원 총장이 취임했다. 당시 교수직까지 박탈당했던 황 전 총장은 '총장직에서 물러났어도 교수직은 유지된다'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이번 학기에 교수로 복귀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황 교수는 "귀국 후 잇따른 제자들의 자살소식을 듣고 전임총장으로서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콩쿨 같은 경우 매우 근소한 차이로 어떤 자는 1등이 되고 어떤 자는 2등이 되는데 그 작은 차이 때문에 2등은 전적으로 무시되는 예술교육은 구 교수법이다. 학생들이 죽음에까지 이르게 하는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는 이러한 교육으로부터 온 측면이 있다. 공유창의성을 위한 새로운 교육법이 교수들 차원에서 마련되고 실시돼야 한다."   
 
이날 토론회에는 교수 10여 명, 학생 10여 명만이 참석했다. 최근 '한예종 사태'에 대한 외부의 관심에 비해, 낮은 참가율이었다. 발언을 신청한 한 학생은 "적어도 교수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다면 이 회의에 참석할 거라고 생각했다"면서 "교수님들이 정말로 학생들의 죽음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실망감을 나타냈다.   
 
['최고은' 그 후] 10월 20일, 추계예대생 600명 모일까?
 
2학기 들어 처음으로 대규모 반값등록금 촛불이 켜졌던 지난 9월 29일. 예술계열대학생 100여 명도 집회에 참석했다. 촛불을 들고, 팻말을 든 일반대학생들 사이에서 이들은 '눈' 그림이 그려진 풍선 수백 개를 엮어 하늘 높이 들었다. '지켜본다'는 의미의 풍선들이 '용'이 되어 하늘을 날았다. 한예종, 추계예대, 이화여대의 합작품이었다.  
 
'부실대학'으로 선정된 지 한 달 여. 이현정씨는 '학내 연대'를 꿈꾸고 있다. 오는 10월 20일 추계예대에서는 1974년 개교 이래 처음으로 학생총회가 열린다. 추계예대생 1200명 가운데 절반인 600명 이상이 모여야 37년 만의 학생총회가 성사될 수 있다. 이씨에게 '학생총회'는 예술인으로서의 자존심을 찾는 과정이다. 
 
"저희가 여태까지는 그냥 착한 학생들이었어요. 학교가 (돈) 내라는 만큼 내고, 학교에 대해서 알려고 하지 않고. 그런데 이제는 이 일을 통해 학생들의 권리를 되찾는 것부터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싸움이 길어지려면 학생들이 지치면 안 되잖아요. 우리 스스로 동기부여를 할 수 있도록, 우리가 향후 움직임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 같이 의견을 모을 수 있도록 총회를 열었으면 해요. 그래서 교과부에게 공식사과 받아내고 평가기준 수정하는 거죠. 진정한 학교 홍보는 교과부가 자신들의 잘못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것밖에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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