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 사망

Walking 2011. 10. 20. 22:35

저는 절대 죽지 않을 것처럼 타인을 도륙하던 자가 죽었다. 그도 탁 치면 억 하고 죽는 사람이었다니. 뚫으면 뚫리는 과녁이었다니. 저렇게 악과 광기로 똘똘 뭉친 게 정녕코 사람이었다니... 순간 허무하고, 내가 왜 허무함을 느끼는 건지 황당하다. 
독재자라는 게 참 대단하긴 하다. 사실상 나는 그의 호령 한 번 들어본 적이 없고 그가 고혈을 짜낸 나라가 정확히 어디 박혀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 만리타국의 소시민인 나마저 그를 '인간 외'의 대열에 집어 넣게 하다니 말야. 그게 인간 이상이냐 인간 이하냐의 차이는 있지만. 

그리고 뻘한 생각인데, 가면 갈수록 현재 대세를 이루는 진영과 적대하는 악은 패배하는 순간 저를 드라마적으로 연출할 여유도 없어지고 있구나 싶음. 어느 순간부터 패배자들의 말로는 정말 초라해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어렴풋. 

아무튼 다행이다. 신이 인간을 죽게 만들어서 정말 다행이다... 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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