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후반부(영화 2or3부 추정) 스포일러 있습니다. 







  - 어떻게 감히 그럴 수 있지?


  드워프 왕의 일갈이 홀을 울렸다. 노기가 산의 뿌리에서부터 올라온 듯한 노기가 엉겨붙어 있었다. 왕을 마주 보고 선 호빗이 일순 비틀거렸다. 그러나 그를 둥글게 둘러싸고 있던 드워프들 중 아무도 감히 나서 반인족을 부축하지 않았다. 그들은 분노하고 당혹한 채 그대로 돌로 굳어버린 것만 같았다. 침묵하고 있었으나, 모두를 휩싼 의문은 같은 것이었다. 어떻게 그런 일을 저지를 수 있었단 말인가? 소리 없는 질타가 호빗의 어깨를 내리눌렀고 그는 두 눈을 꾹 내리감았다. 그들이 밟고 서 있는 황금무더기에서 난반사된 빛이 유난히 차고 시려웠다. 


  - 어떻게 감히!


  호빗은 지나치게 담담했다. 적어도 왕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감히 두린 왕가의 상징, 재산, 산의 심장돌을 훔친 도적. 안락한 삶이 그리워 적들의 손에 보물을 넘겨준 배신자. 어떻게 이토록 작고 비열한 자에게 심장돌을 유린당할 수 있단 말인가? 고비를 수없이 넘겨 간신히 되찾은 고향에서 또 한 번 약탈당했다. 이번 약탈자는 이 시대 최강의 용이 아니었다. 거대한 덩치나 강력한 마법, 입에서 내뿜는 화염도 없었다. 한 주먹에 멱살을 움켜쥐면 달랑 들어 올릴 수 있는 반인족에 불과했다. 

  어떻게 그의 원정단에 이런 배신자가 끼어 있었단 말인가? 왕은 호빗을 노려보았다. 차라리 호빗이 심장돌을 삼켰다면 좋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망설이지 않고 그를 조각내 돌을 되찾았을 테니까. 하지만 호빗은 돌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더욱이 그는 자신에게 그 돌의 처분권이 있노라 주장하고 있었다. 

  어떻게 감히 그가 그럴 수 있단 말인가. 어째서 그는 그런 어마어마한 짓을 저지르고는 왕 앞에 꿇어 엎드리지 않는 것인가. 호빗은 당장 빌며 목숨을 구걸해야 했다. 이곳까지 오는 동안 자신이 몇 번이고 왕의 목숨을 살려줬던 것을 들먹이며 흥정하려 들었어야 했다. 그런데 그는 적반하장으로 저 조막만 한 어깨를 떳떳이 펴고는 그와 맞서고 있는 것이다. 낯색은 창백할망정 눈빛은 흔들리지 않는다. 안타까워하고 있지만 죄를 청하지는 않는다. 그를 노려보면 볼수록 왕은 부정할 수 없었다. 이 자는 자신을 위해 제 덩치의 세 배는 되었을 오크에게 달려들었던 그 호빗이었다. 


  그래. 좀도둑보다는 야채장수가 어울리는 그 반인족. 칼은 쥐어본 적도 없고 나귀 등에 오르는 데도 온갖 유난을 떨었던 얼간이. 그들의 험난하고 위대한 원정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좀스러운 호빗.

그리고 여기까지 그들을 이끌어온 원정단의 일원.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평생 익숙했던 감각이 온몸으로 퍼지는 것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서늘하고, 비릿하고, 저주스러운 통증. 배신당했다는 자각. 격분이 머리를 내리치고 가슴팍을 걷어찬다. 어이 없게도 두린의 후손은 이 작고 변변찮은 반인족에게 또 배신 당했다

  또 한 번. 다시는 수습할 수 없을 정도로. 

  배신감은 신뢰했던 자에게서 믿음을 거둘 때 생기는 것이 아니다. 신뢰했던 모습 그대로 제 적으로 나타났을 때 생기는 것이다. 등을 맡겼던 단검이 제 뒷목을 겨눌 때,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날카로운 무기가 된다. 왕은 다시 고향으로 돌아올 때까지 수십년간 그 단검 날 끝을 느끼며 살아왔다. 그가 처음 세상이 그들을 져버렸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들판에 흩어진 동족들을 버려둔 채 자신들의 안전한 숲으로 돌아가던 엘프군단의 뒷모습을 보았을 때였다. 그리고 아무도 그들을 부르지 않았다. 왕가가 번성하던 무렵 찾아주었던 자들 중 단 한 세력이라도 그들에게 손을 뻗었다면, 수많은 드워프들이 그리 들판에 뼈를 뿌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용에게 쫓겨난 왕가는 주정꾼들의 노래에조차 오르내리지 않았다. 그들의 긍지와 부를 칭송하던 자들은 싸늘한 시선조차 그들과 마주치려 하지 않았다. 왕이 왕국을 되찾지 않는 한 전설은 오욕이 되었고 고향은 치욕의 땅으로 남게 될 것이었다. 왕좌를 장식하던 심장돌은 탐욕스러운 용의 노리개로 전락해 버릴 터이고........



  그리고 지금 심장돌은 하필 왕에게 첫번째 배신감을 맛보게 했던 바로 그 자들의 손에 들려 있었다. 아. 세상 일이란 얼마나 우스운가. 왕은 제가 앉아있던 왕좌를 돌아보았다. 왕좌의 상부에는 섬세한 황금 격자가 장식되어 있었고 그 중간은 텅 비어 있었다. 거기가 할아버지가 만든 심장돌의 원래 자리였다. 심장돌. 그 존재를 아는 이는 모두 경의를 표할 수 밖에 없었던 왕국의 정수. 용에게 그것을 빼앗기기 전까지만 해도 왕은 돌을 저주했었다. 할아버지가 그 보석을 가슴에 안은 채 어르는 것을 먼 발치에서 볼 때마다 얼마나 진저리쳤던가. 궁전 가득 쌓인 황금 중 어떤 것도 그 돌에 견줄만하지 못하다는 재촉이 떨어질 때마다 얼마나 그 돌을 호수에 던져버리고 싶었던가. 돌은 할아버지로 하여금 존엄을 잃게 했고 왕국을 위험 속으로 끌어들였다.

  그런데 고향에 돌아온 지금에 이르러서는 에레보르의 모든 황금과도 바꿀 수 없는 왕가의 상징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제 돌은 왕의 심장이었다. 왕이 다시 왕좌를 발견했을 때부터 그는 제자리에 돌아와 있는 심장돌을 보고 있었다. 심장돌뿐만이 아니었다. 왕의 눈에는 보이는 것이다. 지금 앞에 서 있는 열 두명의 일원들 뒤로 홀을 가득 매우고 있는 제 백성들이. 다시 그들을 이 곳으로 데려올 것이다. 번성시킬 것이다. 그들에게 모든 것을 물려줄 것이다. 산밑왕 스로르가 이루었던 영광과 위세를 재현해 보일 것이다. 그러므로 심장돌은 반드시 제자리로 돌아와야 했다. 그와, 그와 함께 한 열두명의 동족들과, 그들의 아이 모두를 위해. 반드시. 


  왕이 호빗에게 선언했다. 


  - 네 몫을 주장하겠다면, 좋다. 너를 살려 주지. 그것으로 내가 너에게 지불해야 할 대가는 다 치루었다. 당장 에레보르에서 떠나라. 내가 마음을 바꾸기 전에 눈 앞에서 사라져!


   둘러선 동족들 중 몇이 눈에 띄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호빗은 입술을 한 번 축이더니, 어깨를 한 번 추스르고는 발길을 돌렸다. 그저 제 갈길을 간다는 듯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걸음걸이였다. 오히려 보는 쪽에서 빨리 도망치라고 재촉하고 싶을 정도였다. 왕의 마지막 충고가 완고한 벽이 되어 그의 등을 떠밀었다. 


착각하지 마라. 너는 내게 그 돌이 아니라 네 목숨을 받은 것이다. 


  산밑왕은 배신자들과 어떠한 타협도 하지 않을 것이다. 어떤 이유든, 어떤 경로든, 배신자들이 일족의 유산을 나누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왕이 이 간 큰 좀도둑을 살려 보내는 것은 그 이상 이하 어떤 의미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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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러니까. 이게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인데요. 

그 스란두일이 그 아르캔스톤을 가지고 있는 걸 그 소린이 보게 하다니! 으하하 피잭 ! 당신이란 드워프는 정말! 으하하하! 


+ 아르켄스톤이라고 쓰는 것보다는 심장돌이라고 쓰는 게 더 와닿아서 글 안에서는 심장돌...





8월 19일 저녁 7시 공연. 두산아트센터.


  마이클을 재우고 혼자 이야기를 계속하는 장면에서 감정이입을 심하게 하는 바람에 멘탈이 바스러짐. 간만에 멘탈 바스러진 공연. 한번 더 보고 싶은데, 더 본 다음 멘탈이 남아 있을지 모르겠음. 또 뭘 연상하게 될지 좀 무서움. 



  아무튼 훌륭한 작품이다. 좋은 공연이었다. 배우들의 연기도 작품의 훌륭함을 느끼게 해줄 정도이긴 했다. 다만 카투리안과 에리얼의 연기가 좀 아쉬웠다. 카투리안은 대본 속도대로 감정이 안 따라오는 거 같았다. 반대로 에리얼은 대본보다 먼저 감정이 눕는 것 같았음. (아니 왜 재등장하자마자 눈물이 그렁그렁한거요!) 결정적으로 인물들이 좌절하는 시점에서 대본에 / 몸을 웅크리며 오열/ 이라고 써 있는 게 보이는 듯 했다.(아하. 투폴스키와 마이클의 연기가 더 괜찮았던 건 이 캐릭터들에게는 좌절이 없어서일지도.) 분명히 대본은 쩌는데 왜 가끔 진행이 작위적으로 느껴지는지? 

그리고 대사를 왜 자꾸 되씹으세요. 말을 하다 혀가 꼬인 건지 머리 속 대사가 꼬인 건지 아마 둘 다 일테지만. 대사 양이 엄청나서 1막만 보는 데도 어지간한 공연 2막을 다 본 것 같은 기분이긴 했어.(지루했다는 게 아니다.) 그건 인정. 하지만 주인공 배우님은 뒤로 갈수록 단어들을 반복하셔서 중요한 순간에 좀 몰입이 깨졌어요. 한 두 번이면 자연스러워 보였을 것을. 

주말 낮공연을 볼 때마다 배우들이 풀파워는 쓰지 않는다는 게 느껴져서 일부러 저녁 공연으로 간 거였는데 으음... 하긴 이건 단순히 집중도 문제는 아닐지도 모르겠다. 


웃음의 대학,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랑 같이 삼자비교를 하면 꽤 재미있을 것 같음. 세 작품에 나오는 이야기꾼이란 어쩔 수 없는 현실주의자이면서 꿈의 매개자다. 순응자이면서 반항아다. 아무리 날고 기는 놈이라도 자기 자신이 꿈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꿈의 전달자. 이 현실과 꿈의 간극이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틀이다. 다들 각자가 가지고 있는 틀대로 이야기를 죽죽 뽑아내는 거야. 희극 작가면 희극 작가인대로, 베스트셀러는 베스트셀러대로, 미친 삼류 변태 동화 작가면 미친 삼류 변태 동화 작가인 채로.

극은 진행될 수록 이들의 이야기에 실체를 불어 넣는다. 등장인물들이 직접 이야기를 재현하고, 이야기가 과거 사건의 단서가 되고 미래의 예언이 된다. 과연 이야기대로 될 것인지, 이 이야기가 어디까지 진행될 수 있을지 흥미진진하지. 쩔어줘.

그리고 그 와중에 자연스럽게 깔리는 대전제 1. 어째서 작가는 계속 이야기 하는가 - 이야기란 인간에게 무엇인가. 

필로우맨에서 내내 반복하는 대로 '우리가 아는 건 a가 b를 했다는 게 아니라 a가 b를 했다고 이야기한 것이다' 그게 전부다. 작은 틈새, 혹은 원초적인 거짓말. 이야기에게 실재란 요람이면서 쇠고랑이다. 실재는 과거와 현재, 미래 삼면에서 끝없이 이야기를 압박한다. 그런데 이야기가 가장 재미있어지는 건 바로 그 깜깜절벽 사이에서다. 

동화같고 악몽같고 그림같고 영화같은 수많은 이야기들. 눈 녹듯 사라져 버리면서도 우리가 부를 때마다 돌아오는 작은 천사들. 다 거짓인가? 다 진실인가? 어느 쪽에 갖다 붙여도 이야기는 허무맹랑해진다. 결국 이야기는 이야기인 채로 남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왜 계속 이야기를 쓰고 나누고 남기는가. 


예전에 누군가 '글을 쓰니까 말솜씨도 어느 정도 있지 않느냐' 라고 물은 적이 있다. 아니 천만의 말씀이다. 글을 쓰는 건 말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말로는 도저히 뱉을 수 없고 형태를 만들 수 없으니까 글로 쓴다. 이야기꾼의 첫번째, 유일한 의무가 이야기인 건 그가 예술가여서가 아니다. 이야기 외에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이야기로 쓸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세 작품이 모두 끔찍하고 절박한 상황을 담는 건 이런 이야기가 들어가기 때문이지. 왜 우리는 비참하고 좆같고 비겁해지면서까지, 계속 쓰는가. 인간에게 이야기를 만든다는 건, 이야기에 자기를 실는다는 건 무엇인가. 이건 작가만의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해. 이야기에 흥을 싣고 울고 웃고 자기 아이들에게 다시 그 이야기를 전달해주는 건 모든 사람들이 하는 일이잖아. 작가가 하는 건 거기에 실오라기 하나, 모래 한 줌 정도 보태는 거 밖에 안돼. 모두가 이야기꾼이 아니라면 작가란 존재가 아예 있을 수도 없지 뭐. 


그런데 음 필로우맨 마지막 부분에서 배우가 이걸 확 전달한 건지 모르겠음. 보기에 따라서는 애 셋이 죽었는데도 이야기만 아는 이야기미친놈으로 그냥 끝으로 보일 것도 같음. 아니 그렇게 봐도 상관없지. 그게 원래 모습인데. 십중팔구 시체도 못 찾을 강제징용을 당하면서도 함께 극을 올리자고 약속하고, 친구를 (아마도 제 탓으로) 영영 잃었으면서도 또다시 친구의 이야기를 불러오고, 두건 속 마지막 7.4초 동안에도 이야기를 만드는 그들. 정말 지독한 이야기미친놈들이지 뭐야.

역전검사 2 시가라키 타테유키 (시라가키로 보여 왠지 ㅋㅋㅋ)

모션 표정 말투 성격 다 몹시 내 취향 굳이 나누자면 하무열 과

http://mirror.enha.kr/wiki/%EC%8B%9C%EA%B0%80%EB%9D%BC%ED%82%A4%20%ED%83%80%ED%85%8C%EC%9C%A0%ED%82%A4

캐릭터 프로필 












움직임이 대개 능청깝죽삐딱삐딱 ㅋㅋㅋ 이 아저씨는 모션 자료 따로 없나 모르겠네 ㅋㅋㅋ 

이하 떠오르는 질문 한 줄 씩 감상도 덤 네타 흘러 넘침 /  





0 삼천명의 경찰들이 지하에 매몰되어 있는데 걔네한테 구호품이 잘 돌아간 건 그렇다 치더라도 삼개월만에 나온 행색이 어찌 저리 깔끔할 수가! 지하에서 다 함께 단체 면도하는 상상하며 뿜 과연 이야말로 고담 경찰의 긍지인가! 


1 그리고 고든은 1N년 전 브루스를 제외하면 어깨를 덮어주며 위로한 아이가 한 명도 없었단 말인가 브루스 암시 듣고 바로 그때를 떠올리다니...! 상당히 각박한 삶을 살아 오셨군요 청장님 


2 고든을 볼 때마다 아련 터지는 얼굴 보며 역시 이 영화 3편 내내 히로인은 고든...+그런데 팅거테일러솔져스파이도 겹치면서 사실 최강자 고든 상상이 돌아가면서 뿜_ 아무튼 고든이 있는 한 고담시는 건드릴 수 없어 안돼 안될거야 아마 


3 교란 작전이라는 건 알지만 그래서 미란다(탈리아)랑 웨인은 왜 잔거지?


4 오 오 현자 알프레드 오 오 현자다! 여기 현자가 있다!


5 베인의 구덩이에서 웨인을 치료해주는 죄수 보고 뿜. 브루스 웨인 과연 천상 도련님 어디 굴러 떨어져도 알프레드 2호 3호 같은 게 나타나는 모양 


6  히어로물은 잘 모르지만 말야. 어렴풋이 라즈 알 굴 '딸'이라든가 로빈의 존재같은 건 알고 있었는데 말이지. 영화 보는 내내 누구누구들의 정체, 혹은 역할 전혀 눈치 못 챔. 철썩같이 베인이 라즈 알굴 자식인 줄 암. 구덩이 올라가는 애 얼굴이 너무 이뻐서 저 얼굴이 커서 저렇게 된단 말인가 하고 분노+분명히 구덩이에서 얼굴 망가졌다면서 왜 나가는 애 얼굴은 깨끗하지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말이지. 그냥 영화 흐름대로 따라가다 깜놀 발림 


7 톰 하디 연기 어쩔 난 저 배우가 저렇게 인상적일 거라고 생각 못했지 ...


8  분명히 삼부작 마무리 작품이고 그동안 던진 떡밥 회수 인물들 다 조금씩 튀어나오고 하느라 산만해야 할텐데 전혀 그런 거 느끼지  못함... 간만에 극장에서 시간 확인하고 싶은 생각이 안 들었음. 


9 솔직히 말해 베인(정확히 말해 탈리아와 베인이겠지만)이 라즈 알굴보다 머리 좋은 거 같아 


10 비고 몰텐슨 라즈 알굴 역 고사 이야기를 어제 들었는데, 그럼 비고 몰텐슨과 마리온 꼬띠야르가 부녀...아놔 이건 정말 무서워 


11 예상보다 훨 괜찮았던 앤 해서웨이 캣우먼. 올 언니 올 / 앤 해서웨이 큰 눈이나 몹시 우월한 허리가 너무 인형같다고만 생각했는데 이렇게 섹시해 보일 줄이야. 그런데 캣우먼이 레즈비언 내지 바이일 거같다는 촉이 온 건 나만 그런가효. 


12 놀란 배트맨은 영화 내에서 그다지 두드러져 보이지 않는다는 게 재밌긔. 그 가면 뒤의 브루스의 인상도 그다지 강하지 않음. 항상 지쳐있고 번민하는데 그게 딱 가면 안에서 갈무리가 되는 거 같단 말이지. 그 가면은 또 도시 안으로 숨고. 그리하여 이 시리즈 세 편의 주인공은 고담이라 하겠다. 


13 빌딩, 주식, 하수구, 대교, 죄 없는 사람 없는, 그야말로 범죄에서 태어나 범죄를 낳는 도시 고담. 세계의 모습. 밤하늘에 선명하게 타오르는 박쥐 낙인


14 영화를 보는 동안 주인 잃고 털린 웨인 저택을 보면서 저 저택이 다시 옛날 모습으로 돌아간다면 이 모든 난장판은 헛일이 아닌가 - 했는데, 다행이다. 돌아가지 않았다.


15 그리하여 나는 마지막 장면에서 알프레드가 테이블에 팽이를 돌리지 않을까 _ 이런 망상 한 게 나만은 아닐 거야. 


16 그러고보면 초반, 배트맨이 돌아오자 - 이제 쇼를 보게 될 거야 'ㅠ' 하던 경찰 양반. 아니 저 양반은 배트맨의 전적을 모르나 이제 배트맨이 떴으니 사방 공공기물은 다 파손 낙점 아니냐고 ㅋㅋㅋㅋㅋ 1 2편 내내 경찰 사상자가 제일 많아 보이던데 지금 한가하게 쇼 어쩌구 하실 때요? 도망가라고 ㅋㅋㅋㅋㅋㅋ 


모두에게 완자가 작가한테 지금 제일 심각한 건 본인의 표현력+주제에 대한 고찰 부족이라는 거. 아. 정말로 당신이 표현한 겨우 그 정도 일상 가지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레즈비언이네 더럽네 하고 일일히 눈치주나? 아니 대체 누가 여자 둘이 샐러드 떠먹여 주는 거 가지고 이상하게 쳐다보냐고.; 이성애자 연인들끼리도 서로 등밀어주고 겨드랑이 털밀어주고 다 하더라. 사우나야 같이 못 들어가지만. 고작 등 밀어주는 거 가지고 어머 야해 라고 아무도 생각 안해....

 아. 물론 작가 본인이 별 것도 아닌 일에 편견 어린 시선 받은 경험이야 셀 수 없겠지. 본인들만 느끼는 갑갑함도 많겠고... 엄청 어이없는 일도 많이 당했을 거야. 

그런데 그게 납득 가게 묘사되어야 할 거 아님미까. 동성애에 대한 편견이 어쩌고를 떠나서 '아 맞아 나도 소소한 애정 표현 하는데 남들이 쳐다보는 시선 신경 쓰인 적 있어. / 아. 저런 거 나도 하고 싶었는데 애인이 이성이라 못해봤네' 하는 식으로 공감이 가야 하는 거 아니냐고. 


그런데 남들의 마음을 열긴 커녕 작가 쪽에서 오히려 타인들의 시선을 엄청 의식하고 왜곡하는 것 같단 말이지. 덧글로 병신력 표출하는 사람들은 뭐냐고? 그거야 이게 레즈비언 소재라는 걸 알고 보니까 지껄이는 거지, 적어도 만화에서 표현하는 딱 저만큼 가지고는 동성커플이라는게 그리 티날 것 같지 않은데....음. 게다가 그런 상황들에 대한 묘사가 너무 단순해. 타인의 반응이나 그에 대한 작가의 반응이나. 


작가의 실제 경험이나 고심이 고작 저 정도는 아닐 텐데. 그거 다 펼쳐내도 모자랄 걸 왜 저렇게 단순화시키는지 모르겠네. 일상툰이라고 별 것도 아닌 잡담을 그냥 늘어 놔도 되는 게 아니라고. 게다가 당신들 소재는 '일상'이라고 해도 -우리 사회의 일반적이고 폭력적인 편견들-을 찌르게 되는 내용이잖아. 그런데 저렇게 헐렁하게 '우리 이쁜 사랑해여 뿌우뿌우' 해가지고 먹히겠냐고. 이게 동성애냐 이성애냐를 떠나서 보는 사람은 어 그래 좋겠네 이쁜 사랑하쇼 그래서 어쩌라고 ...가 되는데. 이 그래서 어쩌라고- 가 작가가 원하는 반응은 아닐 거 아냐. 모두에게 작가가 보내는 메시지라며. 그게 고작 나 6년차 애인있다는 아닐 거 아냐. 


이래서 자기 생체험을 그대로 갖다 옮기는 게 아닌 거야.  과연 저대로 몇 화나 갈지 모르겠네. 뭐 내 알 바가 아니기도 하고. 다음 리그 때부터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고 앞으로 챙겨 보지도 않을 거니까. 네. 그런데 소재 까는 병신 글이 하도 많이 올라오다보니 정말 작가가 꼭 해결해야 할 문제에 대한 지적이 다 묻히는 게 짜증나. 그래서 새벽에 지껄여 봤어. 레즈비언 일상툰이 올라왔는데 이렇게 흘러가나 싶기도 하고. 댓글란은 온갖 혐쓰레기 글이 범람하는데 만화는 그와 상관없이 알콩달콩 얘기로 흘러가는 그 괴리가 안타깝기도 하고. 차라리 일상툰이 아니었다면 시츄에이션 진행이 될 것 같은데, 지금 저건 너무 작가 본인과 밀착해 있어서 어떻게 더 뭐가 진행될 것 같지도.......


으으. 그러니까 안 볼 겁니다. 안 보고 안 깔 거임. 그 전에 마지막으로 할 말은 하고 덮을래. 작가님 제발 구성 표현에 신경 좀 써요. 

베스트 다음에는 당연히 워스트지. 




제일 흔하게 나오고 제일 밋밋한 차림인 화가(1) 표정은 참 좋은데..... 



신나게 업보 올리고 기대했다가 할 말을 잃은 마왕(5) 요기가 넘친다는 점에서는 마왕 답긴 한데..... 그래 척 봐도 세상의 적으로 보이긴 하는데.....


많이 도는 짤 불량배 (9) 이 짤을 잊고 있다가 엔딩샷보고 아 맞다 이게 너였냐 ... 대놓고 노린 자세인 건 알지만 너무 억지스러움.



...저런 호박은 용서가 안돼. 벗어 버려 딸. 어차피 도덕심 모자라서 배드엔딩 뜬 거...기사(49) 따위 안해도 그만 아닌가. 



용사(55) - 나쁘진 않지만 이거보다는 좀 더 멋있길 바랐음. 




주점주인(25) 역시 나쁘진 않지만 이거보다는 좀 더 요염하길 바랐음. 얼굴이 확대되어 있는데 하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이미지가 도드라짐. 



뭐 병사(46)다운 병사 엔딩... 억울할 건 없지만 별로 재미도 없다. 그래도 투구 디테일은 마음에 들지만. 



순서는 내가 보기에 가장 예쁜 그림 순 



미장이 - 엔딩 본 건 34번째 

직업엔딩은 아무래도 수수할 것 같아 별 기대를 안했는데 의외로 가장 재미있음. 개중 표정 포즈 분위기 다 제일 마음에 든 게 미장이. 표정 레알 평화롭다. 





가장 여성스럽게 예쁜 국왕의 첩(11). 이것도 별 기대 안했는데 (쭈구렁 할배 첩이나 되고...) 엔딩샷 = 여신. 내 딸이 이렇게 이뻤다니 국왕 이 새기. 그건 그렇고 왕궁과 엮이는 엔딩이 나올 때마다 국왕이 참 병신으로 묘사되어서 웃김. 딸내미 발목을 붙잡고 늘어지며 이 왕국의 여왕(왕비, 재상, 장군, 주교, 재판관, 용사 등등) 감은 너밖에 없다고 아주 사정 사정... 특히 딸에게 눈독을 들일 때는 나는 이제 늙었다고 다 죽는 소리를 해대는데, 곧 죽는다면서 젊은 애는 왜 부인(내지 첩)으로 들이는가? 에라이... 




유능계 엔딩 중 가장 마음에 든 재상(53). 왜 항상 계열 최고 엔딩보다 세컨드 엔딩이 더 멋있는 건지 의문. (그래도 프메2 여왕 엔딩이 프메3보다는 낫지. 프메3의 그 담요 두른 꼴보다야... ) 모자의 테두리 장식 부분이 좋네요.'//' 전체적으로는 이런 풍 저런 풍 짬뽕같지만 표정도 의기양양하고 분위기 good. 





백작부인(13)

역시 왕비 엔딩보다 훨씬 이쁨. 머리스타일이랑 목 장식 독특하다.'//' 화려하면서도 깔끔하다. 





묘지기(23)

저 램프 불빛이 너무 마음에 들어...! 바지는 몸빼에 들고 있는 소품은 삽이지만 전반적인 분위기 최고. 얼굴 반편에 그림자 드리운 거 좀 봐/// 처음 스르륵 이미지 뜰 때 정말 놀람. 

그러고보면 프메2 엔딩샷이 정말 엄청 정성들인 듯. 한 캐릭터로 굉장히 다양한 이미지를 잡는다. 볼수록 빠져 드네. 




비슷한 이유로 감동한 사냥꾼(26) 우와 포즈다 표정 봐 그런데 둘러맨 짐승은 대체 뭐지? 맷돼지인가 사슴류인가?




왕궁마법사(44) 프메2에서 가장 매력을 느끼는 부분이 마법. (무사수행은 솔직히 돌다보면 귀찮아.) 엔딩샷도 무사 계열보다 훨씬 나음. 포스 넘치잖아. 뭐 있어 보이잖아. 너무 한 가지 스타일 (문신. 강렬한 머리숱. 강한 표정. 이색적인 액세서리)로 밀어붙여서 좀 지겹긴 하지만. 

그나마 계열 최고 엔딩 중 가장 괜찮다.




 

현상금사냥꾼(47) 무사계열 엔딩 중 제일 괜찮다. 시원쌈박한 표정. 만만찮게 시원한 하의페션. 용사, 기사 엔딩이 매우 불만족스러워서 상대적으로 점수가 올라감. 무사 계열 중 제일 재미있게 사는 것도 같음. 

이기적 유전자에 소개된 일화. 어떤 개미 종은 일벌레라는 존재가 아예 없다. 개미가 홀몸으로 다른 개미 굴에 들어가면 그 굴의 일개미들이 돌변해서 자기들 여왕개미의 머리를 잘라버리고 침입자를 여왕으로 섬긴다. 이런 행동은 침입자 개미의 다른 개미들에 대한 강력한 최면으로 일어난다고 함. 

이번에 엠나비 보는 내내 이기적 유전자에 소개된 이런 일화들이 계속 생각났음. 포인트는 침입자-사기꾼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사기꾼에게 속는 피해자의 상태. 스스로 제 생명줄(일개미에게 알 낳는 여왕 개미란 자기가 살아가는 이유인 거니까)을 끊어 버리는 일개미와 (연극 관점에서-프랑스에서 15년간 생활하는 동안에는) 제 사회적 생명줄을 갉아먹어버린 르네 갈리마르가 상당히 겹쳤다는 거.ㅇㅇ


요는 '속박 상태'에 한 번 이르면 이건 의식적으로 끊을 수 없다는 거임. 한 번 불러일으켜진 환상은 대상을 떠나서까지도 피해자를 조종하는 거임. 그래서 르네 갈리마르가 마지막에 남기는 말은 '직시할 수 없었다.'인 거지. 직시하기 싫어. 가 아닌 것이다. 송이 제시한 환영을 받아들인 순간부터 갈리마르는 이 환영의 숙주가 된 거니까. 마지막 자살씬이 순교자 분위기가 나는 건 바로 이 때문. 광기때문에 죽는다면 저런 분위기는 나지 않을 거야.  








5월 1일, 5월 17일 관람. 세종문화회관. 르네 갈리마르 역에 김영민 릴링 역에 정동화 / 김다현 


- 사랑하던 여자의 실체를 알았을 때 그저 한 남자에 불과하다는 사실, 그것만은 직시할 수 없습니다. 


이 극은 과연 권력에 대한 이야기인가, 사랑에 대한 이야기인가. 한 남자의 환상을 유지시킨 것은 송의 지독한 속임수였나, 그의 집요한 욕망이었나? 시커먼 열등감과 불안하게 흔들리는 정신, 무너지는 현실. 갇힌 몸. 작은 창으로 햇살처럼 쏟아져 들어오는 비웃음. 그 와중 홀로 선명한 그의 나비. 



무대는 몽환적이다. 시작은 몸은 감옥에, 정신은 제가 만든 새장에 갇힌 르네 갈리마르의 자기 소개. 그의 좁은 행동반경 안에는 온갖 환상들이 겹겹이 일어나고 뒤섞인다. 극에 대해 기본적인 소재 '남자가 남자를 속이고 20년간 아내 노릇을 했는데 알고 보니 스파이. 프랑스인과 동양인' 밖에 모르고 갔기 때문에 르네를 보고 꽤 놀랐더랬다. 난 르네가 훨씬 멋지고 탐미적이고 여유있는 고위층 서양 남자일 줄 알았거든. 

  그런데 이 르네는 처음부터 적나라했다. 결정적인 실패를 겪기 전부터 그는 왕따였고 하급공무원이었고 발기부진이었다. 공연 처음부터 끝까지 약자이자 배신당한 편이었다. 심지어 극 후반부 변신(...)한 릴링의 환상을 쫓아낼 때에도 그는 주도권을 쥐지 못하는 듯 하다. 

반전은 없었다. 파멸은 송과 만났을 때부터 이미 정해진 길이었다. 다가오는 끝을 치명적인 환상으로 덮어쒸우려던 한 남자의 몸부림만 있을뿐.


 초반 이야기 전환은 좀 당황스러울 만큼 빠르게 진행된다. 어린 시절에서 르네가 중국으로 갈 때까지의 과정과 오페라 나비부인에 대한 환상이 번갈아 튀어나온다. 모두 필요한 이야기꼭지들이고 재미있는 연출이 많다. 르네의 나비부인 연기를 무대 오른쪽 위에 나비부인으로 분한 송이 따라하는 게 특히 좋았음. 

  하지만 역시 어린 시절 르네랑 대학 시절 르네랑 나비부인이랑 청년 시절 르네 얘기 오가는 사이의 텀이 너무 짧다. 나비부인 이야기에 좀 집중을 하려다 보면 쑥 르네 본인의 회상으로 점프를 하는데 그 회상시점이 아까 나온 회상시점하고도 또 다르고. 배우가 말그대로 여기저기로 점프를 하면서 진행하는데 약간 따라가기 힘든 게 사실임. 


아. 난해한 건 아니다. 급박한 거지. 르네의 기본 욕망을 설명하지 않고는 극을 끌어나갈 수 없으니까 어쩔 수 없지 싶지만서두.'ㅠ' ㅇㅇ 



하지만 송이 등장하면서 이야기가 본 궤도에 오르고 그 후부터는 쭉 집중하게 된다. 그들의 만남이 몇십년에 걸쳐 일어났기 때문인지 전환도 여유로운 편. 르네는 송을 아름답게 회상하지만 공연은 아름답지 않다. 르네가 주인공이니까.ㅇㅇ 르네는 아름답지 않거등. 추하거등. 르네 왈 가장 추하고 별 볼 거 없는 놈들이 가장 아름다운 걸 원한댔거등. 관객이 몰입하게 되는 건 아름다운 송이 아니라 송을 두고 벌이는 르네의 추태니까. 송은 그 추태에 이쁘게 두른 붉은 리본이지.


아무튼 김영민씨가 워낙 단단하게 르네를 꽉 잡고 있어서, 어느 릴링으로 보든 극 완성도나 안정감은 아주 좋다. 르네는 처음부터 끝까지 찌질하고 처절하다. 그의 나약한 정신은 자그마한 자극에 금방 굴복하고 거만하게 부풀어 올랐다가 마구 쪼그라든다. 송이 변신한 후 르네의 연기는 레알 무대를 쥐락펴락하는데. 그 힘이 죄다 외부가 아니라  제 내부를 붕괴시키면서 나오는 힘이라는 거. 매번 무대때마다 저걸 해낸다니 김영민씨 정말 대단하다... 저렇게 무너진 다음 자살씬 마무리는 폐허 위에 부는 바람 한줄기 같이 헛헛해서 참...'ㅠ' 네 좋다고요 ㅠㅠㅠ// 


릴링은 배우마다 성격 차가 좀 있는데, 정동화는 좀 더 고고하고 김다현은 아름답고 순순하다.(흑흑 비쥬얼적 현실이란 것이 한몫을 안한다고 할 수가 업 ㅅ는 것이... 정동화의 어깨란 것이...) 재미있는 건 변신 이후인데, 정동화의 송은 나비일 때 내내 도도하고 냉정하고 흐트러지지 않다가 변신 후 오히려 매달리고 유혹하려 든다. 김다현의 송은 변신을 하고 나면 내내 굉장히 쿨다운. 르네를 덮(...)칠 때도 '진짜 힘을 가진 사람'이 야단을 치는 것 처럼 보임. 잘못을 일일이 지적해서 르네 눈에 들이대주는 듯 함. 두 릴링이 변신 후 르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다른 듯 하다. 개인적으로는 정동화 송 쪽이 마음에 든다. 움직임 완성도도 정동화씨 쪽이 좀 더 잡혀 있는 듯 하고. 색이 짙음. 두 공연 모두 좋았지만 김다현을 보고 나니 정동화 공연이 많이 고프더라는. 뭐 그런 이야기. 


아. 그러고보니 어제(17일 공연)는 로비에서 싸인회가 있었음. 김영민씨 정말 맑게 생기셨더라.ㅠㅠㅠㅠ 아니 공연 보러 가기 전 트위터에서 한참 제레미 아이언스 보기 황송한 남자라고 핥았는데 그런 사람을 또 보다니 뭐지 사실 '보기 황송한' 인종이 생각보다 흔했던 거냐 아님 내가 싼 여자인 거냐 //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는 갑자기 닥쳐온 상실로부터 시작해서 그 상실을 관통해 나가는 이야기다.

토마스와 엘빈, 두 사람의 이야기의 시발점은 엘빈어머니의 죽음이다. 아직 학교에 입학하지도 않은 여섯살 아이에게 어머니의 죽음은 어처구니없는 재앙이다. 

이후 그들을 만나게 해준 선생님의 죽음, 오랜 시간이 흘러 마법의 책방을 운영하던 앨빈 아버지의 죽음. 그리고 앨빈의 죽음까지. 이들 어린 시절의 아름다운 추억과 이별은 모두 이 죽음이라는 큰 계곡 사이를 흘러가는 시냇물인 셈이다. 토마스는 내내 앨빈과 자신의 이야기에서 놓친 게 무엇일까 고민하지만. 글쎄. 앨빈 말대로 그가 놓쳐버린 그 순간은 도저히 찾을 수 없고, 찾는 다 해도 토마스가 책임질 수도 없다. 틈새는 그들이 스쳐 지나간 죽음 그 모두니까. 앨빈은 그 계곡 틈새에 남았고 토마스는 바다로 갔다. 


친구의 인생이 바뀐 순간을 놓친 게 토마스의 죄는 아니다. 죄라 해도 토마스만의 죄는 아니다. 그뿐 아니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그 짧은 순간을 붙잡지 못한다. 산다는 건 죽음과 마주하는 것을 계속 미루는 것이다. 남은 사람이 할 수 있는 건 그저 살아남아서, 살아남아 있는 동안 송덕문을 쓰는 것뿐이다. 언젠가 자신의 꽉 막힌 인생이 끝나는 때에는 또 뒤에 남은 누군가가 그의 빈 책장을 송덕문으로 채워주기를. 톰과 조지. 영원히 함께. 수천 쌍의 천사들과. 


한 번 만들어진 이야기는 절대 사라지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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