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에서 뒹굴며 잉여하던 와중 한 대인이 나타나 화봉요원 46권 짤을 보내주며 곽가의 사망 소식을 전해주었습니다. 이미지를 여니 첫 등장 때 암흑병법봉효살육 운운했던 자가 성불하여 순욱과 피에타 재현을 하고 있지 않겠습니까.
어이가 광탈하여 넋이라도 있고 없고 진모의 상도덕 없음에 호흡이 곤란해 지는데 알고보니 오환전마저 스킵했다니 곽가 최애 삼덕 작가가 이럴 수 있습니까.
떨칠 수 없는 의구심과 원한으로 기어이 책을 찍게 되었으니, 이는 모두 진모의 죄입니다. <-
저랑 비슷한 빡침을 느끼신 여러분 롸잇나우 구매결심... ㅇ<-<
세 줄 요약:
오환전 냅니다! 진모가 스킵해 버린 오환 제가 냅니다 ! 으아아아아 진모오오오오!!!
* 본문 샘플
“허면 이제 우리 군은 어디로 나아가야 하겠나?”
조조의 물음에 곽가가 답했다.
“유성까지 진군합니다.”
순우현의 해적은 무난히 정벌되자 기주 땅은 거진 안정되었다. 조조가 순우현으로 군을 돌리니 장수들은 논공행상의 기대에 들떴고 병사들은 고향으로 돌아갈 날만 손꼽았다. ‘승전 직후의 고단함’이 군 전체에 맴돌았다. 조조의 장막에 앉아서도‘귀향’노래를 부르는 졸병들의 노래가 들릴 정도였다. 하여 전장에서 뼈를 삭힌 장수들에게도 곽가의 답은 선뜻 반갑게 들리지 않았다. 몇몇 장수들은 아예 말을 못 알아 들은 듯 곽가를 돌아보았다. 조조가 되물었다.
“유성?”
“노룡새 바깥에서 우리 군이 지리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곳입니다. 신속히 군을 정비해 이곳을 점거하면 능히 유주를 평정할 수 있습니다. 원희와 원상이 만이(蠻夷)를 얼마나 불러오더라도 무용지물일 것입니다.” 마침내 곽가의 말을 알아들은 장수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이전이 곽가의 말에 반박했다.
“군좨주. 그곳은 허도에서 업 사이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멀고 거친 땅 아닙니까. 지금 막 전투를 마친 군대를 이끌고 오환을 평정하는 건 무리입니다.”
다른 장수들도 맞장구쳤다.
“오환족들은 근처 산과 들에 뿔뿔이 흩어져 있어 그 수를 헤아리는 것조차 어렵습니다. 게다가 그 땅은 그들을 전부 솎아낼 만큼 오래 진군해 있을 곳이 못됩니다.” “원가 형제의 머리가 그런 값을 치를 만하겠습니까? 원소나 원방이 있을 때도 위협이 못되던 자들입니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단 반발이었다. 내버려두어도 그만인 땅, 취하지 않아도 되는 승리를 위해 뼈를 깎는 고생을 하자 나서는 자는 드물기 마련이니. 작은 승리 하나에도 연연하고 큰 패배에도 굴하지 않는 자나 이런 제안을 즐겨 듣는 것이다. 곽가는 조조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조조는 초조한 듯 몇 번 턱수염을 쓰다듬었다. 그러나 수염 아래 입꼬리가 씨익 올라가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필경 노리는 것이 더 있군. 봉효.” “군을 일으키는 것은 재정을 들어 쏟는 것인데 어찌 한 가지만 노릴 수 있겠습니까?” “적이 방심하는 곳을 치는 게 병법의 기본이니, 늑대는 뒤를 돌아보며 앞을 물어뜯는다지. 그래. 자네가 노리는 건 뭔가.” “북쪽으로 치달아 남쪽을 넘볼까 합니다.”
- 남정이라니? - 성동격서를 노리신다는 것인가? 여기저기서 질문과 탄식이 쏟아졌다. 그러나 곽가는 제 답에 한 마디도 보태지 않았다. 더 없이 명쾌하다는 듯, 의심도 의문거리도 없다는 투였다. 정욱이 말했다.
“지금이 북을 평정할 절기임을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허나 기책이란 실제 운용할 수 있어야 의미 있는 것이니……, 유주 땅을 횡행하는 오환 기마병의 발을 묶기가 쉽지 않습니다. 또한 치송의 어려움을 어찌 해결할 수 있겠습니까? 두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이 정벌은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그때 막사 앞에 두 인영이 드리웠다.
“그 두 가지는 쉬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니, 정공은 염려 놓으십시오.”
장막 안에 빼곡히 둘러선 장수들을 밀치고 순욱이 들어섰다. 커다란 두루마리 두 개를 든든 채 반보 뒤에서 그를 따르는 이는 사마의였다. 평소 순욱이 사마의를 못마땅히 여긴다는 것을 훤히 아는 장수들이 의아한 눈초리로 순욱을 바라보았다. “기책을 성공시킬 기책 역시 준비되어 있습니다.” 순욱이 사마의로부터 두루마리를 넘겨받아 조조에게 바쳤다. 조조마저도 눈을 크게 뜨고 둘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 중략---
“오늘은 자네의 의외의 면모만 보는군. 문약. 나는 그대가 당연히 요새 수비를 굳건히 하고 머무르자 할 줄 알았는데.” “주공 역시 흥미로우십니까? 저도 그러합니다.” “그대가 어쩐 일로 봉효의 계책에 찬동하는가?” “곽가의 계책에 따르는 것이 아닙니다.”
설령 무도한 장수가 휩쓸고 간 후에도 농부는 다음해 경작을 위해 밭이랑을 돋우니, 같은 땅에 선다 하여 장수와 농부가 같은 이겠는가.
“곽가는 이것이 제 마지막 기회임을 압니다.”
순욱은 곽가를 돌아보았다. 지난 밤 이후 여전히 그는 안개 너머에 선 듯 뿌옇게 빛나고 있었다. 분명 회광반조였다. 그 빛이 쉬이 꺼지지 않길 바라는 것은 빛이 요사한 탓인가. 아니면 나그네가 그 빛에 의지하기 때문인가.
“소인 역시, 이를 마지막 기회라 여기고 있습니다.”
주공을 네 발톱에서 되 앗아 능신으로 돌려놓을 - 혹은 네가 틀렸다는 것을 똑똑히 알려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
“넷째의 상태는 좀 어떻지?”
순욱의 질문에 집사는 난처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잠을 깊이 이루지 못한 게 여러 날이요, 오늘 저녁도 죽 두어 숟갈 밖에 뜨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스승께서 명의 화타를 부르셨으니 이 밤이 가기 전에 진료를 하게 되리라고도 했다. 화타라면 순욱 역시 알고 있었다. 빛바랜 머리칼에 혈관이 또렷한 기인인데, 다른 의원들은 감히 사용할 엄두도 내지 못하는 대침을 썼다. 그라면 능히 아이를 일으켜 세울 것이다. 순욱은 애써 심란한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러나 아무리 명상을 해보아도 영 기분이 좋아지지 않았다. 수경부 전체가 병실이 된 것만 같았다.
부 내 하인들은 넷째의 몸에 맡는 약을 구하느라 바빴다. 스승님과 사형제들 역시 넷째를 염려하고 있었다. 가후는 매일 곽가의 용태를 직접 살피고 있었다. 원방도 두어 차례 방문해 위로를 한 모양이었다. 순욱만이 여직 넷째의 방문턱을 넘지 않았다. 순욱은 요 며칠간 밤늦도록 침상 위에서 뒤척이며 잠을 설쳤다.‘내가 이토록 속이 좁았던가?’순가를 떠나기 전 아버지와 숙부들의 가르침을 떠올려도 보았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넷째에게로 선뜻 걸음이 옮겨지지는 않았다. 어쨌든 이제 화 선생이 오는 이상 걱정할 일은 없다고, 순욱은 그리 생각하며 억지로 눈을 붙였다.
그러나 순욱은 그날 밤도 깊이 잠들지 못했다. 문밖에서 계속 부산한 사람 기척이 들린 탓이었다. 무슨 일인가 바깥을 내다보니, 화타 선생이 와 있었다. 그런데 그 기세가 심상치 않았다.
“어찌 오각을 달여 먹였단 말인가! 환자의 체질에 상극인 것을!”
기를 보할 때 흔히 먹이는 약재이기에 넣었노라 집사가 어물어물 해명했다. 화타는 한숨을 쉬더니 급히 몇몇 약재를 적어 집사에게 건넸다. 잠시 후에는 자기도 직접 나서 어디론가 달려갔다. 순식간에 숙소에서 사람들이 쑥 밀려나갔다.
“스승님! 사형?”
순욱은 한 걸음 한 걸음 마당으로 내려섰다. 마당 건너편에는 넷째의 방이 있었다. 불빛이 새어나오고는 있지만, 문지방으로 아무 그림자도 비치지 않았다. 넷째의 상태가 그리 위중한가? 다들 환자를 내버려두고 어디 간 거지? 자꾸 두근거리는 가슴을 내리누르며 문 안쪽의 기척에 귀를 기울였지만, 열에 들뜬 신음성 외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정말 아무도 없는 거야? 순욱의 두 손이 문을 밀어젖혔다. 뜨뜻한 공기가 확 퍼져 나왔다.
“넷째?”
아이는 이불을 겹겹 덮은 채 침상에 누워있었다. 이불 밖으로 삐죽 나온 손 하나가 보였다. 손등 처음 이곳에 온 날보다 더 말라 있는 게 한눈에 보였다. 순욱은 아이의 손을 들어 가만가만 이불 안에 넣어 주었다.
“언제까지 서 있나 했어.”
아이가 눈을 감은 채 말했다. 순욱은 침상 옆의 물수건으로 아이의 바짝 마른 입술을 축여주었다. 아이가 시원한 기운을 느꼈는지 눈을 떴다. 고통에 울었는가, 눈물자욱이 길게 남은 눈이 충혈되어 있었다. 순욱은 다시 물수건을 들어 아이의 눈가를 닦아 주었다. 잘못 힘을 주면 아이가 그대로 부서질 것만 같아서 손에 조금도 힘을 줄 수 없었다.
“어찌 이리 낫지 않는 거야?” “걱정했어?”
아이가 말했다. 순간 그 얼굴에 순욱이 첫째날 보았던 수줍은 미소가 돌아온 것 같았다. 순욱은 마주 웃어주다가, 문득 아이가 저에게 반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이가 순욱의 심기를 눈치 채고는 살살 웃었다. 순욱은 뾰루퉁하니 고개를 돌려 버렸다.
“내가 수업에 나가길 기다리고 있다는 거 알아. 나한테 답을 하지 못했잖아.” “왜 내가 네 헛소리에 일일이 답하리라 생각하는 거지?” “형은 다른 사람에게 성실하니까.”
아이의 눈이 뿌옇게 흐려졌다. 순욱은 이대로 아이가 숨을 놓을까 걱정되었다. 그는 아이가 더 편히 숨을 쉬도록 베개를 고쳐 주었다.
“…더 기다릴 수 없다면 지금 답해줘도 돼. 사형의 고견을 감사히 듣지.” “허튼 소리를. 감히 뻔뻔히 누워 사형에게 가르침을 청하다니.” “…내가 본시……. 예에 어두워.”
더 이야기를 이어나갈 수 없어……. 순욱은 제 도톰한 손을 들어 아이의 눈을 덮었다.
“답은 네가 바르게 앉아 똑똑히 정신을 차리고 있을 때 해줄게. 수업은 서탁 앞에서, 침상에서는 잠을 자는 거야.” 아이는 몇 번 입술을 달싹였지만 더 대꾸하지 않았다. 잠시 후, 규칙적으로 숨 들이내쉬는 소리만 병실에 가득 찼다. 순욱은 아이의 눈꺼풀이 꼭 닫혀 있다는 걸 알면서도 한동안 손을 얹고 있었다. 아이의 이마에서 오르는 열이 제 손바닥에 옮겨 올 때까지 내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