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덟해 째인가, 일곱해 째인가. 사람 속 - 구체적인 형태로는 커뮤니티 - 에서 지지고 볶고 지내다보니, 특히 최근의 일들로 깨달은 게 있는데.
한 사람이 한 사람에게 섭섭한 감정을 품게 되고, 원망하게 되고, 책을 잡게 되는 건 근본적으로는 저 사람이 나와 달라서가 아니라, 저 사람이 나와 있을 때와 다른 이와 있을 때 다른 말을 하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에나 고지식하게 똑같은 말만 반복하라는 건 아니지만, 분명 일관된 자세는 필요하다. 적당히 장소의 분위기를 위해 완곡한 자세를 보이는 것과 표리부동한 건 달라.
무엇보다도 이 바닥은 좁디 좁고, 사람의 귀는 어디로나 뚫려 있는 법이라서. 언젠가 내가 동쪽에서 한 말은 서쪽에까지 반드시 전달되고야 만다. 반드시. 사람이 사람을 인정하지 않게 되는 건 저 이가 나와 달라서가 아니라, 저 이가 내 앞에서 제 자신을 드러내 보이지 못할 때야.
... 그래. 그래서 그렇게 실수하고, 그렇게 일을 크게 만들고, 그렇게 여러 사람을 상처준 거지. 내가 못나서. 내가 말할 용기가 없어서. 내가 적당히 편하자고, 다른 사람을 너무 쉽게 봐서. 내가 다 넘길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미 지난 일을 어쩌겠습니까. 쯧쯧.
하지만 또 언젠가 이런 일이 생기면, 난 또 지금처럼 어리석을 것 같기도 하다.
그래 그냥 이 얘기가 쓰고 싶었는데. 이글루에- 저 사람들 앞에 이 얘기를 올릴 생각을 하니 참. 의욕도 용기도 나지 않더라.
- 일단 다 살아줘서 고맙다. 정말 고맙다.ㅠㅠㅠㅠㅠㅠㅠ 얘들아. 특히 찰나 너 ㅠㅠㅠㅠㅠ 나 정말 너 죽은 줄 알았다 ㅠㅠㅠㅠ 내가 김닐 죽는 것도 야 캐릭터 잘 쓴다 하면서 봤는데 너 헬멧? 그걸 뭐라 그러니. 아무튼 그거 안 캄캄해져서 얼굴 안 보일 때는 진짜 심장 조마 조마 이번에야말로 얘가 죽었나 보다 하고 긴장탔었다고 ㅠㅠㅠㅠ그 후에 나오는 애들 얘기는 걍 ㅁ나ㅣㄹ아ㅓㅣ 하면서 너 살아있나 없나 그것만 기다렸다 아 이놈아 ㅠㅠㅠㅠ
- 그래서 결국 최티에는 베다와 하나가 되었군요. 어 음 이건 좀 미묘합니다. 저로서는 아직 '베다'의 존재, 이오리아 슈헨베르그의 목적, 그것을 현실적으로 구사한 방식(솔레스탈 비잉이라는 존재), 뭣보다도 그로 인해 나타난 세계 연합이라는 것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티에리아의 인간 선언과 2기 변화가 참 짜했었기 때문에, 좀 더 티에리아가 개인의 인격체로서 다른 인겨체들과 주고 받을 수 있는 상태로 있어줬으면 하고 바랐습니다. 하지만 2기 내내 넘 잘 자라줘서... 그러니까 지금의 이 결말도 현시창이라고 할 수는 없을 거 같은데 ... 아... 음 아.... 하지만 아쉽고. 그래도 다시 나올 수 있다는 암시를 줘서 기쁘네요.
- 닐을 좋아하는 입장으로서는 디란디(와 서셰스)가 잘 끝나서, 디란디 쪽으로는 전 시즌 내내 비중을 굉장히 많이 주고 회상도 자주 나오고 해서 만족스럽습니다. 거 참 사악하게시리 왜 애 눈은 피로 적셔. 멀쩡해서 다행이네요. 선글라스 끼고 나오길래 눈에 무슨 일있나 했는데 그건 아니어서 다행이었고요. 묘비 아래 닐 디란디란 이름이 격하게 짰고요. 아오 ... 아오... 그래 드디어 가족의 곁으로 돌아갔구나, 이젠 안심하고 자도 돼. 성불 좀 해라. 음 사실 닐 입장에서야 라일을 전장에 서게 하고 싶지 않았겠지만 라일이에게는 라일이가 넘어야 할 산과 라일이가 치뤄야 하는 싸움이 있으니까요. 라일이 '스파이'라는 입장에서 자신의 의지로 서야 할 곳을 정한 이상 이건 라일이 선택한 자신의 미래인 거고, 그 선택에 형에 대한 인식과 이해가 있어서 전 매우 뿌듯하고 행복합니다. 고맙다. 김라일.
오늘 같이 애니 본 지인 분께서 세츠나 편 코가 윤 만화를 가져와 주셔서 봤는데, 세츠나가 라일을 끌어들이는 것에 대해 - 닐의 의사를 잇는 것인지, 반하는 것인지 - 독백하는 컷이 있더군요. 뭐, 생전의 닐이 라일에게, 그리고 세츠나에게 바란 게 그게 아니더라고 해도 죽은 사람이 말 할 자격은 없습니다. 산 사람들의 몫이죠 선택은. 아니 이거 너무 말이 길어진다. 일단 여기서 접죠. 이건 나중에 록온 스트라토스에 대한 썰 따로 풀면서 마저 얘기하기로 하고.
이거 깜빡하고 넘어갈 뻔 했는데, 오늘 김라일 사복 정말 최고였습니다. 우와 뭐냐 지금까지의 그 ㅁ닝리ㅏㅁㄴㅇ리ㅏ 한 패션을 뒤엎는 이 우월한 사복은! 아니 이런걸 그릴 수 있었으면서! 왜 지금까지? ..
어쨌든 그 복장 김라일 손나 이뻤다는, 과연 디란디즈는 우월하고요. 곱슬이어도 좋아하는 보람이 있네요.
- 근데 다른 애들은 그렇다치고 알렐이 스루딩은 정말 너무 심한 거 같아서 조 좀 눈물이 ... 아놔 찬양아 경배야 ... 저번 화에도 비중이 없어서 - 이번 화에는 좀 있을까? 2기 내내 마리마리마리한테만 집중한 덕에 썰 풀 거리가 없는데... 하지만 그래도 마이스터 중 하나인데 이대로 스루딩은 아니겠지 아니겠지 - 했는데 정말 스루딩....
할렐이 광소를 좋아해서, 터져 나왔을 때 무지 기뻤는데 어 근데 그냥 스루딩 어...
랄지 찬양이랑 경배 이렇게 넘어가도 되는 겁니까. 제가 어지간한 2기 진행에는 큰 불만 안 가지는데 소마리양 인격 왔다 갔다 하는 거랑 알렐이의 할렐이에 대한 입장 정리? 랄지 입장 변화, 그리고 알렐이랑 마리가 '분쟁을 위해' 태어난 자신들의 존재를 어떻게 분쟁없는 세계에 정착시키는지, 그 과정이 좀 나와줬으면 했습니다만.
그랬으면 마지막에 산에 가는 것도 나름 납득할 수 있었을 것 같아요.
그래서 너네 대체 어디 가는 거냐. 진짜 도봉산가냐? 그런거냐구.OTL 차라리 마리랑 임시적으로 헤어지고, 알렐이는 건담 마이스터로서의 삶을, 마리는 새로운 세계에서 '초병 출신'인 자신의 존재를 재설정하는 엔딩이 나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아니 하지만 이 엔딩도 나름 의미는 있어요. 왜냐하면 이 둘의 초병, 싸우는 자로서의 인식은 소마와 할렐이에게 집중되어 있으니까요. 알렐이랑 마리는 싸움을 원하지 않고, 계속 싸워야 하는 자신에 의해 갈등하고 상처입고 그걸 속죄하고자 하니까, 초병이 아닌 인간으로서 자신을 처음부터 재설정할 필요가 있고 아니 하지만 좀 그런걸 설명해주면 좋잖아 알렐루야 나레이션 너무 애매했다구요 그리고 그 전에 그런 갈등을 표현하기에는 알렐이랑 할렐이 사이가 너무 좋았고, 2기에는 할렐이의 등장 비중도 너무 적고요. 뭐 대사 수도 수지만 대사의 내용이... 하하하하하하하핳핳 알렐루야-~~!!!!!!! 랑 ... 마리만 보면 돼!!! 였나 ... 아무튼 이런 정도여서는... 차라리 할렐이가 2기 들어 죽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기왕 1기에 갔던 거 아예 2기 내내 할렐이 없는 알렐이의 방황을 부각시키고 그걸 마리에 대한 집착으로 치환해서 ...
1기에서는 할렐이가 어떻게 되었는지가 확실했는데 2기에서는 좀 애매했고요. 싸움이 없다면, 혹은 알렐이가 싸움을 혼자 감당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면 할렐이는 없어지게 되는건데 음 ... 음... 애매해 너무 떡밥이 안 풀렸어요. 이거 꽤 중요한 문제인 거 같은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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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야기가 균형을 잃었다는 생각은 하지 않지만요. 다만 할 얘기가 너무 많았을 뿐.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연들의 얘기를 하나 빼지 않고 다 풀어나가서 그게 꽤 굉장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특히 네냐 - 왕류밍 - 홍룡? - 안드레이 - 루이스 이 쪽의 비중은 의외, 그에 반해 이노베이터들의 비중은 꽤 약한 편이었는데 그건 역시 제작진이 하고 싶엇던 얘기는 인간의 얘기 였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고요. 재미있는 건 2기 엔딩에서 힐링, 리바이브 등이 살아서 무슨 월리를 찾아라처럼 여기 저기 끼어있는 거였는데. 어딘가 리본즈가 살아있는지도 모르겠고요. 이 애들을 극장판에서 어케 쓸지 상당히 기대되네요. 이런거 보면 참 캐릭터 낭비를 안한단 말이야. 오히려 너무 써먹어서 문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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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24화와 함께, '잘 정리된' 결말을 맞아서 일단은 만족스럽습니다. 얼마 전에 막장애니를 봐서 그런가. 이 정도면 그닥 막장도 아니고, 캐릭터들도 안 망가졌고, 풀어놓은 설들을 적당히 잘 수습한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엔딩으로서의 한 방'은 약했다는 것, 그리고 막판에 캐릭터들이 치는 나래이션이 너무 교훈적이었다는 것. 마리나가 세츠나에게 보내는 편지는 굉장히 좋았어요. 전 화 통틀어 마리나가 한 일 중 가장 좋았습니다. 항상 마리나에게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부분을 딛고 마리나도 성장했달지, 새로운 세계에 맞춰 변한 모습이더군요. 특히 세츠나에게 보내주는 편지는 1기 김닐의 유언과 비슷하달까요. 세츠나에게 주어진 새로운 과제인 것 같아요. 2시즌 내내 세츠나는 어른으로서 성장은 했지만 한번도 개인적인 욕심을 부리거나 과거에 대한 집착에 괴로워 하거나 흔들리지 않습니다. 때때로 '자동 재생 레코드냐?' 싶을 만큼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 - 싸움 -을 수행합니다. 전 차라리 2기의 세츠나보다는 리본즈가 더 인간적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리본즈는 '인간들이 흔히 말하는' 신이 되려고 했죠. 반면 세츠나는... 어휴.
다행히 순수종 이노베이터라는 게 모든 것을 초월한 정신체 상태가 되어 버리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만 찰나야 젭라 극장판에서는 사람 되기다. 인류 의사 통합 그런건 개나 주라고 해. 신이 있는 세계가 폭력에 얼룩지고 불행만이 가득했으니까, 신이 없는 세상에서 너와 너가 아는 사람들이 행복해지기 위해 살아라. 어휴 ㅠㅠㅠㅠ
그리하여 이 이야기가 어느 정도의 무게를 가지고, 몇 점 정도를 줄만한가는 의견이 분분한 듯 한데, 일단 전 점수를 좀 올려줬습니다. 2시즌 내내 무지 밀어붙여대는 전개와 무안단물 GN입자의 기적이 참 당황스럽기도 하고, '결국 이거 얘기는 원점이잖아' 하는 허탈감이 안 드는 건 아닙니다만. 특히 이오리아 슈헨베르그의 계획은 그 규모에 비해 엉성하기 그지없다고 생각하고요. 24화에서 티에리아가 이오리아의 계획 전부를 알려준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어..음... 읭? 외계? 인류 의사 통합?;; 납득이 안가. 그래서 25화에서 그 썰 좀 더 풀 줄 알았는데 어..아 안 풀려. 없어 그런거. 그게 다였던거야?
그리고 베다와 리본즈가 사라진 후 달라진 세계도 너무 이상적인 모양새, 작위적인 냄새가 납니다. 특히 심한 건 시릴과 클라우스의 대화인데 애초에 무정부주의자였던 사람들이 정부가 좀 바뀌었다고 거기 들어가 있는 것 자체가 말도 안되고 - 자신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요 - 새로운 세계가 시작되었다는 이야기를 그렇게 직접적으로, 길게 푸는 것도 낯간지러웠어요. 사지랑 루이스의 대화도 마찬가지. 너무 그렇게 대놓고 말하진 말란 말이야.;;; 건담 더블오 내내 문제라고 생각하는건데, 교과서 냄새가 너무 나잖아. 세계관에서 현실적인 분위기를 강조하기 때문에 더 그렇게 느껴져요. 그 그렇게 모든게 앗쌀하게 오케이? 그런거임?;;;;
더군다나 일견 평화를 찾은 세계에서 견제책으로서 존재하겠다는 솔레스탈 비잉도 애매하고요. 차라리 세계에 아직 분쟁이 남아있다는 것을 좀 보여줬으면 좋겠는데요. 문제의 싹들(곳곳에 박혀 있는 이노베들이라든가...기타등등)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역시 진엔딩이 아니란 느낌은 듭니다. 극장판을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네요. 음... 엔딩으로서는 차라리 어제 본 어비스가 극적이고 깔끔했던 것 같아요. 24화와 25화에 나눠서 엔딩을 진행해서 할 얘기는 일단 다 하긴 했는데 좀 긴장감이 떨어지긴 하는 것 같고...
이 이야기는 결국 솔레스탈 비잉의 목적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어떻게 풀어야 할지가 달라질 듯 하네요. 정확히 말하면 그놈의 이오리아 프로젝트가 뭔지 좀 따져봐야...
현대에 종교가 갖는 의미가 무엇일까요.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약속된 천국이 도래할 날을 카운트다운하며 어서 회개하라고 강요하는 것이 종교의 알파 오메가는 아닐 겁니다. 종교의 순기능은 2천년 전이든 2백년 전이든 현재를 사는 사람에게든, 자신이 몸담고 있는 세계와 자신의 목적을 설정하게 하고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데 있습니다. 솔레스탈 비잉도, 이오리아 슈헨베르그의 목적보다는 그 이상 아래 모인 후 그것을 자신에게 맞게 체화한 - 지금 살아있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얘기라는 쪽에 초점을 맞추면 점수를 좀 올려주게 되는데요.
일단 이오리아 슈헨베르그는 단순한 인간이 아니지요. 그는 1시즌 솔레스탈 비잉과 이노베이터에게는 하나의 전제이며 일종의 신이었고, 베다는 성경이었습니다. 이오리아 슈헨베르그의 계시와 건담의 출몰은 말그대로 데우스 엑스 마키나죠. 이 외에도 더블오에는 종교적인 묘사가 굉장히 많이 나오는데 일단 그건 제쳐두고... 어쨌든 이오리아 슈헨베르그를 개인은 물론 시간까지 초월한 존재, 하나의 집단이 모여서 무력을 행사할 수 있을 정도의 이상을 제시한 존재로 보아야 하는게 맞긴 맞지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오리아 슈헨베르그가 옳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네요. 이오리아 슈헨베르그는 비뚤어진 세계에 어떤 또다른 전제, 사기적인 파문을 일으킬 수 있는 이물질을 투입했습니다. 그는 세계를 바꾼 마법사죠. 하지만 완전무결한 신은 아니며 그가 제시한 파문 - 그가 내린 계시 역시 뒤틀림 중 하나였습니다.
백번 양보해도 어째서 세계의 의사를 통합해야 한다는 건지 와닿지 않아요. 어떤 방식으로든 그것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적어도 1기의 방식으로는요. 서로 총구를 겨누고 있는 자들의 팔을 동시에 자른다고 해서 분쟁이 사라지는 게 아니니까요.
이오리아의 진의가 무엇이었든, 몇백년 전에 죽은 사람의 의사와 슈퍼컴퓨터 베다는 그 존재 자체가 '참견'입니다.
실제로, 자신들이 이물질이며 참견이라는 현실은 마이스터들이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더블오 1시즌을 본 것은 솔레스탈 비잉의 움직임을 성전이 아닌 이질적인 사태로 묘사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들에 대한 인간들의 대응이 적극적이고 현실적이었기 때문이죠.
그리고 2기에 접어들면서 솔레스탈 비잉의 목적과 행동 양식은 변했습니다. 자신들이 뒤틀어 버린 세계의 축, 비정상적으로 변한 인류에 대해 책임을 지기 위해서요. 이것은 베다가 사라진 후 솔레스탈 비잉 멤버들 스스로의 의지입니다. 이 의지를 다지기 위해 건담 마이스터들은 4년간 방황했습니다. 그리고 이들의 변화는 결국 세계 사람들의 자발적인 변혁 의지를 발동시킨 겁니다. 다른 이들을 단죄하기 전에 스스로의 죄를 인정하고 그것을 다잡을 것. 변혁은 자신에게서 먼저 일어나야 하는 거죠.
1기의 소요는 2기의 이 속죄, 재구축을 위한 바탕입니다. 2기 들어 시작되는 변혁의 실체는 계시된 변혁이 아니라 '변혁을 추구하는' 정신을 계승한 자들의 몫이죠. 그 신호탄- 첫번째 메시지는 1기 23화 록온 스트라토스의 유언입니다.
1기의 록온 스트라토스가 싫다고 한 세계란 무엇일까요. 어렸을 적 그의 삶을 파괴하고 결과적으로는 자신을 죽게 한 세계 - 자신이 죽을 걸 알면서도 서셰스를 저격하게 한, 그렇게 할 수 밖에 없게 한 세계 -, 솔레스탈 비잉의 무력 개입 대상이 된 지구 뿐만이 아니라 이 무력 개입의 틀, 분쟁을 멈출 수 없게 하는 순환의 고리 자체가 아닐까요. 그리고 그는 변혁하지 못한 채, 세츠나들에게 제 2의 변혁을 맡기고 과거(구세대의 변혁)과 함께 사라졌습니다. (아 씨발 여기까지 써놓고 보니 존나 짜 뒈지겠네. 엉엉 이 다메남아 앟홋씨발 ㅠㅠㅠㅠㅠㅠㅠ 아 왜 너 미래를 너가 안살고 왜 동생한테 아오 왜 넌 변혁을 못하는데 왜 왜 왜 왜 엉엉 아오 아오 내가 걍 속이 터져 엉엉 아오 머ㅣㅏ리ㅏㅓㅁㄴㅇ리ㅏㅓㅁ니ㅏㅓㅇ리ㅏ 아오 아오)
그래서, 2기에서 록온의 유지를 잇는 자들에게 베다는 적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세츠나들은 베다와 이오리아를 뛰어넘어야 하니까요. 그리고 그 구세대의 변혁, 또 하나의 타파해야 할 세계 형성은 새로운 혁신자들을 보조하기 위한, 이노베이드들에 의해 구체화됩니다.
결국 - 그 과정이 좀 밀어붙이기 식으로 진행되었고, 설명 안된 부분도 많지만 - 세츠나는 변혁에 성공하고 첫번째 혁명자가 됩니다. 그리고 그 구원(...별로 맘에 드는 방식은 아닌데... 뭐 어쨌든......)의 빛으로 세계는 한차례 갱신됩니다. 하지만 혁명은 끝이 없는 법, 모든 (살아있는) 등장인물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세계와 자신을 변화시켜 나가고, 솔레스탈 비잉은 다시 천공에서 그 기나긴 여정을 계속 하는데 ---- 로 엔딩이 났습니다만.
저는 2기의 이러한 변화들과 엔딩 시점의 세계가 이오리아 슈헨베르그의 계획대로 되었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애니에서는 아무래도 모든 것이 이오리아 슈헨베르그의 계산 하라는 식으로 얘기를 푸는데 음 아니 뭐 원작이 그렇다고 하는데 아니라고 우길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만.
2시즌 내내 대비된 솔레스탈 비잉과 리본즈의 싸움은 결국 솔레스탈 비잉의 승리로 끝이 났습니다. 공식 설정에 리본즈는 폐기(?)된 이노베이터라는 설정이 있다는 걸 들었는데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리본즈가 순수종이 아니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는 자신의 입장에서 변혁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천사가 신이 되고자 했으니까요.
결과적으로 리본즈와 솔레스탈 비잉의 싸움은 교리 논쟁입니다. 이오리아 슈헨베르그는 분쟁 종결의 이념과 그것을 현실화할 구체적 장비를 만든 것일 뿐, 그것을 어떻게 해석해서 어떻게 사용하느냐는 결국 후세가 결정할 일입니다. 이오리아의 '(모든 계시가 그렇듯)거창하고 무모하고 애매한' 목적에는 리본즈의 길과 세츠나의 길, 둘이 모두 포함되어 있었던 거죠. 리본즈가 이겼든 세츠나가 이겼든 어쨌든 계시는 달성되었을 겁니다. 즉, 이 교리를 가지고 세계를 어떤 모양으로 만들지는 세츠나들의 의지 여부에 달린 것이라는 거죠.
뭐, 이렇게 길게 썰 풀 거 없이. 그냥 제가 음모론이라든가 '결국은 모두 알고 있었다. 그것도 계획의 일부였다.' 라는 식의 이야기를 굉장히 안 좋아하는 것 뿐이에요. 모든 것이 다 예비되어 있다니 너무나 기분이 나빠서 이가 득득 갈릴 정도.
하지만 '교리' 해석과 그 구체화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의지와 자각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는 애니에서도 꽤 여러번 부각되고 있습니다.
솔레스탈 비잉과 세계연합, 리본즈를 대립시키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자각조차 없이 리본즈가 구축하고자 하는 세계에 안주하는 것을 계속 지적했죠. 현실적인 세계관은 이 얘기를 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루이스와 사지 파트, 2시즌의 군부 쿠테타, 24화 빌리와 스메라기의 대화 등등이 모두 이 이야기가 풀리는 포인트죠. 또한 '자신은 텅 빈 채 오로지 변혁만을 원하던' 왕류밍을 죽여 버린 것도 이와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류밍에게는 목적도 자각도 없었습니다. 그저 세상이 들어있는 통을 뒤흔들어 혼란을 자초하는 것이 그녀가 생각하는 변화의 한계였죠. 의식과 방향이 없는 돌출행동은 혼란을 야기할 뿐. 결국 자신은 절대 변하지 못하는 자가 되고 맙니다. (그러고보면 참 건담 더블오 제작진은 변하지 못하는 것들에 무자비한 것 같네요. 뭐 류밍은 꽤 싫어해서 류밍을 죽인 것만으로 네냐에 대한 호감도가 올라가긴 했지만.)
또 재미있는 건 더블오 전체 대사 중 '나제, 도시떼'가 무지 많이 나온다는 것. 왜, 어째서, 무엇때문에 - 여기 있는 거지? 우리가 왜 싸워야 하는 걸까, 왜 나는 이 부조리를 지켜보면서도 그것을 해결하지도 외면하지도 못하는 걸까. 사지와 루이스가 2기에서 다시 만났을 때도, 빌리와 스메라기가 막판에 톨레미 안에서 만났을 때에도 어떻게보다 어째서가 먼저 나왔다는 것, 그리고 이번 엔딩에서의 사지 대사에서도 끊임없이 자각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고요.
이런 점으로 미루어 보아 일단 건담 더블오 제작진이 하고자 했던 얘기는 적당적당한 게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만... 하지만 역시 시간과 예산이 부족했달지... 아 좀 더 풀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많이 남네요. 이거 쓴다고 몇시간 보낸거지... 그냥 헛소리 뻘소리 크리티컬일 뿐이고.. 난 또 헛소리로 탑을 쌓았을 뿐이고... 그래 결론은 그냥 이오리아 슈헨베르그가 싫다는 것일 뿐이야 난 걍 이오리아 슈헨베르그가 싫다는 소리가 하고 싶어서 이 긴 얘기를 썼을 뿐이야 으으으으 지금 시간이 몇시인데...
그래도 쭉 써놓고 나니 좀 속은 풀리네요. 머릿 속은 꼬인건지 정리가 된건지 애매하지만. 으으...일단 이 감상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