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나태한 방식

Growing 2012. 12. 26. 16:47

 생물이 가진 복잡성을 설명하기가 힘들다는 사실은 틀림없다.일단 어떤 복잡한 것을 전제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즉 그 복잡한 DNA. 단백질 복제 기구를 전제한다면 그것이 더 복잡한 생물을 만드는 과정을 상상하는 것은 비교적 간단하다. 이 책의 주된 내용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DNA. 단백질 복제 기구와 같은 복잡한 것을 설계할 수 있는 창조주가 있다면 그 창조주도 최소한 그 복제 기구만큼이나 복잡할 것이다. 하물며 그가 기도를 들어주고 죄를 벌하는 따위의 고도의기능까지 추가로 가진다면 그는 훨씬 더 복잡한 존재일 것이다. 초자연적인 설계자로 DNA. 단백질 복제 기구의 기원을 설명하는 것은 엄밀히 밝히면 아무것도 설명하지 못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 설계자의 기원에 관해서는 아무런 설명도 하지 못하기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신은 원래부터 있었다.' 따위의 말을 할 수밖에 없다. 만약 그런 나태한 방식을 버리고자 한다면 단지 'DNA가 원래부터 있었다.' 또는 '생명은 원래부터 있었다.'라고 말하면 된다. 


기적. 우연의 일치. 불가능성. 엄청난 행운 따위에서 멀어질수록 그리고 그 엄청난 행운을 작은 행운의 연속으로잘게 쪼갤수록 설명은 더 합리적이고 만족스럽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장에서 알아보고자 하는 것은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그 한 번의 사건이 얼마나 일어나기 힘든가. 얼마나 기적 같은가 하는것이다. 이론의 합리성을 유지하면서 생명의 기원에 관한 만족할 만한 설명을 할 수 있는, 그리고 수전히 우연의일치로 발생하는, 오나전히기적에 가까운 가장 큰 단일 사건은 무엇인가? 원숭이가 우연히 'Methinks it is like weasel'을 치기 위해서는 엄청난 행운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은 여전히 측정할 수 있는 양이다. 우리는 그 가능성이 대략 1040 분의 1이라고 계산했다. 아무도 그런 엄청난 숫자를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한다. 단지 그 정도의 가능성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할 뿐이다. 하지만 우리가 비록 그 정도의 가능성을 마음속으로 이해하지는 못할지라도 그것을 두려워하여 도망쳐서는 안 된다. 1040이라는 숫자는 매우 큰 숫자일지 모르지만, 우리는 그 숫자를 종이 위에 적고 있다. 그리고 계산에 사용하고 있다. 사실 그보다 큰 숫자도 있지 않은가?


눈먼 시계공 리처드 도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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