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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일 격 고민 코스 반 주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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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2. 11. 04:20
자유예술캠프에서 하는 [문학과 비판적 인문주의 Ⅲ : 전환의 시대, 인문정치의 모색] 강의를 듣고 있다. 강사는 이명원 교수님. 수강생은 스무명 정도. 주 3일 2주 진행 코스다. 이번 주 테마는 세대 담론과 가능성-세대 연합, 근대적 자기본위적 주체에서 사이 주체로 - 주체 인식 변화 시키기, 문화 예술의 역할 기능 변화와 제시 예술의 양식.
특히 오늘(아니 어제) 주제였던 문화 예술의 역할 변화는 강사님에게도 다른 주제보다 좀 더 전공 분야고, 나 역시 박터지게 고민하는 분야라 이전 두 강의보다 좀 더 빡세게 머리를 굴리며 들었다. 쿠릉 쿠릉. 두뇌 가속 업 업
오늘 다룬 테마는 representation에서 presentation으로의 변화. 개인의 존재 찾기에서 교수님 표현 '사회미학'으로의 전환이라 할 수 있다. 근대 예술의 주제는 기본적으로 '개인 존재 탐구'이고 그 표현 도구는 매개체(작가, 미디어)를 통한 재현이다. 그리고 이제는 새삼스럽기까지 한 곳곳에서의 종언 선언. 더 이상 '개인'은 우리가 처한 문제를 모두 담아내지 못한다. 테크놀로지의 발전은 표현 기회의 증가로 이어지며, 사람들은 더 이상 나를 대표해줄 대행자를 찾지 않는다. '전문 예술가'는 이제 더 이상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지 못한다. 그리고 바로 근대 예술가들은 근대 시장 출신이기에, 이전의 방식으로는 잘 해봤자 이전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 없다. 예술이 침체에 빠진다.
최근 중요해진 건 제시의 기능이고, 가장 첨단적이고 진보적인 예술은 기존의 예술 틀 이외의 공간에서 나타난다. 그런 의미에서 강사가 환기 시키는 것은 르포르타 문학, 그리고 문제 현장에 직접 나가 몸으로 부딪히며 작업하는 사람들의 예술 작품. 이제 '무대'는 바로 현실에 맞닿아 있다. 커다란 줄기는 리프리젠테이션에서 프리젠테이션으로, 구분에서 통합으로, 개인에서 우리로.
구체적인 실천의 방식은 각자 다를 거다. 요는 옛 틀에 연연하지 말 것. 장르 바깥으로 나갈 것. 시대시점이 바뀌고 있다, 사회 문제점이 무엇인지 전체를 통찰하는 눈을 가지라는 것. 언뜻 뻔한 소리 같만 역시 이 답이 나오기까지의 과정과 관련 사항들을 세밀하게 쫓아가며 나온 답은 다르다. 누구나 '요즘 세상 문제'라고 말하기는 쉽지만 무엇이 왜 어떻게 문제가 되고 있는지 맥락을 갖춰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내가 부족한 탓에 완전히 흡수하지도 못했고, 아무튼 납득이 가는 설명을 듣고 나침반 보는 법을 다시 익혔다. 맥락도 닿지 않는 질문거리들이 자꾸 올라오지만, 원래 배우는 건 답이 아니라 질문을 얻으려고 하는 거 아닌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말이야. 내가 뭘 하는 사람인지, 뭘 할 수 있는 사람인지 느끼고 뿌듯해졌어. 그게 제일 기뻐.
결국 내가 제일 앞이야. 내가 선두야. 내가 뭔가 하지 않는 한 아무것도 바뀌지 않아. 난 나를 던져서 답을 만드는 사람이야.
답을 찾는 건 나고, 내가 찾는 게 답이다. 음. 이 고민은 내가 주인공인 고민이다. 그래서 훨씬 무겁게 느껴지지만, 요는 내가 문제를 내고, 답을 해주는 건 나만이 아니라는 거. 같은 문제를 공유하는 사람이 많다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