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222

Walking 2011. 12. 22. 21:36

학부 친구들과 타임스퀘어 세븐스프링스에서 연말 모임. 제비뽑기로 선물을 교환했다. 노래방에 가서 두 시간 불러제끼기까지 하고 체력이 방전되어서 먼저 귀가. 하지만 워낙 잘 먹고 잘 놀아서인지 등이 좀 아픈 걸 제외하면 오늘 컨디션은 굉장히 좋은 편이다. 역시 내 몸에 제일 잘 받는 약은 '일단 즐겁게 보내는 것'인가 보다. 

밥을 먹는 중에 친구들에게 요새 고민 거리 얘기를 했는데, 다들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보니 약간 분위기가 다운... 다들 힘들다는 걸 알면서도 투정을 부리고만 나는 이 얼마나 한심한가. 역시 어떤 구체적인 답이 나온 건 아니고, 난 또 얘기를 하다가 횡설수설 삼천포로 빠졌지만, 그래도 훨씬 기분이 나아졌다. 뭐라고 해야 할까. 그냥 힘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내야지. 지지 말아야지. 

어깨 힘 빼고, 이런 내가 바로 나로다 하고, 그냥 가자. 에라. 한 살 더 먹으면 더 먹는 거지. 지금까지 스물일곱 번 먹었는데 한번 더 먹는다고 뭐. 하늘이 무너지냐? - 차라리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져준다면 편할 텐데 말이다. - 
어차피 세상은 힘들게 하는 것 투성이고, 코웃음 치며 쿨시크하게 이고깽 판타지 주인공처럼 손가락 한 번 튕기고 스펠 한 번 외우는 걸로 다 스루해버릴 수 있다면 좋겠지만, 당연히 - 그리고 다행히 나는 이고깽 판타지 주인공처럼 강하지 못하다.  

남의 일일 때는 약한 것이야말로 긍정해야 할 일이라고, 제 약함을 이고 가는 사람이 좋다고 하면서 정작 자기 자신은 먼치킨이 되지 못해 불만이라니, 아. 이 역시 얼마나 한심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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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난 정말 저 '약점을 지고 가는' 인간을 너무 좋아한다. 지 약점에 질질 끌려다니면서도 저항하는 게 좋다. 약점을 가리려 허세를 부리는 것도, 그러다 외려 괴벽스럽게 약점만 두드러지게 되어서도 살아가는 것도 좋다. 그 인간의 딱딱하게 굳은 겉껍질과 피떡칠이 된 속살이 다 너무 좋다. 주름과 투박한 손, 바래졌으면서도 둔탁하나마 아직 빛을 잃지 않은 눈빛이 좋다. 아. 정말 너무 좋다.ㅠㅠㅠ 하도 오랫동안 삭풍을 받다보니 나중엔 삭풍에 버티는 건지 기대있는 건지 알 수 없는 고목이 정말 좋다.ㅠㅠㅠㅠ 너무 좋아.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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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내 천성이긴 하지만, 언제까지 작은 일에 연연할거냐. 그래. 모두 신경 써야 할 일들이지. 하지만 지금 해야 할 다른 일들이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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