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공식 일정 끝

Walking 2011. 6. 22. 20:20


과제가 남아 있긴 하지만 어쨌든 '한 학기'는 끝났음. 이제서야...
세미나 끝나고 도서관에 갔는데 엘리베이터를 운행하지 않아서 깜짝 놀랐다. 생각해보니 방학 기간에는 5시에 문 닫지 이 놈의 도서관...ㄱ-.... 그래. 난 헥헥 달리는 와중에 학교는 방학을 맞이했다 이거군? 핫차...!

확실히 긴장이 풀려서인가. 집에 와서 밥 먹고 앉으니 급 피곤해진다. 하지만 지금 자면 10시도 안되서 깬 다음 밤을 새게 되겠지... 참자.


이번 학기의 내 상태는 최악이었다. 건강은 나빠지고 마음은 지치고, 학업 진척도나 스스로의 발전 면에서도 실망한 부분이 많았음. 일단 난 내가 기대했던 만큼 똑똑하지도 않고, 더 이상 똑똑한 척 할 수도 없었다. 해 가는 과제마다 뻔하다, 이론 안에 안착하고 있다 라는 소릴 들었지. 그것도 아니면 아주 기본부터 엉망진창이라거나. 글도 발전된 뭔가는 전혀 쓰지 못했다. 스스로에게 전혀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앞뒤도 맞지 않는 글을 억지로 제출했다. 건강한 다른 동기들이 발전하고 칭찬받는 거 보며 배 아파서 구르기도 했고..... 스스로 치졸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말이지.  

결국 완주는 해냈지만 - 특히 500매 어떻게 썼냐고 사람들이 경악하긴 했지만 - 내가 매 순간 충실하지는  않았다는 걸 나는 안다. 완주해낸 건 자존심 혹은 집착때문이지, 내 스스로에게 떳떳하려고는 아니었다. 매일 학교 가는 날마다 쨀까 말까, 과제를 낼 때마다 튈까 말까 고민하느라 몇 시간을 보냈다. 힘들다고 우느라고 또 몇시간 보냈고. 이번 학기 들어 내 주변 사람들이 나에게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은 '학교 갈까? 가지 말까? 였을 거다. 우왕 굳. '아름다운 근성의 승리' 같은 건 없었단 말이지.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힘들었을 뿐이야. 

그런데 웃기게도 바로 그래서 억울하진 않다. 깊이도 없었고 창의적이지도 못했지만. 그래도 난 이거 완주했음. 수업 세 개 들으면서 출석계가 더러워질 만큼 결석한 수업도 없고 과제도 미룬 거 없다. 발표도 결과가 엉망일 지언정 준비가 부족해 뵌다는 소리는 듣지 않았다. 지각도 거의 없었고 말이지. 배가 좀 나오고 팔이 좀 두꺼워진 것도 같지만 전반적으로 봤을 때는 요요 없이 체중 유지 중이기도 하고.
'힘든데다 별로 볕드는 날도 없었지만' 어쨌든 할 수 있는 만큼은 했다. 결과마다 마음에 드는 게 없었지만 그래도 계속 했다구. 학기 끝나고 보니 그거 자체가 보람이 되는 것도 같아.


무엇보다도 가장 큰 수확은 내가 얼마나 모자란지, 내 생각이 얼마나 좁고 얕은 유리관 속을 맴돌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는 거. 예전의 자신 성토가 우폭 욕심에 의한 자학 삽질이었다면 이건 좀 더 구체적이라고 해야 하나. '전공자' 주제에 얼마나 이 바닥 상식이 모자란지, '석사 과정'인 주제에 또 얼마나 기초 지식이 부족한지, 지금까지 자기 자신 부족하고 준비되지 않았다는 사실에서 어떻게 도피했는지, '글 쓰는 사람'으로서는 얼마나 나태한지, 생각이 깊지 못한지. 
(500매 원고를 달성하기는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심사숙고해서 쓸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 테지만 말이지.아무리 동기부여가 안되었다고 해도 내 글이니까. 하지만 정신없이 달리다 보니 오히려 내가 어떤 식으로 생각을 하고 어떤 식으로 문장을 쓰는지, 생각 폭이 어느 정도인지 이런 것들은 더 잘 보이더라. 16시간 동안 200매를 쓰는 와중에도 떡밥 수습하고 비유 섞는 걸 보며 내 장점 중에 어떤 게 있는지 좀 느껴지기도 했고. 내가 생각해도 난 순발력은 있는 거 같아... 여건만 된다면 씽크빅도 좀 터지는 거 같고...

물론 전반적으로 글이 엉망이라 설령 괜찮게 나온 부분도 일회성에 그칠 뿐이지만.)

그리고 아무리 욕심을 부려도 한 번에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는 거. 아무리 내가 이것도 저것도 멋있게 다 하고 싶어도, 내 건강 상태와 학습 속도와 생각의 틀에는 벽이 있어... 앞으로 조금씩 넓혀 가는 거지 차원을 뛰어 넘는 게 아니라고. 
 
이젠 좀 스스로에 대해 진지하게 돌아보고 행동해야 할 시간 같다. 생각이 완벽하게 전개된 다음 거기에 따라 행동하는 게 아냐. 생각없는 행동은 챗바퀴 돌리기지만 행동 없는 생각도 절대 제대로 전개되는 건 아니라는 거.
한 줄 요약하자면 '밖에 나가서 사람도 좀 만나고 그래. 임마.' 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네. 


그래서 현재의 고민은 휴학을 한 학기 할 것인가. 휴학으로 얻으려 하는 것들이 (뭐 결과적으로는 반년 시간 벌기라고 할 수 있다. 취직 준비를 하든 논문 준비를 하든 건강에 올인 하든 말이지.) 정말 휴학으로만 얻을 수 있는 건가. 휴학 한 학기 더 해서 잃는 건 뭔가. 기타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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