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 피델리티

Walking 2011. 5. 27. 00:16
로라, 거기 네 이름 보여? 넌 10위 안엔 어찌 들 수 있을지 모르지만 5위 안에는 절대 못 낄걸. 5위까지는 내게 굴욕감과 비통함을 안겨준 사람들에게만 할애되거든. 너는 그 정도는 아니었으니까. 말하고 보니 의도했던 것보다 더 잔인하게 들리는군. 사실 상대방에게 비참함을 안겨주깅네 우리 둘 다 너무 나이 들었지. 그건 다행이야. 나쁜 게 아니라고. 그러니까 5위 안에 들지 못했다고 너무 빈정 상하지 마. 그 시절은 갔어. 빌어먹을, 속이 다 후련하군. 그때는 불행이라는 게 엄청 크게 다가왔었지. 이제는 그저 날이 춥다거나 돈이 떨어졌거나 하는 정도밖엔 안 되는데 말이야. 정말로 내 삶을 뒤흔들어 놓을 요량이었으면, 우린 훨씬 전에 만났어야 했다고. 


- 하이 피델리티 1장 시작부분 -
- 엄밀히 말해 첫 줄은 아니지만 - 

그래. 오늘 하루를 버티면 내일은 저렇게 생각하게 될 거라고. 내일이 아니면 모레, 일주일, 한달, 1년 후쯤에는 그렇게 될지도 몰라. 저렇게 생각하게 될 일 때문에 죽지 말자. 

하지만 정말 버티는 게 너무 힘들다. 허허허... 어쩔 수 없는데 시간이 지나는 것만 믿고 1초 2초 3초 4초 조금씩 흘려 보낸 다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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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는 부연이지만, 소설에서 저 말의 맥락은 오히려 '그래서 니와의 이별이 존나게 힘들어 엉엉엉 징징징 어흐흐 꺼흐흐' 라는 거. 문맥을 모르는 건 아닌데 ㅋㅋ 그냥 저. 그때는 불행이라는 게 엄청 크게 다가왔었지 - 라는 말을 나도 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뭐, 어차피 소설 읽기란 끊임없는 오독의 연속 아니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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