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한없이 주관적인 의미에서_깨끗한 방에서 연말결산

Walking 2010. 12. 31. 22:11

대략 음... 몇시간 쯤일까? 오전부터 시작은 했는데 쉬엄쉬엄해서 대략 7시 넘어 방정리가 끝났다. 내 방이 이렇게 넓다는 것에 감동했다. 이런 기분은 06년 여행 다녀온 후 처음이야! 여행 가기 전에 한참 방이 좁다고 느꼈던 터라 더 신선했다지. 내 기억 보다 방이 무지 넓더라고.

... 어 내 기억보다. 한쪽 구석(...)에 쌓여있던 옷더미를 치웠더니 갑자기 여백이 두 배가 되는 거야.
그리하여 책상은 약 1년 만에, 책장은 한 ... 2년 만에 정리되었습니다. 내 책상도 치우면 치워진다고.  어메이징! 가차없이 물건 버리는 게 재미있기도 하고. 난 지름신보다 버림신이 더 잘 들리나봐. 

... 그러니까 지르지도 않는 주제에 버릴 물건이 허리만치 오는 봉지 세 개 만큼 쌓였었다는 거죠. 네.


청소하면서 발견해 낸 고대 뿜 아이템:

1. 06년 s님이 베를린에서 보내준 엽서 
  아니 왜 우리 사이에 존댓말을 하고 있죠? 네 s님? 꼬박꼬박 루시엔님이라고 쓰고 있어서 너인 줄 몰랐잖아 임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막 책상 정리를 신나게 하고 있는데 우연히 손에 들린 엽서가 그림도 마음에 들어서 (고흐 그림인데 고흐 그림안같다 근데 머시따 우왕 굳) 누가 보냈나 했는데 베를린 뫄 뫄 숙소에서 뫄뫄뫄가 루시엔님께 이렇게 되어 있어서 깜짝 놀랐다구. 엘리자베트 팬덤 쪽에서 엽서 받은 적 있던가 하고 없는 기억을 만들어 내고 있었어. 어.

  아무튼 스무살 s는 무지 귀여웠습니다. 아. 혹시 타임머신이라도 타게 되면 한번쯤 가서 짜잔'ㅁ'/ 싱와쩌염 뿌우 해보고 싶... 지만 아마 혼나겠지 ㅇ<-<


2. 초등학교 때 쓴 독후감
  백설공주를 읽고 독후감을 썼는데, 분량 반이 동화 줄거리인 그런 허접한 과제물이었다. 하도 열심히 써놔서 처음엔 필사 숙제인 줄 알았다.ㄱ-... 
  그런데 마지막 장 감상이 대박. 왕비가 나쁘네 누구는 공짜로 벼슬 살아서 좋겠네 한참 떠들다가 '백설공주는 참 운이 좋은 것 같다. 아마 난장이들과 숲에서 살았던 때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절이었을 것이다.'

.... 응? ... 뭐 열짤의 나야?... 아니 백설공주의 인생을 그렇게 순식간에 시투더망으로 만들지 말아줘? 어째서 왕비가 된 것보다 일곱 독신 광부들 살림해주던 때가 더 행복한 건데??????????????


이런 식으로 방 정리 겸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던 것이...었습미다 네. 그 외에도 초딩 때 그렸던 만화 그림이랑 막 뫄뫄천사 텔루이 ... 라고 캐릭터 설정 써놓은 노트가 있었는데 부끄러워서 버렸습니다. 과감하게 킥! 




그래서 대략 지금의 나는 치킨 두 조각을 먹고 콜라도 한 150ml 정도 먹고 배가 빵빵하게 찼다 이거야. 책상도 정리되고 책장도 정리되고 간만에 매우 말끔한 기분으로 올 한해를 결산하는 포스팅을 해볼까 하는데 그게 참 생각대로 안되네요. 요 몇년들어 공연장도 거의 안가고 영화도 거의 안보고 책도 학교 수업 중에 쓰는 것만 간신히 허덕이며 읽었거든.; 대체 뭘 결산해야 할지...; 그냥 생각나는 대로 늘어놔 보겠음. 


2010 2시간 22분 남겨놓고 결산 ㅇㅇ


- 올해의 잘한 짓: 오늘 한 방청소. 다이어트. 

- 올해의 민폐: 글 쓰는 기간 나와 대화한 모든 분들께 사죄의 말씀을 올립니다. 

- 올해의 영화: 인셉션. 사실 다른 영화 보지도 않았어.

- 올해의 드라마: BBC 셜록 

- 올해의 캐릭터: BBC 셜록의 존 왓슨. 검은방 하무열

- 올해의 망썰: 본편 2부 BE. 자세한 건 생략한다. 그와 함께 며칠 전에 만든 3.4도 참 마음에 듬

- 올해의 게임: 검은방 3. 

- 올해의 음식: 닭님은 언제나 옳습니다. 아. 그리고 한남동 샌드위치는 레알입니다. 

- 올해의 소설: 난쏘공. 그리고 천명관의 고래가 참 인상적이었다. 

- 올해의 노래: 아무 노래나 마구 흥얼거리고 다녀서... 아 그런데 제일 마음에 든 노래라면 이거 



- 올해의 제일 어이없는 일: 대학원에 갔습니다. 여러분. 근데 이젠 갔다는 말이 새삼스럽네요. 그러니까 올해 제가 대학원에 갔답니다? 기분은 이미 삼년은 다닌 것 같은데. 

- 올해의 의문: 나. 내 드립. 

- 올해의 삽질: 문창과 면접에 가서 역사 어느 부분에 관심이 있고 어느 부분 더 공부해 보고 싶다는 얘기를 제일 길게 했다. 왜 문창과 수업을 듣지 않았냐는 말에 자격이 없어서라고 대답했다. 

... 이 정도면 우리 과 올해의 삽질은 날 합격시킨 거라고 해도 괜찮을 거 같다. 

덧붙여 역사 공부는 글로 쓰기 위한 전단계냐는 질문에 단번에 네버라고 답했음. 근데 이건 그때나 지금이나 네버고 네버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내가 제대로 역사 공부를 한 건 아니었고, 내 역사에 대한 관심의 근원은 '재미있는 이야기다 헤헤' 라는 걸 부정할 수가 없긴 한데 그래도 어떤 학문이든 다른 걸 하기 위해서 한다는 자세 따위는 틀렸다고 생각함미다.'ㅠ' 

그래도 교수님들은 좀 황당했던 거 같다. 넌 사학과 지원하지 왜 문창과 왔냐는 말이 안 나온게 신기하다.

+ 1학기 때의 심각한 대인 기피 증세. 숟가락 젓가락 놓기 물 떠놓기 타이밍을 잡기가 어려워서 밥을 먹기 싫다고 할 정도였으니까. 예전부터 사람들하고 뭘 하는 걸 어려워 하는 편이긴 했는데 올해 전반기는 평균치 이상이었음 확실히. 좀 이상할 정도로 사람을 무서워했다. 김교수님이 대놓고 모두가 다 같이 어색하니까 너무 얼어있지 말라고 할 정도였다. ㅇ<-< ... 

... 역시 좋은 학생이 될 싹은 어디에도 안 뵈는 거 같다. ㅇ<-< 그런데 어떻게 교수님이 이뻐하냐고. ㅇ<-<

+ 마지막 논문세미나 때의 개삽질. 팔랑귀.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합니다.

- 올해 최고의 스트레스: 사람, 날씨, 꿈, 길. 

- 올해 제일 좋았던 일: 음... 글쎄요. 멤버랑 친구들이랑 논 거... 크리스마스 삼연타 

- 올해 제일 나빴던 일: 사람, 짜증나는 글 

- 올해 제일 미안한 부분: 항상 이기적이라는 거? 

- 올해 깨달은 것: 나에 대해 아주 조금. 예전보다는 조금 더 구체적임. + 내 인복 


 전반적으로 촐랑팔랑대다가 자빠지기도 잘 자빠지고 구르기도 잘 구르고 나도 힘들고 날 보는 남도 힘들게 한 한 해지 싶다. 솔직히 올해를 결산해 보면 득보다 실이 많았다고 생각함. 선택의 기회때마다 항상 완전히 만족할 만한 선택은 하지도 못했고 결과는 그에도 한참 못 미쳤던 거 같음. 새로 들어가게 된 집단 안에서 잘 적응한 것 같지도 않고 좋은 인상을 남긴 것 같지도 않다. 그런 주제에 나도 만족 못했고.


  피곤하고 불만스럽지만 내일은 어제보다 낫겠지 하는 마음으로 정리해 본다. 어쩔 수 없잖아. 

  그런데 왜 난 항상 자라질 못할까. 왜 항상 붕붕 떠다니는데 결정적으로 성장을 못할까. 왜 결정적으로 내 마음을 내가 모를까. 대체 어떻게 해야 내가 날 본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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