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일곱시다.

Walking 2010. 11. 24. 07:22
하루가 훅 가고 훅 온다. 어제 박제되었던 거에서 별달리 추가된 건 없어 보인다. 적어도 인터넷 뉴스 지면으로는 그렇다. TV 틀어 봤자 어제 줄창 봤던 영상만 보게 될 것 같고.

무참하고 혼란스럽다. 나라라는 참, 알량한 이름때문에 죽어간 무고한 목숨들이 안타깝다. 그리고 - 억울한 목숨 하나 하나에게는 큰 일이지만 - 포격전 한번에 바로 이성을 잃어 버리는 사람들을 보면, 도대체 이 나라는, 어떻게 해야 할지 싶어서. 갑갑하다. 저 목숨들은 나라를 지키기 위해 죽은 게 아니다. 나라에 내몰려 죽은 거다. 정확히 말하면 나라라는 올가미에 매여 총알받이로 날아간 거다. 그래서 더 억울한 거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나라가 부르면 언제든 나가 싸우겠다고 말하고, 어떤 사람들은 민족이고 뭐고 필요 없으니 남남으로 살자고 한다. 그리고 또 어떤 사람들은 저놈들에게 퍼주는 쌀로 군인들을 무장시키자고 한다. 북한이야 반세기 넘는 뼈대있는 미친놈들이라지만, 대체 지금 이 얼빠진 외침은 무엇인지 모르겠다. 충격에 빠지는 것과 아무 생각없이 막말을 퍼붓는 건 다른 것 아닌가. 저 사람들의 목소리는 근본에 닿아 있는 건 당연히 아니고, 생존 본능에 의한 몸부림도 아니다. 저 안에는 하다못해 이번에 희생된 사람들에 대한 추모조차도 들어 있지 않다. 죄다 꾸역꾸역, 이기심에 가득 차서 나오는, 멀리서 난리를 관망하는 자들이기에 나오는 소리인 거다. 

정말 눈 앞에서 사람 파편이 날아가는데, 당신은 나라가 부르면 나가서 싸울 수 있나? 그런 상황에서 나라가 무슨 소용인데? 북쪽하고 남남하자고 하면, 알아서 북한이 분리되고 우리는 저기 어디 태평양 중간 쯤으로 떠내려갈 수 있나? 현재 남한 사회의 문제 기반, 혹은 해결책 부재는 북한과의 '대치' 상태에서 온 것들이 태반이다. 북한때문이 아니라, 북한과 대치를 해야 하기 때문에 생기는 거란 말이다. 그리고 분단 이후 쭉 반으로 갈려 버린 민족 정서는? 민족이란 말 참 싫어하는데, 어 그냥 우리가 쌓아온 정체성이라고 하자. 그렇게 자랑스럽게 떠드는 반만년 역사에 의해 쌓인 것들이 죄다 파편화 되어 있는데 대체 앞으로 어떻게 하자는 건데? 북한 없어도 너희 토익 점수는 잘 나오고 대학 취직 다 잘 되니 상관없다는 건가? 지금 골수까지 쪼그라들 정도로 굶어 죽어가는 북한 사람들한테, 남한 사람들은 책임이 없다는 건가? 뭐 분단을 한 건 할아버지 할머니 때 일이고, 우린 피해자고 시간이 지나서 서로 관심도 없으니 상관없다고? 씨발 그 따위로 말할 거면 바로 옆의 열도로나 가라. 거기선 정말로 그렇게 청순하게 살아도 상관없는 모양이니까. 이 땅은 당신들이 바라든 바라지 않든, 문제가 너무 누적되어서 언젠가는 폭발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우리가 바라든 바라지 않든 북한은 결국, 어쩌면 조만간 무너질 거라고. 그게 남한이랑 상관없는 일일 수가 없다고. 

제일 저열한 건 북에 지원하던 쌀로 군인들을 무장시키자는 건데. 이보세요. 지금 저 스물한살 스물두살 어린 애들이 죽은 건 우리와 북한이 무장을 하고 있어야만 했기 때문입니다. 대치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요. 아니 이 따위 소리 다 제치고 보더라도, 군인들을 무장시키자는 건 결국 걔네를 든든한 총알받이로 만들겠다는 거 아니야? 사람을 살리는 데 쓴 자본으로 너 말고 다른 사람한테 무장해서 널 지켜 달라고 하는 거라고. 이 미친 것들아. 어떻게 지금 저 젊은 애들 시체를 두고 그 따위로 입을 놀려. 

극단적인 개인주의는 극단적인 파시즘과 맞물리나 보다. 요전에 대물인가 하는 폐물 드라마에서 천안함 사태를 미화해서 쓰는 걸 보고 정말 기절할 뻔 했는데, 뭐 그런 짓이 공중파를 타는 나라이니 저 정도 반응은 당연한 걸지도 모르겠다. 

죽은 사람들이 안타깝고, 또 안타깝고. 우리가 저 목숨들을 더 허망하게 하는 것 같아서 죄스럽고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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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체 소음이 심상치 않다. 파워 부분에서 누전되는 소리가 어 좀 많이 무섭게 들리더라고. 해서 마영전 삭제. 미안 컴아 내가 너한테 너무 무리한 걸 강요했나 봐. 어차피 한동안...이 아니라 사실상 게임할 시간이 없기도 했고... 뭣보다도 젠장 이제 본캐 주 미션지가 로체스터가 되었단 말이다 이런 젠장 니미럴 콜헨을 떠나잖아 아이단을 못 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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