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시 과제 토픽 2
목캔디 - 오규원
사랑하는 그대가 아 그대가
롯데 목캔디를 먹는다
그대가 나를 보면서 롯데
목캔디 뚜껑을 연다 함께
입을 아 하고 벌리며
입 속에 바람을 넣고 연다
아름답게 인쇄된 모과 엑기스와
천연 허브향 첨가라는 말의 진실도
엉덩이를 반쯤 들다가 세계의
중심을 잃는다 이제 그대는
나를 보지도 않는다 뚜껑이
반쯤 열린 통 안에서 캔디들이
무방비 상태로 속옷 차림으로
갇혀 있다 그대가 입 속의
바람을 빼내며 서슴없이
캔디 하나를 잡아챈다 속옷을
좌악 찢고 알몸의 캔디를
입 속에 집어넣으며 침을 삼키며
나를 보고 웃으며
사랑하는 그대가 아 그대가
롯데 목캔디를 먹는다
그대는 나를 보며 웃고
기고 있는 담쟁이가 거머쥐고 있는 흐린 하늘
어디선가 누가 죽고 있다
누가 발가벗긴 채
어떤 비닐 봉지에게 - 강은교
어느 가을날 오후, 비닐 봉지 하나가 길에 떨어져 있다가
나에게로 굴러 왔다.
그 녀석은 헐떡헐떡거리면서 나에게 자기의 몸매를 보여 주었다.
그 녀석이 한바퀴 빙 돌았다, 마치 아름다운 패션 모델처럼
그러자 그 녀석의 몸에선 바람이 일었다.
얄궂은 바람, 나를 한 대 세게 쳤다.
나는 나가떨어졌다. 한참 널브러져 있다가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그 녀석, 비닐 봉지는 바람에 춤추며 가는 중이었다.
나는 마구 달려갔다, 바람 속으로
비닐 봉지는 나를 돌아보면서도 자꾸 달아났다. 나는 그 녀석을 따라갔다,
넘어지면서, 피 흘리면서
쓰레기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곳으로,
실개천이 쭈빗쭈빗 흐르고,
흐늘흐늘 산소가 없어지고 있는 곳으로,
우리의 꿈이 너덜너덜 옷소매를 흔들고 있는 곳으로,
비닐 봉지는 나를 돌아보며 소리쳤다,
나는 위대해! 나는 영원해!
나는 몸을 떨었다, 귓속으로 그 녀석의 목소리가 쳐들어왔다.
-- 나는 영원히 썩지 않는다네, 썩지 않는 인간의 자식이라네,
비닐 봉지는 바람 속에 노오란 꽃처럼 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