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20091007
Walking
2009. 10. 7. 10:51
나도 내가 괴물이란걸 안다. 온몸이 징그럽다. 부어오른 팔 다리며 묵직한 배며 처친 살들이 혐오스럽다. 결국 이걸 먹여 살리려고 나는 그렇게.
문득 화가 나다가도 또 화를 내면 뭐해. 싶어서 꿀꺽 삼킨다. 대상을 정해서 화를 내기 시작하면 화는 왜곡되어 버린다. 누군가에게 책임을 묻다보면 마치 그 누군가가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 해결해야만 하는 책임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 버리니까.
내 마디마디에서는 썩은 물이 뚝 뚝 흘러서, 오랫동안 코를 박고 있어서 익숙해졌다가도 문득 고개를 돌려보면 진저리가 난다. 어떻게 나는 이걸 밀폐용기에 꼭 꼭 눌러 담아서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고이 모셔 놓고 살았는지 모르겠다. 어차피 이렇게 깨질 것을. 장이나 김치나 되었으면 익기나 했을 걸.
아무리 닦아도 닦아도 냄새가 지워지지 않는다. 아무리 흘려보내도 또 어디선가 시큼한 물이 다리를 타고 뚝 뚝 흘러서 발가락에 고인다. 온몸이 퉁퉁 불어 버렸어.
왜 하필, 어째서 이런 타이밍에, 왜 하필.
보지 않고 살려는 사람에게 왜 하필 지금 눈을 줘서. 그냥 내버려 둘 것을. 왜 하필. 왜 하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