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기루싱을 위한 안전한 남자 판별법 가이드
필자는 색으로 구분하세요.:D
0. 가이드를 참고해선 안 된다.
*요주의 남성 Ingredients:
잃어버린 가족(34%)
속마음을 덮으려는 외면의 쾌활함(22%)
연장자의 마음가짐(15.7%)
결전 0.3초 전에 소중한 사람의 이름을 되뇌이는 자세(6.4%)
지키고 싶은(었던) 무언가 (5.2%)
피곤해 보이는 얼굴 (3.3%)
당신의 유전자를 관통하는 무언가 (값으로 따질 수 없음)
1. 비중을 살피세요
너무 중요하거나 너무 가벼운 남자는 픽픽 죽거나 / 아주 중요한 순간에 뜸을 들이다 죽습니다. 적당한 중립을 유지하세요. 기계적이 아닌 실존적/실질적 중립임에 유의하셔야 됩니다. 그냥 중간맛이어도 죽고 그럽니다. 작가의 성향에 유의한 판단만이 안전한 덕질을 보장합니다.
2. 캐릭터 성향에 유의하세요.
캐릭터 비중을 살폈으면 이번에 살필 것은 캐릭터의 성향입니다. 주인공의 성장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는 캐릭터는 무조건 피하십시오. 어떤 식으로든 결국은 죽습니다. 물론 모든 인간은 어떤 식으로든 죽게 되어 있지만 내 살아 생전에 그 캐릭터가 죽는 걸 보고 싶지 않다면, 혹은 그 캐릭터의 죽음에 짭짤한 소금맛을 느끼고 싶지 않다면 아니키형, 대리부형, 선생 형은 피해! 닥치고 피하란 말야!
그런 포지션에 더해 자기 일은 아무에게도 얘기 하지 않고 혼자 가서 픽 쓰러져 죽어도 악 소리 한 번 안 지를 놈이라면 절대로 피하십시오. 열에 구는 멸망의 지름길을 탑니다. 아 혹 살아남는 마지막 하나도 살아서 좋은 꼴은 별로 못 봅니다.
+ 이건 경험자의 충고니까 반드시 새기세요.
3. 사망 플래그를 확인하세요.
- 가족 이야기를 자주 하는 남자는 안 됩니다.
- 사진까지 가지고 있으면 죽을 날짜를 받아뒀다고 보시면 됩니다.
- 머리가 좋고 나쁘고는 상관없습니다. 눈치가 빠르면 적신호입니다.
- 다른 설정에 비해 디테일한 기호가 드러난다면 일단 조심하세요. (예:좋아하는 담배가 있다 좋아하는 술이 있다 좋아하는 어떤 한 곡이 있다)
- 울적한 표정은 요주의.
- 주인공 때문에 웃으면 더 주의.
- 작가가 J.K.롤링이라면 그냥 도망가세요.
4. 작가의 최애캐는 건드리지 맙시다.
이것은 매우 오래 된 격언입니다. 제발, 건드릴 걸 건드리세요. 전민희 여사의 방문을 두드리며 '여사님 란지에를 제게 주십시오!' 라고 외쳐 보시죠. 다음 권에서 란지에 로젠크란츠는 영원히 여러분의 곁을 떠나 작가의 사적 영역으로 귀환합니다.
>> 4-1. 작가의 최애캐 판별법: 주연은 아닙니다.
그는 보통 조연이며 매우 발이 넓습니다. 작가가 원할 때마다 나와야 하니까.
78%의 확률로, '평범하게 생겼지만 매혹적'입니다.
5. 하지만 끝까지 살아남는 남자를 좋아한다고 뭐가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 남자 팔자가 피지, 네 팔자가 피나요?
◆ 마치며 - 소비자주권운동 :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항의 서한을 보냅니다 - 홈즈는 이 정도만 해도 살아났습니다
길가에서 습격합니다 - 해당 국가/지역의 형법을 미리 숙지하세요
홈페이지나 블로그에 테러를 합니다 - 역효과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인세수입의 두 배쯤 되는 뇌물을 먹입니다 - 두배라도 몇푼 안합니다
이도저도 아닐 경우 포기하고 다른 작품을 팝니다 - 앞서의 유의사항에 주의하면서
※ 해도 안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작가는 가끔 과도한 개성을 발휘하여 '그건 내 작품이고 그 남잔 다시 니들 품으로 안 돌아온다. 날 원망해라' 라고 하기도 합니다. 원망합시다. 하이힐로 쓰다듬으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기도드립시다.
**우리가 할 수 없는 일: 기도드리며 이루어지기를 바랍시다.
*** 기도를 맹신하지 마십시오 - 예수를 최애캐로 가졌던 열두 사도들의 비참한 말로를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 열두 사도들의 대처 방법을 따르는 것도 좋은 길입니다. 그들은 무려, 책을 썼습니다!
◇ 특별부록
난 그냥 중간맛인 애 죽이는게 참 좋드라 ㅇㅇ
아니 그냥 이래저래..
철저하게 내 취향으로 가자면 j를 객사시키는게 내 취향이었을지도 모르죠 근데 그러면 a랑 애아빠가 날 차례로 죽이고 부관참시할거야...그리고 그 이전에 내가 날 죽이겠지
이런 느낌으로 ㅇㅇ
- 제작진이 꼽는 오늘의 흉작 - J.R(영국)의 해리포터
해리포터 친세대를 예로 들어 봅시다. 제임스는? 죽었습니다. 루핀은? 죽었습니다. 시리우스는? 죽었습니다. 자, 하지만 피터는 어떨까요? 죽었습니다.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하나입니다. 작가의 성향이야말로 으뜸가는 변수입니다. 다른 모든 과학적, 통계적 결과는 그 아래의 권한만을 가집니다.
캐릭터란 사망 해역과 생존 해역을 헤매이는 한 마리 고등어와 같은 존재입니다. 진부한 예이지만 역시나, 해리포터 친세대를 들어 보죠.
제임스 포터는 처음부터 사망 해역을 힘차게 가로지르는 한 마리 연어였습니다. 시리우스 블랙은 서서히 사망 해역으로 헤엄쳐 들어가는 물고기였죠. 4권쯤 가면 그의 푸른 등지느러미가 사망 해협으로 들어서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리무스 루핀은 단지 작가의 최애캐여서 사망의 파도로 몰이당했죠.
- 되는 남자와 안 되는 남자, 그 운명의 갈림
여기에 한 남자가 있습니다. 그는 비교적 성실하며, 유능하고, 적당히 유쾌해서 누구에게나 호감을 사며, 타인에게 진실한 충고를 해줄 수 있는 훌륭한 선배이자 리더, 상사, 혹은 선생입니다. 그는 엄청난 미남은 아니지만 평범한 일상 중 어느 한 순간, 그 아니면 안 되는 그 무언가로 사람을 사로잡습니다. 아마도 미간에 잡히는 주름의 독특한 파임이나 까끌한 턱수염, 잘 다리지 않아 주름진 헐렁한 셔츠 라인, 말 없이 돌아선 뒷모습에 당신의 가슴은 뛰기 시작했겠지요. 그리고 물론 이 남성은 위에 제시된 안 되는 남자의 조건을 훌륭하게 갖추고 있을 겁니다.
자, 그렇다고 해서 곧바로 마음을 접어야 할까요? 먼 발치에서 그의 머리 위에 떠있는 死자를 바라보며 가슴을 치는 것으로 끝내야 할까요? 정말 그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안타까운 당신의 마음을 위해 열 중 하나! 그런 남성들 중에서도 생존 확률이 높은 남성을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을 지금 여기 공개합니다.
중요한 것은 그 남자의 환경입니다. 아직 그 남자의 가족 - 혹은 유사가족 - 이 살아 있거나, 적어도 살해 당하지 않았나요? 신에게 감사하십시오. 그 남자는 아직 파멸의 길에 접어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저 ‘아직’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안심하기에는 이릅니다. 그 다음 살펴야 할 것은 그 남자의 주변 환경. 그 남자에게 피보호자는 딸려 있지 않은가요? 그렇다면 되도록 멀리, 그 피보호자를 당신의 그에게서 격리 시키세요. 방치할 경우 피보호자는 그를 문자 그대로의 의미로 흡수하며 무럭 무럭 자랄 겁니다. 물론 격리 조치는 매우 어려운, 최후의 선택입니다. 당신은 내심 그와 그 피보호자의 관계를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의 손바닥에 생명선을 그어주는 마음으로, 굳은 각오로 실행하십시오. 이것만 실행해도 그의 수명은 70% 연장됨을 보증합니다.
피보호자를 제거했다면 이제 그 외 지인 관계를 살핍시다. 그의 지인들에게 그는 어떤 존재입니까? 대개의 사람들에게 신뢰를 받고 있지만 어쩐지 그에게 기대는 사람이 있을 뿐, 그가 기대는 사람은 보이지 않습니까? 딱히 숨기는 것도 아닌데 어쩐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사람은 아닙니까? 누군가 캐물어도 어른이니까 – 라는 말로 모면하지 않습니까? 여기서 포기하지 마십시오. 어떻게 해서든, 그보다 우월한 상대를 반드시 구해야 합니다. 그보다 너무나 우월해서 어떻게 해도 뛰어 넘을 수 없는 사람, 하지만 그가 없이는 안 되는 그런 사람이 최적입니다. 이런 사람이 이미 갖춰져 있다면 당신은 구원받은 겁니다. 그는 이제 절대 죽지 않습니다! 희망을 가지세요! 죽기는 커녕 다리에 총탄이 하나 스쳐도 총을 쏜 자는 그의 우월한 지인에게 지옥문턱 일보 직전에 간 듯한 위협을 받게 될 겁니다.
요약하자면 당신의 그가 오래 살기 위해 중요한 것은 가족 혹은 그에 준하는 누군가가 죽는 것 – 혹은 그에 준하는 쇼크를 받지 않은 자일 것, 그리고 혹 그러한 길에 들어서더라도 그의 뒷통수를 때리거나 명줄을 늘려줄 지인의 유무입니다. 없으면 만드세요. 물론 그는 당신이 만든 게 아니니 그런게 만들자 한다고 생기는 건 아니죠. 대개의 ‘그들’은 그런 천성을 타고 난지라 내가 만들어주려고 해도 만들어지지도 않는답니다. ‘그들’이 괜히 ‘그들’이겠어요. 비빌 언덕 하나 붙여주기 위해서 우주를 열두 개쯤 소멸시켜도 안되는, 끝내 대우주의 의지를 소환해도 될까 말까 한 그런 작자들이죠.
위에서 얘기한 생존루트의 예로는 코난 도일 경 출신 J.왓슨씨가 있습니다. 사실 필자가 본 사례에서는 그가 유일한 생존자랍니다. 그 외의 그들에 대해서라면 자세한 논평을 생략하겠습니다. 다만 이 가이드가 어떤 그들의 연달은 죽음에 슬퍼 울부짖는 필자의 꼴을 가련히 여긴 지인들의 동정으로 제작되었다는 것을 기억하시면 됩니다. 산다는 게 그렇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