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낙화
나의 스승은 당금 재사라면 누구라도 인정하없는 현인이자 기인이었다.
나에게는 일곱명의 사형제가 있었는데, 우리는 스승의 제자라는 이유만으로 군웅들이 깃들기를 청하고 재사들이 함께 앉기를 권하는 대우를 받았다.
때는 바야흐로 난세여서 -
우리는 아직 씨의 껍질조차 뚫고 나가본 적이 없는데도 - 무성한 숲을 이룰 묘목으로 널리 이름을 떨치고 있었다.
스승에게는 제자가 많았다. 많은 이들이 스승에게서 글줄을 묘리를 깨치고, 또 얼마는 스승에게서 입신양명의 길을 배웠다. 그리고 우리는 치세하는 법을 익혔다. 거침없이 천하를 평하고, 가르고, 재배치하라. 우리의 채 다 자라지 않은 혀가 땅덩어리를 몇 번이고 농단했다. 스승은 우리에게 당연히 그럴 권리가 있다고 가르쳤다. 기실 그가 우리 여덟명 모두에게 온전히 전한 것은 그 것 - 거침없이 천하라는 말의 고삐를 쥘 수 있는 담력뿐이었을 게다. 그 말의 고삐를 어디로 틀어 내달릴지는 모두 자신이 정할 따름이었다.
그리하여 큰 삿갓으로 얼굴을 가리고, 똑같은 포를 두르고 똑같이 머리를 틀어올렸을 때조차도 우리는 대면하기만 하면 겨루고 논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똑같이 생긴 씨앗인데도 입안에 넣으면 제각기 달리 구르는 것이 우리들이었다.
각자 장점이 있었으나 개중 가장 강한 이를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서슴없이 내 바로 아랫 형제를 꼽을 것이다. 그는 나와 동류였다. 그래서 더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그는 형제 중 제일 강하다고. 아무도 그와 같이 서슬퍼런 전략을 얽어내지 못하였다. 가장 큰 뜻을 품은 자, 가장 완강하게 자신의 길을 고수할 자, 가장 올곧게 빛나는 자라면 달리 꼽을 수 있었지만 역시 강한 자라면 나는 그를 지명할 수 밖에 없다.
눈 덮인 마른 가지를 연상시키는 가느다란 몸, 삿갓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수그러진 고개, 곧 무너질 듯 위태한 어깨 어디에서 그토록 날카로운 책략을 기르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네번째 형제여.
간혹 내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형제는 어찌 그리 과감한 전략을 펼칠 수 있느냐 물으면, 그는 탁상 위에 지도를 손가락으로 토각 토각 두들기며 '어차피 내보내지 않을 전략이니까' 하고 빙그레 웃어 보였다. 그러나 책략을 발할 때의 그 열기 어린 시선은, 지도 위를 지목하는 손 끝은, 창백한 입술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소름끼치게 명징하여서 - 나는 그의 힘이 허상과 농에서 나오는 것이라 납득할 수 없었다. 세상에 나가지 않을 것이라면서 너의 전략은 어찌도 그리 현실 한 가운데를 관통하는 것이냐.
내가 그의 진의를 이해한 것은 그의 아직 어린 목에서 역류한 피가 왈칵 쏟아졌을 때였다. 마치 눈 내린 매화가지에 번진 붉은 꽃송이처럼, 핏방울이 입을 틀어막은 하얀 손가락을 타고 흘러 한 방울, 두 방울 맺혔다. 그를 돌봐준 명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살기 힘들 것이다. 그는 우리처럼 그리 아득하게 삶을 헤아릴 수 없었던 게다. 그의 강함은 곧 그의 죽음을 전제로 하기에 가능한 게다.
그의 명철함은 피기도 전에 질 것을 알면서도 기어이 모진 겨울에 망울을 튀우고야 마는 꽃과 같은 것이었다.눈 속에 더욱 붉게 도드라지는 꽃잎. 더욱 날카로운 전략. 봄을 기다릴 수 없는 꽃에게 피라고 하는 것은 가혹한 일인 것이다. 짧은 인생에 비해 길고 시린 밤을 덧없이 피었다 스러지는 것은 확실히 괴로운 일이다. 나는 그제야 어찌하여 그가 하산할 뜻이 없는지 알았다.
그러나 그라면 어떨까. 그가 지고 난 자리가 그토록 덧없을 것인가.
그가 분사하면서 떨굴 꽃잎은, 그 꽃잎을 밟고 일어날 천하는 - -.
그라면 휘몰아치는 눈보라 속에서도 붉은 흔적 한 점을 떨칠 수 있지 않겠는가.
주공을 잃고 한바퀴 돌아본 천하는 더러웠다. 결단코 그의 생애 안에는, 아니 내 생애 안에조차 이 전란의 한풍이 멎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었다. 천하에 널리 떨친 그 스승의 제자라는 이름이 무색하게도 나는 긴긴 날을 나 하나의 보신에조차 전전긍긍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찌하여 -.
- 세상에 나가서, 한바탕 짙게 피어보지 않겠느냐.
나는 어찌하여 이토록 열심히 그를 충동질하는지 나 자신도 알 수 없었다.
감히 그를 위해서라고는 나 자신에게조차 말할 수 없었다.
그저 언젠가 찾아올 봄에 만약 내가 여직 살아 있다면 그의 흔적을 볼 수 있기를, 그가 튀운 망울이 언제고 찾아올 춘풍의 예고였다고 그리 회상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일 뿐일지도 몰랐다. 그저 그렇게 생각하며 말을 이었다.
- 그러므로 사제, 자네는 출사해야 하네. 설령 일을 완성하지 못하고 눈을 감는다 하여도 -.
형제여, 설령 꽃이 이듬해 봄을 맞지 못하고 흩어진다 하여 어찌 그 향까지 지워지겠는가.
내가, 어찌 그를 잊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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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만년만에 쓰니까 이런 토막글 주제에 구성이고 문장이고 이런건 없는 거다...
라지만 쓰면서 심각함을 느꼈다. 아니 내가 이렇게 구성이고 나발이고 없었단 말인가.;; 내지는 있어도 이렇게 유치했단 말인가.;;;;; 어쩔거야 이 뿜기는 묘사는 썰렁한 단어들은 ... 문장은 또 왜 이렇게 지저분한건데. 어머니 응아앜 ;;;
자급하면 뭐합니까 자족이 안되는데. 아이고 시발 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