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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06.16 교수님 단상 4
글
교수님 단상
Swimming/x-men
2011. 6. 16. 20:00
찰스 자비에는 절대 나이브한 인물은 아니다. 나이브해지고자 노력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능력과 환경 모두 마냥 나이브할 할 만한 게 아니었다.
이 캐릭터에 대해 마지 돋자면 끝도 한도 없다. 애초에 남의 생각과 기억들을 읽을 수 있고, 굳이 구강기관을 사용하지 않아도 자신의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 어린아이가 어떻게 자아를 유지 할 수 있었는지가 신기하거든. 특별한 교육을 받지도 않았는데 말야.
하지만 어떤 요인에 의해서든 운좋게 '적당히 일코를 하면서, 자신의 능력에 대해 자각도 하고 제어도 할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는 전제를 깔고 이야기를 진행해보자.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난 찰스 자비에가 매우 현실주의, 실천주의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걔가 남에게 가차없이 선생질을 할 수 있는 건 '남에 대해, 그 자신도 모를 정도로 상세히 알 수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그 자신이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선생질을 해댔고 성과가 있었기 때문'일 게다.
행복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유복한 건 확실했던 어린 시절, 찰스는 고독했다. 모두의 머릿 속을 읽을 수 있기 때문에 모두에게 다가갈 수 없다. 아이는 주변에 투명하고 얇은 담벼락을 치고 자기 혼자 들어앉아 있었던 것이나 마찬가지다. 아무리 남의 머릿속을 읽을 수 있다해도 쌍방통행이 되어야 그때부터 커뮤니케이션 아니겠냐고요. 그런데 커뮤니케이션을 시작하기도 전에 '자기 자신의 절대 부정할 수 없는 가장 뚜렷한 능력'에 대해 얘기하면 다들 질겁할 걸 알고 있는 아이가 어떻게 자기가 원하는 만큼의 교감을 할 수 있겠어. 친구는 물론이거니와 가족간의 기본적인 유대도 그에게는 시뮬레이션 경험이 전부였을 것이다. (그 어머니가 원래 냉정한 성격이었는지 찰스의 능력을 알고 피한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어느 쪽이건 큰 차이는 없을 거라고 본다.)
그런 상황에서 아이가 어떻게 '분명 나는 혼자가 아닐 것이다.'라는 가정을 세웠는지. 책에서 메시지를 얻거나 사람들 머릿 속을 너무 많이 읽은 덕이거나, 둘 중 하나지 싶다. 개인적으로는 후자를 밀고 있음. 채워지지 않는 교감에 대한 갈증때문에 막무가내로 남의 머릿속을 읽다가 모두가 고독해한다는 걸, 그렇기에 모두 혼자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었다거나. 아무튼 말야. 중요한 건 그거지. '나는 혼자가 아닐 것이다.'라는 가정 혹은 믿음 혹은 바람을 줄기차게 유지했다는 거. 미스틱을 만나든 만나지 않았든, 걔는 자기 일생을 두고 이 신념에 맞춰 살았을 거라고. 자기 인생에서 그걸 현실화시키면서 말이지.
자기가 믿는 바를 행하고 그 결과를 딛고 또 올라서는 사람만큼 강한 사람이 있겠냐곸ㅋㅋㅋㅋㅋ... 물론 이 영화 속 찰스에게 단점이 없는 건 아님. 얘는 확실히 오만하고, 남에게 선생질을 해대고, 젊은 만큼 자신감에 넘쳐 경솔한 데가 있음. 하지만 그건 그냥 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한도 내의 결점 정도랄까. 그 정도 수준으로 유지한 것도 대단하지. ㅇ<-<
오만에 빠져서이든 편견에 휩싸여서이든, 아무튼 얘의 신조는 '공동, 협력, 모두 함께' 라는 거. 기본적으로 남을 향해 생각이 열려있는 사람이라는 거. 그리고 현실적으로 그걸 추구해내는 사람이라는 거.'ㅠ' 내가 생각하는 자비에는 그렇읍니다. 'ㅠ'
써놓고 나서도 이거 왜 썼나 싶군.
조만간 엑스맨 카테고리를 만들어야 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