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빙 적벽

Swimming/三國志 2009. 10. 3. 21:39

얼 웬일이야. 번역 이 정도면 꽤 잘한 편이잖아. 극장판에서 심각했던 오역들 거의 다 고친 것 같다. 조조랑 헌제 대화라든가 공명과 손권 대면, 손권이 주유 좌도독으로 임명할 때 관직명 등등. 특히 감동적이었던건 공명 손권 대면 때 좌우 신료들 발언 살린 것. 전에 E가 자막 작업 할 때 자막 한계 때문에 다 못넣고 고생했던 걸 꽤 많이 살렸다.(역시 난 원어를 못 알아 들으니 얼마나 맞게 살렸는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듣기에 이상하지 않았음.) 몇몇 배우가 좀 사극톤이 아니라서 어쩐지 서양영화 더빙 볼 때가 생각나기도 했지만 난 이 정도면 꽤 만족. 아 시발 우리 전하 간지 좔좔난다. 아주 그냥 예술이다.

아, 성우 캐스팅에서 한 명 에러였다면 손권. 아무래도 캐스팅 담당자가 군주는 다 존나 우월하고 간지 좔좔나고 기백 넘치는 목소리여야 한다고 생각했나 보다. 어디 주윤발한테 어울릴 목소리가 나름대로는 불안한 내면 연기를 했던 것도 같지만 장첸 얼굴이랑 너무 떠서 난 보는 내내 응아앜꼐이가 되었을 뿐이고...

그리고 음 공명 성우도 꽤 훌륭하긴 훌륭했는데 내가 그영화에서 금성무 목소리를 워낙 좋아해서... 역시 완전히 몰입하기에는 좀 부족했다. 우리 전하 성우는 다 좋은데 적벽 내려가다 시 읊을 때 어 그건 좀 아닌 거 같아... 어... 하지만 전반적으로 훌륭했어. 특히 이 영화 초반 조조와 헌제 대화 때, 빡빡하다 싶은 대사를 소화하신 걸 생각하면 점수를 더 쳐드리게 됨.

한실의 광복이란 표현이 좀 걸리긴 했지만, 내가 원어를 모르니 이건 맞는건지 틀린건지 모르겠고... 제를 올려라! 를 처형을 집행하라! 쪽으로 바꿨는데 이건 아무래도 보는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해서 그런 것 같다. 왜냐하면 그 후 공융이 '감사히 받아 마시겠소! 승상!' 이라고 했거든. 즉 번역자도 제를 올려라! 라는 대사가 무슨 의미인지는 알았던 거다. 다만 시청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바꾼 것인 듯. 그런 느낌 대사가 몇 개 더 있었는데 잘 기억이 안나네.


편집도 과감한 게 제법 우수. 특히 소교와 주유 떡씬을 자르고 극장판에선 잘린 평안이 드립을 넣은 건 탁월한 선택인 듯. 낮 11시에 보여주기엔 수위도 높은데다, 솔직히 그 장면 별로 필요도 없는 거잖아. 차라리 평안이 드립이 들어가는 게 뒷 내용하고도 더 잘 연결되지. 그런데 그 장면 주유는 아무리 봐도 병신이라. 편집자인지 대본가인지 총 책임자인지도 그 장면에서 왜 주유가 소교의 임신을 눈치채지 못하는지 이해가 안간 모양이다. 영화판에서는 그냥 주유가 빗소리를 듣고 있는데 더빙 판에서는 주유가 빗소리에 맞춰 흥얼흥얼거리더라고. 아마도 흥얼흥얼거리느라 소교의 드립을 눈치 못 챘다는 식으로 설명하려는 듯. 뭐 그래봤자 눈새 어디 가냐마는.

이런 걸 보면 대체 적벽 편성 담당이 누군지, 참 엄청나게 공들인 티가 팍팍 난다고 할 수 있겠다. 그냥 오역과 뻘연기가 넘쳐나겠거니 명절에 대뿜할 각오했는데 이게 웬 일, 꽤 양질의 더빙판 선물이었어. 비디오로 녹화 못한 게 한이 되더라. 아 이거 어디서 다시 못 구하나?

그 외에도 잘린 부분 둘, 공명이 멍멍이 받아내는 장면과 손권의 호랑이 사냥 장면. 호랑이 사냥 장면을 잘라낸 건 꽤 과감한 선택이었는데 결과적으로는 그 전 장면과 다음 장면을 잘 연결해서 나쁘지 않았다. 주유가 활시위를 당김에 연이어 손권의 탁자 협박이 나오니 그 모퉁이 잘린 탁자도 박력 넘쳐 보이더라. 아... 이 박력은 어쩌면 손권 성우의 엄청난 박력(...) 덕인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난 기왕 잘라내기로 한거 치고 잘 잘라냈다고 생각해. 긴장감이 잘 유지되었거든.

살짝 아쉬운 건 아무래도 멍멍이 받아내는 걸 자른 건데, 음... 그 부분 공명을 좋아하기도 하고 마지막에 윤건 쓴 공명과 주유가 멍멍이 주고 받는 걸 어떻게 처리할지도 좀 걱정. 그냥 앞부분 무시하고 어린 말을 넘기는 걸로 처리할 모양인데 뻘쭘하긴 할 것 같거든. 그렇다고 해서 설마 그 윤건을 자를리는 없지. L1님은 윤건 자르실까봐 걱정하시던데 난 별로 그런 걱정은 안됨. 그러기엔 이 더빙 기획자들 너무 공을 들였거든. 아마도 마지막의 멍멍이 교환을 그냥 넣어도 상관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 것 같다. 멍멍이의 탄생보다 소교가 임신했다는 걸 알리는게 더 낫다고 생각한 것도 같고.''

아무튼 그래서 나는 적벽2 더빙도 몹시 기대되는 것이다. 제발 편집자가 내일 게딱지 공성전을 잘라주길 빈다. 뭐 오늘 보니 액션은 거의 안 자른게 내일도 액션 안 자를 것 같지만. 그래도 기대는 해보는 것이다. 인간적으로 못봐줄 장면이라고 생각하잖소. 설마 게딱지는 안 자르고 우리 전하가 머리 풀리는 걸 자르거나 마지막 윤건 쓴 공명을 자른다면 그 저주 어찌 감당하시려오.

허허 모든 것은 내일 밤 11시 35분에. 허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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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천!항!로!

Swimming/三國志 2009. 5. 8. 10:12

2화...

난 미야노 마모루의 연기력을 다시 봤습니다.
아모레! 아모레! 로 절규를 했어!
절규를 했다고!!!!

아ㅓㅣㅏㄴ암ㄴ아ㅣ미ㅏㄴㅇㄹ나ㅣㅇ라ㅣㅁㄴ아ㅣㅓㅏ아아라ㅏ아아아아아ㅏㅏㄺ 아이고 내 손발 아이고
이만하면 이번 방영분에서는 다 뿜겼겠지 싶을 때 더 큰 급뿜으로 사람의 정신을 뒤흔드는 화였습니다다. 그래. 정줄 놓게 되는 애니 맞네요. 지금도 그 아모~레~~! 아모~레! 연타를 생각하면 혼이 나가고 팔이 뒤틀리고 입이 일그러지니까.

아니 뭐 좋습니다. 차라리 원작을 그대로 살린 수정과 조조의 첫만남과 말 달리다 물에 뛰어들기까지는 뭐 그렇다 치겠어요. 근데 뒤로 갈수록 이 격뿜기는 코러스+음향효과는 뭐냔 말야. 날 뿜다 죽게 만들 셈이냐.

그런데 이번 화도 모니터로 색감은 모르겠지만, 작화는 놀라웁도록 안 깨졌네요. 저 작화 언제 망가지나 기대 반 걱정 반인데 제작진이 누군지 미친 작화빨을 보여줌. 심지어 원작보다 이뻐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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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 상영회 후기

Swimming/三國志 2009. 4. 19. 00:54
작품 감상이 길어진 것 같아서 옮겨왔음.''


아 진짜 목 쉬어라 웃었던 것 같네요. 역시 영상은 다같이 둘러앉아 한 마디씩 던져가며 봐야 제 맛인 것 같아요. 오늘 뵌 분들 모두 반가웠습니다.^^ 다음 번 언젠가 또 상영회 열리길 기대해 보고요!
자막 만드신 유렌님 매우 수고하셨습니다./절

상영작은 이미 공지된 삼동연 자체 자막 보정된 적벽 1편과 애니 삼국지... 였습니다  아니 참 ...
두 작품 다 보면 볼수록 영상이 눈에 착 착 잘 감기는 것 같아요. 삼국지 애니...는 본지 오래 되었다고 치고 적벽은 이미 몇 번 본건데 왜 지루하지 않은거지. 뭐 그건 여러분들과 함께 수다수다하면서 본 덕분이겠지만요.></

새삼스러운 적벽 단문 감상을 쓰자면 : 우리 조승상님은 참 우월하신 것 같습니다. 아 진짜 저 첫등장 어쩜좋아요 ㅁ넝ㄹ민이라ㅣㅁㄴ
소교덕질이랑 2편 후반부에 멍 때리고 있는 것만 빼면 이 영화 조조님 참 좋아합니다 아니 거기 어떤 촉파분들께서는 그거빼면 뭐가 남냐고 하시는데 왜이러세요. 처음 옥패 짤랑 짤랑 울리시면서 보무 당당하게 등장하시는 것도 있구요, 헌제한테 '언제까지 숙고하실 거임, 아마추어같이/' 하시는 것도 있고요. 기출장 단가행 읊는 것도 발리구요. 채찍들고 화려한 워킹으로 지도 앞까지 걸어가시는 모습도 있고요. 화타한테 치료 받는 부분도 하악하고요. 이건 2편이지만 전염병 - 아니면 풍토병? 뭐 아무튼 병에 걸린 병사들의 막사에서 얘기하시던 모습도 손나 발리구요. 장각이 주유한테 낚여서 채모 장윤 죽였을 때 '내가 화난 거 같니?/^^' 이러시던 것도 좋고요. 비록 중간과정은 이게 뭥미 싶지만 어쨌든 머리카락이 확 풀어지며 산발하신 것도 몹시 좋았습니다... 헉 헉 그 외에도! 그 외에도!

... 제가 이러면 자꾸 절 측은한 눈길로 바라보시는 모 촉파님들. 아니 부정하실 거냐고요. 네 전 사실 조조님의 소교덕질을 보며 우리 전하는 덕질도 우월하게 하시는구나 하는 사람이지만OTL

비록 틈만 나면 자꾸 내가 지금까지 져본 적이 없음'ㅅ'ㅇㅇ 이러고 되지도 않는 뻥을 까시거나 호랑이 물갈퀴가 어쩌고 하는 썰렁하기 그지없는 농담을 하시지만 그래도 좋아요 훌륭하다고요 패션도 제일 간지나지 않나요? 아 저 리블 하아 하아...


... 어쩐지 조조님 얘기만 너무 많이 한 것 같고요. 이 영화에서 제일 예쁘게 나오는 금성공명(이건 정말 부정할 수가 없군요. 솔까 제일 이쁨)이 몹시 좋았고, 장첸 손권의 연기는 보면 볼수록 참 입체적이고 확 와닿는 것 같아요. 이 영화 (적어도 1편)의 손권을 배우분이 제대로 꿰뚫고 적절하게 전달하시는 것 같습니다. 아 한 번 슬쩍 슬쩍 지나가는 위나라 무장s와 장욱 순유 다 너무 잘 어울렸고요.(비록 장료는 관우에게 무시당하지만)
전투씬은 볼 때마다 자꾸 뿜기고.. 아니 분명히 우리 조승상께서는 기병 이천을 보냈는데 어느새 문제의 팔괘진... 안에 들어간 병사들은 보병이 되어 있는 거였죠. 뭐냐고 대체 기병은 어디있는 거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그렇게 뽕빨나는 전투씬(...)은 웃긴데, 닥쳐올 죽음에 잔뜩 질리거나 다구리 맞는 병사 한 명 한 명의 표정은 묘하게 리얼하게 담네요. 참 이 영화 이런 점이 재미있고도... 아니 어차피 2편에는 그런 것도 없지만요... 그저 게딱지가 게딱지가 스러지지 않을 뿐이고! (대신 전염병에 걸린 병사들의 시신 표정이나 막사 안 병사들 풍경같은 게 나오긴 했지만.)

어쨌든 1편 보고 나니 간만에 2편도 보고 싶어서 (기왕이면 제대로 된 자막으로요. 골인! 헤딩! 이런 거 나오지 말고 좀ㅠㅠㅠ) 혼났습니다. 과연 보게 될 그날은 올 것인지...''//

영화 후에 본 애니는 생각 이상으로 뿜겨서 죽는 줄 알았고요. 아놔 금발벽안 양갈래 턱 조조님& 조조님을 짝사랑하는 냉미女 우금& 어쩐지 영화 적벽보다 더 유능해 보이는 허저와 군사들에 /  오랑캐님 표현 별나라 손오공같은 유비... 아이셰도우가 빛나는 제갈공명과 판치라 서비스가 훈훈한 여화(위치 상 손상향)까지! 제목은 도원결의인데 시점은 삼고초려와 조조군 본격 형주 진입이 묘하게 섞여 있을 뿐이구요. ㅋㅋㅋ
아니 그런데 그 시점 뒤섞인 걸 나름 조조군이 수군 준비 한다는 걸로 어케 말 되게 하는데 성공한 것 같습니다. 이 애니에서 시점은 별로 문제가 아니긴 하지만...
80년대 맛이 잔뜩 묻어나는 갖은 명대사와 뿜 시츄에 마구 뿜으면서 봤는데 뒷 편 전개가 어떻게 될지 매우 궁금하네요.

상영회 끝나고는 아웃백에서 먹고 기력보충하고 또 계속 떠들었는데. 자리에 계신 분들이 모르는 화제를 너무 많이 꺼냈던 것 같아서 죄송스럽습니다.ㅠㅠ  하지만 이런 저런 얘기 많이 할 수 있어서 즐거웠고요. 다음에 또 이런 자리 생기면 좋겠네요!''/모두 좋은 밤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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