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료곽
장료는 곽가가 쏟는 피를 맨손으로 받아 본 적이 있다. 전투 전야 마지막 작전지시 직후였다. 갑옷입은 장수들이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데 가장 안쪽에 앉앗던 그가 갑자기 막사 밖으로 뛰쳐나갔다. 찌푸린 미간 푸른 낯을 가리지도 않고.
시중드는 이도 밀쳐내고 향한 곳은 막사 뒷켠. 일부러 멀찍이 떨어져 있었는데도 기침 소리는 바로 귓가에 대고 하는 것마냥 요란했다. 그가 병약하다는 건 원정 전부터 알고 있었던 터, 굳이 비 내리는 한밤 중 바깥에 나와야 하는가
그 뒷모습을 물끄러미 보던 그는 문득 기침 소리가 너무 오래 이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뭔가 짚으려는 듯 허우적거리는 팔. 성큼 다가가 부축하자 이번에는 밀쳐내지 않았다. 그리고 맨손바닥에 쏟아지는 핏물. 핏덩이.
뜨겁던 핏덩이는 장료의 손가락 새로 흐르면서 금새 미지근해졌다. 장료는 그 손을 쥐었다 폈다 하며 한참 내려다 보았다.
- 언제부터 이런 겁니까?
- --.
- 왜 이런 몸으로 밖에서--.
-그대들이 너무 미적대는 탓 아닙니까!
그가 팩 신경질을 냈다. 그 목소리는 기침때문에 잔뜩 갈라지고 들떠 있었다. 순간 장료는 깨달았다. 이 자는 오래 살지 못한다. 병자를 많이 보지는 못했지만 확실했다. 이 자의 낯에는 전장에서 죽어가는 자의 특징이 다 얹혀 있었다.
진중에서, 그의 후방에서 책사가 죽어가고 있다. 그의 말이 맞다. 그건 장료의 탓이었다. 병사들이 미적대는 바람에--. 장료의 지휘가 그의 명줄 사그러지는 것보다 빠르지 못한 탓에--.
다음날 전투는 대승이었다. 장료는 진지로 돌아온 즉시 곽가의 막사로 향했다. 더는 미적대고 싶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