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찰진개드립
"자연은 자기 안에서 벌어지는 비극들에 대해 무관심하다. 죄 없는 사람이 매달려 죽는다고 흥분한 교수목은 지금까지 단 한 그루도 없었다. 전장의 풀도 쓰러진 자를 위해 애도하지 않는다."
이걸 누가 썼을까? 당연히 나다. 소설 [철저한 중도]에서 쓴 글이다. 차모니아에서 나 말고 누가 이렇듯 심오한 표현을 하랴?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자연이 별 마찰 없이 움직인다고 해도 그 속에 자비로운 영혼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차모니아에서 가장 오래된 생명체의 행동조차도 철두철미하리만치 이기적이다. 그러지 않을 이유가 뭔가? 무진장 나이 들었다고 해서 더 고귀한 형태의 지식과 도덕을 소유해야 할까? 어쩌다가 차모니아에서는 치매를 지혜와 끈질기게 혼동하는 일이 벌어졌나? 우리의 광신적인 연금생활자 숭배에는 도대체 어떤 장점이 있는가? '500세 이상은 면세. 200세 이하는 관직 금지. 1000세부터는 모든 박물관 무료 입장. 350세부터 의치 무료.' 각종 특권과 세금 혜택은 청소년들이 누리는 게 후렀니 더 의미 있지 않을까? 이런 혜택으로 아직 뭔가 할 수 있을 때 말이다. 미래를 위해 뭔가 배우도록 박물관을 찾아야 할 주체는 우리 청소년들이다. 늙어 덜덜거리는 노인들이 대가의 작품 앞에서 청소년들의 시야를 가려서 좋을 게 뭔가? 늙은 개는 더 이상 새로운 재주를 배우지 않는 법이다.
내가 별 감탄이들의 도덕적인 성숙에 관해 특이한 견해를 가졌다고 해서 놀랄 독자는 아마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들은 우크질리어드 년 동안 생각할 시간이 있었다. 그런데도 떠오르는 생각이라고는 자기들이 양송이버섯을 즐기기 위해 어린이 둘을 멸망의 길로 보내는 것뿐이었다. 나이와 경험은 지적 능력이나 도덕적 성숙과는 거의, 또는 전혀 관계가 없는 걸까? 명청하게 태어나면 천 살을 먹어도 아무 소용이 없나? 왜 군대 지도층은 대부분 나이가 많고, 보병들은 언제나 꽃처럼 젊은가? 우리의 희망인 젊은이들을 불구덩이로 보내는 게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여러분은 내 정치적 견해를 순진하다고 간주할 수도 있지만, 전쟁이라는 충돌 상황이 벌어지면 연금생활자들을 전장으로 내보내는 게 훨씬 옳지 않을까? 이런 종류의 전투는 금방 끝날 것이다. 내가 장담한다.
군인들은 양쪽 군대가 서로 부딪치기 전, 전장으로 가는 길에서 잠이 들거나 자연사할 테니까. 거기서 쏘는 거라곤 오줌줄기뿐이겠지. 자, 이제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자.
엔젤과 크레테 - 힐데군스트 폰 미텐메츠가 쓴 차모니아의 동화 / 힐데군스트 폰 미텐메츠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