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딩 때부터 쭉 좋아했던 여캐릭터 모음. 내가 꽤 한우물만 파는 건 알았지만 이야... 이거 어쩐지 남캐보다도 더 원패턴. 남캐는 캐릭터보다는 스토리 진행과 그에 따른 갈등을 더 파는 편이니까.  맥락을 좋아하는 거지, 그 캐릭터 자체에게는 냉정한 편이다. 반면 여캐는 선호하는 '이미지'가 따로 있고. 여러 캐릭터가 있으면 무조건 그 이미지에 맞는 캐릭터를 좋아하는 것 같다. 

그래서 그 이미지라는 게... 쭉 나열해 보자면. 





마리 앙투아네트-베르사이유의 장미-






  아홉 살 때 처음 보고 너무 이쁜 드레스+생전 처음 본 머리스타일에 반함. 이 그림에는 안 나오지만 두 가닥 삐쳐나온 동그란 앞머리가 몹시 좋았음. 저 귓가 덮는 옆머리도 그렇고. 한동안 저 롤머리만 따라 그림. 

  내 주변 모두가 오스칼에게 반했는데 난 오스칼이 별로 눈에 들어오지 않았음. 오스칼 드레스 착용화에서도 담담했다. 드레스 스타일이 혼자 날씬한 게 멋있다고 생각하고 끝... 그러다 로자리가 나왔을 때는 로자리를 좋아했지. (나이 들어서는 잔느를 핥았다. 잔느가 최고 이쁨. 잔느의 미모 앞에서 모두 깝노노임. 아 그깟 목걸이 줄 수도 있지. 잔느잖아. 니네 잔느보다 이쁨?) 

  베르사이유의 장미 후반부로 갈수록 잘 챙겨 보지 않았는데 대략 두 가지 이유. 1. 그때의 내게는 후반부 내용이 상당히 암울했고 2. 오스칼이 근위대 그만 둔데다 마리 앙투아네트랑 로자리 지분이 줄면서 이쁜 드레스, 이쁜 여자가 안나와서... 꽤 오랫동안 '나는 왜 마리 앙투아네트가 짜증나지 않는가' 내심 의문이었는데 이제 의문 별로 안가짐. 그냥 얼빠임. 



 미미 - 꾸러기 수비대-




  초 4~5(?) 어드메를 강타했던 전설의 애니. 십이간지는 다 꾸러기수비대 오프닝으로 떼는 거 아닌가요? 

처음 봤을 때부터 미미가 좋았음. 분량도 없고 하는 일도 없고 능력도 구리고 (...좋아했는데도 얘 능력이 뭐였는지 생각이 안나더라. 나중에 찾아보니 역시 별 거 없었다.) 스토리적으로도 병풍. 똘기랑 커플인 새초미나 이 애니 최고 삼각관계 찍는 키키에 비하면 쩌리 오브 쩌리. 게다가 성격도 꽤 민폐였다는 것 같고? 그러나 그런 거 전혀 신경 안썼던 것이다. 나는 이미 미미를 중심으로 꾸러기 수비대 세상을 돌리고 있었던 것이다. 존나 이쁘잖아. 

  혹시 모르겠다. 키키가 원래부터 닭얼굴 아니라 이쁜 얼굴로 나왔다면 키키를 좋아했을까? ... 음 하지만 마지막의 로맨스 부각 전까지는 키키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지라... 모르겠네. 이프 온리야 레알. 


  그 당시 다들 새초미를 좋아하고 미미는 아오안. 나중에 찾아보니 얘 짜증난다는 감상이 많은 듯. 근데 난 미미가 까이는 걸 이해할 수 없었음. 오히려 새초미를 싫어했다. 새초미와 똘기의 러브라인이 귀여운 밀당으로 보이는 게 아니라 쟤는 뭔데 맨날 저렇게 틱틱대? 싶었거든. 껄껄. 그때부터 이미 츤데레 싫어했던 싹수가 보인다. 세살 버릇 여든 가고 취향은 타고 나는 법인 거지. 진짜 안 변했네. 남장여자 코드에 무덤덤하고 츤데레 싫어하고. 초딩 때부터 이랬구나.  

  아무튼 내 눈에 미미는 너무 이쁘고 사랑스러워서 레알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캐였음. 당시 학교 주변 문방구에 꾸러기수비대 피규어(?) 지우개(?) 가 나와 있었는데, 미미의 미모가 살지 않아서 몹시 분개했었다. 그런데도 가지고 싶었음. 내가 덕질하면서 피규어 가지고 싶다고 생각한 건 이때가 유일했던 것 같음. 와 진짜 좋아했나 봐. 

  아직도 기억하는 애니 장면이 호치가 키키 안고 떨어지는 거랑 미미가 마초의 보호 받으며 죽는 장면. 전자는 이 애니 하일라이트니 그렇다치고(...이 애니에서 이런 애증로맨스가 나올 줄은 전혀 예상 못했지), 미미 죽는 장면은 그냥 단체로 으앙 주금이었는데 그러나 제게는 충격이었던 거죠. 그 어떤 캐가 죽는 것보다 충격이었어요. 그날 방송 끝나고 허탈해졌던 것까지 기억난다. 아니 미미가 죽다니... 이게 뭐지. 내가 뭘 본 거지. 



 세인트 - 천사소녀 네티 - 




여기서 왼쪽. 단독샷도 있으나 내 머릿 속 세인트 이미지에 딱 부합하는 게 저 짤이라 이걸로 업어 옴. 

제가 천사소녀 네티에서 제일 좋아하는 화는 세인트의 네티 변장 씬이빈다. 양동 작전 후 가발 벗고 휴- 하고 한숨 쉴 때 너무 이뻤음. 근데 너무 작게 잡아줌. 아 좀 더 크게 잡아줘라 이 쪼잔한 제작진아 ㅠㅠㅠㅠㅠㅠ 


반면 네티에 대해서는_ 옆머리(구레나룻?) 숱 많다. 쟤는 왜 엄마만 닮았나. 쟤는 아빠 물건 저렇게 막 가져다 써도 되나. 쟨 왜 평소에 머리 푼 것보다 머리 묶었을 때 머리카락이 더 길어지나. 풍선을 저 만큼 들면 정말 공중에 뜰 수 있나. 셜록스는 왜 쟤를 못 알아 보나. __ 같은, 매우 상식적인 의문밖에 떠오르지 않음


교복 입은 세인트도 수녀복 세인트도 너무 좋아함. 흰 수녀복은 진리입니다. 수녀복 입고 가슴에 손을 모은 채 다소곳이 고개를 숙인 세인트는 신성하죠. 난 수녀인 세인트가 너무 좋아서, 원작에서 나왔던 세인트 로맨스가 싫었다. 무려 세인트에게 조명이 떨어진 스토리인데도 싫었어 친구네 집에서 뒤늦게 만화책 보고 배신감 느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안돼 세인트는 수녀여야 한단 말이야 ㅋㅋㅋㅋㅋㅋㅋ 

- 훗날 카드캡터 사쿠라에서 비슷한 포지션으로 토모요가 나오지만... 이건 외모만 그런 거지 속에 든 건 전혀 내 이상형이 아니라 금방 접음 - 



웨딩릴리 -사랑의 전사 웨딩피치-




  꼭 레슨 시간 끝나기 전에 시작해서 피아노 학원을 원망하게 한 그 애니. 나는 역시 릴리 각성 때부터 릴리빠였음. 처음 호감 준 계기는 드레스 디자인. 피치 드레스는 누런 꽃이 안 이쁜데다 너무 벙성하고, 데이지 옷은 귀엽긴 한데 혼자 너무 따로 놀았음. 가장 드레스 로망에 가까운 게 릴리였지. 게다가 이단 변신 전투복도 릴리가 제일 예쁘고, 변신 아이템도 릴리가 제일 세련되었음. 

  역시 얼빠였기 때문에 릴리의 성격이 잘 기억 안남. 난 그냥 여성적이고 예쁘다 이상 떠오르는 게 없는데 나중에 검색해보니 얘도 좀 짜증나는 성격인 모양... 뭐냐 난. 짜증나는 부분은 다 스루한 거니? 



세일러 머큐리 - 미소녀전사 세일러문-

세일러 넵튠





  여기서 이상형 포텐이 한 번 터짐. 정말 머큐리 좋아했다. 세일러문 보는 내내 머큐리에 대한 충성심 유지. 머큐리 전신샷 따라 그리면서 본격 만화 그림체 익히기 시작. 팔 뒤로 돌린 일자 뻣뻣 포즈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조용하고 지적이고 상냥하고 다소곳한데다 배려심 깊은 사근사근한 여자 ㅠㅠㅠㅠ 게다가 색깔도 내가 좋아하는 파란색 ㅠㅠㅠㅠ 


  그러다 외행성으로 확장되면서 나온 넵튠은 또 신세계. 보면서 ... 저 언니 능력은 머큐리랑 겹치는 게 아닐까 하고 견제 했는데 성숙한 분위기에 신비한 미소에서 뻑감. 은근히 우라노스 쥐락펴락 하는 것도 좋았음. 그 이상 캐릭터 특징이 감이 오지는 않았지만... 아무렴 어떠냐. 


  여기 올리지는 않았지만 세번째로 좋아했던 캐릭터는 쥬피터. 최근 쥬피터x머큐리 커플링이 있다는 걸 알고 깜놀. 올. 누군지 신박한데.



윈디 - 마법기사 레이어스 - 



  누구나 미자 시절 클램프는 한번씩 거치는 거 아닌가요?^ㅁ^/ 중 1~2? 본격 덕질 입문하면서 매일 들락거렸던 만화 애니 엽서 가게에서 제일 많이 사모았던 게 클램프. 그중 제일 많았던 게 윈디. 윈디 나온 카드는 무조건 콜. 써니랑 마린은 내용이 재미있거나 그림이 이쁘면 샀지만 윈디는 조건 없음. 그냥 있으면 사는 거임. 이미지는 당시 샀던 카드 중 제일 좋아했던 거. ㅠㅠㅠ 이거 보고 시야가 환해지는 경험을 해써요. 아직도 가지고 있음. 윈디 만세. 아 진짜 이쁘다. 

  정작 레이어스 스토리는 잘 파악을 하지 못했음. 왜였을까...? 크래프는 몹시 좋아했지만 마린이 크래프 좋아한다는 설정은 거의 스루했다. 써니랑 란티스 관계도 스루. 이글이 나왔을 때는 좀 신경 썼던 것 같지만..... 게다가 한 사람의 기도로 지탱된다는 세계가 내게는 몹시 병맛으로 느껴졌음.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애니는 중반부터 보기 시작했던 것도 같네. 나중에 코믹스 보면서 진행이 충공깽이라고 짜증냈던 걸 보면 말이지. 게다가 애니 에메랄드 공주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어.


  그럼 난 이 애니를 뭔 맥락으로 본 건가. 일단은 소녀들 옷이랑 검, 액션이 웨딩피치나 세일러문과는 달랐으니까. 게다가 윈디가 있었잖아. 위에서 머큐리한테 한 찬양 그대로 받고요. 바람 컨셉에 무기가 활이란 것도 너무 좋았다. 검을 들고 있는 여캐들보다 특이해 보이기도 했고. 하여간 여캐든 남캐든 보조 포지션 겁나 좋아한다. 




히메미야 안시 - 소녀혁명 우테나-



  ...... 이 캐릭터는 뭔 말로도 설명이 안된다. 대략 모든 걸 상큼하게 초월해 버린지라. 

   처음 우테나 보러 갈 때만 해도 몹시 뜨악했었음. 갈색 피부에 보라색 머리 녹색 눈 안경이라니 뭐 저런 조합이 다 있어? 그러나 어느새 정신 차려 보니 비쿠파이아노타메니! 모드가 되어 있었다. 되게 징그럽고 찐득하고 바닥없는 늪 같은, 문자그대로 마녀인데. 이런 말을 하는 것조차 별 의미를 못 느끼겠음. 어쨌든 안시잖아. 안시라고. 

  이 애니에 나오는 인물들은 죄다 뒤틀려 있고 저 캐가 최종보스 흑막 넘사벽. 그래서 어떤 캐릭터가 '좋다'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애초에 이해도 다 안가는데 어떻게 호불호. 그냥 모든 건 안시님 뜻대로. 



...


  그러니까 한마디로 줄이면, 소위 말하는 '참한 여자'. 애초에 '여성적'이란 말 자체가 아무 의미도 못 가진다고 생각하하는데다, 나 자신은 전혀 저런 여성상이 되고 싶지 않아 한다는 걸 생각하면 정말 이상함. 현실세계에서 저런 인물 만나면 분명 거부감 느낄 거라고 생각되는 캐도 꽤 있음. 미미나 평소의 릴리같은 여자애는 불편해하는 편...인데.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취향은 참... 

 대략 공통성분을 뽑아본다면 상냥하고 내성적, 현명, 침착, 우아, 성숙함. 양가집 규수.  명백히 외유내강. 

 소설 인물로 치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멜라니. 내가 스칼렛이었으면 닥치고 멜라니랑 결혼했음. 붉은 지평선 노을을 바라보며 저문 강에 삽을 씻고... 아. 물론 내가 스칼렛 안되더라도 스칼렛은 멜라니랑 결혼하는 게 낳다. 둘이 이쁜 사랑 하지. ㅉ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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