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혼을 만들고 있는 건 문제에 대한 한없는 회피와 농담따먹기다. 말 그대로 잠깐 들어앉아서 즐기는 화장실 농담. 누가 화장실에서 치룬 대소변에 대해 심도있게 곱씹나? 배설하기 전의 초조감과 후의 시원함만 남을 뿐이다. 의미를 부여하는 쪽이든 비난하는 쪽이든, 진지해지면 진다. 진지해질수록 영 엉뚱한 소리를 하게 되는 거다. 

의외의 미덕은 그 화장실농담을 한 발 떨어져서 보게 할 때가 있다는 거지만, 그 이상의 문제 제기는 할 수 없다.  애초에 모든 문제를 회피해 버리고 있으니까. 긴토키의 그 뜬금없는 설교마저 문제 제기를 원천봉쇄시켜 버리고 만다. 외계인이 쳐들어오고 전통이 붕괴되고 양이지사들이 쫓기는 은혼의 세계는 긴토키의 설교로 아무 문제없는 세계가 되고 만다. 긴토키가 거기 있으니까 그걸로 된 거다. 벌써 몇번이고 '그냥'이란 말을 썼는데, 지금까지 본 만화 중 '그냥'이란 말이 은혼보다 더 어울리는 작품은 없었던 것 같음.

그냥 재미있다 재미없다만 있을 뿐. 가끔 내 입 속에서 씹히고 뒤섞이고 녹아가는 불량식품 꼬라지들이 적나라하게 보이는 걸 보게 되는 것. 그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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