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얼간이라든가 웃음의 대학이라든가

Walking 2011. 9. 13. 08:14
이렁 저렁 버프를 받은 덕분인지, 아니면 삽질도 지랄맞게 하다보니 질린 건지, 사춘기 오춘기 육춘기를 지나 드디어 철들 때가 된건지. 병원에서 마음 편히 가지고 심호흡 하라는 말에 세뇌가 된건지. 아무튼. 

전보다는 상태가 좋아진 요즘이다. 찌질찌질한 건 변함없고, 여전히 실수 투성이고. 뭐가 나아졌냐 하면 그냥 내가 나아졌다. 뭔가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서가 아니라 뭔가 해야 하니까 한다. 그게 내가 해야 할 일이니까. 내가 할 일 찾으려고. 뭐 이렁저렁. 

세상이 막 굴러간다. 제정신으로 우울증에 빠져 버리거나 미치거나 바보가 될 수 밖에 없는 세상이다. 좌절하는 게 당연하다. 문제는 그 다음. 생각을 날카롭게 가다듬고 눈을 똑바로 뜨는 것. 좌절하고 앉아서 다 끝났어~ 하고 있다고 사는 게 끝나주는 게 아니라서. 

이렁저렁해도 난 기본적으로 낙관주의자긴 하다. 살아만 있다면 그 어느 때라도 죽으라는 법은 없다고 생각해.'ㅠ' 살아만 있다면 말이지.'ㅠ' ㅇㅇ...그래 이게 제일 웃기는 거야. 언제 죽을지 모르면서 생이라는 걸 이렇게 절대적으로 의지한다는게.

하지만, 기본적으로 소설은, 글은 온전히 살아있는 사람의 것이다. 우리는 죽음마저도 살아있기 때문에 쓰다듬는다. 살아있어서 더듬는 거다. 죽은 이후는 죽어서 알 일이다. 중요한 건 죽어야 할 이유는 누구에게도 없다는 거다. 자살은 '이 몸을 더 둘 곳이 없기 때문에' 하는 거지 죽을 때가 되어서 하는 건 아니다. 그건 '제 생명을 처리하는 방법'이지 죽음을 맞는 자세는 아니다.  땅에 발붙이고 하늘을 이고 있는 한 아무도 달의 뒷면을 볼 수 없는 것처럼 우리에게 의미있는 것은 태어나고 살고 그 삶이 언젠가 끝난다는 것 뿐이다. 

내가 좀 더 강해지면 좋겠다. 남한테 잘한다 착하다 고맙다는 말을 듣는 게 아니라, 내가 나 스스로에게 그런 말을 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내 스스로에게 자격을 부여해줄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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