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문학 전공하겠다고 집안 등골을 빼먹고 있는 주제에 과연 리포트나 쓸 수 있을 만큼 우리나라 문학에 대해 아나 하는 회의가 엄습하고... 사실 진작에 엄습했는데 내가 게으름 피운 게 맞지. 더 미뤘다간 레알 망하겠기에 7/80년대 작품 중심으로 읽기 시작함. 되도록 정독. 예전에 읽었던 것/ 읽지 않았던 것 가리지 말고. 마음에 안 들어도 일단 다 읽고 까자는 마음으로 잡기 시작. 첫 타자 불놀이 


한국 리얼리즘 문학이란 뭔가. 혹은 7,80년대 작가들의 세계관은 - 그리고 그 세계관을 형성하는 스타일에 대한 의식은 대체... 음. 

뭐 거창하게 가지 말고 간단히 생각한 대로 말하자면... 그러니까 이건 썰 몇 개를 갖다가 늘어 놓은 것 뿐이지 소설적 형상화가 되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글 아닌...가? 엄.... 당대의 구구절절한 사연 몇 가지를 끌어 모아 병치시킨 것 이상 어떤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을라...나?... 응?...
 
근현대를 극적으로, 끔찍하게 극적으로 겪지 않은 나라는 별로 없을 것이다. 그 극점에 눌려 버둥대게 된 삶에 대해 작가들이 평생 들쑤실 업보로 여기게 되는 것도 당연하다.하지만 한국의 사실주의적인 문학 중 정말 걸작이라고 할만한 게 있는지는 의구심이 솔직히... 안 든다고 하기가... 좀....; 

예술을 위한 예술은 헛소리라고 생각하지만, 문학은 언제나 현실에서 한발짝 쯤 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실이 예술보다 하위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예술이 현실과의 연계없이 독자적으로 자생할 수 있다고 여기는 건 절대 아니고.
다만, 가상이니까. 가상이기에 현실을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는 거다. 문학 - 특히 서사문학-의 제시 능력이란 그런 데서 나오는 걸 거다. 현실을 쫓아가서 그대로 갖다 붙여 놓기에 바빠서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현실을 반영하되, 이 현실에 속하지 않은 사람마저도 작품 속 세계를 또 다른 현실로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구체화가 되어야지.; 문학의 거울은 반드시 깨어지거나 왜곡되어야만 한다. '다른 실제'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음... 적어도 불놀이가. 과연 한국 근현대사를 모르는 사람에게 과연 어떤 가치가 있을지 잘 모르겠다.; 한국 근현대사를 아는 사람에게마저 지루하다. 단막 단막 인용된 부분을 잘라 볼 때에는 몰랐는데 죽 이어서 보니 진짜... 차라리 잘 쓰인 근현대사 논문을 읽는 게 더 소설적일 것 같다. 물론 사료를 문학 대하듯 하면 안되지만... 

예전에 교수님이 농담으로, 한국에서는 리얼리즘이라고 글을 썼는데 외국에서는 초현실주의 문학이라는 소릴 듣는다고 ㅋ 그만큼 우리나라가 미쳐 돌아간다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는데. 음... 외국 평과 우리나라 평(혹은 작가의 의도)가 엇나가는 건 저런 문제도 있지 않나 생각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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