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관우한테 미쳤다. 관우로 시작해서 관우로 끝난다. 어. 정말 농담이 아니라.
제목부터 명장 관우인데 새삼스러운 소리라고? 모르시는 말씀이다. 이 영화는 제목이 내비치는 것보다 훨씬 결정적으로. 관우만을 위해 만들어진 영화다. 감독 및 각본은 정말로 삼국시대가 관우로 시작해 관우로 끝났다고 믿는 것 같기도 하다. 오로지 한 인물만 중심에 놓고 그 인물만 바라보며 이야기를 풀 때의 모델을 잘 보여주는 영화.
그런데 이 영화 괜찮다. 어. 솔직히 말해 잘만들었다. 구성 쩐다. 하고 싶은 이야기 전달이나 비주얼, 이야기 내 구성에 있어서는 깔 데가 별로 없는 것 같다. 외적 고증을 들이대는 순간 앗쌀한 도단이 되어 버리지만 영화 내적으로만 봤을 때는 말이다. 야사가 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 것 같은 영화랄까. 만약 이 감독이 영화 및 그와 비슷한 매체가 없는 시대에 태어났다면 분명 야사 식으로 만들어 퍼뜨렸을 것 같은 이야기.ㅇㅇ
물론 그렇다고 이 영화가 뽕빨이 아니란 건 아니다. 영화는 명장 관우라는 타이틀에서 연상되는 뽕빨을, 기대에 어김없이 보여준다. 충실하게. 기나긴 원래 이야기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비춘 부분 외는 강력하게 스루한다. 이 영화가 의외로 잘 만들어졌다고 해서 삼국지 전체를 관통하는 뭔가가 나왔다는 건 아니다. 설령 그게 느껴졌다고 해도 여타 삼국지 매체를 접하고 있던 내 머릿 속에서 끼워맞춘 맥락이지, 이 영화가 풀어낸 건 아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그 뽕빨에 몹시 충실하다는 점. 뽕빨 사이 사이 연결이 몹시 적절하다는 점. 그리고 비주얼이... 그래. 비주얼이 겁나게 훌륭하다는 점. 그리고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위나라를 귀엽게 그려줬다는 점. 뽕빨의 결론이 비웃기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별점 받을 만한 작품이다. 난 개인적으로 적벽보다 좋았음. 깔끔한 스토리. 버릴 건 버리고 취할 건 취하고 왜곡할 건 멋대로 왜곡해줘 버리는 당당함. 오밀조밀 깨알같이 맞춘 설정. 적당한 액션. 꽤 훌륭한 비주얼.
그러고보니 영화 볼 때에는 별로 생각하지 못했는데, 관우라는 이름에 기본 설정되어 있는 그 쩔어주는 무력이 의외로 과장되지 않았다. 이 영화 관우가 개씨발 먼치킨이긴 한데 (존나 저 정도면 관우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무서워 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할 정도로 강하다.) 그 먼치킨함을 보여주는 방식은 과장되지 않았음. 역시 생각할수록 잘 만든 영화 같다.
스포일러는 접음. 지금은 피곤해서 길게는 못쓰겠고, 2차 감상하고 썰 더 풀어야지.
- 미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으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술에 최음제를 타 너의 침실로 - 가 동인설정이 아니라 그 말인가? 으아이고미ㅏㄴㅇ러ㅏㅣㅁㄴ아ㅣㅓㄹ미ㅏㅓㄴㅇ리ㅏㅓㅁㄴ이ㅏ ㄹ및미ㅏㄴㅇ러ㅏㅣㅁ니ㅏㅇ ㄹ
- 이 영화 조조의 낚시스킬은 레알이야 ㅋㅋㅋㅋㅋ 너무 대놓고 낚는 거 같은데 알고보면 그 행동마저 또 하나의 미끼일 뿐이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조조랑 관우 대화가 아주 제대로다. 관우와 헌제의 대화도 씨발이다. 사실 그렇게 세심하게 다듬어진 대사는 아니다. 예리하거나 기가 막힌 한 수는 부족함. 뭉툭한 부분들이 너무 많음. 하지만 그래도 훌륭한 편이다.
- 이 영화 조조 깨알같이 귀여워.ㅠㅠㅠㅠ 어디가 얼마나 귀여운지 다 말도 못하겠어.ㅠㅠㅠ
- 난 사실 이 영화 보면서 조관보다 조장에 발렸다. 하 장료 너란 장수 존나 이쁜 장수
- 헌제 캐릭터 몹시 신선함. 그 헌제와 조조의 관계도 존나 마음에 들었음. 막판에서 다 같이 캐붕이 돋긴 하는데 그게 뭐 나름 말되는 캐붕이라... 너무 성급하고 직접적으로 드러나서 그렇지 맥락에 없는 캐붕은 아니었다.
막판 캐붕에 대해 논하려면 초장부터 논해야 하는데, 애초부터 이 영화의 천자는 도저히 삼국지연의 - 관련 2차 창작물 포함 - 의 황제 예상 바깥을 도는지라. 그러면서도 또 그 유씨 집안 특유의 뭔가는 살렸음.
- 초반부에는 여주한테 뭐 있는 줄 알았다. 결론은 순수한 한떨기 민폐녀. 그래도 난 소교보다 이 여자가 더 좋음. 소교의 행동은 뭐 대단히 성스러운 것처럼 쉴드를 치는데 이 작품에서는 여주의 행동을 그렇게 보여주지 않거든. 이 영화의 여주는 대놓고 어리고, 철이 없고, 이기적이다. 도덕과 명분에 자부심을 갖고 있지만 대국적 시각이나 배려심, 인내심도 없다. 겁을 먹고 달달달 떨다가 마지막에는 엉뚱한 드립을 치고 죽는다. 그런데 난 이 여자가 밉지가 않다. 열라 민폐만 끼치다 덧없이 죽었는데 말이지. 그냥 영화가 이 여자의 행동에 대해 쉴드를 쳐주지 않아서 그런듯. 죽는 것도 존나 깔끔하게 죽이고 말이지. 뭐 천천히 죽는다거나 관우와 눈을 맞춘다거나 유언을 남기려 한다든가 하는 개드립을 치지 않아서.
죽는 건 죽는거지. ㅇㅇ
- 아 조조님이 붓같고 노는 거 존나 귀엽다.
- 위나라 장수들도 존나 귀엽다. 아 적벽에서 요만큼만 해줬으면 내가 적벽 주유가 무슨 개드립을 치더라도 적벽을 좀 좋아했을지도.
- 영화의 장료와 순유는 하후돈과 순욱에서 많이 따온 게 확실함. 행동이나 역할이나. 그러고보면 어느 영화에서든 하후돈을 직접적으로 잘 내보내질 않네. 왜일까. 역시 관도가 나와줘야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