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자국

Swimming/BOOKS 2010. 10. 12. 22:45

한 때 그림자'제국'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던 이영도 중편. 지금도 제국 쪽이 더 간지가 난다고 생각하지만 아무렴 어떠한가. 
새삼스럽게 왜 나는 좀비가 되지 못하는가 - 를 잘 되새김질하게 해준 책. 어. 이유야 별 거 있겠습니까. 머리가 나빠서. 
좀 풀어서 말하자면 - 나도 내가 뭔 말을 하는 건지 정확히 모르는지라 풀기 겁나긴 하는데 - 대략 이렇다. 뭐, 이영도의 캐릭터 1,2,3이 그저 이름만 다를 뿐 이영도 1, 이영도 2, 이영도 3인 건 이영도가 알고 캐릭터가 알고 독자가 아는 바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관철해오고 있는 개-_-성이므로 이제와서 이거 자체에 딴지를 걸 마음은 없는데. 어. 때로 이게 너무 극단적으로 치닫는단 말이지. 
대략 그림자 자국을 읽으면서 폴렙을 읽었을 때 느꼈던 정도의 불쾌감을 느꼈는데, 폴렙이 내 기억 약 7~8권의 장편이었고 이건 1권짜리라는 걸 생각해보면 불쾌감 상승 지수는 이쪽이 훨씬 높은 것 같다. 어. 그니까 요는.
뇌내망상인지 공상인지 공론인지를 신나게 늘어 놓는 건 좋은데, 그야말로 뇌내공론이기에 가능한 설정만 늘어 놓지 말란 말이야. 이야기 자체가 망가진다고. 이 소설은 정말 이야기로서는 시망이야.;;; 이게 뭥미. 아놔. 그래서 어쩌란 겅미. 내가 이영도 소설 읽다가 이렇게 넋나간 부랑자 된 건 또 간만이네.ㅇ<-< 예언자 존나 이건 뭐하자는 놈인걸까?;; 이 소설에서 드라 추억 돋는 드립들을 빼면 과연 이게 읽힐까?... 
앞에서 신나게 어떤 설정을 푼 다음, 그야말로 '이론상' 가능한 방법으로 그 설정을 깨부순다. 기존의 설정이 깨부숴지는 건 좋은데 문제는 그 과정이다. 그 설정을 깨는 설정이 너무나 수학 공식같은지라, 이야기가 망가진다고.;;; 덧붙여 캐릭터도.;;
이 이야기에 나오는 예언자는 이영도 등장인물 중 가장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이 작품에 캐릭터라는 게 있다고 할 수 있는지조차 의문이다. 폴렙 때는 워낙 스케일이 커서 그럭저럭 스루할 수 있었는데 뭐랄까 이건... 어... 밑바닥이 보인다고 해야 하나.;; 아 이런 거 이런 걸 좋아하고 저런 거 저런 걸 싫어하고 그런 거 그런 걸 못 쓰는구나.;;; 근데 자꾸 쓰는구나.;; 하는.... 아니 물론 어느 작가든 글에 개성을 보이게 마련인데, 개성이 보이는 것과 장점 단점이 다 까발려 보이는 건 또 다른 문제라고나 할까....

소설 자체에 대한 감상이라면 예언자가 예언하기 전까지는 재미있었습니다. - 왕비가 심히 무리수였지만... 뭐 갈수록 무리수 돋긴 하지 - 이 이후에는 '이야기'로서의 가치가 있는 건가 싶게 산으로 갔습니다...

대개 이영도 소설은 마무리가 흠좀무인데, 이건 왜 중반부터 흠좀무였던 건지....

그래도 이영도 전투씬은 레알이다. ㅇ<-<


s와도 한 얘기지만, 이영도의 진정 무서운 점은 이 놈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몰라도 책장을 넘기는 것 자체에는 별 무리가 없다는 것이다. 장점이자 단점인데, 어느 쪽으로든 무서운 점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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