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초나무에게서 듣는 음악 / 박정대

Growing 2009. 11. 13. 12:04
사랑은 얼마나 비열한 소통인가
네 파아란 잎과 향기를 위해 나는 날마다 한 桶의 물을 길어 나르며
울타리 밖의 햇살을 너에게 끌어다 주었건만
이파리 사이를 들여다보면 너는 어느새 은밀히 가시를 키우고 있었구나.
 
그러나 사랑은 또한 얼마나 장렬한 소통인가
네가 너를 지키기 위해 가시를 키우는 동안에도 나는
오로지 너에게 아프게 찔리기 위해,
 
오로지 상처받기 위해서만 너를 사랑했으니
산초나무여, 네 몸에 돋아난 아득한 신열의 잎사귀들이여.
그러니 사랑은 또한 얼마나 열렬한 고독의 음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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