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따지는게 무의미하다. 그래. 애초에 내가 글을 안 지워 놓은 것 자체가 화근이지. 그런 일 있었던 거 자체가 화근이지. 그런 사람과 말을 튼 거 자체가 화근이지.
지금에 와서까지 죄송스러운 건 당시 나때문에 엄하게 시선 받았을 모님뿐이다. 그 분한테는 약속한 것도 다 못 지켰고.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없었다는 이유 때문에 엉뚱한 분이 고생하셨지. 다른 분들에게도 모두, 아니 당시 나를 알고 있던 모든 사람들에게 다 미안하지만 지금쯤은 다들 잊고 잘 사시고 계시거든. 내가 죄송한 마음 품고 있는 거 자체가 그 분들한테 실례인 것 같아서. 떳떳하게 그 분들한테 찾아가서 인사는 할 수 없어도 걍 나도 나대로 잘 살기로 했다. 다만 내가 영자 입장 이상으로 뭔가 약속한 건 그 모님뿐이라서 아직 그 분한테는 죄송한 것뿐이고. 제대로 앞에서 사과도 못했다는 거. 걍 그분하고 더 놀고 싶어서 내가 생각해도 힘들 거 같은 일을 자꾸 약속했다는 거. 이제와서 사과하기에도 너무 늦어 버렸다는 거. 그게 계속 걸릴 뿐이야.
애초에 내가 일을 크게 벌려 놨던 걸, 일을 크게 벌려 놨으니 사람들이 보고 얘기하는 건데 어쩌겠냐. 걍 난 살자. 에라. 화는 내서 뭐하나.
논문이랑 글이나 씁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