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브쟈나이'ㅠ'...

Swimming/x-men 2011. 6. 27. 22:20

  전에도 잠깐 얘기했지만 난 이 영화 찰스가 나이브하다고도 생각하지 않고, 이상주의적이라고는 더 더욱 생각하지 않는다.(앞으로 이상주의적이 된다면 되겠지. 아마.) 낙관적이었다고는 할 수 있지만 '이상'이라기엔 너무 애매해. 애초에 인간에게 무슨 이상을 기대할 상황이, 그 플로리다 해변 전에 주어지긴 했었나? 그리고 구체적으로 걔가 인간에게 기대한 이상이 뭔가.

   인간과 뮤턴트 관계 문제를 에릭이 얘기하지 않은 게 아니다. 찰스도 흘려들은 게 아니고. 겨스님은처음부터 인간을 '포용'해야 한다고 했지. 인간이 알아서 우리를 인정해 줄 거야. - 라는 말은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처음부터 CIA에 적극적으로 협력한 건 모두 그 인정을 받아내기 위한 거래였지. 상대가 계약을 지킬 거라고 확신한 게 문제라면 문제겠다. 하지만 상대를 맹신하는 것과 상대가 설령 파토를 낸다고 해도 수용하겠다는 건 전혀 다른 자세다. 
 분명한 건 포용은 순진한 자세는 아니란 거야.
 에릭의 '지나치게 순진한 거냐, 아니면 오만한 거냐' 라는 질문은 다분히 뒤의 '오만'을 강조하기 위한 대사였다고 생각함. 찰스가 반응을 보인 것도 오만 쪽이었고.

  차라리 나이브함으로 오만함을 감추고 있다고 하는 쪽이 설득력이 있어. 어린 뮤턴트들이나 CIA 요원들과의 관계에서 사람들을 쉽게 감화시키는 건 어디까지나 신뢰를 줘서지, 무슨 순수함이나 성스러운 인격에 의한 감화는 아니라고. (산전수전 다 겪은 CIA요원들한테 지 말만 믿고 출동하자고 하고는 당당하게 지휘자 포지션 잡고 있는 저 인간... 허허... )

  그리고 인간적으로으로, (24years는 오류라고 단정짓고 얘기하자면) 30대 초에 옥스퍼드에서 교수 타이틀을 딴 인간을 나이브하다고는 ... 도저히... 생각할 수가... 없다. 세상의 나이브가 다 죽었냐?ㅇ<-<
  박사도 아니고 교수. 교수라고. 음허허허... ㅇ<-< 


  뭐 엄밀히 따지면 아직 퍼스트 클래스 시점에서는 '이상'을 기치로 내건 인물은 없어뵌다. 그나마 쇼우? 그리고 에릭? 따지자면 이 쪽이 더 '이상주의?'에 가까울 것 같은데.
  하지만 이것도 그닥. 일단 에릭의 이상 역시 체계적으로 정립된 것도 아니고 어떤 문제 타결책이 될만한 것도 아니고... 에릭의 주장과 행동을 정당화하는 기반은 2차 대전 당시 수용소, 제 몸으로 겪은 경험에 기반한 것이거든. 그게 틀렸다거나 행동 동기가 못된다는 게 아님. 다만 어디까지나 자신의 경험에 기반한 것일 뿐 그걸 세계 전체로 확산시켜서 본다든가, 뚜렷한 노선을 가지고 있다든가 하는 음... 그러니까 거시적인 시각? 그런 게 하나도 없잖아. 아직까지는 말이지.  어디까지나 '매우 한정적이고 특수한' 개인 경험에 기초하고 있는 거라고. 그건 보편적인 현실은 못 되지. 그래서 더 설득력을 갖게 되는 부분도 있지만.'ㅠ'

  오히려 1962년 당시 현실을 얼마나 더 잘 파악하고 있느냐에 대해서라면 에릭보다는 찰스가 훨씬 나을 수 밖에 없지 싶다. 에릭의 현실은 2차 세계 대전에서 멈춰 있어서. 냉전기를 언제 어느 때든 삼차 전쟁으로 들어갈 수 있는 시기로 보는 것도 그렇고. 애초에 나치 사냥 자체가 자기 혼자만의 전쟁 아닌가. 엄마에 대한 복수가 아니라 사실 그거 외에는 할 일을 못 찾은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여러 다른 지인들과도 한 얘기지만 그래서 결국 이 둘은 x자로 엇갈릴 수 밖에 없다는 게... 서로 서로 떠돌다가 한 점에서 딱! 부딪히고 그 충돌에서 얻은 추진력으로 평생 반대편으로 전진 전진. 그런데 또 그래서 서로 절대 못 놓고 ... 아... 이게 뭐야 레알 더러... 

  얘기가 또 요점을 알 수 없게 뒤섞이는데. 요는 나이브한 도련님은 없다는 거. 덧붙여 개새끼도 없다는 거. 애초에 둘이 만날 때부터 이렇게 정해진 거야. 누가 누굴 배신하거나 소홀히 한 건 하나도 없음. 오히려 서로 꼭 같은 정도로 붙잡고 있어서 저렇게 되...되...된거지. 아 더러워... 뭐 어찌 되든 속편에서 잘 풀어 나가 주시리라 믿읍니다. 제작진 여러분... 'ㅠ' 교수님도 에릭도 폭풍 성장해서 서로가 서로를 열심히 디스하시길 빔. 애정을 담아.ㅇㅇ. 서로가 서로를 얼마나 부숴줄지 얼마나 자극시켜줄지 서로가 던지는 질문에 어떻게 답할지 그래서 어떻게 이안 맥캘런과 패트릭 스튜어트가 한 그 노년 포스에 이를지 몹시 짜장 레알 기대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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