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기차가 달린다고 하잖아
그러니까 닥치고 기차는 달리는 것이다 우와앙?
설국열차감상
- 기승전북극곰?
- 꼬리칸은 1984, 앞칸은 동물농장, 엔진실은 성경.
- 베드로를 천국문키퍼에서 브레이커로 타이틀 변환시키는 영화.
- 송강호 이번엔 딸 살리는 데 성공했네~
- 이 영화 솔직히 그렇게 잘 만든 영화 아님. 영화 내 꼬리칸과 앞칸의 계급 구조 설정이나, 기차 구조 설정같은 게 어긋나는 건 따지지 않기로 하겠음. 이야기 자체가 엉성한 거임. 환상적 설정에 빠져들게 하는 게 아니라 '이건 '환상'이니까. '구라'니까.'하고 밀어붙이게 한단 말이지. 좀 더 말이 안되었음 어거지가 될 만큼.
대사도 좀 불만. 좀 말이게 영화의 주 언어는 영어인데 감독은 한국인이라 그런 걸까 아니면 내가 캐치를 못한 걸까. 같은 상황에서더 발리는 대본 쓸 수 있었을 거 같은데 대사가 어째 찰지지 않아. 적어도 자막으로 보면 그래. 이거보다 훨씬 더 도수 높여서 보여줄 수 있을 텐데, 상당히 물타기를 했달까. 그런데 그 물의 비율이 적절해서 먹을 만 하다는 게 또 함정.
게다가 결정적으로 이야기 뭉텅이가 되게 퉁 퉁 끊어져. 꼬리칸이고 앞칸이고, 어떻게 이렇게 되었는가에 대한 과정 묘사는 전혀 없어. 꼬리칸 사람들이 어떻게 생존했는지, 바깥 세계 상태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중요한 설정들을 다 커티스와 송강호 벽과의 대화로 풀고 있잖아. 배우들 연기력으로 커버치긴 했지만 솔까 둘이 원활하게 대화를 하는 게 아니다보니 튄다고. 게다가 최종보스 앞에 두고 갑자기 서로 썰 푸는 것도 웃기고. 왜 저런 설정들을 중간중간 못 풀었나 싶어. 물론 잘못 넣었으면 영화가 무지 산만해 보였겠지만 그걸 잘 푸는 게 이야기꾼 테크닉 아니겠습니까? 이야기의 균형이 맞질 않아. 꼬리칸은 상대적으로 짧게, 앞칸은 상대적으로 너무 길게 나오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도 문제. 요리 재료들을 완전히 가지고 놀면서 맛을 푹 끌어낸 느낌이 나지 않음.
그래. 솔까 괴물보다 못 찍긴 했어.
-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동화책장 무한 삽입하는 듯한 앞칸 묘사가 싫지 않았던 건, 저 안온한 세계 속으로 난입해 들어가는 꼬리칸 사람들의 모습. 그거 자체를 찍고 싶어했다는 감이 와서임.
-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그 '이런 걸 찍고 싶었다' 하나로 밀어붙이는 힘임. 영화 자체가 기차. 온갖 설정펑크에 쾅쾅 정면으로 부딪히며 하고 싶은 말을 전속력으로 밀어붙이는 기차.
- 내가 이 영화에 훅 넘어간 건 열라 하찮게 처리해버린 길리엄 헤드샷. 그리고 그 헤드샷 장면을 재현하며 어깨 으쓱해 보이는 윌포드.
윌포드-길리엄-엔진의 삼위일체는 완벽하다 그리고 삼위일체가 완벽한 한 꼬리칸 사람들과 앞칸 사람들의 위치가 정해져 있는 것도 당연한 것이죠 ㅋ 적어도 인간이 상정하는 신이란 저런 존재인 거지. 지배체제의 원형, 또는 유치한 압축. 그 존재에게는 예수의 죽음도 손장난 한 번에 불과할 뿐이야. 인류의 구원이자 신과의 연결고리라는 그 예수도.ㅇㅇ. 예수의 밤샘 기도는 끊이지 않는 전화질일 뿐이지. 그 전화 받느라 17년이 170년같았을 거야.
신을 만나면 신을 죽여라. 그리고 네가 신이 되어라.ㅋ
누가 자리 잡게 되든 변하는 건 없다. 신발은 신발이고 모자는 모자이며, 신발이 머리 위로 올라오는 일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마치 레일 위를 긋는 기차처럼, 절대 탈선할 수 없는 진리인 거지. 엔진이 멀쩡한 한. ㅋ
- 결국 선지자란, 선 범죄자일뿐인지도 모름. 먼저 범하고 먼저 회개하는 자.
- 설정구멍 설정구멍 하지만 이 영화 최고 설정 구멍은 송강호. 아니 뭐 이런 먼치킨이 다 있엌ㅋㅋㅋ송강호 부녀만 따로 홍길동 전우치임ㅋ
- 개인적으로 엉성한 기차구조보다 더 신경쓰였던 건 기관총연사. 아니 이봐. 74%를 줄이겠다고 정확한 수치까지 분 마당에 기관총 연사라니. 저걸로는 그렇게 정밀하게 인구 수를 조절할 수 없다고.
- 이런 걸 찍어놓고 길리엄과 그레이가 연인관계라느니 액션이 어떻느니 변죽만 올리며 능청떠는 감독이 밉다!
- 그래서, 비교해보자면 설국열차는 화려한 케익 위에 꽂혀 있는 다이너마이트 한다발. 한 가지 이야기를 오롯이 하기 위해 온갖 환상을 부풀렸다. 케익 위 장식이 무엇이 들어가든 제빵사 마음이듯, 무슨 설정이 갖다 붙느냐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음. 이 중요한 건 기차는 달리고 있으며 크로놀 다이너마이트 심지에는 불이 붙었다는 것이다. 나머지는 그저 케익이 맛있어 보이게 하기 위한 장식일 뿐이지. 다이너마이트가 터지는 순간 화려하게 폭발할 수 있도록. 아슬아슬한 데코.
그래서 이 영화는 기(차)승전-북극곰. 결국 마주친 것은 기차 밖 생태계. 이 영화의 기차란 옆으로 길게 뉘어진 바벨탑, 혹은 지구 그 자체. 인간들이 기차 안에서 맹렬히 돌며 자신이 벌인 짓에서 도피하고 있었다면, 엔딩은 결국 바깥으로 나오면서 맺게 된 셈.
그런데 하필 마주친 것이 야생 북극곰이라는 게 걸려... 저 눈덮인 세상에서 서로를 유용한 단백질 공급원으로 삼게 되는 인간과 곰........ 그 사투의 결말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