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king
생일이다
싱♪
2011. 3. 13. 00:39
일단은 닥치고 스물일곱번 째 생일 축하. 이제 만 스물여섯.
기분이 참 묘하다. 죽겠다 죽겠다 지랄을 하다 생일을 맞은 탓이다. 결국 산다. 살게 되었다. 애초부터 안 죽을 거란 거 알고 있었으니 딱히 새로울 건 없는데. 그냥 또 빚이 는 것 같아서 그렇다. 일주일 전 상태에서 했던 생각대로 표현하자면, 사는 게 더 무거워졌다. 사는 쪽으로 더 무게가 실린다. 하루 더 살고 일주일 더 살고 한 달 더 살고 그걸 열두번 반복해서 일년을 채우고 살아 있는 만큼 빚이 는다.
죽으려면 한 살이라도 더 먹기 전에 죽어야겠다 싶었는데 결국 한 살 더 먹었다. 어 이런 중이암 말기 잠꼬대를 일일이 써놓는 건 나 보라고.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나 똑바로 보라고 써놓는 거다. - 라는 말도 일부러 써놔야 할 정도로 부끄럽다. - 그런데 그때 기분에는 꼭 그랬다. 어차피 못 갚을 돈이면 한 푼이라도 덜 빌려야 한다는 거랑 비슷....... 근데 또 살다보니 살게 되고 살 이유도 생기고 살만 하기도 해서 또 하루 하루 살았다. 어쨌든 지금은 살 만 하다.
생일이니까 나한테 뭘 해줄까 고민해보다가, 요 며칠 깨달은 것 몇 가지, 고민 몇 가지나 정리해 보기로 했음. 달리 뭐 질러주거나 할 건 없더라. 필요한 게 없는 건 아닌데 다 생활 상의 필요인거지 기념은 아니라서.
깨달은 것 몇 가지
1. 난 나 자신과 대화를 더럽게 안한다. 나 자신과 꼭 대화를 해야 할 때 다른 사람에게로 가버리는 식.
근데 사실 나는 이 문제에 대해 나 자신과 얘기를 해야 하는 상황인거지. 남한테 털어 놓으려는 게 아니라. 그냥 나랑 대화를 못 견디니까 나 대신 남을 데려오는 거다. 그리고 나 스스로랑 하고 싶은 의논을 그 사람과 실컷 한다. 남은 남대로 당황스럽고, 나는 나대로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해 서로 손해본다. 남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내 자신이 깊은 생각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남이 기껏 내게 가장 적절한 조언을 해줘도 난 나 자신을 깊게 보지 못하니까(날 봐야 할 눈을 다른 이에게 돌려 버리므로) 이게 정말 내게 필요한 것인지 캐치하지 못한다. 내지는 일부러 캐치하지 않는다.
요는 누군가를 붙잡고 막 하소연이 하고 싶을 때는 참고 혼자서 생각을 계속 해보는 편이 좋다...는 거. 하소연하고 싶을 때의 난 종종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도 모르는 것 같다. 그냥 내가 뭔가 존나게 불안하다고 비상벨을 신나게 눌러대는 거지. 남들이 밤 중에 놀라 깨서 달려오면 글쎄요.... 늑대가... 왔...나? 늑대가 오긴 왔는데........ 하고 말이 중언부언 늘어지고. 일단 억지로라도 혼자 생각하는 습관을 들일 필요가 있다. 남에게 달려가는 건 좀 나중에 해도 된다.
2. 의외지만 몸 움직이는 걸 좋아한다. 잘 하지 못할 뿐이다..... 의외지만 2222 몸 움직이는 건 내 문제 해결에 꽤 도움이 된다. 특히 집중하지 못할 때. 정신없이 어푸푸푸 거리다보면 생각이 튈 겨를이 없다. 물론 어푸푸푸 거리면서 해야 할 일을 못하지만 그래도 온갖 잡념이 휘모리장단을 치는 것보다는 낫다. 잡념으로 두뇌가 만석 되느니 차라리 텅 비어 있는 편이 기분 개선에도 도움이 되고....
3. 내가 엄청 눈에 띈댄다. ... 솔직히 말해 좋은 의미의 말은 아닌 것 같다. 그만큼 내가 때와 장소에 맞춘 행동을 못 한다는 뜻인 거 같고. 뭐 이건 전부터 알고 있긴 했으니..... 전부터 생각에 빠지면 남들 눈 신경 못 쓰기도 했고. 이와는 살짝 다른 차원의 문제로는 교수 코 앞에서 한 손으로 계속 낙서를 해댄다든가, 자세가 흐트러진다든가, 자기 발표하는 날 격하게 늦는다든가....... 전반적 불성실한 자세. 이런 행동들을 하면서 난 내가 눈에 안 띈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어디까지나 내 희망 사항일 뿐이지 살과 피로 된 인간이 공기가 될 수는 없는 거거든. 남들은 내게 큰 관심도 없지만 볼 건 다 본다는 거죠.
요는 그냥 사나 벌벌 떨면서 사나 눈에 띄는 건 마찬가지니까 마음이나 편하자는 거. 내 이런 면을 바꿀 생각은 별로 안 든다. 사람은 걍 생긴 대로 사는 거고. 불성실한 결 숨기기보다는 성실해지는 게 낫지.
4. 이대로라면 연애 못할 거 같아..... 역시 상담을 한 번 더 받아 봐야 할 거 같아.......... 근데 이거 상담 받는다고 해결될까? 아 뭐 이래 쫌 확실하게 뭐때문인지나 좀 알면 좋겠군.
5. 내 주변의, 나와 비슷한 나이 대의, 내가 소속된 집단의 사람들은 다들 나랑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더라. 그놈이나 저놈이나 도찐개찐. 난 나 혼자만 찌질한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 심지어 교수님마저 찌질찌질해질 때라고, 많이 찌질찌질하게 될 거라고 하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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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고민리스트
1. 글이 안 는다. 안 써지는 것도 안 써지는 거고. 쓴 것도 좋은 평을 못 받았다. 퇴고 한 차례 보지 않은 것이 이젠 스스로에 대한 변명같다. 한번이라도 시간에 쫓기지 않고 천천히 써볼 필요가 있다.
사실은 늘었을지도 모르는데... 그런데 어느 부분이 는 건지, 늘려야 할지 모르겠단 말이지. 날 잘 아는 사람들에게만 읽히는 글만 쓸 생각은 없으니 뭔가 좀 어떻게 해 봐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 그렇게 하면 정말 문제가 해결이 되나? 글이 늘까? 내가 재주가 있냐랑은 별개로, 이렇게 하면 글이 늘 것이다 -- 라는 방향이 전혀 안 잡힌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
2. 장편 구상 해야 하는데 쥐뿔 안 나온다.
3. 논문 계획서 갱신 해야 하는데 쥐뿔 안 나온다. - 방학 동안 관련 작품들을 읽어 보긴 했는데 답이 안 보인다. 망했다.
4. 비교 비평+발표할 작품들을 선정해야 하는데 당최 감이 안온다.
5. 2~4번의 문제들을 해결하기에 레알 시간이 촉박하다.
6. 일주일 전 상태+개찌질찌질이 언제 또 되풀이 될지 무섭다. 내가 헤어나올 수 있을지도 무섭다. 일주일 쯤 지나 생각해보니 '인정'한 덕분에 돌아온 것 같기도하고. 그런데 그 인정이라는 게 그래 나 이런 사람이야 ㅇㅇ 한다고 순식간에 될 거였으면 내가 이렇게 고민 길게 안하지.
7. 책 읽는 속도가 너무 느리다. 읽어야 할 게 너무 많은데...... 원인1. 머리가 나쁘다. 2. 집중을 더럽게 못한다. 3. 난독이다.
어느 게 가장 심각한 문제인걸까. 아무래도 2번이 제일 큰 것 같은데. 근데 왜 난 이렇게 집중을 못 하나. ㅇ<-< 이젠 이런 나한테 내가 지친다고.
8. 살이 안 빠진다. 아니 존나 느리게 아주 천천히 빠지고 있긴 하다. 근데 이게 뭐 뺀 게 뺀 거 같지가 않고 그래. 무릎도 나아지긴 했는데 여전히 조심해야 하고...
9. 여전히 내가 뭐가 문제인 건지 왜 자꾸 그러는지 잘 모르겠다 ㅇ<-<
10. 아씨발 올 해에 깔끔하게 졸업은 글렀고 근데 졸업시험은 봐야겠고 논문 준비도 해야겠고 글도 써야겠는데 취업 준비도 이젠 해야 하겠고 근데 일 하면서 글 쓸 수 있는 직업이 대체 뭐가 있을까 생각하면 웜매 눈 앞이 그냥 캄캄해져 버리는 것이고 아놔 나 어케 하지... 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