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노 10화 스포일러 있음. 보실 분은 피하삼.
내가 언년이 자체는 그닥 좋아하지 않아.
그런데 태하언년적 관점에서 봤을 때 언년이는 괜찮아.
그리고 내가 태하언년을 꽤 지지하기도 해. 랄지 돌 떨어트리기 전부터 걍 저 둘이 이어지는게 낫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그런데 태하언년적 관점에서 송태하는 내 관점 이 드라마 최고 볍신캐인 거 같아.
결론은 그래서 오늘 다 좋았는데 - 남녀가 유별하지만 런 포 유어 라이프도 좋았는데 -
야 시발 그래서 한섬이 어쩔거냐고. 한섬이는 배신자코스하느라 놈팽이 취급당하며 2년 버티면서도 그래도 호강시켜주고 싶다고, 진정 한마디 찬찬히 주고 받지 못하다가 마지막까지 이름도 제대로 못 듣고 원손 들쳐 업고 튀었는데 넌 그 와중에 연애질이야? 한섬이보기 미안하지도 않니? 아오 빡쳐 레알 어의승천하겠네 이 드라마 왜 이래 내가 이쯤되면 철웅이가 존나 이해가 되는 거야 매사에 저런 태도니 옆에 있는 사람 열이 안 뻗쳐?
잘 보다가도 자꾸 깔깔하니 걸려서 몰입이 안된다. 일각이 급할제 언년이 데리러 간 송장군을 기다리며 원손 들쳐업고 발이 동동 구르는 한섬이 왈 > 백성 하나를 구하지 못하는 자는 나라를 구할 수 없다 하였습니다. 저는 구하지 못하고 도망쳤는데 장군님은 또 한 사람을 구하시려나 봅니다. 참으로 나라를 하나 세울만한 사내 아닙니까? <
이건 장군 하는 꼴을 보고 뒷목이 뻐근한 한섬이가 송태하를 비꼬는건지 아니면 궁녀의 이름도 듣지 못하고 떠나야 했던 스스로를 자조하는건지? 진심으로 감복하는 거 같기도 한데 이건 뭐 병신도 아니고. 시발 장군이 이렇게 굴줄 알았으면 한섬이 너도 한번쯤 궁녀에게 잘 뵈고 손이나 따뜻하게 잡아 볼 것을. 시발.
대략 보다보니 내가 참 어이가 없어서 말야. 아니 손을 꼭 잡고 부둥부둥 걸을 시간은 나면서 선약 장소가 있으니 그 쪽으로 먼저 가서 배에 타 있으란 말은 왜 못하누? 제작진이 송태하 존잘 설정을 짜놓은 다음 너무 거기에 안주하는 거 같아. 송태하는 존잘이라 활검창이 포위해도 다 뚫고 나가고 진검 든 사내 셋을 대나무 꼬챙이 하나로 상대하고 생활스킬도 1랭이고 그림도 잘 그리고 아녀자에게도 따뜻한 도시무관이란 것 까진 좋은데 분명 살수가 있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무기를 놓고 내려가는 건 뭐하자는 개배짱이며 2각 안에 어디 있는지도 정확히 모르는 언년이를 데려오겠다는 건 어디서 나오는 근자감인가? 물론 언년이를 데려올 수 있다기 보담도 데려오겠으니 시간 안에 오지 않으면 떠나라는 거였지만. 그리고 지 손으로 제주도까지 끌고 온 언년이이니 지가 책임져야 하는게 맞지만. 그럼 배를 먼저 출발시키고 지는 다른 배를 알아보든가, 아니 다 필요없고 언년이한테 거기 가 있으라고 하면 되었짢아!!!! ㅏㅣㅓㅁㄴㅇ러ㅏㅣㅁ니ㅓㅏㅇ러ㅣㅏㄴ머ㅏㅣ;ㅓㅏ ㅇ나오 아오 빡쳐
반면 돌맹이를 떨어트린 시점에서부터 언년이는 그닥 점수가 깎이지 않고 있다. 이건 이미 언년이는 저런 캐릭터라고 마음을 비워서 그렇기도 하고 이다해가 너무 이뻐서기도 하고 이다해 연기가 걍 무난한 톤이라서기도 하고.
이젠 왜 혼인 첫날 도망을 놔서 오빠를 엿먹였나까지도 됐다 치고, 그리 가출해놓고 뻔히 추적대를 풀 오빠도 잘 아는 암자에 덜렁 가서 제 올리는 것 외에 계획이 전무했던 건 어째서인지, 뻔히 위험해 보이는 송태하에게 말로만 퉁길 뿐 따라가기는 또 곱게 따라 가는 건 왜인지 좀 알고 싶은데 하지만 나도 안다. 그런거 설명되긴 글렀다. 아니 언년이 오빠 큰놈이마저도 캐릭터 매이킹 잘해놓고 왜 언년이만 이 모양인지 모르겠다. 백호의 언년이에 대한 연심이나 황철웅 가정 사정같은 걸 끼워넣을 만한 센스는 있으면서 왜 언년이라는 인물 설명은 이토록 부실한가. 까놓고 말하면 설화도 좀 망끼가 나지만 언년이보다는 그래도 설명이 된 편이다. 누군가는 설화가 지분을 다 처먹어서 언년이 지분이 없어진다고도 하던데 내가 보기엔 설화 분량이 정상이고 언년이는 과하게 설명이 안되는 거다.
정확히 말하면 언년이는 언년이를 주체로 한 캐릭터 설명이 차근히 이루어진 적이 거의 없다. 언년이가 노비로서 어떻게 살았고, 이룰 수 없는 도련님과의 사랑에서 자신의 출신에 대해 어떤 고민을 했으며, 도망 후 양반으로 살기 위해 무엇을 버렸고 신분 한 층 오르고 내림에 돌변하는 세상이 어찌 보였는지, 왜 대부분의 당시 여인들이 원했던 삶에서 도망쳤는지, 그 모든 설정은 며칠을 노숙해도 마냥 뽀오얀 언년이의 살결마냥 모호한 밑그림 단계에서 그쳐있다. 언년이가 등장하는 장면은 대개 대길이 관점 원스 어폰 어 데이 무한 재생이거나 상황에 휘말려 송태하의 손을 어색하게 잡고 도망치는 게 전부다. 덕분에 가끔 그녀의 면모를 설명해주는 대사들도 묵직하게 전달되지 못한다. 노비보다 못한 것이 되어서라도 지켜야 하는 것이 있다 말하는 송태하에게 '노비보다 못한 것은 없답니다.' 라고 아련하게 대답한다 해도, 드라마에서 보여준 그녀의 노비 시절은 물동이 이고 빨래를 좀 하다가 대길이와 돌맹이를 주고 받으며 연애를 한 것 뿐이지 않은가. 이런 상황에서 시청자가 그녀를 이해하려면 다른 캐릭터들 곱의 상상력을 발휘해야만 한다.
달리 설정 붙일 것 없이 지금까지 잡힌 설정만 좀 구체적으로 그려줘도 언년이라는 캐릭터도 나쁘진 않을 텐데. 민폐를 끼치는 게 문제가 아니다. 모든 걸 썩 썩 잘 해내는 능숙한 캐릭터만 있어서 무슨 재미겠나.(그런 존잘은 송태하 하나만으로도 과하다.) 문제는 그 캐릭터가 그렇게 모자라고 주춤하게 되는 이유다. 사실 따져보면 언년이가 뭐 그리 대단한 민폐를 끼친건 아니다. 지금까지 언년이가 보여준 행동은 가출을 제외하고는 죄다 수동적이고 맘 고운 여인의 전형일 뿐이니까. 언년이는 (외모가 선녀일 뿐) 지극히 평범한 여인이다. 반짝이는 기지도 담력도 없고, 뻔뻔한 낯짝도 굳건한 의기도 없다. 그녀는 그냥 흘러 가는 대로 살았을 뿐이다. -사실 더 따져볼 것도 없이 캐릭터 붕괴가 심각하다. 그 시절에 여인이 혼례까지 곱게 치른 남편을 버리고 가출을 했다. 이건 레알 비구니가 되든가 다른 남자에게 얹혀 살겠다는게 아니면 그야말로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용기가 필요한 행동이었을 텐데 언년이에게는 그런 돌발 행동을 한 이유도, 할만한 성정도 보이질 않는다. 집 뒤안 언덕에서 잘 살겠다고 다짐하던 그녀는 돌아서는 순간 증발해 버렸다. 잘 살긴 개뿔이 잘 살아. 이미 답이 돌아오기는 포기한 질문이지만 너 정말 가출 왜 했냐?
지금 언년이의 등장을 유지해주는 건 태하와의 관계뿐이다. 그래서 태하언년 관계는 언년이에게도 앞으로 갈등 축에도 꼭 필요하다. 아주 이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아내와 아들을 그렇게 보내고 8년 적국을 돌고 돌아와서는 충성을 바치던 자를 잃고 노비로 전락했다. 극적인 탈출 과정에서 만난 지켜줘야 할 존재에 집착하게 되는 게 당연하다고 할 수도 있을 게다. 얼굴은 좀 이뻐야지. 극한 생활에 마르고 뒤틀린 심신에 연심이 피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말야. 태하야. 너 전 좌상이 눈물을 글썽이며 목숨만은 끊지 말라고 할제 각오했던 건 다 어쩌고 지금 이러니. 스승의 시체와 원수를 앞에 두고 언년이 호각 소리에 내달릴 때부터 이미 아... 싶긴 했지만. 이번 화에 그나마 언년이가 태하의 뜻을 이해하고 그에 협조하겠다는 자세가 되긴 했는데 너무 늦었다. 이제와서 그러기에는 이미 너무 많은 행동을 해버린 것이다. 뚜렷한 동기도 보이지 않은 채. 유야무야.
좀 더 언년이 캐릭터가 뚜렷하고 언년이와 태하의 목표가 일치했었더라면 좋았을걸. 하다못해 태하와 언년이 사이의 미묘한 기류를 단순히 기류로만 끝내지 않았더라면 좋았을걸. 아니 하다못해 오늘 태하가 언년이 징표 세워준다고 무기 놓고 가고 배 띄워놓고 내리지 않았으면. 아..ㅁㄴㅇ러ㅏ마니ㅓㅇ리ㅓㅏㅁㄴ이ㅏ러
작가가 마초 성향이 톡 톡 튀는 구나 싶기도 하다 . 어지간하면 창작자한테 성별 드립은 자제하고 싶은데, 이쯤되면 쳐줄 수 밖에 없다. 저렇게 온전한 보호자-피보호자 관계가 로망이신 듯 하니. 참... 저게 매력적으로 보이나?; 저 정도 되면 언년이는 고맙든 미안하든 짜증이 나든 좀 적극적인 제스쳐를 취할 법도 한데. 이 급박한 상황에서 태하 칼을 보고는 안아들고 곱게 앉아 지긋이 기다리는 자태를 보니 참 눈 앞이 캄캄하네요. 저 캐릭터는 성장이 없을 듯. 뭐 성장 가드 레일이 깔려야 성장을 하든 추락을 하든 하지.
어쩌다보니 태하언년 썰로 기울긴 했는데. 이번 화에서 다룰게 그것만은 아니니까 다른 얘기도.ㅇㅇ
마초력이 쩔긴 하지만 이야기는 잘 푼다. 젠장. 갈등 축이 여러 곳인데 지금까지는 그래도 제법 조이고 풀며 잘 나가는 듯. 보낼 사람 확실히 제꺽 제꺽 보내 주는 것도 참 좋다. 그러는 와중에도 핏값만큼 얘기에 무게는 턱 턱 실린다. 이대로 잘 끌고 나가주면 좋겠는데.
황철웅과 송태하의 대결 장면은 참 쩔어 줬다. 뽕빨맛 나는 액션이 정통(인지 아닌지 내가 보는 눈이 없지만)무술 덕분에 좀 절제되면서, 좀 뽕빨맛이 세련되진다고 해야 하나. 더군다나 똑같은 검술로 서로 숨통을 노리는 건 동서고금 어디에서나 로망 아니겠나요. 그 와중에 주고 받는 대사도 참 쩔었고. 아니 정확히 말하면 철웅이 대사가 쩔었다. 팽팽하게 맞서면서 그간 어금닛새에 사려물려 있던 말을 하나씩 하나씩 내뱉는데 참. 아 철웅아 넌 참 좋은 캐릭터야. 난 이번 화로 최애캐 갈아 탄다 앟홋. 단정한 사내들 철릭 뒷태는 또 왜 저리 모에한가. 오지호가 짐승남 소리를 듣나 본데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 무관 -특히 오지호-의 매력은 단정함과 절제에 있는 거라고ㅏㄴ어ㅏㅣㅁ니ㅏㅓㅇ라ㅓ 아니 왜 그걸 몰라들 왜. 태하때문에 한참 짜식해 있었지만 저 씬은 참 좋았지. ㅇㅇ
하지만 당초 지인들의 예상만큼 개발리진 않았음. 첫째로 태하에 대한 짜식도가 의외로 높았고 둘째로 대길이나 큰놈이, 한섬이의 연기가 쩔어줬기 때문이다. 장혁은 이번에 아주 연기력 빅뱅을 하는 모양이다. 그 전에도 나쁘지 않은 연기였지만 이번 화는 얼굴을 보기만 해도 보는 사람까지 몰입되더라. 어휴. 마지막의 그 모두 다 잃어버린, 10년 간 받친 악이 쑥 뽑혀 나가 버리고 찬 바람이 훌 훌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것 같은 표정이란. 저대로 죽어도 놀랍지 않겠다 싶고. 참 답이 없다. 마침 옆에 설화밖에 없다는 것도 훌륭한 듯. 설화 저 땅꼬마가 저걸 어떻게 추스리나. ㅉㅉㅉ
큰놈이는 막판에 출생의 대반전 하나 제대로 뿌려주고 가셨으니- 근데 가면 갈수록 이놈 드라마 내 상놈 분포도가 줄어 들고 있다. ㅋㅋㅋ 큰놈이마저 양반의 씨였다니 허허 나중에가면 큰 주모 작은 주모도 어디 양반 집 규수였던 시절이 있었다고 나오진 않을지. 그나마 언년이는 딱부러지게 노비라고 하니 다행이지마는.- 대략 그 캐릭터로 줄 수 있는 최대한의 여파를 착실하게 준 셈이다. 이런 때 보면 캐릭터 참 잘 쓴다 싶은데. 아... 역시 여캐가 문제인가 여캐가.
그리고 이번에 꼭 죽는 줄 알았던 한섬이. 여기서 한섬이마저 죽으면 원손 의지할 데가 너무 없기도 하고 저 캐릭터는 이래 저래 앞으로도 쓸 일이 많을 것 같아서 안 죽지 않을까 반 근데 어째 죽을 거 같아 반인데 결국은 좀 더 나중에 죽기로 했나 보다. 허허 ... 아 몇화 나오지도 않았는데 궁녀와의 로맨스가 참 애틋하고. 한섬아 지금 너 팔자에 어떻게 궁녀를 호강시켜 주니 어떻게. ㅉㅉ ... 그래도 단꿈이나마 꿔보고 싶었나보다 싶고 궁녀만 안되었고. ㅉㅉ
아무튼 그래서 다음 화도 몹시 기대가 된다는 뜻이야. 슬슬 업복이 쪽이라든가, 전 좌상을 비롯한 시대착오민주혁명단(...어휴...)도 좀 계보가 나올 듯 하고 지금 대길이 추노패 과거도 나올 것 같으니. 이제 다음 화면 반인가? 벌써 반이네. 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