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king

이래서는 곤란하다.

싱♪ 2010. 1. 7. 09:10
- 허구헌날 아파서 골골골골 8시간에 한 알씩 규칙적으로 진통제를 먹는 나날은 좀 곤란하다. 그것도 고작해야 날이 추워졌다는 것 때문에! - 물론 밤 11시에 돌아다니긴 했지만. - 지끈거리는 와중에도 멍해지고 멍해지는데도 지끈거리는 건 떨쳐 버릴 수 없다니 참 불공평하다. 단순히 의지력 문제일지도 모르겠지만.


- 이번에 개봉한-이라고 하기에는 개봉한지도 꽤 되었지만- 에반게리온 파에 대해서는 서보다 좋은 점수를 줄 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엉뚱하게 에반게리온 수록곡이 땡기고 있다. 수록곡을 듣다 보니 이 황당한 애니에 점수를 더 주고 싶은 기분이 들 정도.
그런데 EOE 영상은 너무 충격적이었어. 대체 이 애니는 ...! 무 무엇을 위해 만들어진 애니란 말인가!;; 저걸 극장에서 큰 화면으로 봤으면 레알 미쳤을 거 같은데. 이 난해하고 잔인하고 미친 애니는 뭐지.
그래서 역시 구 에바를 한 번 찾아보긴 해야 겠다는 생각은 들고 있음. 대체 무슨 생각으로 무슨 애니를 만들었고 사람들은 이 애니의 뭐에 미치는 거지? 난 뭐에 끌린 걸까? ... 역시 수록곡?...


- 오라 달콤한 죽음이여를 연달아 듣다보니 머리 선이 묘하게 꼬이고 있음.


- 나는 아무것도 부족한 것이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심지어 부족함마저 부족하지 않습니다. 목록에는 해야 할 일이 차곡 차곡 쌓여 있고 그건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닙니다. 손만 뻗으면 간단하게 친구들을 부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무료하지도 외롭지도 않고 춥지도 배고프지도 않고 과도한 의무나 생계에 허덕일 일도 없습니다. 가볍게 희망할 수 있고 절망을 다독여 줄 사람은 많습니다.
내가 주는 것 없이 누리기만 한다는 죄책감도 사실, 게으름에 의한 도피일 뿐입니다.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볼수록 지금 내가 잡아 놓은 계획 외에는 갈 길이 없습니다. 내가 당장 밥벌레처럼 느껴지는 것은 내가 뭔가를 위해 희생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지금 최선을 다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뭔가 죄책감을 느낀다면 그건 도피인거죠.

나보다 몇 살 더 많은 사람들이 이 나이에 고민하고 방황하는 걸 보면서 어느 정도 각오했지만, 역시 이 나이는 여러모로 복잡한 때인 것 같습니다. 난 운이 좋은 편이지만 주변을 둘러 보다 보면 역시 어렵구나 싶고도. 더 이상 앉아서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문제들이 지인들 머리 위로 쏟아지는 걸 볼 때마다 어렵구나. 하고. 난파하지 않기를 바라보고.

결국 난 '내가 무엇인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증명해야 할 때를 살짝 뒤로 미룬건데, 여전히 뭔가 되기도 전에 나는 아무것도 되지 못할 것이라고 겁을 먹은 것도 같다. 나는 그냥 허영심과 게으름 때문에 또 주변 사람들을 출혈하게 하는 것이 아닌가 - 하는. 누군가 이런 질문을 하면 떳떳하게 대답할 수 있어야 할텐데. 아무도 내게 그렇게 말하지 않기 때문인지 더 나는 나 자신에게 떳떳하게 대답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