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9. 14. 09:28
글
버트란드 러셀 런던통신 1931~1935
Growing
2011. 9. 14. 09:28
1931
Hope and Fear
만약 어떤 사람의 소득이 고정되어 있다면 돈에 대해 많이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그의 사회적 지위가 불변이라면 윗사람에게 아첨하는 속물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만약 그가 자기 조국의 위대함이 확고하다고 믿는다면 맹렬한 국수주의자가 되지 않을 것이다.
또 다른 가치 집합을 살펴보자. 만약 어떤 사람이 스스로를 구제 불능일 정도로 어리석다고 생각한다면 지적 야망을 품지는 않을 것이다. 만약 그가 자신에게 미적 감각이 없다는 것을 안다면 예술적 탁월함을 추구하지는 않을 것이다. 만약 그가 자신이 구제 불능일 정도로 평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명성을 바라며 살지는 않을 것이다.
(러시아 바깥의) 현대 세계에서는 소득과 사회적 지위가 평균적으로 과거 어느 시절보다 가변적이다. - 중략 - 이런 불확실성의 결과로 사람들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돈에 집착하고 있다. - 젊은이들이 사고방식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주는 사람들 대부분이 금전적 성공이라는 이상을 젊은이들에게 제시한다.
The Advantage of Cowardice
프랑스 혁명 중에 공포 정치가 끝나고 나니, 머리를 계속 달고 다닐 수 있을 만큼 재빨리 소신을 갈아치운 약삭빠른 비겁자들 말고는 살아남은 정치가가 아무도 없었다. 그 결과 군부의 전성시대가 20년이나 이어졌다. - 프랑스 혁명이야 예외적인 시기로 치더라도, 조직이 있는 곳이람녀 어디에서나 비겁함이 용기보다 유리한 경우가 있기 마련이다.
The decay of Meditation
오늘날에는 그러한 박식함을 교수들에게서나, 게다가 분야별로만 기대할 수 있다.
현대 세계에서는 여가라고는 거의 없다. 사람들이 옛날보다 열심히 일해서 그런 게 아니라 오락도 일처럼 수고로운 것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영리한 사람은 많아졌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줄어들고 있다. 지혜란 천천히 생각하는 가운데 한 방울 한 방울씩 농축되는 것인데 누구도 그럴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전재 방지처럼 누구나 알고 있는 절박한 문제에 대해서도 우리가 고민하지 않아도 상황이 저절로 해결되리라 기대하면서 어깨만 한 번 들썩하고는 개끗이 잊어버린다. 그러나 손 놓고 있어도 상황이 그렇게 친절하게 전개될 리는 없다.
이런 결과는 매우 역설적이게도 시간을 절약하는 장치들 때문에초래됐다. - 이런 쓸데없는 것들이 쌓여 바쁜 하루하루를 채우면서 마치 일이 마무리된 듯한 인상을 주지만 사실은 완전히 허구다. 나는 우리가 매일 30분씩만 말없이 부동자세로 있을 수 있다면 개인적. 국가적. 국제적 차원의 모든 사안을 지금보다는 훨씬 맑은 정신으로 처리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On Vicarious Asceticism 205~206
민주주의가 필요한 까닭은 인간 본성에 담긴 충동의 힘때문이다. 민주주의가 바람직한 까닭은 평범한 유권자가 무슨 정치적 견해를 지녔기 때문이 아니다. 인류의 어떤 집단이든 일단 권력을 독점하면, 나머지 집단은 삶의 좋은 것들을 누리지 않고 사는 편이 낫다는 것을 입증할 목적으로 각종 이론을 창안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인간 본성에서 가장 정떨어지는 특성 중 하나다. 그러나 역사는 정치권력을 모든 계층과 남녀 모두에게 고루 분배하는 것만이 이를 적절하게 막을 수 있는 방법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On Reverence
오래 전에 살았던 사람의 의견을 교리처럼 받들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적 환경을 감안해 새롭게 고려할 필요가 없는 주제란 없다. 더구나 위대한 권위를 획득한 사람이 자기 시대에서조차 그리 현명하지 못했던 경우도 드물지 않다. 현명한 사람으로 인정받는 한 가지 방법은 이해력 부족과 공감대 형성의 실패를 화려한 수사로 가릴 수 있도록 열렬하고 웅변적인 언어로 현재의 편견들을 옹호하는 것이다.
---------------------------------------
Christmas at Sea
시간은 사람을 성숙하게 만든다고들 한다. 나는 그 말을 믿지 않는다. 시간은 사람을 두렵게 만들며, 두려움은 사람을 타협하게 만든다. 타협적으로 변했기 때문에 남들 눈에 원숙해 보이려고 애를 쓰는 것이다. 두려움을 느끼면 누군가의 애정이, 차가운 세상의 한기를 몰아내 줄 사람의 온기가 필요해진다.
Are We Too Passive?
젊은이라면 거의 누구나 축구를 했던 시절이 있었다. -중략- 그런데 오늘 날에는 축구가 극장처럼 되어버렸다. 다수의 재미를 위해 전문가들이 구경거리를 제공하는 곳 말이다.
이제는 선수들이 자신의 활동에서 어떤 즐거움을 맛보리라고 기대할 수 없다. 그들이 보기에 축구는 놀이가 아니라 일이다. -중략- 다른 많은 분야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일어났따. 자동차는 걷는 습관을 없앴고, 라디오는 대화의 기술을 죽였고, 깡통과 병에 든 조리 식품들이 요리의 필요성을 몰아내다시피 했다.
옛날 농부들은 날씨를 잘 알아맞혔던 반면에 현대인은 날씨에 대한 견해를 취하려면 공식적인 기상예보를 읽는다. 내가 이따금 받는 인상으로는, 현대인은 신문의 도움 없이는 지금 당장 비가 오는지 맑은지조차 말하지 못할 듯싶다. 정치나 세계정세, 혹은 이전 시대의 강건한 미덕으로 복귀할 필요성에 대한 견해들도 신문에서 끌어왔다고 보면 틀림없다. 현대인은 대부분 사안에서 결코 성가시게 자기 의견을 가지려 하지 않는다. 전문적인 연구나 경험을 통해 권위를 갖추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맡기는 편이 안전하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
Does Education Do Harm?
교육이 본연의 모습으로 존재한다면 두말할 것도 없이 우리가 옳을 거다. 하지만 교육자들이 독창적인 것보다는 올바른 것이 중요하고, 올바른 것이란 교사의 생각에 동의하는 것이라고 가르침으로써 자기 학생들의 독창성을 죽여버리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뿐만 아니라 교육은 사람들에게 뭔가를 알아내려면 실제 세계에서 사물을 관찰할 것이 아니라 책에서 찾아보라고 가르친다.
나는 미국 유명 대학들의 출판부에서 나온 간행물들을 읽어보았는데, 미국의 산업을 지휘하는 선장들을 주일 학교 식 예의범절의 본보기로 변신시켜놓고 있었다. 미국의 젊은이들에게 교수들이 말하는 대로 함녀 모두 갑부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을 주입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어느 나라에서나 교육의 본업은 지식을 주는 대신 덕성을 함양하는 것과, 젊은이는 오직 거짓말을 통해서만 미덕을 갖출 수 있다는 잘못된 관념으로 형성된 그릇된 믿음을 주입하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진정한 미덕은 강건하다. 그리고 예쁘게 꾸민 공상이 아니라 사실과 맞닿아 있다. 우리가 가르치는 직업의 주위에 그같은 제약의 울타리를 쳐놓은 탓에 이 직업을 선택하는 사람들 대부분도 현실을 두려워하는 남녀들이다. 우리가 이런 울타리를 치게 된 것은 현실과 접촉하는 것이 좋다는 사식을 인정하는 사람은 많지만 그것이우리 자녀들에게도 좋다고 믿을 만큼 용기 있는 사람은 드물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현재의 교육이 그토록 만족스럽지 못한 근본적인 이 유다.
On Protecting Children from Reality
현대 교육의 가장 나쁜 결점 중 하나는 현실에 대한 무관심이다. - 무엇에 관한 진실이든 상관없이 아이들 귀에 들어가는 것을 막고자 안간힘을 쓰는 교육자들은 아이들이 정치를 직업으로 택하기를 바라고 있고, 뭐가 불쾌한 건지 모른느 방법을 가르치려고 애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실을 회피하는 정치인들은 현실을 회피하는 민주주의에 의해 만들어진다. 그렇기에 불쾌한 사실들을 알려고 하지 않는 공동체는 공동체 전체로서의 재앙을 맞게 되는 것이다.
The Influence of Father
최고의 영예를 성취하려면 상당한 능력을 타고나야 함은 물론이고 그 밖에도 많은 것들이 요구된다. 세계를 정복하겠다거나 카르타고가 저지른 잘못에 복수하겠다는 욕망처럼, 압도적이면서 다소 단순한 열정이 필요하다.
어릴 때부터 한 분야와 관련된 문제에 몰두할 필요도 있다. - 최고의 명성은 만능 교육이나 잡다한 관심의 포용으로 얻어지는 게 아니다. 그것은 정서적으로나 지적으로나 집중성과 일정한 편협성을 갖춰야만 성취할 수 있다. 모든 젊은이들에게 똑같은 환경이 주어지고 그들이 받아들일 똑같은 기준들이제시되는 세상에서는 쉽게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탁월하기 위해서는 다양성이 필수적이며 획일적인 교육은 평범한 성인의 삶을 양산하기 마련이다.
On Modern Uncertainty
지식인들의 회의주의는 무기력의 원인인 동시에 그 자체가 나태함의 결과이기도 하다. 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 없다면 그 사실이 수수방관의 구실이 될 수 있다. 에딩턴 같은 과학자들은 과학이 진정 어떤 것을 안다고 할 수 있는지 회의하고 있다. 경제하갖들은 지금까지 세계 경제를 움직여온 기존의 방식들이 모두를 가난하게 만들고 있따는 사실을 감지 하고 있다. 정치인들은 국제적 협력이나 전쟁 방지를 보장할 어떠한 방법도 찾아낼 수 없다. 철학자들에겐 인류에게 제시할 지침이 없다. 그 결과 세계는 바보들의 지배를 받고 있으며, 지식인들은 각종 국가 위원회에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재앙이 임박한 상황에서는 수수방관하는 어떤 구실도 타당성을 지닐 수 없다. 지식인들읜 회의주의를 떨쳐내든지 아니면 모두가 규탄하는 해악들에 함께 책임을 지든지 해야 할 것이다. 또한 학술적으로 투덜거리고 현학적으로 짜증 내는 태도를 버려야 할 것이다. 그들이 민주주의가 인정할 수 있는 언어로 말하는 법을 깨치지 못하는 한 어떤 말을 해도 무용할 테니까.
------------------------
Flight From Reality
사람들은 왜 글을 읽을까? 대다수의 경우에 있어서 그 답은 읽지 않는다이다. 인류의 다수는 전혀 읽지 않고 나머지 중에서 다수는 그림이 있는 종이만 읽는다. 그럼 종이보다 나은 것을 읽는 사람들 가운데 다수도 결코 책을 읽는 데까지는 가지 못한다. 책을 읽는 사람들을 몽땅 합쳐도 인구의 아주 작은 일부에 불과하다.
현실 도피욕이 나쁜 경우는 그 욕구가 망상을 유발하거나 자기 업무에 소홀하게 만들 때다. - 그러나 전적으로 바람직한 다른 형태의 현실 도피도 있다. 모차르트는 빚 독촉과 부채를 잊기 위해 작곡을 하면서 환상의 세계로 도피할 수 잇었다. 만약 그가 저명한 정신 분석학자들의 충고를 따랐다면 곡을 쓰는 대신 수령액과 지출의 대차 대조표를 세밀하게 작성하고 그 두 항목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절약 방안을 짜기 시작했을 것이다. 이 경우처럼 상상의 세계로 들어감으로써 현실을 좀 더 잘 견딜 수 있는 수단으로 사용되는 현실 도피는 문제될 게 없다.
내가 볼 때 이 현실 도피라는 동기가 없었다면 세상에 가장 큰 즐거움을 주는 것들 대다수가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따라서 내 의견은 이 동기에 이끌려 독서하는 사람들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
On Optimism
타인의 곤경에 대한 낙관주의는 그것을 사라지게 하거나 줄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아주 구체적인 제안이 병행되지 않는 한 대단히 위험하다.
만약 의사가 당신의 병을 낫게 할 치료법을 처방할 수 있다면 그 의사는 당신의 병에 대해 낙관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당신의 친구가 순전히 말로만 '그래. 넌 곧 졸아질 거야.' 라고 한다면 오히려 병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 지난 2년 동안 불경기에 대해 줄곧 낙관적으로 말해온 사람들 대다수가 의학적 조언자라기보다는 쾌활한 친구 쪽에 속하는 자들이다. 게다가 그들의 쾌활함이 굶주리고 있는 사람들의 행복에 그리 보탬이 된 것 같지도 않다.
어떤 종류의 곤경에 처했든 필요한 것은 쾌활한 감정이 아니라 건설적인 사고다.
Furniture and the Ego
하지만 그들보다 수줍고 소심한 자아를 가진 이들 -현대 세계에서는 이런 사람들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그들의 가장 큰 염원은 남들이 자신을 이웃들과 정확히 똑같게 봐주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가구에서도 자기만의 취향을 표현하기보다는 정확성을 추구한다. 그들의 방버에 따름녀, 그랜드 래피즈에서 만든 완전하게 갖춰진 세트를 사거나 통째로 박물관에 넘겨질 법한 시대의 더없이 훌륭한 가구 세트를 들여놓아야 한다.
이런 것이 최고의 야망인 사람들은 존경을 바라는 마음보다 경멸에 대한 두려움이 큰 게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