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미망 혹은 비망 5 - 최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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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2. 17. 04:18
어떻게 잠속으로 걸어들어가야 할 것인지.
이제 개들은 머뭇거리며 골목 안으로 꼬리를 숨기고
침묵은 오래도록 홀로 신음할 것이다.
잠으로 들어가는 저 입구가 두렵다.
검은 굴속에서 꿈은 또 물고늘어질 것이다.
꿈은 물어뜯고 물어뜯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마다 악몽의 환각이,
두려운 생시의 파편들이 번갯불처럼 번쩍일 것이다.
한 테마의 연속적인 꿈들과
그 사이의 단절된 악몽의 환각들의 폭발.
잠으로 들어가는 저 입구가 두렵다.
그리고 내일 아침이면, 독한 하이타이로
수백 번 빨아 헹구고 쥐어짠
거덜난 누더기 옷감처럼 나는 또다시
아침의 햇빛 속에서 내동댕이쳐져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