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우리 전하는 몹시도 가여웠다.

Swimming/火鳳燎原 2009. 10. 23. 00:27


내가 저 남자 쫀쫀할 때는 가차없이 쫀쫀하고 비열할 때는 더럽게 비열하다는 건 잘 알고 있었습니다. 랄지 애초 원본에서부터 악당인게 저 남자 포지션이니까. 성급한 판단으로 죄없는 사람들을 몰살시켜놓고 제가 살겠다고 은혜를 원수로 갚는 행동이라든가, 자기가 사람을 믿지 않아서 일을 내놓고 그 자세 그대로 사람 배면서 한다는 소리가 나는 등쳐먹어도 너는 등쳐먹으면 안돼라니 말 다 했잖아. 그뿐이냐, 과부겁탈하다가 다 이긴 싸움에서 아들 조카 아끼던 장수까지 잃고 홀홀단신 저승문 앞까지 갔다가 돌아오지 않나, 황제를 협박하고 문무 관료들 협박해가며 권력은 독점 ㅋ, 참다 못한 황제가 장인에게 암살을 사주하니 황제 마누라를 황제 코앞에서 머리채 휘어 잡아 끌어내려주시는 훌륭한 자세 ㅇㅇ... 구라와 협박과 패배와 참 치사한 자존심과 개드립이 일상이고 그런 와중에 또 대 역전극, 간지 좔좔 나는 시 한 수 읊는게 조승상 간지지. ㅇㅇ

이러니 내가 새삼 저 사람의 악행이나 음흉 찌질한 구석 몇개쯤 더 묘사된들 눈이나 깜빡하겠냐고. 전하 제가 다 알고 좋아합니다. 전하는 그게 매력이죠.


... 라고 해도 말이지. 진모의 전하는 말이지.


아... 진짜 나관중이 삼국지 쓴 이래 이렇게 다른 놈(그것도 여포...)에게 놀라고 발리고 깨쳐지는 조조가 나온 적이 있더냐.
발리는 것도 좋고 지는 것도 좋고 뒷통수 맞는 것도 좋은데, 성현 운운하는 전하는 좀 웃긴다. 아니 물론 우리 전하 멀쩡히 배울 거 다 배우고 유식한 분이란 거 나도 알지. 하지만 본인이 내가 성현의 글을 좀 읽은 인간으로서 어쩌고 운운은... 아... 내가 생각하는 조조의 포인트하고 정반대여서 보고 있다 보니 어째 찝찝했다. 그러니까 전부터 매번 하던 소리지만 대체 왜 우리 전하가 할 법한 대사를 동탁이랑 여포가 다 해처먹고 있는 거냐고.


뭐 그렇다고 해도 우리 전하의 '성현 운운'이 단순히 위선적인 소리는 아니었지만. 언뜻 보면 여포에게 말로 발리는 것 같은데 '난 너님 고매한 소리하고는 안 맞아서' 하고 개기시더라. 그런 점을 보면 이 조조도 꽤 재미있는 캐릭터가 맞다. (애초에 이 만화에서 누구 다운 누구가 나온 적이 있었어야 말이지.)
오히려 그 부분에서는 아 여포 저놈 저래서 안되겠구나 싶었음. 저렇기 때문에 난세의 사내지만 그래서 난세 이상 이하도 꿈꾸지 못한다. 난세의 시작과 함께 부서져 버릴 놈이야. 아 물론 그건 우리 전하라든가 유비가 살아 남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유비는 왠지 장비 관우 떼고라도 살아남을 수 있을 거 같아....

근데 우리 전하 저거 저래서 살아 남을 수 있을까 전여포 후장료... 아놔

그리고 내게 그런 핑계 대지마 입장 바꿔 생각을 해 봐 만약 니가 나라면 넌 웃을 수 있니~ ... 가 아니라 니가 언젠가 이리 잡히면 그때는 살려 달라고 애걸 할테냐 - 라는 장면은 꽤 좋았다. 오직 그 장면을 보기 위해 앞으로 10몇권을 기다릴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느낌. ㅇㅇ


+ 담벼락 기어 오르시던 전하가 하는 얘기가 무슨 얘기인지 단박에 이해가 가지 않아서 갸웃 갸웃. 뭔가를 찾고 계신 건가... 근데 방금 전까지 살려고 담벼락 올라 놓고 돌아 서서 저러시는 거 보면 아... 역시 저거 우리 전하 맞는 거 같고. 마지막의 마지막에 가서까지 엎어지지 않는달지. 하여간 진모 캐릭터 진짜 미묘해.

설정

트랙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