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king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싱♪ 2016. 9. 28. 01:04

ㄹ님이 기교가 뭐라고 생각하느냐, 살아있는 글이란 게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 등을 물어왔는데 답 다운 답을 못 했다. 지금 내 수준에서 답하려면 한없이 자잘해지거나 한없이 커져서 무의미한 답만 나올 것 같았음. 무의미한 답만 나올 거 같아서 무의미한 답을 함. 그리고 자갈자갈하게 부끄러워졌다.

 

대학원 내내 공부 제대로 안했고, 전공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도 그리 크지 않으며, 논문 끝낸 후 한 번도 관련 책을 안 읽어서 아무 것도 기억이 안난다는 건 조금 부끄럽고 말 일이지만, (내가 내 돈 주고 대충 살았는데 뭐 어쩔텐가.) 나는 이렇게 쓴다 라고 말하지 못한 건 답답했다. 왜 아직도 모르는 거야? 왜 아직도 모르는 채로 있는 거야? 왜 알려고 이런 저런 걸 진작 해보지 않은 거야? 왜 지금 바로안 하는 거야? 이게 안 중요한 일인가? 




나한테 중요한 일이 뭘까? 하고 싶은 게 뭘까? 솔직히 요즘은 글에도 별 생각이 없다. 난 애초에 글을 쓰고 싶긴 했던 걸까 싶다. 하면 즐거워서 좋아하지만, 그냥 즐거워서 좋았을 뿐이다. 그게 다다. 요즘처럼 뭔가를 즐기기 힘들 때, 점점 즐기기 힘들어져 가는 세상에서 무슨 동기며 동력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나는 그냥 '즐거움' 그 자체만을 즐기기에는 겁도 많고 욕심도 많다. 일 하는 중이나 마친 후에는 재미있었다는 것만으로 너무 좋았다고 할 수 있지만, 적어도 착수할 때는 그 이상을 원한다. 그냥 재미있었다는 것만으로는 안돼. 지금보다 더 나아져야 해. 더 얻는 게 있어야 해.


뭐 떠나서, 글을 안 쓰고 있으니 글을 쓰고 싶긴 했던 걸까 헷갈리는 거다. 다른 거창한 이유 필요 없고, 글을 너무 오래 안 써서 글 쓸 마음이 안나는 것이다. 안 쓰는데 어떻게 동기를 얻어. 안 쓰는데 어떻게 글에 대해 알 수 있겠어. 안 쓰는 데 누가 날 글 쓰는 사람으로 기억해. 다 그런 거지. 

그러니까 다음 글이나 쓰자. 일단 저번 글보다 덜 딱딱하고 좀 더 알아먹기 쉽게 쓰는 것으로. 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