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mming/三國志

<대주당가> 샘플 1

싱♪ 2014. 5. 5. 09:56

6월 1일 케이크퀘어 삼국지쁘띠온리전에 참여할 화봉요원 기반 소설 카피본 <대주당가> 일부입니다.

현재 수량조사 진행 중: http://singendestern.tistory.com/784

 

 

 


 

 

 

“허면 이제 우리 군은 어디로 나아가야 하겠나?”

 

조조의 물음에 곽가가 답했다.

 

 “유성까지 진군합니다.”

  순우현의 해적은 무난히 정벌되자 기주 땅은 거진 안정되었다. 조조가 순우현으로 군을 돌리니 장수들은 논공행상의 기대에 들떴고 병사들은 고향으로 돌아갈 날만 손꼽았다. ‘승전 직후의 고단함’이 군 전체에 맴돌았다. 조조의 장막에 앉아서도‘귀향’노래를 부르는 졸병들의 노래가 들릴 정도였다.
  하여 전장에서 뼈를 삭힌 장수들에게도 곽가의 답은 선뜻 반갑게 들리지 않았다. 몇몇 장수들은 아예 말을 못 알아 들은 듯 곽가를 돌아보았다. 조조가 되물었다.

 

 “유성?”


 “노룡새 바깥에서 우리 군이 지리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곳입니다. 신속히 군을 정비해 이곳을 점거하면 능히 유주를 평정할 수 있습니다. 원희와 원상이 만이(蠻夷)를 얼마나 불러오더라도 무용지물일 것입니다.”
 
  마침내 곽가의 말을 알아들은 장수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이전이 곽가의 말에 반박했다.

 

 “군좨주. 그곳은 허도에서 업 사이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멀고 거친 땅 아닙니까. 지금 막 전투를 마친 군대를 이끌고 오환을 평정하는 건 무리입니다.”

 

  다른 장수들도 맞장구쳤다.

 

 “오환족들은 근처 산과 들에 뿔뿔이 흩어져 있어 그 수를 헤아리는 것조차 어렵습니다. 게다가 그 땅은 그들을 전부 솎아낼 만큼 오래 진군해 있을 곳이 못됩니다.”
  “원가 형제의 머리가 그런 값을 치를 만하겠습니까? 원소나 원방이 있을 때도 위협이 못되던 자들입니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단 반발이었다. 내버려두어도 그만인 땅, 취하지 않아도 되는 승리를 위해 뼈를 깎는 고생을 하자 나서는 자는 드물기 마련이니. 작은 승리 하나에도 연연하고 큰 패배에도 굴하지 않는 자나 이런 제안을 즐겨 듣는 것이다.
  곽가는 조조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조조는 초조한 듯 몇 번 턱수염을 쓰다듬었다. 그러나 수염 아래 입꼬리가 씨익 올라가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필경 노리는 것이 더 있군. 봉효.”
 “군을 일으키는 것은 재정을 들어 쏟는 것인데 어찌 한 가지만 노릴 수 있겠습니까?”
 “적이 방심하는 곳을 치는 게 병법의 기본이니, 늑대는 뒤를 돌아보며 앞을 물어뜯는다지. 그래. 자네가 노리는 건 뭔가.”
 “북쪽으로 치달아 남쪽을 넘볼까 합니다.”

 

  - 남정이라니? - 성동격서를 노리신다는 것인가? 여기저기서 질문과 탄식이 쏟아졌다. 그러나 곽가는 제 답에 한 마디도 보태지 않았다. 더 없이 명쾌하다는 듯, 의심도 의문거리도 없다는 투였다. 정욱이 말했다.

 

 “지금이 북을 평정할 절기임을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허나 기책이란 실제 운용할 수 있어야 의미 있는 것이니……, 유주 땅을 횡행하는 오환 기마병의 발을 묶기가 쉽지 않습니다. 또한 치송의 어려움을 어찌 해결할 수 있겠습니까? 두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이 정벌은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그때 막사 앞에 두 인영이 드리웠다.

 

  “그 두 가지는 쉬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니, 정공은 염려 놓으십시오.”

 

  장막 안에 빼곡히 둘러선 장수들을 밀치고 순욱이 들어섰다. 커다란 두루마리 두 개를 든든 채 반보 뒤에서 그를 따르는 이는 사마의였다. 평소 순욱이 사마의를 못마땅히 여긴다는 것을 훤히 아는 장수들이 의아한 눈초리로 순욱을 바라보았다.
   
“기책을 성공시킬 기책 역시 준비되어 있습니다.”
 
  순욱이 사마의로부터 두루마리를 넘겨받아 조조에게 바쳤다. 조조마저도 눈을 크게 뜨고 둘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 중략---


  “오늘은 자네의 의외의 면모만 보는군. 문약. 나는 그대가 당연히 요새 수비를 굳건히 하고 머무르자 할 줄 알았는데.”
 “주공 역시 흥미로우십니까? 저도 그러합니다.”
 “그대가 어쩐 일로 봉효의 계책에 찬동하는가?”
 “곽가의 계책에 따르는 것이 아닙니다.”

 

  순욱이 잘라 말했다.

 

 “다만 힘써 난세를 평정할 뿐. 누군가에게는 말발굽으로 즈려밟을 전장이 누군가에게는 쟁기질 할 옥토임을 보이고자 함이죠.”

 

  설령 무도한 장수가 휩쓸고 간 후에도 농부는 다음해 경작을 위해 밭이랑을 돋우니, 같은 땅에 선다 하여 장수와 농부가 같은 이겠는가.

 

 “곽가는 이것이 제 마지막 기회임을 압니다.”

 

  순욱은 곽가를 돌아보았다. 지난 밤 이후 여전히 그는 안개 너머에 선 듯 뿌옇게 빛나고 있었다. 분명 회광반조였다. 그 빛이 쉬이 꺼지지 않길 바라는 것은 빛이 요사한 탓인가. 아니면 나그네가 그 빛에 의지하기 때문인가.

 

 “소인 역시, 이를 마지막 기회라 여기고 있습니다.”

 

  주공을 네 발톱에서 되 앗아 능신으로 돌려놓을 -
  혹은 네가 틀렸다는 것을 똑똑히 알려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