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가 vs 자본가
(아이언맨3 내용 유출 있습니다? 아이언맨에 '스포일러'라는 게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요새는 스포일러의 개념이 상당히 방대하고 세밀해져서 도무지 빠져나갈 수가 없더군요)
천재 공돌이와 v미국v군수산업 자본 결합 최고의 돈지랄 크리스마스 쇼 - ver 토니 스타크
또는 공돌이가 한을 품으면 크리스마스 전야에 대통령이 기름가마니 위에 매달린다 -ver 이름 기억 안나는 이번 편 악역(브래드피트 스몰 버전 같다)
대략 이번 아이언맨3의 얼개. 주인공과 악역 버전.
아이언맨이 지극히 미국의, 미국적인, 미국을 위한 히어로라는 거야 괜히 말해봤자 입 아픈 거고. 이번 아이언맨 영화 시리즈의 정체성은 '자본' 아닌가 싶다. 토니 스타크의 적은 배트남전 때 돌아버린 전쟁광도, 신기술에 영혼을 판 매드사이언티스트도, 메시아니즘에 쩔은 좀비들도 아니다. 자본가, 그리고 자본가. 돈과 돈의 싸움. 악당의 욕망과 화려한 전투씬은 자본의 부채질로 한없이 부풀어오른다. 그리고 그 비대한 이미지 남발 안에서 메시지는 방향을 상실한다. 이 방향 상실이 곧 실패라는 건 아니다. 참을 수 없는 메시지의 가벼움이야말로 이 영화가 의도대로 만들어졌다는 증거다. 이 영화의 대립 구도는 오로지 돈 대 돈이니까. 1편에서는 잡스의 분열된 인격 1, 2 가 경영권 다툼을 벌이다가 우리가 친애하는 잡스 쪽이 쓰레기 잡스를 꺾고 승리한다. 3편에서는 광적으로 응용된 기술력 둘이 폐선 위에서 정면충돌하는데, 중요한 건 그 발상이 아니라 그걸 그만한 규모로 만들어낼만큼 집약된 돈이다. 멀끔한 사업가 페이스 악역에게 토니 스타크의 덕질이 대항하는 형태.
그 돈이 어디에서 어떻게 끌어져 왔고 어떻게 쓰이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얼척없는 전투력의 워머신을 만들어서 한 국가에게만 제공하는 것이나, 부상 퇴역 군인들에게 치명적인 약물을 주사해서 생체병기로 만드는 것이나. 쌤쌤. 아. 후자 쪽이 악역으로 묘사되긴 했다. 후자 쪽 기술이 우리에게 아직 더 낯설기 때문이다. 아직은 생체병기보다는 온갖 기술력이 집결된 깡통로봇을 입고 구식으로 싸우는 남자 쪽이 더 우리 편 같으니 말이다.
(대체 그 기술력으로 왜 더 효과적인 전투 방법을 고안하지 않는지 모르겠음)
2는 안 본 상태(...별로 보고 싶은 마음이 안 든다.)에서 불완전한 평이긴 하지만 영화편 시작-종결인 1,3 보고 하는 얘기니까 그리 빗맞추는 건 아닐 거다.(라는 전제 하에 마저 떠들기로 한다.)
그러므로 아이언맨은 극히 '지금, 현재 자본주의 사회의 히어로'다. 아이언맨은 국적을 초월하면서 국가를 대표한다. '비서구권' 온갖 나라가 짬뽕된 악역들은 항상 미국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그리고 토니 스타크는 어디까지나 민간인 사업가, 아이언맨으로서 자연스럽게 그 해결자 역을 떠맡는다. 온갖 한심한 짓은 미국 '정부'가 다 한다. 충직한 군인 로스 대령은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면서 거의 아무 갈등 없이 토니 스타크의 보조 노릇을 한다. 즉, 국가가 영웅의 종자가 된 것이다. 물론 시대를 불문하고 영웅은 사회와 분리되어 있기 마련이었지만, 미친놈, 사회부적응자, 불순분자, 손가락질의 대상(야유와 숭배 둘 다 포함)을 넘어서서 사회를 종자 삼는 건 또 의미가 다르지 않은가.
이 영화에는 '아이언맨' 수트 이외의 아무 이미지도 없다. 마치 토니 스타크가 텅 빈 아이언맨 수트들을 떼거지로 조종하는 것 처럼. 서양인들의 두려움과 화질 나쁜 테러 영상, 구질구질한 소품과 얼간이 배우를 조합해서 테러리스트 '만다린' 을 만들어 낸 것 처럼. 메시지를 짜집기해서 그럴 듯 하게 만들어 낸 것 뿐이다. 우리가 영화를 즐기기 편하도록, 아이언맨 수트들의 액션이 멋있어 보이도록. 토니 스타크의 성장(...?)과 사랑이 감동적이도록. 욕 하지 않으면서 극장에서 엉덩이 뗄 수 있도록. 그런 악역을 만드는 걸 보여줬다는 점에선 꽤 재미있었다고 생각함. 나머지는 진지하게 생각하면 지는 거고요.
ps> 아 나도 페퍼 같은 애인 있음 좋겠다 ㅠㅠㅠ 유능하고 충실하고 나만 보고 이성적이고 인내심 강하고 게다가 졸라 짱 센 애인 ㅠㅠㅠ
ps2> 어느 히어로물에서나 악역은 마지막에 흥분을 해서 일을 다 망치는 거 같음. 대마왕들이여 제발 막판 전투에서 잘 안 나가던 시절의 트라우마를 끄집어내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