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king

보고 듣고 돌아다니고 - 한 달 몰아치기

싱♪ 2011. 12. 6. 06:34
어쨌든 한 달 동안 다닌 걸 몰아 쓰려니 쉽지 않다. 

일단 11월에 3일간 친구들과 담양에, 그 다음 주에는 또 3일간 혼자 경주에 다녀왔다. 담양 여행 전날 생리를 시작. 몸 컨디션으로는 최악일 때. 그나마 생리를 하니까 훨씬 기운이 난 건 다행이었지만... 그 다음  경주 여행은 완전히 내 방식대로의 거지 여행이었음. 난 여행에 가면 눈은 보신하고 몸은 고생해야 한다는 고정관념같은 게 있는 걸까. 아무튼 두 여행 다 즐거웠다. 의외로 난 여행 체질인 것도 같고... 이번 공사 때 초반 이주일 그렇게 여행이라도 안했다면 정말 스트레스 엄청 받았을 거야. 역시 여행하기로 한 건 베스트 초이스였어. 

안타까운 건 찍은 사진이 죄다 구 스마트폰과 함께 증발되었...다는 ... 것. 그러타 나는 한달만에 스마트폰을 도둑 맞았던 것이다. 그것도 찜질방에서, 범행 추정 시각은 새벽 4시에서 5시. 4시에 핸드폰을 확인한 후 5시에 일어나 바로 핸드폰에 전화를 했는데 이미 꺼져 있더라는, 도난사건 교본같은 이야기 되시겠다. 약정은 35개월 남아서 난 앞으로 35개월 간 이만삼천원씩 기기 값을 내야 한다. 음... 으으음... 어허허. 그래서 담양과 경주의 풍광은 고스란히 내 기억 속에만 남았다. 담양의 경우야 친구들 사진이 남아 있고 사실 찍은 내용물도 거진 겹치고. 결정적으로 그 친구들 사진이 훨씬 잘 찍히긴 했는데...(스마트폰을 가지고도 사진을 못 찍는 나란 여자. 항상 사진이 삐뚜름해지는 나란 여자...) 아무튼 내 시야가 아닌 거잖아. 

그래서 안타깝지만 이번 기행문은 모두 사진이 없는 채로 진행하게 될 것 같다. 이것도 나름 도전이다. 과연 어디까지 기억해 내고 얼마나 생생하게 기록해 놓을 수 있을 것인가? 담양의 경우야 친구들이 보고 틀린 곳을 지적해 줄 수 있지만 경주는 어...음.

더 잊기 전에 여행 코스나 간략하게 메모.

담양: 포인트 - 선비들이 놀았던 정자. 공부했던 가옥. 들판. 작은 마당과 시내와 대나무 대나무 그리고 대나무 
1일: 다미 소라 혜미와 10시였나 11시 버스 타고 출발(우등버스 오오)->국수거리(혜미와 내가 멸치국수 다미와 소라가 비빔국수)죽녹원->죽녹원 뒤 쪽 정자 아마도 식영정 면앙정->죽통밥으로 저녁-> 메타세콰이아 길-관방재림 산책-> 근처 카페에서 휴식. 카페 이름이 독특했는데 잊어버렸다. -> 숙소
2일: 컵라면으로 아침->소쇄원->소쇄원 근처 길가 걸어서 이동->떡갈비 오오 승리의 떡갈비->가사문학관->환벽당->숙소->삼겹살 파티 
3일: 한옥마을?->순대국으로 점심->오일장에서 엿과 과자 사들고 버스터미널로... 집으로 집으로 고고 


경주: 포인트 - 유물과 유적 불교 문화재 - 아기자기한 볼거리 잔뜩. 하지만 가장 좋았던 건 감은사지와 황룡사지.
담양보다야 당연 월등 낫지만(담양은 택시뿐이다... 현지인 중 버스 번호나 루트를 제대로 아는 사람을 한 명도 못 봤다) 생각보다 구린 교통망. 그리고 쓰러지지 않는 경주빵...
 
1일: 아침 9시 전라도 광주 터미널에서 출발 -> 1시 도착 -> 경주 게스트하우스에 짐 내려놓고 바로 감은사지로-> 가는 데 1시간, 가서 2시간, 돌아오는 데 1시간 걸렸지만 좋았다. 여행 기간 중 제일 날씨가 좋았는데 역시 이것도 행운이었다. 그 파란 하늘에 서 있는 탑 두 개와 탑신 뒤로 넘어가는 해를 선명하게 봤다.-> 돌아와서 피시방에서 폭풍 연성...피시방 찾느라 경주 시내 돌아다닌 것도 산책으로 칠 수 있으려나-> 11시 넘어 12시 쯤 귀가 취침 

2일: 불국사(중간에 버스에서 내려서 괜히 돈 한 번 더 냄. 아무튼 불국사는 아름답고도.)->경주박물관->안압지(울긋불긋하게 조명 까는 거 싫어하는데도 불구하고 안압지 야경은 레알이었음. )->석빙고->첨성대 멀찍이서


3일: 포석정(누가 포석정에 볼 게 없다고 했는가)-> 분황사->황룡사지 (황룡사지에서만 적어도 2시간 있다 감.)-> 신경주역(경주 시내와 신경주역 사이 몹시 멀다. 버스로 한참 간다. 게다가 버스 코스가 꽤 험난. 경사로에 S자 코스에...의자에 앉아있다가 미끄러질 뻔 했음.)->ktx 타고 서울


 돌아와서는 본격 공사 관련 일 - 내 잠자리 마련 - 스마트폰 도난 등으로 몹시 정신없고 심란한 하루 하루. 그 와중 읽은 책이 뭐 뭐 있더라. 일단 여행지에서 백년 동안의 고독(이건 뒷부분을 1/4 정도 못봤다. 다 읽고 리뷰 써야지.) 훙루몽과 창선감의록. 고전막드의 향연. 수잔 콜린스의 헝거 게임 시리즈- 뒤 시리즈로 갈수록 실망. 재미있는 요소가 있긴 한데 작가가 제대로 유도 못한 것 같음 - .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 1권. 용의자 x의 헌신. 눈먼 자들의 도시 절반 정도. 극장은 영화관이든 연극 쪽이든 근처도 못 갔다. 이번 주 금요일에 갈 예정. 아. 그리고 요새는 백귀야행을 다시 보고 있음. 1권이 내 기억보다 훨씬 재미있어서 놀랐는데 역시 뒤로 갈수록 연출이 난해해지고 있어.......OTL 하지만 역시 이 작가 특유의 세계관이며 인물이며 그걸 표현하는 방식은 기본적으로 존나 취향. 환월루기담 다음 권도 사야 하는데 으...으.